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71
71화 : [제23장] 무림대의 3
처형 시간인 정오가 다 되어가자 사람들이 저잣거리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형될 포로들의 수만 무려 만여 명이었다.
그들과 관계있는 사람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처형장을 찾아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것도 있고, 호기심에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미 저잣거리 광장 곳곳에 배치되어 있던 마교 무사들은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원래 공개 처형이라는 것이 경고의 의미가 가장 크기 때문에 군중들을 막지 않는 게 관례였다.
그리고 백리사초의 예상대로 혹시 모를 구출 작전을 유인하는 측면도 있었다.
사전에 검문을 엄격히 하면 구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인파 속에 섞여 처형장으로 향하고 있는 백리사초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경계가 삼엄해 구출 작전은 어려울 것 같구나. 하지만 성공 가능성 유무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가족이나 사형제 등을 구출하기 위해 시도해볼 사람들은 있을 것 같다.’
백리사초가 안색을 조금 굳혔다.
사실 그 역시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었다.
수적 삼천여 명을 소탕한 경험은 있지만 삼만여 마교 병력까지 제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병력에서 일단 열 배 차이가 나고, 그 무공 수준 또한 그만한 차이가 났다.
무엇보다 포로만 만여 명이라 이들을 구출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이는 이미 장사성 안에서 백리사초가 도움을 받을 세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마교의 수색을 피하고자 은신해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무림맹 장사 지부가 초토화된 것이 컸다.
소문에 의하면 지부장을 비롯해 지부 무사들이 전멸을 당했다고 했다.
그만큼 마교 선발대 무사들의 무공이 무서웠다.
인파에 떠밀려 어느새 처형장까지 도착한 백리사초는 그제야 공개 처형 장소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단상 하나와 수만 명도 수용 가능한 광장이 전부였다.
마교에서 나온 경계 무사는 천여 명 정도.
아직 포로들과 그들을 처형할 병력은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단상 위에는 마교 지휘부 고수들이 앉기로 예정된 듯 경계 무사들이 한창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났을까.
처형 예정 시각인 정오가 되었을 무렵.
마교의 장사 분타 쪽에서 수만 명의 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삼만여 마교 무사들이었다.
놀랍게도 그들 모두가 출동한 것이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들 중 만 명 정도가 각기 포로 한 명씩을 데리고 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 명의 포로를 만 명의 무사가 제압을 한 채 처형장으로 오고 있는 셈이었다.
모두 합하면 사만 명 정도였다.
워낙 많은 인원이라 그 수가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던 군중들의 수에 육박했다.
정확하게 따진다면 육 만에 가까운 군중들이 더 많았으나, 그들 대부분은 무공을 모르는 양민들이었다.
“처형 준비를 해라!”
처형식의 총지휘를 맡게 된 것으로 보이는 흑의노인 한 명이 소리쳤다.
그는 선발대를 이끌고 있는 마교 장로 구진해(丘進海)란 자였다.
구진해는 마교 내에서 십대고수 안에 들 정도로 무공이 뛰어났으며, 현재 공석인 된 우사 자리를 메꿀 수 있는 강력한 후보였다.
그가 직접 육성한 마교 정예 천여 명은 특수 훈련을 통해 육성된 고수들이었다.
구진해가 지휘하고 있는 병력 전체가 선발대로 지명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참고로 마교 장로들은 각기 천여 명 정도의 직속 수하를 거느릴 수 있었다.
이들 천여 명은 구진해의 경우처럼 선발대로 활약할 수도 있고 별동대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마교가 정말 이번 기회에 무림 정벌을 시도할지는 아직 미지수였으나, 일단 선발대 구성을 보면 그 의지가 드러나 있었다.
하기야 조직 편성은 전쟁을 치르면서 이루어나가도 절대 늦지 않았다.
마교주의 신공 완성이 사실이라면 다른 문제는 부차적일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파 무림인들의 대응으로, 그런 의미에서 이곳 장사 무림의 저항이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이대로 포로들이 모두 처형당하고 저항 세력도 소탕된다면 마교 지휘부로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더 이상의 것을 추구할 가능성이 컸다.
척척척.
마교 무사 만여 명이 각자 잡아 온 포로들을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리고 검을 높이 들었다.
나머지 이만여 명의 마교 무사들 역시 병장기를 빼 들고 비상 상황에 대처했다.
하지만 아직 처형은 시작되지 않았다. 단상 위로 천천히 마교 지휘부 고수들이 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수는 모두 삼백여 명으로, 정예 고수들이라 그런지 그들만으로 일개 성 정도는 충분히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수들이군. 역시 마교 정예라서 그런지 하나같이 일당백이다. 무림인들이 마교라는 말만 나와도 두려워하는 것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구나.’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장사성에 은신해 있는 저항 세력이 포로 구출을 시도하리라 봤는데, 지금 보니 그럴만한 움직임이 없어 보였다.
‘하기야 지금 나타나 구출을 시도해봤자 개죽음을 당할 것이다. 마교 삼만 병력이 모두 출동한 것도 큰 것 같군.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저항 세력 상당수가 군중 속에 섞여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일단 포로들을 구출하기만 하면 그들을 데려갈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겠구나.’
백리사초가 좀 더 나와 군중들의 맨 앞에 섰다.
처형을 막으려면 앞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
처형 집행패를 들고 있는 구진해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단상 위 상석에 앉은 구진해는 무릎을 꿇고 있는 포로들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어리석은 놈들! 그러게 일찌감치 투항했으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지 않았냐?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 십만대산에 계신 교주님께서 네놈들을 모조리 처형하라는 명을 내리셨으니까. 여봐라! 일단 대표 처형부터 시작하라! 비룡문주 그놈은 어디 있느냐?”
구진해의 말에 무사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끌고 단상 쪽으로 나왔다.
워낙 많은 포로 속에 있어서 처음에는 몰랐으나 앞으로 나오자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났다.
“비룡문주다!”
“비룡문주까지 포로로 잡혔었다니!”
군중들이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까지만 해도 비룡문주는 장사 무림 저항 세력의 대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까지 체포당한 것으로 봐서 저항 세력 역시 와해하였을 가능성이 컸다.
“하하하! 원래는 오늘 포로들을 구출해갈 놈들이 있을 것 같아 그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한데 이놈들이 대담하게도 간밤에 본교 분타에 잠입해 구출 시도를 했었지. 하지만 그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어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비룡문주 저놈을 아직 살려둔 것은 오늘 제일 먼저 공개 처형함으로써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이다. 혹시라도 지금 군중 속에 숨은 저항 세력이 있다면 그 말로가 비룡문주 저놈과 같게 되리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비룡문주! 죽기 전에 남길 말이 있느냐?”
“나는 지금 죽지만 네놈들 역시 조만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후후후! 그럴 능력이 있는 자가 이 강호에 있느냐?”
“왜 없느냐? 청옥자께서 오시는 날이 네놈들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으음······.”
구진해가 안색을 조금 굳혔다.
안 그래도 악양에 있던 첩자를 통해 청옥자가 이곳 장사에 올 거라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청옥자가 혼자서 수적 삼천여 명을 몰살시킨 게 사실이라면 자신은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삼만 병력이 있었다.
그 어떤 고수라도 삼만이나 되는 무사들을 모두 죽일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후후후! 청옥자 그놈이 이곳에 오게 되면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격이 될 것이다. 내 휘하 천여 명의 무사들은 모두 일당백으로 한 명 한 명이 중소문파 수장과 대등하다. 그리고 이번에 각 분타에서 총소집되어 이곳으로 와준 분타 무사들 역시 그 무공이 강하다. 이들은 모두 삼만여 명에 달하며, 실제 네놈들 앞에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이곳 장사는 영원히 본교가 지배할 것이며, 교주께서 결단을 내리면 무림 전체로 그 세력을 뻗어 나갈 것이다. 더는 네놈의 헛소리를 들어줄 가치가 없는 것 같구나. 여봐라. 어서 놈의 목을 베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장로님.”
비룡문주를 끌고 왔던 무사 한 명이 검을 높이 든 후 강하게 내리쳤다.
쐐애액.
비룡문주의 목이 잘리기 직전.
어디선가 비수 하나가 날아와 무사의 가슴을 노렸다.
놀란 무사가 신형을 뒤로 빼 비수를 피했다.
그 바람에 비룡문주의 목을 베지 못했다.
비수가 날아온 속도가 상당히 빨랐음에도 그것을 피한 마교 무사의 무공 또한 심상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룡문주의 처형을 맡고 있는 자는 마교의 대주급 무사였다.
대주급 무사는 조장보다 격이 한 단계 높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나중에 당주나 호법, 장로가 되었다.
군중 속에서 두 사람이 솟구쳐 각기 단상과 비룡문주를 향해 날아간 것은 대주급 무사가 뒤로 몸을 피한 직후였다.
두 사람 중 초로의 사내는 대담하게도 구진해를 제압하려 했고, 어린 소녀는 비룡문주를 구출하려 했다.
그들 두 사람을 본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그도 아는 인물들이었다.
얼마 전 배 위에서 만났던 비룡검객과 묘약란이었던 것.
조금 전 백리사초가 막 손을 써서 비룡문주를 구하려 하기 직전, 비룡검객이 먼저 비수를 날렸었다.
그래서 백리사초가 무리하지 않고 상황을 봤는데 이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한 사람은 마교 장로를 제압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비룡문주를 구출할 계획이었구나. 집행 무사가 비수를 피하리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것 같다. 게다가 마교 장로의 무공은 비룡검객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백리사초가 아쉬워했다.
그의 예상이 맞은 것일까.
비룡검객이 공격을 가하다가 오히려 구진해에게 혈도를 제압당해 쓰러졌다.
묘약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수 때문에 물러났던 대주급 무사가 벼락같이 다가와 그녀의 혈도를 제압해버린 것이었다.
“으윽!”
“으윽!”
비룡검객과 묘약란이 신음과 함께 쓰러졌다.
마교 무사 두 명이 검을 뽑아 들고 그들 두 사람 앞에 섰다.
자연스럽게 비룡검객과 묘약란 역시 처형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 두 사람의 공격이 전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비룡검객이 구진해를 공격하는 데서 백리사초가 영감을 얻었다.
‘그래, 총 지휘자를 제압하면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생각을 미처 못했군.’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구진해는 비룡검객과 묘약란을 제압한 후 득의한 표정이었다.
“하하하! 구출 작전이란 게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이었나? 나를 노린 네놈부터 내가 직접 죽여주지.”
구진해가 비룡검객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가벼운 공격으로 보였지만 그 주먹이 향한 곳은 바로 비룡검객의 머리였다.
막대한 내공이 실린 주먹에 가격당하면 머리가 터져 즉사할 것은 분명해 보였다.
비룡검객이 눈을 부릅떴다.
나름대로 평생 무공을 연마해 자신의 무공에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였다.
그래서 구진해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일초지적도 못되고 바로 제압을 당한 것이었다.
‘이대로 끝이구나. 나 때문에 약란이까지 죽는구나.’
비룡검객이 자신의 제자인 묘약란을 쳐다봤다.
그 순간 구진해의 주먹이 그의 머리에 닿았다.
아니 닿으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가 비룡검객과 구진해 사이에 들어왔다.
그는 구진해의 주먹을 금나수로 낚아챈 후 바로 맥문까지 제압해 버렸다.
“으윽!”
고통에 얼굴을 찌푸린 구진해가 자신을 제압한 사람을 쳐다봤다.
흑의를 입은 노인이었다.
“으으······ 네놈은 누구냐?”
“청옥자라고 한다. 어서 수하들에게 명해 포로들의 혈도를 풀어주라고 해라. 안 그러면 네놈부터 죽게 될 것이다.”
청옥자, 즉 백리사초가 무심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