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594
594화
탈혼제 백운과 소요검희 태세.
천휘는 절세고수인 둘을 이전 무림맹에서 마주했을 때와 같이 아래로 깔보는 어투와 행태를 선보였으나.
그런 천휘와 달리 둘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는 중이었다.
이전에 홀로 상대하겠다고 나섰었던 태세는 침묵을 유지한 채로 품에 안긴 파백의 검파를 조심히 쥐었고.
“…….”
탈혼제 또한 당시 여유로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묵직한 경력을 전신에 둘둘 두른 채 천휘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때 뱉었던 헛웃음은 물론 항시 입가에 머무르던 미소 또한 사라진 얼굴이었다.
대신 진중한 표정을 지은 그의 주변으로는 이전에 없던 기세, 살의가 경력에 담겨 진동하고 있었다.
천휘의 무위를 몰랐던 당시와 다르게 이번에는 직접 마주하고 상대해 본 후였기에, 그 말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 탓이었다.
불현듯.
“그것은…….”
고저 없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위에서부터 쏟아지는 폭포수와 그 물이 암석에 부딪혀 내는 소음을 뚫는 목소리였다.
바로 탈혼제였다.
“거절할 필요가 없는 제안이군.”
읊조리듯 입술을 달싹인 탈혼제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마에서부터, 피부가 벗겨져 시뻘건 피를 흘리는 뺨을 지나 턱까지.
피를 훑어 내는 그 가벼운 손짓에 뺨에서 흐르던 피까지 멎으면서, 처참한 속을 보였다.
드러난 상처 자국은 끔찍하리만치 깊었다.
필시 격통이 상당할 상처였다.
그러나 탈혼제는 아무런 고통도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눈을 가라앉힐 뿐이었다.
동시에 피어난 경력의 파동이 눈초리에 맺히면서, 날카롭게 빛나더니.
키잉!
눈부신 백광(白光)을 발했다.
곧이어서 시야가 확 트이며, 곳곳에서 휘황찬란한 색채가 떠올랐다.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그것은 기(氣)였다.
주변에서 흩뿌려진 자연의 기와 희미하게 번진 상대의 기파가 다양한 색채로서 그의 시야에 담긴 것이다.
탈백낙혼안(奪魄落魂眼).
온갖 사술과 사공이 범람하는 사황전에서도 가장 괴이하다고 취급받는 술법이자, 안법이 발현된 것이다.
직후 상대가 들어 올린 검극.
그곳에서 뿜어진 기파가 실타래처럼 엮여 한 송이의 붉은 꽃을 피워 내는 것을 응시하며, 깊이 통찰했다.
수십, 수백 번은 본 꽃, 매화.
화산파의 정수, 검화였다.
그런데 탈혼제는 이번에도 아까처럼 이질감을 느꼈다.
‘화산파의 검화가 붉기는 했지만, 저렇게 피처럼 붉었던가…….’
탈혼제의 안광이 깊이 가라앉았다.
너무나 붉어서 섬뜩할 지경이었다.
마치 핏물이 고인 듯한 모양새다.
도가인 화산파의 도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음에도, 왜인지 그 모습이 몹시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그것은 묘한 느낌이었다.
마치 본질적으로 그런 것처럼.
그렇게 얼마간 바라보았을까.
슥―
탈혼제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아래로 뚝 떨어지듯이 기묘한 고갯짓을 한 그의 입술이 벌어졌다.
“태세.”
“알아.”
부름에 태세가 곧장 대답했다.
투명한 검기를 흘리면서였다.
그녀 손끝에서 생겨난 검기는 실타래처럼 줄기줄기 뻗어 나오며 엮이더니, 이내 새까만 검집을 감쌌다.
흉흉한 기세를 풀풀 풍기는 모습이 언제든 출수할 준비를 마친 듯했다.
그녀가 뿜어낸 기세로 인해, 둘의 머리 위로 균열이 일어나 있던 절벽에서 부서진 낙석이 추락했다.
파사삭―
하나, 날카롭게 날이 선 그녀의 경력이 그것을 그대로 베어 냈다.
한순간에 생겨난 수십의 검흔.
쏟아지던 폭포수와 낙석이 잘게 부서져 시야를 가렸다.
동시에 무지막지한 경력이 터졌다.
아주 찰나였다.
다음 순간.
타앗!
둘이 있었던 지반이 폭발했다.
동시에 진각을 내디딘 둘의 신형이 연기처럼 흐릿해지면서, 한순간 흩어져 버렸다.
삽시간이었다.
한편 검을 가슴께까지 들어 올린 천휘는 그런 둘의 놀라운 기행에도 눈을 반개하며 씩 웃을 뿐이었다.
“이제야 할 맛이 나겠어.”
속닥이는 그의 안광이 번뜩였다.
환히 트인 시야, 그 속에서 천휘의 의식이 홀로 다른 길을 내디뎠다.
빠르게 회전하며 가속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이 영겁과도 같이 느려지며, 연기처럼 흐릿해졌었던 둘의 형상이 몹시 또렷하게 드러났다.
‘이형환위.’
그렇게 잔상만을 남긴 채, 허공을 가로질러 쇄도하는 둘의 모습을 직면했다.
태세는 어느새 파백을 뽑아 들었고.
탈혼제는 우권을 가슴팍에 붙인 상태였다.
출수를 앞둔 모습.
대기가 한계를 초월한 그들의 속도에 떠밀려 짓이겨지는 그때.
화아아악!
둘로부터 무지막지한 경력이 폭사했다.
직후 첨예한 예기를 담아낸 파백이 사선으로 그어졌고, 반대편에선 탈혼제의 강맹한 권격이 내질러졌다.
파검식, 삭(削).
유혼권(幽魂拳).
천하에서 보기 드문 두 절세고수의 합공이 이 시각, 이곳에서 펼쳐졌다.
천휘는 양옆에서 점점 커지며 다가오는 경력을 느끼며, 화월을 그었다.
쩌어어어엉! 콰아아앙!
폭음이 연달아 터졌다.
천휘의 양옆 허공에서 불투명한 파문이 터지며, 짓이겨졌던 대기가 원형으로 밀려 나갔다.
‘과연…….’
‘엄청난 속도…….’
탈혼제와 태세가 눈살을 찌푸렸다.
곧게 들어 올린 상대의 검에서 붉은 매화가 피어나, 합공을 간단히 막아 낸 것이다.
무지막지한 속도의 쾌검이었다.
둘이 방금의 검격을 떠올리는 그때.
훅―
천휘의 신형이 순간 사라졌다.
암향비동에 존재했던 극상의 보법.
뇌전비류보(雷電飛流步)를 펼친 그가 한 줄기 벼락으로 화해 질주했다.
콰과과과―
억눌린 굉음과 함께 질주하는 화월의 칼날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적광의 궤적이 대기를 뭉갰다.
일직선의 경파는 공간을 초월하면서, 순식간에 태세의 심장을 노렸다.
너무나도 정직한 검로(劍路).
하지만 무시하기 힘든 발경력이었다.
태세는 고운 아미를 찌푸리더니 품속에서 놓지 않고 있던 검집을 내던졌다.
그리고 얼른 제천보(諸天步)의 구결을 운용하면서, 옆으로 물러났다.
후우우우웅!
그녀가 있던 곳에서 거대한 풍압이 생겨났다.
허공을 가른 검극에서 터진 풍압은 대기를 통째로 밀어냈고, 강맹한 원형의 흡인력(吸引力)을 자아냈다.
일순간 대기가 공허해졌다.
태세의 금발과 분홍빛 장포가 그 흡인력에 끌려가며, 연신 펄럭였다.
가공할 여파였다.
“빠른데.”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옆이었다.
태세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향해 검격을 내질렀던 천휘가 바로 옆에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화악!
고아한 분홍빛의 소매가 부풀었다.
직후 쥐고 있던 파백의 검신에서 푸른 불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몹시 농밀한 기파였다.
신공절학, 무아제천공(無我諸天功).
검도(劍道)에 혼백을 송두리째 바쳤던 검귀(劍鬼)들이 모인 신비 문파, 백검맹에서 같이 창안한 검법이자, 심법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일순간 가공할 공력이 파백에 담기며, 그녀의 분홍빛 장포가 크게 출렁였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회전했다.
그 움직임을 따라 고아한 분홍의 장포 역시 흔들리며 하늘을 뒤덮었다.
동시에 그녀가 흘리던 공력이 빛살처럼 나뉘며, 수십의 길을 생성했다.
무수한 검로의 빛살.
푸른 불티를 담은 파백이 마찰음을 냈고, 검격은 발경력을 중첩해 갔다.
파검식, 압제(壓制).
육중한 검세가 압박을 담았다.
순간 천하가 내려앉은 듯했다.
일검에 주변을 지배하여 자신의 것으로 화한 것이다.
중검(重劍)의 극치로써.
천휘가 그 수법에 눈을 잠깐 빛내더니.
씨익―
입술을 가로로 길게 찢었다.
붉은 입술 사이 드러난 새하얀 이는 어쩐지 섬뜩한 느낌이었다.
‘그래, 이제야 좀 할 맛이 나는데.’
난생처음 보는 상승의 검법을 마주한 천휘의 속에서 투기가 들끓었다.
직후, 그의 손이 흐릿해졌다.
쩌어어어엉!
동시에 상공에서 파공음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파공음이 채 주변으로 퍼지기도 전에 바로 연이어서 검격이 부딪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동시였다.
찰나에 생겨난 수십의 궤적.
천휘와 태세는 수십 가닥의 검기를 발현하며, 마주한 검격을 상대했다.
쩌저저정!
허공에서 연신 불똥들이 튀었다.
꼬리를 물면서 곳곳에서 피어난 공력의 파편들이 대기를 잠식해 갔다.
그 날뛰는 대기 속.
쿵!
둘의 검이 허공에서 맞물렸다.
주변의 공기가 팽팽해지기를 잠시.
후우우욱!
투명한 매화신공의 공력과 푸른 불티를 흩뿌리는 무아제천공의 공력이 강렬한 와류를 생성하며, 근방의 대기를 흔들었다.
쿠구구궁―
둘이 선 곳을 중심으로 원형의 충격파가 터지며, 지반이 주저앉았다.
천휘가 검을 쥔 손을 흔들어 화월의 검신에 남은 충격파를 털어 냄과 동시에 앞의 태세를 응시했다.
아니, 관철했다.
‘검의 형식이 존재치 않아.’
천휘의 상단전이 영성을 발휘했다.
신공절학, 양의심공.
한순간에 둘로 나뉜 의식 중 하나가 검법을 산산이 파헤쳐 갔다.
그렇다면 무형의 검일까? 아니.
하면 무엇이지?
천휘의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했다.
시간이 멈춘 듯 느려진 영역 속을 유영하며 한 가지를 추론했다.
파훼에 중점을 둔 검…….
천휘의 의식이 아득히 넓어졌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십의 검공을 샅샅이 헤집던 어느 순간.
사락―
찢어진 분홍빛 장포가 크게 흩날림과 동시에 바람 소리가 휘몰아쳤다.
태세의 머리 위에서 나는 소리였다.
묵직한 검력을 실어 낸 파백이 가공할 와류를 생성해 낸 것이다.
[제천검(諸天劍).]그녀의 고즈넉한 음성이 나부꼈다.
고절한 육합전성.
그것은 하늘을 자신의 발밑에 두고자 했었던 백검맹의 염원을 담은 절초가 펼쳐질 것을 알리는 통보였다.
후우우욱―
삽시간에 주변 땅바닥은 와류에 섞이며 흘러나온 검흔으로 가득해졌고, 대기는 엉망으로 찢어발겨졌다.
헤아릴 수 없는 검기의 폭풍.
하나하나가 절초나 다름없었다.
마치 바람으로 가둔 그물과도 같이 이 근방을 모조리 묶어 두고 있었다.
점점 좁혀져 오는 검기의 폭풍 속.
“검각의 검공과는 정반대인걸.”
속닥이는 천휘의 말에 태세의 청안이 짙은 안광을 폭사하며 그를 노려봤다.
‘그것을 네가 어찌 아냐’는 듯한 눈빛.
천휘가 그런 그녀의 눈빛을 무시해 흘리면서, 화월을 들어 올리려던 찰나였다.
키이이잉!
등 뒤에서 날카로운 기척이 느껴졌다.
둘의 결전에 기척을 숨겼던 탈혼제가 천휘의 등 뒤에서 불쑥 나왔다.
혼유무형환영술(混有無形喚影術).
유형과 무형을 넘나드는 사술의 영역에서 은신술을 선보인 그는 재빠르게 우수를 활짝 펼쳤다.
펼쳐진 손가락마다 매의 발톱과도 같이 강맹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촤아악!
직후, 다섯의 강기가 단번에 폭사하며 일순간 허공을 갈라냈다.
정면에서 몰아치는 검기의 폭풍.
후면에서 다가오는 매서운 조법.
완벽하게 이루어진 합공이었다.
가공할 사기를 동반한 조법이 태세를 상대하느라 방심한 천휘의 등을 정확히 노린 것이었으니.
“제안을 받아들이지 그랬나.”
탈혼제가 승기를 잡았다는 듯 오만함이 깃든 목소리로 뇌까리던 그때였다.
“이미 본 거야.”
선명한 음성이 들려왔다.
귀가 아닌, 뇌리에 틀어박혀서 연신 울리는 기이한 음성이었다.
동시에 천휘가 제한을 두지 않고, 매화신공의 내공을 온전히 개방했다.
밀물처럼 차오르는 공력의 중압감.
그의 발밑에서부터 붉은 파문이 연신 굽이치며 퍼지기 시작했다.
‘저건…….’
탈혼제가 멍하니 그런 천휘를 바라봤다.
언제 들렸는지 모를 그의 좌수는 눈처럼 새하얀 채로 허공을 잡고 있었다.
매의 발톱처럼 구부러진 손가락들.
그 모습이 몹시나 익숙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탈혼제가 선보인 것과 완벽히 똑같은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아니, 그럴 리는…….’
탈혼제가 퍼뜩 떠오른 생각을 부정하며 입을 떡 벌렸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조법이 무엇인가.
잔백잔혈조(殘魄殘血爪).
사파의 절대수법이자 사로삼대수법(邪路三大手法) 중의 하나.
그리고 과거 강호를 공포에 벌벌 떨게 했었던 사혈황(死血皇)의 독문 절기이며, 사황전의 비전 무공이었다.
그것을 화산파의 도사가 펼친다?
불가능한 일.
하지만 애써 부정하는 머릿속과 다르게 마음속에선 계속 불안감이 솟구쳐, 그것을 어떻게든 억누르던 그때였다.
돌연 천휘의 좌수가 흐릿해짐과 함께 나타난 다섯의 청광(淸光)이 용의 발톱처럼 대기를 갈가리 찢더니.
콰드드드득!
앞뒤로 짓쳐들어오던 탈혼제의 잔백잔혈조와 태세의 제천검을 단숨에 소멸시켜 버렸다.
단 일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