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6
6화 : [제2장] 음양색마 3
“이곳이냐? 저게 음양색마의 흔적이냐?”
“네. 대사형.”
악소소가 말을 하면서 석실 안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녀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연히 석실 안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백리사초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는 우천위를 데리고 석실 안으로 들어오기 전 고민을 했었다.
백리사초가 자신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고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천위가 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음양색마가 죽었고 자신은 무사하다는 그녀의 말에 우천위는 확인하려고 했다. 그런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우천위가 수색하고 있는 화산파 무사들을 위해 위치를 알리는 폭죽을 터뜨렸다. 곧 그녀의 부친이 올 게 뻔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정식으로 백리사초를 소개해 그의 공을 인정받게 하려는 의도였다.
설사 백리사초의 말대로 그가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해도 음양색마의 주화입마가 그 과정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그 공이 적은 게 아니었다.
한데 백리사초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나마 다행인지 불행인지 백리사초에 대해 아직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누굴 찾는 것이냐? 어서 소상히 말해 보아라. 이건 화골산에 당한 게 분명한데 죽은 자가 음양색마가 확실한 것이냐?”
악소소를 찾긴 했으나 직접 음양색마를 제거하지 못해 실망했던 때문인지 우천위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때였다.
스스슷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들어왔다.
바로 화산파 장문인 화산불패(華山不敗) 악대범(岳大凡)이었다.
그의 별호에 불패라는 글자가 들어간 것은 자하신공(紫霞神功)을 대성한 후 실제 싸움에서 패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소야!”
“아버지!”
부친을 본 악소소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래, 아비다. 아무 걱정하지 말거라.”
악대범이 악소소를 안아주었다.
그전에 그는 딸의 상태를 빠르게 눈으로 확인했다. 다행히 아무 탈이 없음을 알고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사부님. 오셨습니까?”
“그래, 들어오면서 들었다. 소소가 많이 놀랐을 것이니 너무 강압적으로 질문을 하지 말거라.”
“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하지만 음양색마를 누가 제거했는지 아직 말을 해주지 않아서.”
우천위의 말에 악소소가 입을 열었다.
“제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저런 상태였어요. 놈이 음양색마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저 음양검 때문이고요. 그래서 놈이 나쁜 짓을 하려고 하다가 누군가에게 당해 저렇게 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동굴 입구가 막혀 있었던 사실은 몰랐어요.”
“그래, 알겠다. 마음을 편히 해라.”
“네. 아버지.”
“으음, 천위야. 너는 어떻게 이 동굴을 발견한 것이냐? 동굴 입구가 막혀 있었는데 어떻게 뚫은 것이냐? 벽력탄을 사용한 것이냐?”
“네. 사부님. 동굴 입구가 막혀 있기에 의심을 했습니다. 이곳 매화곡은 저도 자주 오는 곳인데 동굴 입구가 막힌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벽력탄은 비상시 사용하기 위해 들고 있던 것으로, 사천당문에서 본파에 준 세 개의 벽력탄 중 하나입니다. 사부님께서 저에게 주신 게 아닙니까?”
“그래, 잘했다. 이럴 때 사용하라고 준 것이지. 다만 갑작스러운 폭발로 동굴이 붕괴하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벌써 진동이 느껴지니 바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
“그럼 사매를 납치해간 놈이 음양색마라는 증거는 어떻게?”
“음양검만으로 충분하다. 그 외에도 석실 곳곳에 놈이 음양신장을 날린 흔적이 남아 있구나.”
“그렇다면 놈이 사매 말대로 누군가와 싸우다가 죽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화골산에 당해 그 흔적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석실 안의 기운으로 봐서 누군가와 내공 대결을 벌인 것이 틀림없다. 다시 말해 화골산에 당하기 전에 이미 죽임을 당한 것이지. 저기 핏자국이 보이느냐?”
“네. 칠공에서 피를 흘린 것 같군요. 그러고 보니 저기 말고도 핏자국이 많군요.”
“그렇다. 자세히 보면 피의 색깔이 다르다. 저 피는 아마도 음양색마와 싸우다가 다친 사람의 피일 것이다.”
악대범의 말에 악소소가 눈을 빛냈다.
‘저 피는 백리 오라버니의 피가 분명해. 한데 정말 어디로 간 것일까?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걱정했으니, 어쩌면 비밀통로 같은 곳을 통해 이미 이곳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구나.’
악소소가 그제야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핏자국 때문에 백리사초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이 잠잠해지면 그를 직접 만나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백리사초와의 만남을 고대하던 바로 그때.
그녀가 신음과 함께 쓰러졌다.
“으윽!”
혈도를 찍힌 것으로, 점혈을 한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악대범이었다.
“사부님!”
우천위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혈을 찍었을 뿐이다. 소소는 내가 데려가서 망각대법(忘却大法)을 펼칠 생각이다.”
“망각대법이라면 소소의 기억을 지울 생각입니까?”
“그렇다. 오늘 일만 지울 생각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도 알다시피 소소는 맹주님 자제인 만능공자(萬能公子)와 정혼을 한 사이다. 비록 아무 일이 없었지만, 이 일이 세간에 알려지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소소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 너도 오늘부터 이 일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이번에 소소가 사라진 것은 납치가 아니라 산에 왔다가 길을 잃은 것으로 하지. 그렇게 본파 제자들에게 전하도록 해라.”
“네. 사부님.”
“그래, 이제 가자. 진동이 더 심해지는 것을 보니 금방 무너질 것 같구나.”
악대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서 나가자!”
악대범이 악소소를 안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우천위 또한 급히 뒤따라 나갔다.
백리사초가 석실 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밀실로 몸을 숨겼던 그가 악소소와 악대범, 우천위 세 사람이 떠나자 비로소 몸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바로 악소소가 오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때문이었다.
‘망각대법이란 게 있었다니. 이제 다시 오라버니라는 말을 듣지 못하게 되었구나. 언제 다시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군.’
백리사초가 쓴웃음을 지으며 밀실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동굴이 굉음과 함께 붕괴하고 있었으나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동굴 입구 쪽으로 나가게 되면 화산파 고수들의 눈에 뜨일 가능성이 크기도 했지만, 밀실 안에 비밀통로를 열 수 있는 기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콰르르릉.
동굴 전체가 무너지는 소리가 밀실 너머에서 들렸다.
하지만 밀실 안은 안전했다.
비밀통로는 밀실 뒤쪽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래 동굴이 무너져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지금 몸 상태로 잠룡각에 복귀하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늦게 복귀하면 쫓겨날 수도 있기에 서둘러 비밀통로 기관을 발동했다.
그그긍.
밀실 벽 한 부분을 북두칠성 모양으로 일곱 번 두드리자, 밀실 벽이 갈라지며 통로 하나가 나타났다.
백리사초가 통로 안으로 몸을 넣었다.
한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비밀통로에 들어서자마자 밀실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악대범 말대로 동굴 입구에 인위적으로 벽력탄을 사용한 것이 전체 기관 작동에 변형을 가져온 것 같았다.
‘동굴 전체 붕괴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밀실도 안전하지 않다. 서둘러야 한다.’
백리사초가 뛰는 속도를 높였다.
* * *
“뭐라고? 사흘이나 지났다고?”
“그래. 사초 너 이미 제명됐어. 무단이탈 이틀 이상이면 자동 제명되는 게 우리 연습제자 규율이잖아?”
초웅의 말에 백리사초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매화곡 동굴에서 이곳 잠룡각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까지는 좋았다.
몰래 방으로 들어와 여벌로 가지고 있던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도 무난했다.
그의 상처 중 외상은 매화심공 덕분에 거의 아물었기 때문에 겉으로 표시도 나지 않았다.
다만 심장 부근이 아직 통증이 심하고 내상으로 인해 장기들이 아직 덜 회복된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 역시 한 달 정도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초웅이 다음 날 아침 돌아오기까지 그는 매화곡 동굴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악소소가 납치되기 전후의 기억을 잃게 된다는 게 처음에는 너무나 아쉬웠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좋은 점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전처럼 연습제자 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지금 중요한 것은 매화검보 상의 무공들을 착실히 연마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음양색마를 처치한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
특히 반지가 화골산 기운을 없애고 음양색마의 왼쪽 눈까지 공격해준 것은 지금 생각해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데 초웅이 돌아와 자신이 무단이탈한 시간이 사흘이라고 하니 앞이 캄캄해진 것이었다.
“하루라면 어떻게 다른 벌칙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사흘이 지나면 빼도 박도 못 해.”
“하지만 아직 공식 발표가 난 것은 아니잖아?”
“그건 어젯밤 아가씨 실종 사건으로 화산 전체가 야단법석이었으니 그랬지. 정말 지난 사흘간 어디 있었던 거야? 난 네가 정말 연습제자 생활 때려치우고 고향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어.”
“사정이 있었어. 한데 아가씨께서 실종되셨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밤샘 근무를 서고 온 것 아니었나?”
“경계 근무 시간이기도 했지. 하지만 다른 제자들은 모두 아가씨를 찾느라 밤을 새웠어. 정식제자, 연습제자 할 것 없이 모두 다 말이야.”
“아가씨는 찾았어?”
“응, 대사형 말로는 그냥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더라. 우리는 혹시 색마에게 납치라도 되었는지 걱정했었는데 잘 해결되었으니 다행이지.”
“잘되었군. 오늘 수련은 언제지?”
“어제 수색 작전 때문에 낮으로 연기되었어. 넌 어떻게 할 거야? 자수할 거야?”
“내가 무슨 죄인이냐? 아직 정식제자도 아니니 솔직히 책임을 인정하고 제명만큼은 면하게 해달라고 빌어야지.”
“그럼 지금 가보는 게 좋을 거야. 연습제자들 제명 권한은 총관님께 있으니 어서 총관실로 가봐. 아니지 한 방을 사용하고 있으니 나도 함께 가야겠군.”
“그래. 미안하다. 내가 없는 동안 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냐?”
“정말 어디 갔다 온 거야? 산 밑에 있는 화음현에 놀러 갔다가 온 것 아니야?”
“그건 아냐. 사실 산속에서 혼자 수련하다가 갑자기 주화입마 비슷하게 되어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거야. 난 사흘이나 지났는지 정말 몰랐어.”
“운기토납법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네가 잘도 수련했겠다. 주화입마는 아무나 당하는 줄 아냐? 좋다. 그렇다고 치고 그럼 모레 연습제자 특별 평가대회가 열리는 것도 모르고 있겠군.”
“모르지. 평가 시험은 지난번에 보지 않았나? 내가 꼴찌였고 웅이 너는 내 다음이었지 아마도.”
“그 이야기는 왜 해? 아무튼 석 달 후 무림맹 총단이 있는 낙양에서 천하 각지의 연습제자들이 참여하는 영웅대회가 열린다고 발표가 났어. 그래서 이번 평가대회 때 우리 화산파 대표 연습제자를 뽑는다고 하더군.”
“아! 그래? 연습제자들만 참가하는 거야?”
“그런 것 같아. 하기야 연습제자 수가 워낙 많으니 그런 대회를 열만도 하지. 뭐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말이야.”
“무슨 소리야?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지. 어서 총관실로 가자. 총관님께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겠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