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89
89화 : [제29장] 황금공자 2
낙양객잔 특실에서의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차미려와 백리사초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황보관이 트집을 잡았으나, 백리사초가 무공을 전혀 모르는 것으로 보이자 황보관 역시 경계를 조금 푸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이라면 황보세가 역시 부자 소리를 들을 만큼 있었다. 무엇보다 그가 내심 가장 우려했던 것은 연적의 무공이었다.
쉽게 말해 여차하면 나중에 따로 백리사초를 찾아가 무공으로 압박을 가하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백리사초가 가짜 애인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백리사초에게 전음으로 최소한의 경고를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오늘은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봐주겠소. 하지만 내일부터 단 한 번이라도 차 소저와 함께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보이면 그때는 각오해야 할 것이오. 다시 말하지만 차 소저 주변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소. 아마도 십중팔구 귀하는 오늘 처음 차 소저를 만났을 터. 가짜 애인 타령은 더 하고 싶지 않으니 알아서 처신하시오.」
황보관의 전음에도 백리사초는 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 제갈송의 입에서 나오는 당금 무림의 동향에 대해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갈 사형의 말씀은 조만간 마교의 재침공이 예상된다는 건가요?”
남궁지약의 물음에 제갈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오 년 전 마교 세력이 전면전 직전에 세력 확장을 그만둔 이유가 이제 해소된 것 같다는 것이 정보기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리 제갈세가는 물론이고 개방과 하오문 등도 같은 의견이니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큰 일이군요. 흑천방이 낙양성 흑도를 그렇게 소리 없이 장악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마교 놈들까지 재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니. 게다가 이미 마교 놈들은 낙양과 그렇게 멀지 않은 화산에 강력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잖아요? 놈들이 마음만 먹으면 대병력을 이끌고 단숨에 이곳 낙양까지 진격할 수 있을 거예요.”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화산과 서안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마교 병력만 십만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으니까. 거기에다가 마교의 비호 아래 최근 그 세력이 급속도로 확장된 흑천방 병력 또한 오만이 넘는다.”
“그것만이 아니에요. 오 년 전 마교 휘하에 완전히 들어간 녹림칠십이채와 장강수로십팔채 병력 십만과 마교를 종주로 삼고 충성을 맹세한 흑도 오만 병력까지 합하면 모두 삼십만이 넘어요.”
“알고 있다. 더욱더 무서운 점은 그 삼십만 병력이 마교 총단 병력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라는 것이지.”
“대책은 뭔가요? 지금쯤 뭔가 대책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요?”
“으음, 내일 공식적으로 발표가 될 것이지만, 오 년 전에 취소되었던 연습제자 영웅대회가 다시 개최될 예정이다.”
“그게 정말인가요?”
남궁지약이 반색했다.
오 년 전 대회 출전을 준비했던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오 년 전과 마찬가지로 연습제자 영웅대회를 명목으로 천하 무림인들의 중지를 모으려는 것이지. 그냥 마교의 공격에 대비하는 대회라면 표적이 될까 봐 참석하지 않으려는 문파가 상당하니까. 무엇보다 오 년 전과 마찬가지로 연습제자 중에 영웅이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한몫했지.”
“백리사초 대협 말인가요?”
“그렇다. 벌써 오 년이나 지났지만 그를 다들 대협이라 부르며 추앙하고 있지. 아마 그가 없었다면 마교 역시 오년 전 전쟁을 계속 했을 것이다.”
“하기야 마교 소종사가 중상을 입었고 그 외 많은 마교 병력이 백리 대협에 의해 제거되었지요. 놈들이 세력 확장을 그만둔 데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으나 백리 대협의 공이 컸다는 것만은 확실해요.”
남궁지약이 안색을 상기시켰다.
백리사초를 언급할 때부터 뭔가 처연한 표정이 드러났다.
이는 제갈수련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리 대협이 살아계셨으면 지금쯤 약관의 나이가 되었을 텐데 너무나 아쉬워요.”
“수련아. 너도 지약이처럼 백리 대협을 아직 잊지 못한 것이냐?”
“물론이지요. 그때 오라버니와 함께 객잔에서 한번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시신을 찾지 못해 한동안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지요.”
“하지만 오 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어딘가에 살아 있었다면 벌써 나타났겠지. 그런 의미에서 소소도 그를 잊고 초웅 그 사람과 혼인을 약속한 것이 아니겠냐?”
“그건 아닐걸요? 만능공자의 구애가 너무나 집요해 초웅 그분을 가짜 애인으로 삼은 게 틀림없어요. 그 좋은 예가 바로 지금 이곳에 있는 미려잖아요?”
“수련아. 너까지?”
차미려가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더는 버티지 못했는지 처음보다 반발이 적었다.
제갈수련이 말했다.
“미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싫어하는 사람의 구애를 막기 위해 가짜 애인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유치한 일이야. 절대 오래가지도 않고 효과도 거의 없어. 차라리 모든 것을 밝히고 지금부터라도 두 사람이 사귄다면 또 모를까. 소소 역시 마찬가지야. 지난 오 년간 백리 대협이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초웅 그분과 평생을 약속했다고? 만능공자는 일시 속을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다 알고 있잖아? 무엇보다 초웅 그분을 최근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소소 말고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게 정말이냐? 그게 누군데?”
차미려가 관심을 보였다.
“백리혜라고. 백리 대협의 여동생인데 얼마 전에 화산파 연습제자로 들어갔다고 해. 우리와 같은 나이라고 들었어. 무공의 자질이 뛰어나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하더군.”
제갈수련의 말에 중인들이 술렁였다.
백리사초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니까 초웅 그분과 백리혜란 분이 서로 사귀는 사이라는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초웅 그분이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것이지 백리혜란 그분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들었어요.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소소 그 애가 그런 식으로 공표를 했으니 누가 믿겠어요? 지금쯤 만능공자도 모든 사실을 알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혼사를 추진하려 할 거예요.”
“아, 그러면 악 소저와 초웅이란 분은 연인 사이가 아닐 가능성이 크겠군요.”
“네. 한데 황금공자께서 소소에 대해 왜 그렇게 관심이 있지요?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미려가 아니라 소소인가요?”
“화산옥녀의 명성을 듣긴 들었습니다.”
백리사초가 약간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차미려가 발끈했다.
“됐어요. 더는 연기하지 않아도 돼요. 어쩐지 소소의 행방에 관해서 묻더니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저부터 사실대로 말씀드리죠. 사실 황금공자와 저는 오늘 처음 본 사이에요. 황보 공자가 하도 귀찮게 굴기에 제가 가짜 애인을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하지만 사실을 밝혔다고 해서 황보 공자를 제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에요.”
“하하하. 이미 다들 눈치를 채고 있었소. 차 소저. 오늘은 다소 흥분한 것 같으니 우리의 혼사는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황보관이 기분 좋은 듯 껄껄 웃었다.
백리사초는 더는 할 말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 소저. 비록 일이 이렇게 되었지만, 소저께서 제 목숨을 구해준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언제든 분부만 하시면 도의에 어긋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가만 있어 봐요.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요. 그냥 가시면 오늘 술값을 누가 계산하나요?”
“하하하. 좋습니다. 마무리는 하고 가야겠지요.”
백리사초가 다시 앉았다.
옆 방에 잠들어 있는 백화선자의 호흡은 그가 천리지청술을 통해 잘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나갈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좀 더 기다리면 악소소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녀의 성격이라면 일이 바빠도 얼굴 정도는 비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차미려가 말했다.
“황금공자. 앞으로 어떻게 지낼 생각인가요? 이곳 낙양은 처음이고 딱히 계획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하고 싶은 일을 말씀하시면 이곳에 있는 분들이 도와줄 수도 있을 거예요.”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었다.
남궁지약이 말했다.
“미려 이야기대로 말씀만 하시면 저희가 소개를 해드리든지 할게요. 이것도 인연인데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거처는 마련하셨나요?”
제갈수련도 거들었다.
“거처가 없으시면 무림맹 객당에 방을 마련해드릴 수도 있어요. 제가 보기에 무공은 모르셔도 관심은 많으신 것 같은데, 혹시 무공을 배울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렇게 보이십니까?”
“네. 낙양에 오는 사람 태반이 무공을 배우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지요. 왜 무관이 수천 개가 넘겠어요? 미려 말대로 부자는 맞으세요? 돈만 있으면 좋은 무관을 소개해드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은자는 충분합니다. 이번에 보석을 팔아 은자 백만 냥을 벌었지요.”
백리사초의 말에 중인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차미려가 말했다.
“제 말이 맞지요? 황금공자가 왜 황금공자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소문을 내다가 또 강도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는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요.”
“차 소저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제가 은자 백만 냥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은 다름 아니라 괜찮은 장원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명문정파의 제자들이시고 인맥도 풍부하리라 생각합니다. 장원을 구하는 데는 거금이 들 것이고 자칫 사기를 당하거나 오늘처럼 강도를 만날까 봐 이렇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흥! 그거야 제가 처리해줄게요. 아버님께 말씀드리면 안전하게 장원을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아, 중원표국에서 그런 일까지도 합니까?”
“물론이에요. 표국이라고 해서 표행만 하는 게 아니에요. 경호 임무도 수행하고 장원 관리도 하지요. 장원 관리 안에는 장원 매매를 중간에서 중개해주는 일도 포함되어 있어요. 제가 아는 사이라고 하면 수수료도 받지 않을 것이니, 내일 아침 우리 중원표국으로 오세요.”
차미려가 선수를 치자, 남궁지약과 제갈수련이 아미를 조금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백리사초에 대해 묘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알 수는 없었다.
제갈수련이 말했다.
“장원을 구하는 것은 미려가 도와주면 될 것 같고. 그다음에는 뭘 하실 생각인가요? 무공을 배울 생각이라면 제가 소개를 해드릴게요. 낙양제일무관인 영웅무관(英雄武館)은 어떤가요? 원래 대기자가 너무 많아 최소 석 달은 기다려야 하지만, 황금공자님은 바로 입관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그보다 우리 남궁세가의 연습제자로 들어오시는 것은 어때요? 낙양에는 본가의 지부가 있으니 굳이 본가에 오지 않으셔도 이곳에서 지부 연습제자로 기초 무공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제가 틈틈이 가서 지도해드리겠어요.”
제갈수련과 남궁지약의 연이은 제의에 좌중이 다시 한번 술렁였다.
제갈송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황금공자. 축하드리오. 와룡사미(臥龍四美) 중 세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셨군요.”
“제갈 공자께서는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그저 경험이 부족한 저에게 친절을 베푸시는 것이지요. 한데 와룡사미가 뭡니까?”
“하하하. 역시 낙양이 초행이시군요. 와룡사미는 와룡대 여자 대원 중 사대미인을 일컫는 말이오. 악소소 한 사람만 빼고 여기 다 모여 있지요.”
“아, 그렇군요. 하지만 와룡사미보다는 중원사미(中原四美)가 더 어울릴 것 같군요.”
“그 이유는?”
“이분들의 미모가 워낙 뛰어나 와룡대에 한정하기가 아깝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역시 입담도 좋구려. 그래 이제는 대답을 해줘야 하지 않겠소? 영웅무관에 들어가시겠소? 아니면 남궁세가 연습제자로 들어가시겠소?”
제갈송의 물음에 중인들의 이목이 백리사초에게 쏠렸다.
“으음, 먼저 제갈 소저의 말씀대로 영웅무관이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있으나, 그러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군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오?”
“스물입니다.”
“으음, 그 나이에 무관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조금 많은 것은 사실이오. 그래서 남궁세가 연습제자로 들어가시려는 것이오?”
“기부 연습제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왕 연습제자가 되려면 제가 흠모하는 백리사초 대협이 소속되셨던 화산파가 좋겠군요. 남궁 소저. 남궁세가를 화산파보다 낮게 보기 때문이 아니니 그 점은 오해하지 마십시오.”
“아니에요. 백리 대협을 흠모하셨다면 당연히 화산파 연습제자로 들어가셔야지요. 황금공자께서는 부자이시니 기부 연습제자로 반드시 들어가실 수 있을 거예요. 안 그래도 화산파 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계속 들었으니까.”
“화산파 임시 총단이 낙양에 있다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네. 오 년 전 본산을 잃고 이곳 낙양에 임시 터전을 마련했지요. 그나마 속가제자들이 도와줘서 마련했는데 장원의 규모도 작고 제자 수도 얼마 안 돼요. 다만 백리 대협의 명성 덕분에 연습제자들은 백여 명 정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 일은 소소에게 부탁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흥! 결국 화산옥녀의 얼굴을 보려는 의도인가요?”
차미려가 코웃음을 쳤다.
백리사초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제가 악소소 소저를 만나보려는 것은 사실 다른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그게 뭔가요?”
“그건 악 소저를 직접 뵙고 본인에게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분의 부탁으로 전달할 물건이 있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아! 그게 정말인가요? 무슨 물건인지 정말 궁금하군요. 물건을 전달해달라는 분은 어떤 분이시지요?”
차미려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궁금한 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낙양성에 들어오기 직전 한 노인분을 만났지요. 그분께 부탁받은 겁니다.”
“아! 노인이라면 설마? 혹시 그분의 이름이나 별호를 들었나요?”
“네. 청옥자라고 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