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이게 저리 놀랄 일인가?’
천휘는 입을 떡하니 벌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뜬 현청을 한참 바라봤다.
그로서는 현청이 보인 반응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까짓 무공을 복원한 것만으로 저렇게 경악하는 모습이라니.
‘대부분이 제대로 무공서의 구결을 해석조차 못 한 것들일 뿐인데.’
지고한 경지에 발을 들였던 그에게는 만경각에 있는 무공은 모두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훤히 보였다.
특히나 상승의 무공들 중에서는 옥환묘보라거나 매화검법처럼 과거 직적 상대해 본 무공도 있었으니, 복원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기준일 뿐.
무인이 아닌……. 아니, 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달랐다.
무공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처럼 지고의 경지에 도달하거나, 대성을 이루어서 능숙해져야 할 일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가능이나 할지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대, 대부분 말이더냐?”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을 차린 현청이 입을 열어, 물었다.
“네.”
천휘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러한 것에 현청은 천휘가 허언이 아닌, 진실임을 깨달았다.
‘한 개도 아닌 대부분이라고?’
천휘의 대답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던 현청은 다시 한번 물었다.
“그, 그 말은 만경각에 있던 무공서들을 모두 읽었다는 게냐?”
“아직 전부는 아닌데요.”
“허허.”
현청이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저 말이 더 신뢰가 갔다.
‘그걸 다 읽었단 말인가.’
만경각에 존재하는 무공서가 어디 한두 개인가.
최소 수백 권은 족히 넘는 무공서들이었다. 자신 또한 최소 사 년은 걸려서야, 무공서를 모두 읽었었다.
‘그런데 대부분 읽었다니.’
천휘는 당최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현청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또 저 얼굴이야.
현청의 표정은 매우 익숙했다.
늘 느꼈던 시선의 대부분이 현청처럼 경악을 감추지 못하거나, 경외 혹은 공포에 잠식된 눈빛이었으니.
‘겨우 이 정도로 놀라기는.’
천휘는 심드렁했다.
‘천마서고에 있는 무공서들도 육 년이 채 안 되어서 전부 읽었는데.’
그의 기준은 천마서고였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천마서고는 천하에 둘도 없을 거대한 무공서의 보고라는 것을.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마공서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과거 천마신교가 마도천하를 이루었을 때 중원에서 빼앗은 무공서들까지 있었으니.
천휘가 무덤덤해할 무렵.
‘저, 저 말이 사실인가?’
천휘의 생각을 전혀 모르는 현청은 아직도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다 천휘의 대답이 맞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문득 떠올랐다.
‘최근 복원한 무공의 구결과 비교해 보면, 사실인지 알 수 있을 터.’
곧바로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그렇다면 대라검(大羅劍)의 구결을 아느냐?”
“대라검이요?”
천휘는 무공명을 듣자마자, 대라검에 대한 구결이 머릿속에 떠돌았다.
대라검은 오랜 옛날 화산파에 이름을 떨쳤던 검법이었지만, 오백 전에 소실되어 유명무실해진 검법이었다.
“아, 그거요? 알죠.”
“그러면 보여 줄 수 있겠느냐?”
“…….”
천휘는 자신을 시험하려는 듯 물어보는 현청을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귀찮게 하네.’
예전의 그였다면 ‘날 시험하려는 거냐!’고 경을 쳤을 일이었으나.
어쩌겠는가.
자신의 사질, 상대는 사숙인 것을.
“하아, 알겠습니다.”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천휘를 본 현청은 살짝 놀라며, 입을 달싹였다.
“왜 일어나느냐?”
“대라검을 보여 달라면서요?”
“……!”
현청이 두 눈을 부릅떴다.
“설마 직접 보여 주려는 게냐?”
“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
태연하게 대답하는 천휘를 바라보던 현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구결만 알려 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무공을 직접 펼친다니.
‘구결을 읊는 것과 펼쳐 보이는 것은 엄격히 다른 수준이거늘…….’
천휘는 이제 더 이상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현청을 내려다봤다.
그의 생각과 다르게 천휘는 구결을 읊는 것보다 펼치는 게 더 편했다.
‘언제 구결을 다 읊어.’
대라검의 구결은 쓸데없이 길었다.
얼핏 잡아도 이각가량 말해야 될 정도로.
“안 보실 건가요?”
천휘가 재촉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자, 현청은 손을 뻗어 바닥을 짚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정말로 펼칠 수 있는 것이냐?”
계속되는 물음에 천휘는 이제는 대놓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보면 알죠.”
천휘는 곧바로 모옥을 나왔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둘은 마당에 덩그러니 서서, 서로를 마주 봤다.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마당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건만, 천휘와 현청에게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합니다.”
천휘는 툭 던지듯이 말했고, 현청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기다렸다.
스윽―
곧바로 천휘가 챙겨온 목검을 들었다.
뒤이어서 양발을 어깨너비까지 벌리고, 검 끝을 눈높이와 맞추었다.
순간 현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이건! 똑같아!’
속으로 경악했다.
무공서에 적혀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자세 그러나 저 자세야말로 그가 복원했었던 대라검의 기수식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자세였다.
현청은 목에 마른침이 고였다.
그때 목검이 크게 움직였다.
휘이익!
어둠을 가르며 질러진 목검은 휘황찬란하게 떠오른 만월을 향했다.
순간, 생겨난 수십 개의 검광.
번쩍!
어둠 속 번개처럼 반짝이던 검광은 여러 갈래로 나뉘더니, 만월을 여러 개로 쪼갠 뒤, 완전히 낚아챘다.
대라(大羅), 거대한 그물처럼.
‘내, 내가 복원한 대라검보다 더욱 강렬하며 완벽…….’
넋을 놓으며 천휘가 달을 향해 펼치는 대라검을 쳐다볼 무렵.
쩌저적!
수십 개로 쪼개진 만월의 파편들이 그물을 벗어나 유성처럼 떨어졌다.
현청이 멍하니 쳐다볼 무렵.
“충분하죠?”
흠칫!
하늘 위 유성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었던 현청이 정신을 차렸다.
‘화, 환상?’
방금 전까지 그가 것을 놓고 바라보던 하늘을 채우던 유성은 없었다.
아니, 원래부터 없었다.
“……사실이로구나.”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대라검을 목도한 탓일까, 힘없이 말했다.
“……!”
그러다 눈썹을 높게 치켜떴다.
그 이후 갑자기 수염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홱 돌려 천휘를 봤다.
‘내가 먼저 말한 대라검이 이 정도라니, 그러면 다른 무공들도…….’
꿀꺽―
그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이내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정말로 네가 읽은 대부분 무공서들을 대라검처럼 복원한 게냐?”
“아직도 못 믿어요?”
천휘의 무심한 대답을 들은 현청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흥건하게 젖은 땀이 느껴지는 아귀를 느끼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나지막한 목소리를 흘렸다.
“……휘야.”
“네?”
천휘는 자신을 부르는 현청을 바라볼 즈음, 그는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무공을 복원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
“무공 복원을요?”
“그렇다.”
순간 천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결국 이게 목적이었네.’
순간 천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공을 복원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돕는 것은 상황이 달랐다.
머릿속에 담은 것으로는 부족해서 따로 적어야 했으며, 구결을 해석하는 주석도 따로 적어야만 했다.
그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죄송해요. 무공을 익혀야 돼서요.”
천휘는 딱 잘라서 거절하기보다는 빙 둘러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어차피 이제 더 이상 만경각에 갈 일도 없는데.’
천휘의 말을 들은 현청은 안절부절못한 채로, 머리를 굴렸다.
‘천휘만 있다면 본 파의 구결이 소실된 무공서들을 빠르게 복원할 수 있어. 어떻게든 붙잡아야 돼. 관심을 가질 만한 것으로 유혹하면…….’
얼마나 급했는지, 도인이 생각하면 안 될 ‘유혹’이라는 단어까지 떠올리던 현청이 생각에 잠길 무렵.
번쩍!
머리에 우레가 내리쳤다.
‘그거야!’
천휘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라 하면 당연히 단 하나밖에 없었다.
떠오른 생각을 입에 담았다.
“만경각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무공서들을 보고 싶지 않느냐?”
순간 천휘의 몸이 들썩거렸다.
뒤이어 그의 두 눈동자가 하늘 위 떠 있는 별들처럼 만연하게 반짝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새로운 무공서요……?”
* * *
오악지회가 끝난 이후, 계속 텅 비었던 운중루가 간만에 대회의가 열리며, 도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최근 강호에서 본 파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지는 않느냐?”
가장 먼저 내뱉어진 나지막한 장문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흔들었다.
“조용합니다.”
“다른 검파에서도 오악지회의 결과에 대해 자중하는 분위기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대답에 장문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소문이 많이 퍼지지 않았구나.”
“모두 천휘 덕분입니다.”
조용히 듣던 현려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고, 그 말에 모두 동조했다.
그 말대로, 천휘 덕분이었다.
오악지회에서 승리했지만, 그들은 결코 으스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천휘가 오악지회에서 가장 강하다는 후기지수를 압도했으니.
그런 상황에서 오악지회를 승리했다고 소문을 퍼트리면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장문인이 입을 열었다.
“잘 되었구나.”
그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더니,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현강처럼 되면 안 되니 말이다.”
“흐음…….”
일순간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강이 왜 적이 많았던가.
남다른 재능과 실력에 시기한 이들이 현강을 노렸던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안도할 무렵.
“최근에 낙안봉에서 연기가 피어난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살짝 내려앉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무련각주가 화제를 돌렸고.
‘아이고, 천휘야.’
그로 인해 현도가 아연실색했다.
대략 한 달 전 낙안봉을 왔다 갔다 하면서 그 누구보다 먼저 연기를 발견한 현도는 천휘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진즉에 알아챈 상태였다.
천휘의 육식.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도한 그는 기겁하면서 육식을 말리려고 했지만, 천휘는 완고했었다.
‘육식은 금해야 하는 것이니라.’
‘왜요?’
‘도사는 살생을 금해야…….’
‘그래요? 그러면 도사가 아니면 되죠?’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육식을 금지해 버린다면 그 순간 훌쩍 떠날 것만 같은 태도를 보이는 천휘의 모습에 현도는 기겁했다.
결국 먼저 손을 들었다.
‘대신 들키지 말거라.’
현도의 목이 바짝 타들어 갔다.
‘이걸 알릴 수도 없는 일이니.’
하지만 그러한 현도의 상황을 모르는 다른 이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연기?”
“자네는 연기를 봤나?”
“아니, 나는 보지 못했네.”
“누가 불을 피웠나?”
숨겨진 진실을 모르는 이들의 반응에 현도의 두 눈이 질끈 감길 무렵.
“최근 천휘가 추운 것인지 물을 끓일 때가 있어요.”
“천휘가?”
“천휘가 말입니까?”
“네.”
현도와 함께 유이하게 알고 있었던 현려가 중간에 끼어들며, 말했다.
그와 함께 현도에게 눈짓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천휘가 쌀쌀하다고 했었지.”
그녀의 재촉하는 눈빛을 읽은 현도는 그녀가 뻗은 도움의 손길을 놓칠세라 곧바로 맞장구쳤다.
“아직 치료가……”
“……아직도 춥나 보군요.”
중인들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최근 천휘가 놀라운 무위를 선보였다지만, 그들이 보았던 천휘의 모습은 앓아눕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현도 사형, 천휘는 괜찮습니까?”
계속 냉철한 모습을 유지하던 무련각주의 걱정하는 물음에 현도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그리 심한 것은 아니었다.”
“다행이군요.”
천휘를 생각한 도사들의 머릿속에 이미 연기에 관한 것은 사라졌다.
‘후우.’
현도는 슬쩍 현려를 쳐다봤고, 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네, 사매.’
‘천휘의 일인걸요.’
그렇게 유야무야 상황을 넘긴 이후 장문인은 현일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번 대회의를 열고자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중인들의 시선이 현일에게 쏠렸다.
화산파의 모든 정보를 담당하는 비각주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대회의가 시작된 이래로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하던 비각주를 보던 이들의 얼굴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번 대회의는 비각주의 강력한 요청으로 열렸다.
발언권을 얻은 비각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개했다.
뒤이어 그의 입이 열리고,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백귀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