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77
77화 : [제25장] 자업자득 2
원래 타고 있었던 배로 복귀한 백리사초와 면사녀가 승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환호를 넘어 다들 두 사람에게 경외심을 드러냈다.
선장이 물었다.
“두 분의 존성대명을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무명객이라고 합니다.”
“백화선자(百花仙子)라고 해요.”
면사녀의 소개에 승객들은 물론이고 백리사초 또한 눈을 빛냈다.
그도 그럴 것이 면사녀의 별호를 그 역시 처음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별호가 진짜인지 임시로 지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백화선자셨군요. 매우 아름다운 호칭입니다.”
“감사해요. 무명객님.”
보는 눈이 많아서인지 면사녀, 즉 백화선자 역시 무명객이란 임시 별호를 불러줬다.
백리사초가 내친김에 전음을 보냈다.
「신선계 안에서도 백화선자로 불리십니까?」
「네. 하지만 사부님 외에 저의 별호를 아는 수도자분은 거의 없어요. 한데 계속 무명객이라는 별호를 사용하실 생각인가요?」
「네. 적에게 위협적인 무림고수 별호를 여러 개 만들어두는 것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요. 물론 악양에 도착하면 백리사초라는 본명을 사용해야겠지요.」
「호호. 좋은 생각이에요. 하기야 백리 공자의 또 다른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청옥자가 지금 장사성에 있다고 알려져 적들이 쉽게 접근을 못 하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하나 정도 더 강력한 분신을 만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놈들의 의표를 찌를 수도 있고, 아무튼 이제 무명객이라는 별호가 이곳에 있는 분들의 입을 통해서 유명세를 치를 것 같네요.」「그러기를 바라야지요.」
백리사초가 전음을 보낸 후 미소를 지었다.
다만 그 역시 아직 백화선자의 얼굴을 보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선실로 들어가 운공요상을 하도록 해요.”
“네.”
백리사초와 백화선자가 선실로 내려가 각자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선장이 직접 특실 한 곳을 내줬다. 승객들은 두 사람의 운공에 방해하지 않기 위해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자제했다.
덕분에 백리사초와 백화선자는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운공 중에 서로 무학의 도리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물론 백화선자가 익히는 것은 신선술(神仙術)이라 백리사초가 익히는 무공과 결이 달랐다. 하지만 크게 보면 신선술 또한 무학이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무형검의 경지에 들어선 백리사초의 경우 신선술의 도리에 그렇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백리사초와 백화선자 등을 태운 배 역시 이제는 별 장애물 없이 악양 쪽으로 순항했다.
* * *
다음 날 배가 도착한 곳은 악양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포구였다.
원강 포구라는 곳이었다. 이대로 계속 악양 쪽으로 배를 몰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선장의 판단에 따라 악양으로 갈 사람은 이곳에 내리게 한 것이었다.
다만 하선한 사람은 백리사초와 백화선자 두 사람뿐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항로를 우회해 무한으로 가기로 했다.
원래 악양에 갈 사람들도 마교 함대에 당해 죽을 뻔한 위기를 겪자 마음을 달리한 것 같았다.
그렇게 백리사초와 백화선자는 승객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뭍에 내렸다.
배가 안전하게 다시 출발하는 것을 본 후 두 사람은 곧바로 악양 쪽으로 경공을 펼쳤다.
하루 정도 운공을 해서인지 두 사람의 움직임은 활기찼다.
휙휙휙.
옆에 있는 나무와 풀 등이 그야말로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갈 정도로 빠른 경공술이었다.
하지만 서로 속도를 조절해 속도 경쟁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다만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백화선자의 의도일까.
바람이 거세게 한차례 불자 백화선자의 면사가 벗겨져 멀리 날아가 버렸다.
백화선자가 면사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안 그래도 답답했는데 이제 시원하군요. 백리 공자께서는 제 얼굴을 처음 보시죠?”
“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천상선녀(天上仙女)를 보는 것 같습니다.”
백리사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화선자의 미모는 가히 경국지색이라 할 수 있었다.
신선술을 익혀서인지 그 피부는 옥보다 맑았고 검은 머리 또한 윤기가 흘렀다.
무엇보다 속세를 벗어난 초연함이 전신에 은은하게 느껴져 기품이 있었다.
“감사해요. 언젠가 백리 공자의 진짜 얼굴도 보고 싶군요.”
“아, 죄송합니다.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으니 지금 보여드리지요.”
백리사초가 역용을 풀고 잠시 본 얼굴을 보여줬다가 다시 무명객의 얼굴로 돌아갔다.
백화선자가 미소를 지었다.
“백리 공자 역시 미남이시네요. 앞으로 따르는 미인들이 많을 것 같군요. 올해 열다섯이라고 하셨나요?”
“네. 아직 어리지요.”
백리사초가 얼굴을 조금 붉혔다.
그도 그럴 것이 예상은 했지만 백화선자의 나이는 자신보다 두세 살은 많아 보였다.
하지만 수도자라는 신분 때문인지 그마저도 정확한 나이는 아니었다.
그 때문일까.
호기심이 많은 백리사초이지만 백화선자의 나이를 물어보는 것은 포기했다.
‘언젠가 알게 되겠지. 누님으로 부르고 싶지만 아마도 싫어할 것 같구나. 아니지. 어떻게 보면 나보다 어려 보이는 구석도 있단 말이야. 피부도 어린아이처럼 부드럽고.’
백리사초가 백화선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자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참고로 두 사람 모두 여전히 경공술을 펼치고 있었지만 그 속도를 서로 맞춰 대화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호호. 백리 공자께선 제 나이가 궁금하신 것 같군요.”
“아, 아닙니다. 아무래도 누님인 것 같아서 호칭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호호. 제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요? 사실 제 나이는 백리 공자와 같아요. 올해 열다섯 밖에 되지 않았어요.”
“아! 그게 정말입니까?”
백리사초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화선자는 누가봐도 십칠 팔 세의 소녀로 보였다.
백화선자가 말했다.
“저는 태어나자마자 수도를 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보다 성숙한 편이지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애 어른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 신선계에서는 나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도력(道力)이지요.”
“아, 그러셨군요. 아무튼 원래 나이보다 더 많이 봐서 죄송합니다.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아니에요. 워낙 많이 겪었던 일이라. 지금 제 모습이 열 살 무렵과 비슷하다면 믿겠어요?”
“아,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조숙······.”
백리사초가 말을 하다가 잠시 멈췄다.
백화선자 역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숲 쪽을 바라봤다.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숲 쪽으로 방향으로 바꿔 날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과 함께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곳이에요. 어서 가봐요.”
“네.”
* * *
숲속 공터.
그곳에는 지금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피투성이의 두 사람이 백여 명의 무사들에 둘러싸여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내상이 깊은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초로의 사내와 어린 소녀였다.
한데 그들 두 사람은 비룡문 소속의 비룡검객과 묘약란이 아닌가.
장사 무림인들을 이끌고 악양으로 지원 나갔던 그들이었다.
다만 다른 무사들과 함께 마교 함대에 의해 몰살된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두 사람의 목숨은 경각에 달해있었다.
비룡검객이 검을 떨어뜨렸고, 묘약란은 주저앉았다.
두 사람이 상대한 무사들은 바로 녹림칠십이채 중 한 곳인 백호채(白虎寨) 산적들이었다.
녹림칠십이채 출신답게 그 무공들이 매우 높았다.
확실히 일개 산적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무공 실력이었다.
산적들 중 대표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껄껄 웃었다.
“역시 명불허전이구나. 비룡검객 네놈이 내상을 입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위험할 뻔했다. 여봐라. 비룡검객 저놈의 목을 베고, 어린 계집은 혈도를 찍어라. 비록 나이가 어리나 나중에 산채로 데려가서 첩으로 삼아야겠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백호채 산적들이 대답 후 비룡검객과 묘약란을 향해 다가갔다.
그들 옆에는 동료 산적 십여 명의 시체가 있었다.
대부분 비룡검객에 의해 죽임을 당한 자들이었다.
한편 이들 백호채 산적들은 녹림칠십이채 중 선발대 격으로 악양에 파견된 자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가 이곳까지 내려와 마교 함대로부터 살아남은 장사 무림인들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들의 수색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비룡검객과 묘약란이 걸려든 것이었다.
쐐액.
산적 한 명이 비룡검객의 목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그 광경을 본 묘약란이 소리쳤다.
“사부님!”
하지만 그녀는 물론이고 비룡검객 또한 기진하여 꿈쩍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비룡문주가 마교 태상호법 황명에게 죽임을 당하고 함께 배를 탔던 비룡문 무사들도 모두 전사한 터라, 앞으로 비룡문의 재건은 두 사람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을 품을 사이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 비룡검객이었다.
‘이렇게 죽는구나.’
비룡검객이 눈을 질끈 감았을 때.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산적이 휘두른 검이 두 동강 났다.
동시에 두 사람이 숲속 공터에 나타났다.
바로 백리사초와 백화선자였다.
“웬 놈들이냐?”
산적들의 우두머리인 백호채 부채주가 소리쳤다.
백호채에는 채주 밑에 부채주가 세 명 있는데 그는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게다가 그는 무시할 수 없는 절정고수였다.
백리사초가 비룡검객과 묘약란을 보고 눈을 빛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을 알아본 그였다.
지금 그는 두 사람의 몸 상태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이군. 내력이 고갈되었을 뿐 치명상은 피했다.’
백리사초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 후 말했다.
“나는 무명객이라고 한다. 네놈들은 어느 문파 소속이기에 비룡문 무사들을 합공하고 있는 것이냐?”
“비룡문 놈들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한패로구나. 여봐라. 저놈들부터 없애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산적 백여 명이 일제히 백리사초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
조금 전 비룡검객의 목을 치려다가 검이 두 동강 난 산적이 반탄력으로 인해 절명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합공을 가한 것이었다.
하기야 백리사초와 백화선녀 두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도 그들의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다.
부채주 역시 가만히 서 있는 백화선자를 제압하기 위해 다가갔다.
백화선자의 미색에 놀란 그는 벌써 음탕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피피피픽 소리와 함께 백여 명의 백호채 산적들이 그대로 쓰러져 절명했다.
백리사초의 무형지기에 의해 심맥이 끊긴 것이었다.
부채주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백화선자가 우수를 한번 흔들자 그 역시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즉사했다.
백화선자가 무림에 와서 가장 주저 없이 손을 쓰는 상대가 음적이기 때문에 예견된 결과였다.
백리사초와 백화선자가 비룡검객와 묘약란을 치료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