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81
81화 : [제26장] 사면초가 3
“백리 사형. 대사형은 양민 보호에는 전혀 관심 없고 이 길로 아마 무사들을 이끌고 화산으로 복귀할 거예요. 아마 지금쯤 벌써 화산으로 출발했을지도 몰라요.”
“알고 있다. 대사형이 장문인의 신임을 되찾기 위해 곧바로 오백 무사들을 이끌고 화산으로 복귀하리라는 것을.”
“아! 그럼 알면서도 보내준 거예요?”
“그래. 나 역시 우리 화산파의 안위가 걱정이었던 터라 오히려 잘되었다고 할 수 있지.”
백리사초의 말에 악소소가 안색을 풀었다.
사실 그녀 역시 화산파 걱정이 컸던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백리사초와 악소소 두 사람과 함께 방에 있던 초웅 역시 기뻐했다.
“잘되었네. 사실 나 역시 걱정이 컸었어. 부모님과 동생 모두 화산에 있으니까. 그나마 나와 소소 두 사람은 자발적으로 이곳 악양에 남았으니까 다행이네. 아니지. 화산파 연습제자인 사초 네가 영웅회 부회주이니 우리 화산파로서는 이곳 악양 무림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은 하고 있다고 봐야지.”
“그래. 다들 이해할 거야. 다만 오백 명 정도 복귀한다고 해서 대세가 바뀌지는 않을 거야. 나 역시 최대한 빨리 이곳 악양 무림을 평정한 후 화산으로 복귀해야 할 것 같아. 아무튼 두 사람이라도 이곳에 남아줘서 고맙다.”
“우리는 당연히 남아야지.”
“저까지 복귀했으면 본파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졌을 거예요.”
“그래. 문제는 만능공자인데 무림맹 무사 오백을 이끌고 지부 밖으로 나가긴 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통 모르겠군.”
“만능공자는 화산이나 낙양으로 복귀하지 않을 거예요. 양민들에 대한 그의 말도 가식은 아닐 것이고요. 문제는 무림맹 무사들이에요. 그들은 공공연히 백리 사형을 부회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만능공자를 추대하려 하고 있어요.”
“만능공자가 그만한 그릇이 된다면 나는 언제든 부회주 자리를 내줄 수 있어. 밤도 늦었으니 두 사람 모두 돌아가서 쉬도록 해. 조금 있으면 총군사가 올 것이니 그녀와 작전 계획을 좀 더 세워야겠다.”
“네. 한데 총군사 나이가 백리 사형과 동갑이라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 태어나자마자 수도를 해서 외모가 조숙하다고 하더군.”
“그랬군요. 얼굴도 아름답고 능력도 출중하고 무엇보다 전설상의 수도자라고 하니까 너무 부러워요.”
“소소도 그녀 못지않아. 무엇보다 나도 포함되지만 훌륭한 사부님을 모시고 있잖아?”
“호호. 그래요. 우리 청옥자 사부님은 천하무적이시지요. 사부님께서 정말 장사성에 계신가요?”
“나도 확실히 몰라. 하지만 대외적으로 그렇게 알려졌고 그게 우리에게 불리할 게 없지. 안 그래도 전선이 여러 개로 나뉘고 있는 형국인데 장사성 일대까지 전투가 벌어지면 감당하기 힘들어질 거야.”
“하긴 그래요. 그럼 수고하세요. 저희는 가볼게요.”
“사초. 수고해라.”
“그래.”
* * *
백화선자가 백리사초의 집무실로 온 것은 한밤중이었다.
“살펴보고 오셨습니까?”
“네. 예측대로 지금 마교 함대 지휘선에 마교 소종사, 장강대왕, 녹림왕 세 사람이 모여 있더군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오늘 밤 그들 세 명을 암살할 생각입니다. 마교 함대 지휘선의 위치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포구 연안이라 여기서 멀지는 않아요. 놈들의 연합 함대가 포구 쪽으로 상당히 다가와 한시진 정도면 바로 상륙할 수 있는 곳까지 와 있어요. 마교 함대 중 가장 큰 배가 바로 지휘선이에요. 저는 백리 공자가 놈들의 배를 태우리라 생각했는데, 수뇌부부터 제거할 생각이셨군요.”
“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놈들의 수장들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 판단했습니다. 놈들의 배를 불태우는 것도 가능하다면 해볼 생각입니다. 배가 많던가요?”
“네. 크고 작은 배를 모두 합해 천여 척은 되어 보였습니다. 한데 정말 괜찮겠어요? 암살 임무는 제가 참여하기 힘들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원래 저 혼자 가볼 생각이었습니다. 무명객으로 역용해 공격을 가할 것이고, 힘에 부치면 돌아오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곳은 선자께서 맡아주십시오. 아까 지부 주위에 펼쳐놓은 보호진을 보니까 선자님의 도움으로 두 배 이상 강력해졌더군요. 그 정도면 놈들을 최소한 사흘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흑반선들이 오지 않는다면 사흘은 충분히 견딜 거예요. 아, 그리고 말씀하신 비상 통로도 만들어뒀으니, 도저히 방어하기 힘들다고 판단할 때 영웅회 무사들을 이끌고 지부를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까 확인했습니다. 비상 통로를 만드는 게 단시간 내에 가능한 게 아닌데······.”
“마침 땅을 파는 법보가 있어 가능했어요. 백여 장 정도 거리이긴 하나 놈들이 근접 포위를 해도 충분히 몰래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비상 통로에 대해 고문들에게 알려주셨나요?”
“네. 고문들뿐만 아니라 소소와 웅이에게도 알려주었습니다. 흑반선들이 대거 나타난다거나 해서 정말 역부족인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이곳 악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야겠지요.”
“어디로 주둔지를 옮길 생각인가요?”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놈들을 몰아낸 장사성이 일 순위이긴 한데, 상황에 따라 화산이나 낙양도 될 수 있겠지요. 아니면 호북성 무한이 될 수도 있고요.”
“아직 정하지 않으셨군요. 하기야 악양 무림을 사수하실 것이니 미리 패배를 가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아, 그리고 아까 놈들의 함대 주위를 정탐하러 갔다가 알아낸 건데, 신선계 마물과 요괴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흑반선들이 괴수 부대를 파견한 것 같아요.”
“벌써 말입니까?”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마물이든 요괴든 신선계와 관련되는 것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기 때문이었다.
“네. 흑반선들은 거리에 구애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 진법을 구사하면 십만대산에서 이곳 악양까지 단숨에 올 수도 있어요. 마물이나 요괴는 아마도 선발대 격으로 마교 함대 인근에 와 있는 것 같은데, 오늘 밤 적의 수장들을 제거하는데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예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혹시 괴수 부대가 흑반선들의 지시로 움직이기 때문입니까?”
“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이에요. 다만 흑반선들이 이미 명령을 하달해두었기 때문에 전면전 상황이 발발한다면 그들 스스로 개입할 수도 있을 거예요. 말씀을 하다 보니 백리 공자 혼자 보내는 것이 걱정되는군요.”
백화선자가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무림 불개입의 서약 때문에 이미 몸 전체의 기혈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고 있는 그녀였다.
이는 주화입마의 조짐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자신의 신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컸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그녀가 당황했으나 이미 돌이키기 힘든 일이었다.
백화선자가 잠시 고민하다가 품속에서 한 권의 비급을 꺼냈다.
“이것을 받으세요. 기초 신선술이 수록된 신선비급(神仙秘笈)이에요. 지부로 돌아오셨을 때 제가 없을 가능성이 있으니, 제가 없더라도 이 비급을 연마하면서 어려움에 대처하세요. 특히 흑반선들을 만나게 되면 최대한 정면 대결을 피하도록 하세요.”
“아! 상황이 그 정도로 위급한 겁니까?”
“네. 제가 무림으로 나와 몇 가지 실수를 했어요. 아직 제가 수도자인 것을 밝히면 안 되었는데, 너무 자만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선자님의 모든 행동은 양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까?”
“그렇기는 하나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 끝이 없지요. 무엇보다 제가 영웅회의 총군사를 맡은 것이 문제가 된 것 같아요. 조만간 사부님의 복귀 명령이 하달되면 저는 작별 인사도 못 하고 신선계로 복귀하게 될 거예요.”
“선자님이 안 계시면 저 혼자 흑반선들을 상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계속 머물러주실 수 없겠습니까?”
“사부님께서 복귀 명령을 내리실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일 거예요. 주화입마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신선계로 돌아가 제대로 된 운공요상을 해야 한답니다. 그 세세한 사정은 지금 설명해 드리기 힘들 것 같군요. 어서 다녀오세요. 제가 말씀드린 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한 것이니까,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무엇보다 백리 공자에게는 만상경이 있으니, 그 의미를 체득하면 흑반선들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거에요.”
“아, 제게 만상경이 있는 것을 알고 계셨군요. 혹시 무명노승께 들은 겁니까?”
“아니요. 만상경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기운을 알아내는 방법을 사부님께 배운 적이 있어요. 그래서 바로 알게 되었지요. 무명노승이란 분은 누구시죠? 혹시 이전에 말씀하신 수도자분인가요?”
“네. 저보고 수도자의 자질이 있다고 하신 분이지요. 물론 그전에 제게 큰 은혜를 베푸신 분이기도 하지요. 한데 그분이 수도자가 아니었습니까? 선자께서 모르시는 것을 보니.”
“무명노승이란 호칭이 가명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신선계 수도자가 워낙 많아 제가 아는 수도자는 사실 몇 분 안 계세요. 아무튼 그런 분이 백리 공자와 인연이 있다니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좀 더 백리 공자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만약 제가 떠나게 된다면 무척 아쉬울 것 같아요.”
“그럴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이번에 신선계로 돌아가시면 언제 또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몰라요. 다만 수도자가 신선계를 떠나 무림으로 오는 것도 무한정이 아니에요. 서약의 한계가 있어 반서약 법술을 익혔더라도 원칙적으로 오 년에 한 번 정도 나올 수가 있지요.”
“오 년씩이나 걸린다는 겁니까?”
“네. 그게 다 서약의 돌 때문이에요. 원래 수도자들은 자의 반 타의 반 서약 때문에 신선계를 떠날 수 없는 몸인데, 세월이 흘러 반서약 법술이란 것이 창안되었고 그에 따라 오 년에 한 번 정도 무림으로 나올 수 있는 수도자들이 나타나게 되었지요. 하지만 서약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어려워 최대한 빨리 신선계로 복귀해야 해요. 상대적으로 무림 출입이 자유롭다는 흑반선들 역시 무림에 나오면 석 달에 한 번은 다시 신선계로 돌아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때문에 자신들을 대신해 무림을 다스릴 대리자를 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흑반선들도 무림에 나왔다가 신선계로 복귀하면 오 년이 지나야 다시 무림에 올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그들은 정신적 주화입마 상태라 서약의 한계가 미약해 무림에서 머문 기간과 동일한 기간만 신선계에서 운공요상을 하면 돼요. 사실 운공요상이라기 보다 신선지기를 보충하는 것인데, 그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금 연구가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복잡하군요. 아무튼 선자께서는 오 년이나 지나야 다시 무림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네. 사실 저는 초급 수도자에 불과해 오 년보다 더 단축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만상경을 익혔다면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말이에요.”
“만상경은 누가 작성한 겁니까? 본가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수도자분이 작성한 것 같군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만상경이 어떻게 해서 백리세가에 있게 되었는지. 다만 사부님 말씀으로는 만상경은 신선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작성된 것으로, 이것을 익히면 대도(大道)를 깨달을 수 있고 서약의 돌의 영향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해요. 더 자세한 것은 저도 몰라요. 시간이 늦어지면 곤란하실 테니 어서 동정호로 가보세요. 모든 만남은 인연에 의한 것이니,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혹여라도 제가 생각나시면 한 번씩 신선옥피리를 불어주세요.”
“신선옥피리 말씀입니까?”
“네. 신선계에서도 저는 신선옥피리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정말 저의 바람이기도 한데, 백리 공자께서 신선계에 오시게 되면 꼭 신선옥피리를 불어주세요. 그러면 제가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갈게요.”
“정말입니까?”
“네. 내친김에 하나 더 말씀드린다면 신선옥피리가 음을 내지 못하는 때는 바로 제가 죽었거나 죽기 직전인 상황일 거예요. 한 달 이상 음을 내지 못하면 그때는 완전히 죽은 것으로 알고 명복을 빌어주세요.”
백화선자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꾸 헤어짐을 암시하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그녀가 일단 신선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것 같았다.
“선자께서는 무사하실 겁니다. 만약 선자께서 위기에 처하신다면 제가 신선계로 가는 방법을 기필코 알아내 직접 가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네. 제게 신선옥피리도 주시고 깨달음도 주셨고, 이렇게 신선비급까지 주셨는데 그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신선계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설사 백화선자께서 신선계에 복귀하시고 신선옥피리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무림을 평정한 후 꼭 신선계를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무명노승께도 들려드린 것인데, 만상경의 첫 구절입니다. 저의 선물입니다.”
백리사초가 만상경의 첫 구절을 읊었다.
백화선자가 매우 기뻐하며 즉각 암기했다.
“백리 공자. 감사해요. 어쩌면 이 구절 덕분에 제가 한번은 목숨을 구할 수도 있겠군요. 이제 되었으니 어서 가보세요.”
“네. 그럼 돌아와서 뵐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스스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