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54
54화 : [제18장] 동정수로채 1
[제18장] 동정수로채“어머니! 혜야!”
“사초야!”
“오라버니!”
정씨부인과 백리혜는 백리사초를 만난 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던 초웅 역시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극적인 순간이었다.
하기야 부친 백리풍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달된 후 남은 가족인 세 사람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한데 이렇게 무림맹 악양 지부 객방에서 해후를 하니 감개무량할 수밖에.
“어떻게 된 겁니까?”
“동정방 놈들이 나와 엄마를 납치해갔는데 청옥자란 분이 구해주셨어.”
“아, 그분은 지금 어디 계시지?”
“우리를 지부 앞까지 데려다주고 그냥 떠나셨어.”
“사초. 너도 조금 전에 왔잖아? 청옥자 그분을 만나보지 못했어?”
초웅의 물음에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마 길이 어긋난 것 같아. 봤다 하더라도 혼자 계셨다면 내가 알 수가 없지.”
“하기야 사초 너는 얼굴을 모르지. 청옥자란 분은 어떤 분이시지요? 그보다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사초와 한방을 쓰고 연습제자 생활을 하고 있는 초웅이라고 합니다.”
“아, 네가 초웅이었구나. 사초가 보낸 서신을 통해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고생이 많겠구나.”
정씨부인이 눈물을 닦은 후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안색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무림맹 악양 지부장 고윤이 의원을 불러 그녀를 진맥하게 했으나 의원이 놀랄 정도로 회복이 되어 있었다.
사실 그 시간 백리사초는 청옥자 얼굴을 다시 본얼굴로 바꿔 이곳 객당으로 온 것이었다.
물론 마음 한 곁에서는 계속 청옥자 신분으로 지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모친과 여동생이 납치당한 것도 자신의 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계속 주목을 받는 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면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정씨부인과 백리혜를 생각해 본얼굴로 돌아온 것이었다.
무엇보다 실종된 백리풍을 찾으려면 아들로서의 신분이 필요했다.
게다가 이곳 악양 지부는 사흘 후 열릴 영웅대회 때문에 무사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전면전이 발발하지 않는 한 당분간 이곳이 악양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될 수 있었다.
“아! 맞다. 청옥자 그분이 스스로 화산파 장문인의 여식이 자신의 제자라고 밝히셨어. 혹시 들은 적이 있어?”
“아니. 하지만 최근 소소가 사부를 모신 것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 사부님이 바로 청옥자란 분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지?”
“그래. 한데 이름을 쉽게 부르는 것을 보니 장문인 따님과 친한 모양이지?”
“그렇게 됐어.”
백리사초가 악소소와 친해진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줬다.
물론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항만을 이야기 해줬다.
“오라버니. 그보다 정말 조장이 된 거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아버님께서 아시면 좋아하셨을 텐데······.”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아무리 살아있을 거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죽었을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었다.
“아버지께선 살아계실 거야. 그건 그렇고 오라버니 무공이 천하제일이란 소문을 들었어. 혼자서 수백 명이 넘는 마적떼를 몰살시켰다는 게 사실이야?”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어?”
“저잣거리에 반찬을 사러 갔다가 무림인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어.”
“기연을 만나 무공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소문은 너무 과장된 것도 사실이지. 지금 중요한 것은 내 명성이 아니라 바로 아버님의 생사를 아는 것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어머니.”
“사초 네 말이 옳다. 일단 나 역시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설사 돌아가셨다고 해도 그 시신을 반드시 수습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영웅대회 전까지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다만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혜야. 방을 따로 배정받았느냐?”
“응. 지부장님 배려로 방을 한 칸 받았어. 바로 옆방이야.”
“잘되었군.”
“그래. 사초 너도 쉬도록 해라. 화산에서 이곳까지 내려왔다면 무척 피곤할 텐데 걱정이구나.”
“아니에요. 어머니. 혜야. 네가 어머니 잘 모시도록 해. 웅이와 나는 아버님도 찾아야 하고 간간이 영웅대회 준비도 도와야 해서 시간을 내기 힘들 것이니까.”
“걱정하지마. 청옥자 그분은 영웅대회 때는 오시겠지? 내가 그분의 무공을 지부장님께 설명해 드렸는데 안 믿으시더라고.”
“동정방에 무사들을 보내 상황을 살피실 것이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겠어. 그럼 옆방으로 갈게. 엄마. 어서 가.”
“그래.”
* * *
악양루.
동정호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이곳은 악양의 명소였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시인 묵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적들과의 전면전이 얼마 남지 않아 성 전체가 어수선했지만, 오늘도 이곳은 시를 읊는 소리로 가득했다.
백리사초와 초웅이 악양루에 도착한 것은 조금 전이었다.
“사초. 저기인 것 같아! 지부장님 말씀에 의하면 부표가 떠 있는 저 지점에서 수적들과 전투가 벌어졌나 봐.”
“그런 것 같군. 호수 중앙이라 전투 흔적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군.”
백리사초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백리풍이 실종된 현장을 찾으면 뭔가 단서라도 찾을까 했는데, 실제 보니 부표 하나가 전부였다.
그나마 그 부표 또한 시신이라도 수습하려는 실종자 가족들이 마련한 돈으로 만든 것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영웅대회는 이틀 남았고, 대회가 끝나는 대로 직접 동정수로채 본거지를 공격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리는 게 어떻겠어?”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 이틀 동안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어찌 애석하지 않겠어?”
“그럼 어쩔 작정이야? 놈들의 본거지에 잠입이라도 해볼 생각이야?”
“그 방법밖에 없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하지만 배가 없는 게 문제로군.”
“배가 있어도 동정수로채는 요새와 같은 곳이라 입구부터 막힐 게 분명해. 수채로 들어가는 입구가 긴 데다가 협곡으로 둘러싸여 있어 소규모 병력으로는 들어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더군. 다급한 마음은 잘 알겠지만, 영웅대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뾰족한 수가 생기면 달리 생각할 수 있지만 말이야.”
“으음, 잠시 생각을 해봐야겠다.”
“그래, 일단 오늘 하루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지부장께서 허락하셨으니 찬찬히 생각해보자. 아침도 안 먹고 나왔는데 인근 객잔에 가서 요기나 할까?”
“그렇군. 웅이 너는 배가 매우 고프겠다. 한데 돈이 없어서 어쩌지?”
“내가 챙겨놓은 돈이 조금 있어. 소면하고 만두 사 먹을 돈은 된다.”
“그것 먹고 견디겠냐?”
“허기만 면하는 것이지. 어차피 지부에서 음식은 제공해주니까. 객잔에 가면 의외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웅이 네 말이 맞는다. 수적들의 동향에 대해 들을 수도 있겠군. 어서 가자.”
“그래.”
얼마 후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악양객잔이란 곳이었다.
악양루 인근에 있긴 하나 이곳은 무림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두 분입니까?”
점소이가 얼굴도 보지 않고 허리를 숙였다. 그런 후 백리사초와 초웅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비록 두 사람 모두 검을 차고 있었으나 행색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화산에서 이곳 악양까지 오느라 옷 같은 것이 말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악양 지부장 고윤이 새 무복을 주려 했겠는가.
하지만 두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화산파 연습제자들의 기본 복장이었다.
정식무사들처럼 옷에 매화 문양을 새기지는 못하나 어깨 부위에 조그맣게 화산의 봉우리 문양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화산파 연습제자를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연습제자들끼리만 아는 정도였다.
아무튼 옷이라도 빨면 그런대로 괜찮겠으나 그러지도 않아 한눈에 봐도 비싼 음식을 시킬 손님은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빈자리가 없군요. 합석이라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백리사초가 정중하게 말했다.
단 며칠이지만 화산객잔에서 점소이 일을 해본 그였다.
마치 상전을 대하듯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자 점소이 역시 안색을 폈다.
“소공자님들이셨군요. 마침 저곳에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합석이긴 하지만 모레 열릴 영웅대회 때문에 어쩔 수가 없지요. 따라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얼마 후 객잔 한구석 탁자에 합석하게 된 백리사초와 초웅은 조용히 빈 의자에 앉았다.
앞에는 이십 세 가량의 청년 한 명과 면사를 쓴 소녀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면사를 쓴 여인이 소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 체구가 작았기 때문이었다.
악소소와 남궁지약 두 사람과 비슷한 키와 체구였다.
‘으음, 이 소녀도 소소나 남궁지약 못지않은 미인일 것 같구나. 눈빛이 매우 맑고 몸매 역시 날씬한 것이 무공도 높을 것 같다. 어디 문파 소속일까?’
백리사초가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지금은 부친의 행방을 찾는 일에 몰두할 때였다.
그의 목표는 영웅대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부친을 구출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백리풍이 동정수로채에 억류되어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직감으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배도 있어야 하고, 은밀히 잠입하려면 동정수로채 일대의 지리도 자세히 파악해둬야 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정보일 텐데 지부에서도 잘 모른다고 하니 난감한 일이군.’
백리사초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점소이가 소면 두 그릇을 내왔다.
원래는 만두까지 시키려 했는데 손님들이 많아져서인지 며칠 사이 값이 올라 시키지 못했다.
평소 그렇게 많이 먹지 않는 백리사초는 큰 불만이 없었으나, 초웅은 그렇지 않았다.
있는 돈을 모두 털어 시켰는데 소면 두 그릇뿐이라니.
벌써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특히 맞은 편에 앉은 일남일녀 앞에는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요리가 가득하지 않은가.
면사소녀가 말했다.
“덩치가 있으신데 그것 먹고 되겠어요? 저는 다 먹었으니 괜찮으시다면 이 만두라도 드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초웅이 매우 기뻐했다.
백리사초가 만류하려 했으나 이미 초웅이 만두가 가득 담긴 접시를 자기 앞으로 당긴 후였다.
백리사초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화산파 연습제자들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느 문파 소속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제갈세가에서 왔소. 화산파 연습제자라면 최근 혹시 천하제일 연습제자로 명성이 자자한 백리사초 소협을 아시오?”
“네?”
백리사초가 당황했다.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객잔에 들어오자마자 자신과 관련한 질문을 받을 줄을 몰랐던 것이다.
초웅이 소면과 함께 만두를 먹으며 말했다.
“바로 이 친구가 백리사초입니다.”
“아!”
“오!”
객잔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청년의 질문에 백리사초라는 이름이 나오자 근처에 있던 손님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하하하. 이런 곳에서 그 유명한 백리 소협을 만나다니 영광이오. 나는 제갈세가의 제갈송(諸葛宋)이라고 하오. 옆에 있는 이 녀석은 내 동생 제갈수련(諸葛垂蓮)이오.”
“백리사초입니다.”
“저는 초웅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