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59
59화 : [제19장] 절대신위 3
백리사초의 부친, 백리풍은 포로들 속에 있었다.
그를 발견한 백리사초는 놀라움과 함께 기쁜 마음이 들었다.
언뜻 보기에도 초췌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살아있다는 게 어딘가.
솔직히 부친이 살아있을 확률을 상당히 낮게 본 그였다.
하지만 임설의 말도 있고 그 자신 역시 느낌상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백리사초는 격동했지만 이내 안색을 회복했다.
현재 자신은 원만기라는 수적의 얼굴로 있는 상태.
지금 상황에서 부친을 구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리풍이 다시 뇌옥에 갇히는 것을 두고만 보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심 식사 후 다시 작업에 투입된다는 작업반장의 말을 떠올렸다.
‘서두르지 말자. 여유를 가지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백리사초가 마음을 다스리는 그 순간.
포로들 행렬이 갑자기 멈췄다.
“굳이 뇌옥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여기서 식사 후 다시 작업장으로 출발한다. 오후 작업은 새로운 진지에서 보수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아,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 동정수로채 무사 백여 명도 함께 투입될 것이다.”
작업반장의 말에 간수들이 먹을 것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백리사초가 속해 있는 수적 백여 명에게 먼저 전달이 되었고, 나머지는 포로들에게 배급이 되었다.
하지만 그 양이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포로들에게 준 음식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죽 한 그릇이 전부였다.
백리풍을 비롯한 포로들은 아무 말도 없이 허겁지겁 먹기에 바빴다.
백리사초는 당연히 백리풍이 죽을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백리풍은 말없이 죽을 비웠다.
백리사초가 그의 기운을 느껴보니 내공은 거의 없고 아주 미세한 기만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군자산처럼 내공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독약을 복용시킨 것 같군. 하기야 혈도를 제압하면 일을 못 시키니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하군.’
백리사초가 가만히 원만기의 기억 중 일부를 떠올렸다.
‘그래, 포로들이 들어오면 군자산이 들어간 음식을 강제로 먹게 했었군. 워낙 독성이 강해 한번 복용하면 한 달이나 그 효과가 있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화공력으로 독을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내며 포로들을 살펴봤다.
자세히 그 기운들을 살펴보니 포로들 대부분이 원래 무공을 어느 정도라도 익힌 자들이었다.
하기야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서는 무공을 익혔던 몸이 아니면 힘들 것 같았다.
‘일단 포로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겠군.’
백리사초가 주위를 두리번거린 후 간수장으로 보이는 수적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입니다.”
백리사초의 말에 간수장이 껄껄 웃었다.
“이게 누군가. 원만기 아닌가. 조장으로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보다 간수장으로 승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간수장이 뭐 별것 있나? 포로들 데리고 작업장 가는 게 전부일세. 그나마 새로 들어오는 계집들 맛을 보는 재미로 살고 있지. 후후후!”
간수장이 음탕한 눈빛으로 웃었다.
원만기의 기억으로도 간수장은 이전부터 여자를 밝히기로 유명했다.
간수장이 된 것도 붙잡아온 여자들을 먼저 취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수적들이 잡아 온 부녀자들은 일단 뇌옥으로 데려와 간단한 분류를 하게 된다.
이후 그 미모를 따져 수뇌부 수적들에게 상납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 일부를 간수장을 비롯해 몇몇 조장 간수들이 빼돌려 그 몸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에서 붙잡아온 계집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백리사초가 물었다.
원만기의 기억으로는 부녀자들은 노역에 동원하는 대신 수적들의 노리갯감이 된다. 그녀들만 따로 모아두는 장소도 있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그녀들까지 함께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아깝게도 어제 모두 죽였네. 악양 무림 연합과의 전면전을 앞두고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채주께서 직접 지시를 내리셨지. 악양 무림을 접수하면 계집들을 다시 확보할 수는 있지만, 굳이 이왕 잡아 온 년들을 모두 죽일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일세.”
간수장이 입맛을 다셨다.
그를 비롯해 조장 간수들이 숨겨둔 부녀자까지 모두 색출해 처형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간수장 등이 계집을 일부 빼돌리고 있다는 것을 수뇌부 수적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정대제 입장에서 이번 조치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악양 무림 연합 측에서 외부 지원을 요청하면서 부녀자 납치 문제를 계속 거론했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무림공적으로 지정되는 일 순위가 바로 색마들이었다. 수적들이 노략질을 넘어 부녀자의 몸까지 강제로 취하는 게 증명된다면 그 파장은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그러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수채에 남아 있던 부녀자를 모두 죽였던 것이다.
백리사초가 분노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루만 일찍 왔어도 그녀들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아무래도 그분들의 복수는 내가 해주고 가야겠다.’
백리사초가 수적들에 대한 살심이 끓어오르는 것을 애써 자제했다.
“그래, 내게 부탁할 게 있나? 어서 말하게.”
간수장의 말에 백리사초가 얼른 대답했다.
“간수 출신인 제가 직접 작업에 투입되는 것보다 포로들 감시 임무가 더 낫지 않겠습니까? 비록 며칠이지만 편의를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물론이네. 안 그래도 간수들이 부족한 상황이었네. 알아서 하게.”
“감사합니다. 대신 밤에 뇌옥 안에서 포로들을 지키는 임무까지 해드리겠습니다.”
“허허허. 그러면 더욱더 좋지.”
* * *
「혹시 백리세가 백리풍 가주이시오? 나는 청옥자라고 하오. 귀하를 구출하기 위해 왔소. 귀하의 아들 백리사초 그 아이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니 맞으면 고개를 끄덕이시오.」
느닷없는 전음에 작업을 하고 있던 백리풍이 흠칫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험상궂은 사내 한 명이 서 있었다.
바로 원만기로 역용한 백리사초였다.
간수 임무를 수행 중이라 백리풍은 백리사초를 그저 간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 전음을 날린 사람이 바로 백리사초임을 알기 어려웠다.
「지금 귀하가 보는 사람이 바로 나 청옥자요. 이곳에 진입하면서 수적 한 놈을 죽였고 그자의 얼굴로 역용했기 때문에 헷갈릴 것이오. 지금 오른손을 들어 볼 테니 잘 보시오.」
백리사초가 전음을 보낸 후 오른손을 들었다.
그제야 백리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나름대로 빠른 결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자신이 백리풍이라는 사실을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이 유일했다.
상처를 입고 물에 빠졌던 그는 간신히 살아남았고 수적들에 의해 포로로 잡혀 왔다.
당시 방어 무대 무사들이 몰살되었다고 알려진 것은 백리풍이 한참 뒤에야 물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포로가 되어 이곳까지 온 백리풍은 그날부터 뇌옥에 갇혀 강제노역에 투입되었다.
백리사초의 예상대로 첫날에 군자산을 억지로 복용했고 그날 이후 내공은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다만 상처는 그렇게 심하지 않아 그동안 대부분 아물었다.
하지만 매일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먹는 것도 부실해 몸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었다.
그나마 희망은 조만간 전면전이 발발하면 악양 무림 연합 무림인들이 자신을 비롯한 포로들을 구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한데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무엇보다 백리사초의 부탁을 받았다는 말이 놀랍고 기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 것도 백리사초가 청옥자라는 이 사람에게 자신의 얼굴을 상세히 설명해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당연하지만 백리풍은 청옥자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한 상황을 대충 짐작하고 있던 백리사초가 다시 전음을 날렸다.
「지금 보니 그대 몸에 군자산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소. 해독을 시켜줄 테니 전음을 사용해보시오.」
백리사초가 격체전공으로 무형공력을 백리풍에게 넣어주었다.
직접 몸에 손을 대 공력을 넣어주지 않은 것은 사방에 간수들이 득실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수뿐만이 아니었다.
작업에 투입된 백여 명의 수적들도 요주의 대상이었다.
백리풍은 자신의 몸속에 강력한 기운이 들어오자 흠칫했으나 이내 몸속 탁한 기운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반항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일각 정도 흐른 이후 내공 사용을 제한하고 있었던 군자산이 해소되었다.
백리풍이 급히 백리사초에게 전음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정말 제 아들이 부탁한 겁니까?」
「그렇소. 사초 그 아이 역시 지금 악양으로 내려와 있는데 부친을 찾는다기에 혹시 몰라 그 얼굴 모습을 물어봤었소. 이후 내가 타고 있던 배에 수적들이 공격을 가하려 했고 이를 막아내는 과정에 이곳까지 잠입하게 된 것이오.」
백리사초가 백리풍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해줬다.
배를 타고 있다가 이곳까지 들어온 것은 사실이므로 백리풍을 믿게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백리사초 본인의 얼굴 모습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자 백리풍이 매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 역시 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어 곧장 안색을 원래대로 회복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오늘 밤 삼경 무렵 그대를 뇌옥에서 꺼내 배를 타고 이곳을 빠져나가려 하오.」
「우리 두 사람만 말입니까?」
「그렇소. 원래 전면전을 앞두고 놈들의 전력을 살피러 들어온 것이라 다른 분들을 모두 데려갈 여력이 안 될 것 같소.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놈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커지고, 그렇게 되면 그 과정에 희생되는 사람이 생길 가능성이 크오. 나머지 분들은 나중에 악양 무림 연합 무사들과 함께 와서 구해내는 것이 좋을 듯하오.」
「하지만 어찌 저 혼자 이곳을 나갈 수 있겠습니까? 제가 없어진 것을 놈들이 알게 되면 남아 있는 분들께 해코지를 할 겁니다. 무엇보다 진지 보수 작업이 끝나면 부녀자들처럼 놈들이 우리 포로들을 모두 처형할 가능성 역시 매우 큽니다. 재고해주시겠습니까?」
「혼자서는 탈출하지 않겠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으음, 좋소. 상황이 그렇다면 이곳에 붙잡혀 있는 분들을 모두 데려가도록 하겠소. 오늘 밤 삼경에 내가 뇌옥에 있는 간수들을 모두 제거하고 포로들을 데려가겠소. 그때까지 백리 가주는 다른 포로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시오. 그래야 동요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배를 미리 구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포구에 배는 많으니 임기응변할 생각이오. 은폐 진법으로 포로들의 모습을 감춘 후 배에 오를 것이오. 대부분 빈 배라 놈들의 눈에만 띄지 않으면 승선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오.」
「아, 쉽지 않겠군요. 혹시 다른 포로들도 저처럼 군자산을 해독시켜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오. 뇌옥에서 탈출하기 직전 모든 분을 해독시켜드릴 생각이오. 포로들이 모두 한 감방 안에 있소?」
「네.」
「그것참 잘되었군. 조금 전 내가 한 말대로 사람들에게 오늘 밤 이곳을 탈출한다는 이야기를 잘해주기 바라오. 내 지시를 따르지 않고 개별 행동을 하게 되면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다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오.」
「명심하겠습니다. 청옥자님의 명에 무조건 따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