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74
74화 : [제24장] 옥녀절대음 3
“배가 조금 전에 떠났다는 겁니까?”
“그렇소. 악양으로 지원을 나갈 무사들이 몰려들어 서둘러 떠났소이다.”
“배가 충분하다고 들었는데, 천명 정도 아니었습니까?”
“막판에 무사들이 몰려들어 이천 명 정도까지 불어났소. 그 바람에 배 스무 척이 모두 출발했소이다. 정 악양에 가고 싶으면 조금 있다가 정기 운행선이 도착할 것이니 그 배를 타고 가시오. 다만 뱃삯을 치러야 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리사초가 포구에 있던 중년인 한 명에게 고개를 숙였다.
시간에 맞춰 왔다고 생각했는데 악양으로 가는 지원선이 이미 출발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만큼 장사성 상황이 좋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할 수 없지. 은자는 충분하니까 큰 문제는 아니다.’
백리사초가 쓴웃음을 지으며 포구 인근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포구가 바라보이는 정자였는데,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백여 명 정도 앉아 있었다.
백리사초는 정자 구석에 자리한 후 주위를 둘러보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발견한 사람은 바로 여기로 오는 도중 관도에서 말에 치일 뻔했던 여자아이를 구한 바로 그 면사녀였다.
그녀는 정자에서 묵묵히 장강의 물결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배 위에 탄 사람처럼 풍광을 감상하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백리사초가 반가운 마음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또 뵙게 되는군요. 지원선을 놓치신 건가요?”
“네. 소저.”
백리사초가 대답하자 그제야 면사녀가 고개를 돌렸다.
“아까 공자께서 정자로 걸어오시는 것을 봤어요. 저에게 말을 걸 줄 알았어요. 혹시 제게 관심이 있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다만 저는 아까 소저께서 말씀하신 무학의 도리에 대해 좀 더 듣고 싶어서······.”
“호호호. 농담이에요. 으음, 무학의 도리라. 아까 제가 말한 비수의 속도 말씀인가요?”
“네. 너무 세게 던졌다고 지적을 해주셨지요. 급할수록 느리게 던져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 말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도 배우는 중이라 좀 더 깊은 내용은 저보다 도력이 높은 분께 배우시는 게 좋을 거예요”
“혹시 수도자분입니까?”
“저 말인가요?”
“네.”
“호호. 아무래도 천외천(天外天)의 고수들인 수도자들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저를 그렇게 높이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하지만 도(道)를 도라 부르면 이미 도가 아니라고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누구나 도를 닦는 수도자인 셈이지요. 굳이 그런 구별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죄송합니다. 호기심이 일어서 여쭤봤을 뿐입니다.”
백리사초가 얼굴을 조금 붉혔다.
하기야 수도자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다만 시중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수도자들에 관한 이야기만 몇 번 들었을 뿐이었다.
무명노승으로부터 수도자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이렇게 물어보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참고로 백리사초가 언급한 수도자는 면사녀의 말대로 일반적인 수도자 개념과 달랐다.
특히 무림에서는 수도자를 특별한 의미로 부르는데, 이는 언젠가부터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비와 바람과 구름을 부리며 하늘을 쉽게 날아다니며 속세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지낸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가끔 속세라 할 수 있는 강호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무림의 일에는 일절 간섭을 하지 않는 것 또한 그들의 특징이었다.
예를 들어 정마대전이 발발한다고 해서 그들이 한쪽 편을 든다거나 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수도자들은 양민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지는 않았다.
양민들이 병에 걸리면 그 병을 고쳐주고 위기에 처하면 살 방도를 알려주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마적이나 도적 떼들을 소탕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도자들의 전설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수천 명이 넘는 마적들도 수도자의 손짓 한 번에 그대로 가루가 되어 소멸하였다고 했다.
혹자는 수도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 따로 있으며 그곳을 신선계(神仙界)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신선계에 가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그것 역시 전설에 불과했다.
다만 무림에도 신선계와 비슷한 곳이 있긴 했는데, 그곳은 바로 은거기인들이 모여 사는 은자림이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신선계란 곳이 따로 없으며 은자림 고수 중 일부를 수도자로 따로 구별해 부른 게 와전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도자들이 가끔 보여주는 능력은 은자림 고수들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은자림과 신선계를 구별하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였다.
무엇보다 수도자들의 능력이 워낙 신비로워 무림인이라면 그들을 만나 하나의 무공이라도 전수받기를 학수고대했다.
하지만 그 역시 수도자에게 무공을 배웠다는 사람이 없어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호기심이라. 좋아요. 공자님께 수도자의 자질이 느껴지니 사실대로 말씀드리지요. 제가 수도자인 것은 사실이에요. 사부님의 명으로 한 가지 사실을 조사하러 강호에 나왔지요.”
“아! 수도자라는 게 실재하는 것이었군요.”
백리사초가 탄성을 터뜨렸다.
면사녀가 담담히 말했다.
“네. 하지만 제가 수도자인 것은 비밀이니 다른 사람들에게 소문내서는 안 돼요. 그러면 저는 곧바로 복귀해야 해요.”
“혹시 복귀한다는 곳이 바로 신선계란 곳입니까?”
“호호. 신선계도 아시네요. 그래요. 우리 수도자들이 사는 곳이 바로 신선계예요. 신선계라는 명칭은 사실 우리가 붙인 것이 아니고 속세의 사람들이 붙여준 것이지요. 수도자들은 아직 신선이 아닌데 어찌 신선계라 자칭하겠어요? 다만 우화등선이 수도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어, 그런 면에서 언젠가부터 신선계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고 있지요.”
“아, 그랬군요. 아무튼 신선계 수도자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별말씀을. 한데 지금 보니 저 말고도 이전에 수도자분을 만났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수도자로 생각되는 분을 최근에 만난 적이 있긴 합니다. 그분 역시 제게 수도자의 자질이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수도자의 자질을 알아본 분이라면 그분 역시 수도자이실 거예요. 아, 저기 배가 들어오고 있군요. 악양에 가실 거죠?”
“네. 소저께서는?”
“네. 저도 악양으로 가요. 함께 가도록 하지요.”
“저야 영광이지요.”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으며 면사녀와 함께 정자를 나섰다.
‘어렵게 수도자를 만났으니 매화검선과 무명노승께서 말씀하신 악마들의 정체에 대해서도 물어봐야겠구나. 수도자들이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나 악마들은 그러지 않을 것 같으니까,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애당초 매화검선이 언급한 악마들의 존재에 대해 믿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잠깐이지만 무명노승 역시 악마들을 언급하자 그의 생각은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마교보다 그 힘이 수백 배나 강하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들을 대적할 사람은 당금 무림에 전무하다고 봐야 옳았다.
‘악마들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그 대처 방안은 수도자들에게서 찾을 수도 있을 터. 내 비록 우화등선으로 신선이 되고자 하는 생각은 없지만, 그 능력만큼은 탐이 나는구나. 그리고 어쩌면 그 능력이 내가 최후 목표로 삼고 있는 지성자의 능력과 통해있을지도 모른다.’
* * *
“출발하겠습니다! 닻을 올려라!”
선장의 목소리와 함께 이백여 명의 승객을 태운 정기 운행선이 출발했다.
배의 목적지는 호북성 성도인 무한이었다.
악양은 중간 기착지로 지금 사면초가의 상태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내릴 사람도 상당했다.
이는 무림 전쟁이 발발해도 일반 양민들의 생활은 계속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장강수로채 수적들의 배가 동정호를 차지하고 악양을 포위하고 있어 이번 운항의 위험 수위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여차하면 수적들을 피해 악양 인근 포구에 사람들을 내려줄 가능성도 있었다.
선장은 사람들이 승선하기 전에 그 점을 미리 알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배를 타고 가는 게 훨씬 빠르므로 승선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전투가 있으므로 수적들이 양민들이 탄 배를 노리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더 컸다.
그리고 그 기대는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했다.
장강수로채 전투선들이 출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아직 일반 양민들이 타고 있는 배를 공격하지는 않고 있었던 것이다.
장강수로채 수적들의 목표는 악양 무림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미 마교 함대까지 합류한 터라 수상에서 노략질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악양 무림을 장악한 이후엔 사정이 달라질 게 거의 확실했다.
그 때문에 악양성 백성들의 피난이 늘어나고 있었다.
실제 전면전이 벌어지면 무림인과 양민의 구별이 어렵기 때문으로, 악양 백성들의 바람은 모든 전투가 물 위에서 끝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악양 무림 연합 세력인 영웅회에도 전투선으로 사용할 배가 부족하지 않았다.
수적들과 마교의 연합 함대 역시 수상 전투를 노리는지 아직 포구로 접근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변수는 녹림칠십이채 병력이었다.
이미 선발대와의 전투는 시작되었고 영웅회 무사들이 밀리고 있는 데다가, 오늘내일 중으로 녹림칠십이채 본대 병력이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때가 되면 영웅회는 그야말로 수륙양면으로 적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에 최악의 순간이 될 가능성이 컸다.
백리사초 역시 그 점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배가 점점 북상해 악양을 향해 다가갈수록 그의 마음도 착잡해졌다.
무엇보다 지금 악양에는 그의 부모와 여동생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갑판 위에 나란히 서 있던 면사녀가 물었다.
배가 출발한 이후 각자 생각에 잠기느라 한동안 대화가 없었던 두 사람이었다.
“별거 아닙니다. 악양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되어서······.”
“별거 아닌 게 아니군요. 저도 소식을 들었어요. 어느 객잔을 가도 다들 그 이야기뿐이더군요. 이번에 또 얼마나 많은 목숨이 사라질지 안타깝군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지 않으면 놈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데 그대로 당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하긴 그래요. 사실 저도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본계의 관례상 무림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큰 도움을 드리기 힘들 것 같군요. 공자께서는 아마도 영웅회 소속이시지요?”
“아,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마음이 온통 악양에 가 있고 지원선을 타려고 하셨으니 그렇게 느껴졌어요.”
“네.”
백리사초가 대답을 하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나의 진짜 신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백리사초가 내친김에 궁금한 것을 물었다.
“혹시 악마들에 대해서 아십니까? 제가 최근에 만났다고 말씀드렸던 그 수도자분께서 악마들이 세상을 뒤엎을 거라고 말씀하시던데, 혹시 아시는지 궁금합니다.”
“아!”
면사녀가 나직이 탄성을 터뜨렸다.
그녀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말했다.
“으음, 다소 복잡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공자님을 만나게 된 것도 하늘의 뜻인 것 같으니 제가 아는 대로 말씀드리지요.”
“네. 경청하겠습니다.”
“일단 그전에 확인할 게 있어요.”
“네. 말씀하십시오.”
“혹시 공자께서 바로 천하제일 연습제자로 알려진 백리사초 소협이 아닌가요? 역용술로 얼굴을 바꾸신 것 같은데 제가 잘못 본 건가요?”
“아, 역시 수도자님을 속일 수 없군요. 제가 바로 백리사초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야 공자의 무공 실력 때문이지요. 영웅회에 공자 정도의 무공을 지닌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지요. 그중 한 명이 바로 백리사초 부회주이지요.”
“무림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으신 것 같은데 제법 많은 것을 알고 계시군요.”
“신선계 안에서도 무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확인할게요.”
“네. 말씀하십시오.”
“백리 공자께서 바로 청옥자가 아니신가요?”
“하하하. 제가 졌습니다. 이제 보니 처음부터 다 알고 계셨던 것 같군요.”
“그건 아니에요. 다만 공자께서 펼친 옥녀절대음 덕분이지요.”
“옥녀절대음을 아십니까?”
“네. 옥녀절대음은 원래 신선계 무공이었어요. 하지만 칠백 년 전 수도자 한 분이 화산옥녀에게 전수를 해줬고 그 무공이 옥녀심경에 수록되었지요. 옥녀심경을 지니고 계시는가요?”
“네. 어쩌다 보니······.”
백리사초가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 면사녀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결론 내린 것 같았다.
“호호. 죄송해요. 사실 제가 장사에 갔던 것은 옥녀절대음 때문이었어요. 물론 그 전에 사부님의 명으로 조사할 게 있어 강호에 나왔지만, 옥녀절대음을 듣고 옥녀심경이 세상에 나온 것을 알았지요. 한데 옥녀절대음의 위력은 그에 맞는 법보가 있어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어요. 안 그러면 내력 소모가 너무 심하지요. 마침 그 법보를 제가 가지고 있는데 이것도 인연이니 선물로 드리지요.”
면사녀가 품속에서 옥으로 된 피리 하나를 꺼냈다.
“받으세요. 신선옥피리라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