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96
96화 : [제31장] 황금장원 3
“백리 집사라고 합니다. 총관님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황금장원을 인수하셨다고요?”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황금공자라고 합니다.”
백리사초가 자신의 부친 백리풍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원래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장주 신분이라 고개를 숙일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상대는 그동안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친부였다.
백리사초가 애써 감정을 자제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 아버님께 내 신분을 밝힐 때가 아니다. 소소에게 내가 살아있다고 말해줬지만, 그 소식조차도 그녀 한 사람만 알고 있어야 한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필시 혜아도 알게 될 것이고, 혜아는 천성적으로 입이 가벼워 비밀을 지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테니까. 그러면 안전에 대한 부담이 커져 나의 활동 영역이 제한될 게 분명하다. 전면전이 벌어져 그러한 것들이 큰 의미가 없어진다면 모를까. 그동안은 참아야 한다.’
백리사초가 묵묵히 백리풍의 얼굴을 쳐다봤다.
지난 오 년간 고생했는지 이전보다 늙어 보였지만, 내공은 오히려 진보해 있었다.
이는 백리사초가 이전에 백리풍을 수적들로부터 구출해주면서 매화공력을 넣어줬기 때문으로, 지금도 계속 무공 연마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다만 미간 한구석이 어두워 뭔가 근심이 있어 보였다. 아무래도 아들, 즉 백리사초의 죽음 때문인 것 같았다.
하기야 그는 남자라 정씨부인이나 악소소처럼 실신을 하지는 않았지만, 백리사초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백리사초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자, 백리풍이 다소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백리사초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큰일이구나. 총관님 말씀에 의하면 말만 잘하면 이분이 나를 새 총관으로 임명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혜아 뒷바라지를 하고 집을 한 채 장만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는데······.’
백리풍이 문득 지난 오 년간의 생활을 떠올렸다.
백리사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져 있을 사이도 없이 그는 가족을 데리고 낙양으로 왔다.
지금은 거의 희망을 잃었지만, 당시만 해도 그는 백리사초의 죽음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체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백리사초 정도의 무공을 지닌 사람이라면 아무리 물속에 빠졌어도 어디엔가 살아있을 가능성을 배제 못 했다.
그래서 백리사초의 귀환을 기다리면서 일단 낙양에 터전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돈 한 푼 없이 물가가 비싼 낙양에 오니 일단 먹고 사는 것부터 막막했다.
악소소가 도움을 주려고 했으나 화산파 역시 본산을 잃고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다만 거처를 제공해줄 수는 있어 백리풍은 정씨부인과 백리혜와 함께 화산파 임시 총단에서 지내게 되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아무리 백리사초의 가족이라고 하지만 당시 화산파 상황이 너무 열악했다.
본산을 빼앗기면서 화산파 무사 절반 이상이 전사했고, 나머지 역시 대부분 뿔뿔이 흩어졌다.
현재 화산파 임시 총단에 있는 화산파 정식무사 삼백여 명 역시 최근에 늘어난 것으로, 당시는 백 명도 채 되지 못했다.
다만 백리사초의 명성 덕분으로 연습제자의 수는 비록 삼백여 명에서 백여 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지금까지 계속 그 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화산파 입장에서는 연습제자들을 더 받아 기부금이라도 챙기고 싶었지만, 임시 총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장원이 협소해 그럴 형편도 아니었다.
실제 임시 총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장원도 화산파 속가제자 출신 상인의 소유로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셈이었다.
물론 속가제자의 배려로 집세는 내지 않고 있었지만, 화산파 본산에 있는 것과 비교해 여러모로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튼 화산파 임시 총단에 지내면서 정씨부인과 백리혜는 자연스럽게 주방 일을 거들게 되었다.
따로 하인들이나 시비들을 고용할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문제는 백리풍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무림세가의 가주이자 백리사초의 부친인데 하인들처럼 허드렛일을 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따로 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리고 틈을 내서 무공도 연마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황금장원 집사 일이었다.
다행히 그의 얼굴은 낙양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다들 백리사초의 명성만 들었지 그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백리풍은 성만 밝히고 황금장원 집사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일은 출퇴근 식으로 했다. 잠은 화산파 임시 총단에 마련된 숙소에서 해결했다.
그가 정확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집사 일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아들의 명성에 누가 될까 봐서였다.
그래서 밤마다 잠을 줄여가며 무공 연마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신이 절정고수라도 된다면 그때는 당당히 신분을 밝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었다.
비록 이전보다 무공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절정고수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무공의 자질이 남다른 백리혜를 위해 틈틈이 영약을 사서 먹이느라 모아둔 돈도 없었다.
그러다가 장원 일을 갑자기 그만두게 되자 막막했던 차였다.
그래서 오늘 이전 총관의 서신을 받고 이곳으로 오면서 그는 마음이 설렜다.
만약 자신이 황금장원 총관이 된다면 보수도 오를 것이고 무엇보다 가족들을 황금장원으로 데리고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 큰 장원의 총관들은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업무를 보는 것이 관례라면 관례였다.
이는 장원에 장주는 없어도 총관은 어지간하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한데 젊은 장주와의 첫 대면부터 문제가 생긴 것 같자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이었다.
백리사초가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그가 얼굴을 조금 붉히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딴생각하느라. 몇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먼저 백리 집사님께서는 장원의 구조에 대해 잘 알고 계십니까? 이전 총관님께 말씀은 들었지만 직접 확인이 필요해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네. 오 년간 장원 전체 건물의 관리는 제가 맡고 있었지요. 물론 건물마다 개별 책임자가 있긴 했습니다만. 그 점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습니다. 업무에 관해서는 걱정할 게 없겠군요. 이전 총관님의 추천도 있고 하니 새 총관으로 함께 일하고 싶군요. 다만 그 전에 몇 가지 정리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백리풍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자신의 신분을 새 장주에게만은 확실히 밝힐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백리사초가 다시 침묵을 지키자, 백리풍이 급히 말했다.
“제 신분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도 이전 총관님으로부터 제 성만 들어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이제 이 큰 장원의 총관을 맡게 된다면 그 신원이 확실해야 하는 법이니 모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으음, 저의 이름은 백리풍이라고 합니다. 악양에 있던 백리세가의 가주이기도 하지요. 비록 세가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말입니다.”
“아, 악양에 있던 백리세가라면 혹시 천하제일 연습제자로 유명한 백리사초 대협과 혹시 무슨 관계라도 있습니까?”
“하하하. 부끄럽지만 사초가 바로 제 아들입니다. 오 년 전 죽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지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 아들은 어딘가 반드시 살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 전 백리 대협의 사부이신 청옥자님을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보통 인연이 아니군요.”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청옥자의 부탁을 받아 악소소에게 중요한 물건을 전달해줬음을 이야기 해줬다.
그 과정에 차미려와의 만남을 비롯해 황보관과 비무를 하게 된 이야기도 남김없이 해주었다.
백리풍과 악소소의 친분을 생각하면 어차피 조만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백리풍은 악소소와 초웅 등 자신이 잘 아는 사람들 이름이 나오자 매우 놀라면서도 관심을 기울였다.
최대 관심사는 악소소와 초웅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들의 생사였다.
하지만 청옥자로부터 백리사초에 관한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하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표정을 보고 백리사초는 하마터면 자신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해줄 뻔했다.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나중에 청옥자 그분을 만나게 될 때 아드님 소식을 정식으로 문의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네. 오 년을 기다렸는데 좀 더 기다려보지요. 아무튼 좋은 소식을 전해줘서 감사합니다. 청옥자 그분을 꼭 다시 한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역시 살아계셨군요.”
“혹시 수적들에게 잡혀 있다가 청옥자 그분께서 구해주셨던 게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그분이 없었다면 이미 저는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백리풍이 안색을 상기시켰다.
청옥자를 만나면 아들의 생사도 물어봐야 하지만 자신의 무공 수련에 대해서 여러 가르침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청옥자 그분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총관 업무에 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으음, 보수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 이전에 집사로 일하면서 월봉을 얼마나 받으셨습니까?”
“은자 열 냥 정도 받았습니다. 집사들의 수만 서른 명이 넘어 평균 정도로 받은 셈이지요. 사실 장원에 상주하면 더 받을 수도 있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화산파 임시 총단에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랬었군요. 총관이 되시면 황금장원으로 거처를 옮기셔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네. 안 그래도 새 총관이 되면 가족들까지 함께 이곳 황금장원으로 거처를 옮길 생각이었습니다.”
“가족이 모두 몇 분입니까?”
“부인과 딸 이렇게 두 명입니다. 부인은 화산파 임시 총단에서 주방 일을 돕고 있고, 딸 아이는 현재 화산파 연습제자 신분이지요.”
“아, 따님이 저의 선배가 되는군요.”
“하하하, 그렇게 되는 건가요? 하지만 장주께서 황보세가 대공자와의 비무에서 승리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제 딸아이는 장주님 앞에서 명함도 못 꺼낼 겁니다. 물론 무공 자질이 뛰어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는 합니다만.”
“아닙니다. 제가 황보 공자와의 비무에서 승리한 것은 운이 좋아서입니다. 진검비무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요. 으음, 일단 보수부터 정해야 하겠군요. 제가 드리는 대로 받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사실 월봉에 대한 욕심이 있긴 했으나, 저 정도 경력에 천하제일장원의 총관 자리를 맡게 되는 것만 해도 영광이지요.”
“좋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적어도 아니면 반대로 너무 많아도 무조건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남아일언 중천금입니다.”
“화통하시군요. 제가 생각한 황금장원 총관의 월봉은 은자 천 냥입니다. 앞으로 일꾼들도 직접 뽑으시고 그들 모두를 관리해야 할 텐데 그 정도 월봉은 받아야 위신이 서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월봉과 별도로 일단 황금 십만 냥 정도를 맡길 테니 그 돈으로 일꾼들을 직접 뽑아주십시오. 화산파 임시 총단에 계시면서 눈여겨보신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을 모셔와도 좋습니다.”
“지금 한 달에 은자 천냥이라고 하셨습니까?”
백리풍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은자 열 냥을 받던 그였다.
한데 그 백배를 받게 되니 놀랄 만도 했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미소지었다.
“그렇습니다. 누구보다 백리 집사, 아니 백리 총관께서는 제가 존경하는 백리사초 대협의 부친이시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황금장원을 본인 집처럼 생각하시고 편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무공 연마에 열중하시는 것 같은데, 집사들을 여럿 고용해 개인 무공 연마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무공의 질이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연마 시간은 확보해야 하니까요. 제 무공이 비록 변변치 않으나 최대한 도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