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79
79화
“고맙네.”
아까 전부터 거듭 감사 인사를 전하는 표국주에 여운기는 멋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해야 될 일이었습니다.”
“여운기 소협과 혁련청화 소저 덕분에 수룡채의 습격에도 피해가 없었소.”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표국주는 앞에 있는 여운기와 구석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혁련청화를 봤다.
둘 덕분에 단청표국의 선박은 아무런 탈 없이 장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 일은 맹에 꼭 말해 두겠소.”
순간 여운기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감사 인사보다 원하던 성과였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여운기가 크게 대답할 무렵.
“정말 감사합니다. 여협 덕분에 일천한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혁련청화의 앞에는 표사들과 쟁자수들로 문전성시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거기다 그녀는 뛰어난 무위까지.
지금 그들의 눈에 혁련청화는 이야기로만 듣던 여협의 현신이었다.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이에요.”
혁련청화는 한 명씩 번갈아 가며 감사를 표하는 표사와 쟁자수들에게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매번 불편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건만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잠시 후 단청표국이 떠나고.
“진이 빠지네요.”
여운기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 말에 혁련청화가 동의했다.
차라리 싸우는 것이 편하지 이런 일은 그녀에게 고역이었다.
“그보다 천휘 소협은 대체 어디 갔을까요? 강 한복판이었는데.”
“흥. 헤엄이나 치고 있겠죠.”
혁련청화가 딱 잘라서 말했다.
그는 천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싸움 도중인데 갑자기 도망이나 치다니 그게 무인인가.
하지만 여운기는 그녀와 다르게 그가 도망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녔어.’
천휘의 무위는 뛰어났다.
물론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본 적이 없었지만 짧은 순간 본 보법만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휘이익―
갑자기 상공에서 매가 하강해 왔다.
“저건 부대주님의 전서응인데.”
여운기가 능숙하게 팔을 뻗었다.
그러자 매는 여운기의 팔뚝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뭔 일이지? 어지간한 일로는 전서응을 보내지는 않는데.”
여운기가 매의 발에 묶여 있는 종이를 푼 뒤 가볍게 손을 흔들자.
전서응이 곧바로 다시 활공했다.
빠르게 멀어지는 전서응을 본 그가 종이를 펼쳐 읽던 중.
“처, 청화 소저! 수룡채의 위치를 확인했답니다!”
크게 소리쳤다.
“그게 정말인가요?”
“네! 그리고…….”
힘차게 말하던 여운기가 그 상태로 굳었다.
“왜 그러죠?”
대답을 기다리던 혁련청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종이를 가로챘다.
“수룡채 위치 확인. 그리고…….”
곧 그녀 또한 종이를 보다가 마지막에 적힌 글귀에 표정이 굳었다.
“멸…… 절?”
순간 여운기와 혁련청화의 뇌리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설마!”
* * *
벌컥!
평소와 같이 서류를 처리하던 설검은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다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지금 방문을 열고 나타난 이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천휘 소협, 왜 여기에?”
“임무 끝냈으니까 왔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짜고짜 말하는 천휘의 모습에 설검은 당혹감을 넘어 황당했다.
“제가 소협에게 주었던 임무는 분명히 한 달 동안 수룡채의 습격을 막는 것인데…….”
“이제 수룡채가 습격할 일은 없는데요.”
천휘가 그의 말을 끊었다.
“습격할 일이 없다고요?”
“네.”
설검은 당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수룡채의 습격을 해결할 방법이라는 것이 있던가.
만약 있었다면 진즉에 했을 일이었다.
하나 그가 미심쩍어 하는 해결방법은 곧 천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수룡채를 없앴거든요.”
“네?”
설검의 머리가 순간 멈췄다.
갑자기 수룡채가 없어졌다니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
“그게 무슨 말인지…….”
“원.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야.”
천휘는 한심하다는 듯 설검을 바라봤다.
“다 쓸어버렸다고요.”
“수룡채를 말입니까?”
순간 설검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곧이곧대로 믿기 힘든 말이군요.”
설검이 냉정하게 말했다.
수룡채는 열여덟 개의 장강수로채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곳으로 아직 본거지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런데 없애 버렸다니.
“소협. 수룡채의 위치는 아직 알려진 적이 없습니다.”
쓸데없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내뱉은 말이다.
그런데.
“그럴 만하던데요.”
천휘가 맞장구쳤다.
그뿐이 아니라 한술 더 떴다.
“설마 동굴에 터를 잡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요.”
“동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그는 납득이 됐다.
동굴이라면 그동안 협위대가 장강을 여러 군데 돌아다녀도 찾지 못한 것이 이해가 됐기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수룡채를 찾은 겁니까?”
“그놈들의 선박을 타고 갔는데요.”
허를 찌르는 대답이었다.
그와 동시에 완벽한 대답이었다.
그들이 돌아가는 것을 따라가면 되는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동안 추격하는 것에 실패했던 이유는 쫓아갈 때마다 그들의 반격이 매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홀로 선박에 타다니.’
놀라운 강심장이었다.
적으로 가득한 선박을 타고 수룡채로 가다니 완전히 범의 아가리에 목을 내미는 꼴이었다.
“그들이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했죠.”
“그런데 어떻게.”
“아까 내 말 듣긴 했어요?”
천휘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설검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멸절했다니까요.”
설검이 침을 꿀꺽 삼켰다.
‘진짜로 사실인가?’
당당하기 짝이 없는 천휘를 본 설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바로 들킬 거짓말을 해서 뭐 하게요.”
설검은 할 말을 잃었다.
그 말대로 수룡채가 다시 습격이라도 했다간 바로 들킬 일이었다.
“그리고 협위대의 부대주란 자에게 어딘지 말하긴 했어요. 나중에 확인하면 서신이라도 보내겠죠.”
천휘는 수룡채를 박살 내고 무림맹으로 돌아오던 길에 장강의 나루터에서 만났었던 중년인을 회상했다.
여운기와 혁련청화와 똑같은 무복을 보고는 시체 처리라도 맡길 겸 말해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대주에게 말입니까?”
설검의 눈이 커졌다.
다름 아닌 협위대의 부대주를 입에 담자 천휘에 대한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기우는 것을 느꼈다.
‘진짜로 수룡채를 없애 버린 건가!’
천휘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깨닫자 놀라움이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수룡채는 악명이 자자한 곳이었다.
수적들 모두 무공을 익힌 것은 물론이고 수뇌부의 면면이 화려했다.
한때 청해성을 발칵 뒤집었던 흑야노를 비롯해서 원래 녹림의 채주였다가 수룡채주에게 감복해 알아서 밑으로 들어간 혈귀부(血鬼斧).
그리고 그들을 거느리는 수룡채주.
소호거도(小虎巨刀) 작량.
그는 높은 인망과 놀라운 실력으로 과거 약소했었던 수룡채를 현 위치까지 일약 성장시킨 고수였다.
만약 그가 야망이 있었다면 수룡채를 넘어서 중원에서 이름을 날리는 고수가 되리라는 게 세간의 평가였는데.
‘……그런 그들을 죽였다니.’
만약 진짜로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천휘에 대한 생각을 고쳐야만 했다.
‘개방주와 만났을 때 보인 실력으로도 위험하다고는 생각했는데…….’
개방주의 기세에도 버틴 것만 하여도 눈여겨볼 자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을 선보이고 있었다.
‘어쩌면 구파일방의 대제자들보다도 뛰어난 실력일 수도.’
간혹 나타나는 무공의 천재.
천휘가 그러한 자 같았다.
‘내게는 좋은 일인가.’
생각을 정리하던 설검의 입가에 희미한 실선이 그어졌다.
지금 그는 화산파와 손을 잡았다.
그런 그에게 화산파에 이렇게 뛰어난 이가 있다는 것은 홍복이었다.
‘거기다 이대로 화산파의 성세가 커지면 맹의 균형도 무너질 테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자신이 군사가 되기 위해서는 숨어 있는 군사를 끌어낼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
무림맹을 뒤흔들 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앞의 천휘와 화산파야말로 그것에 딱 어울렸다.
“그러면 소협의 말을 믿겠습니다.”
설검이 서랍에서 서류를 꺼냈다.
빼곡하게 글로 적힌 종이를 뒤집자 곧 전각의 그림이 나타났다.
“여기에 서명하시면 됩니다.”
천휘는 전각을 바라봤다.
딱 봐도 고풍스럽고 좋은 전각이었으나.
“이곳 아닌데요.”
그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예전 화산파가 사용하던 숙소로 옮기려고요.”
“화산파가 예전에 사용했었던 숙소라면…….”
설검의 미소가 어긋났다.
“그곳은 종남파의 숙소입니다.”
설검이 당황하며 말했다.
“원래 화산파의 숙소였다던데요.”
“그건 예전입니다.”
“그래서 되찾으려는 건데요.”
당황한 설검이 빨리 말을 돌렸다.
“하하. 소협. 그러지 마시고 이번에 동쪽의 전각은 어떻습니까? 이번에 새로이 보수하면서…….”
“이야, 그러면 잘됐네요.”
천휘는 환하게 웃었다.
하나 그 웃음을 보는 설검은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틀리지 않았다.
“그곳을 종남파에게 주죠?”
“네……?”
“더 좋은 전각이라면서요.”
“하, 하지만 그건…….”
“왜요? 지금 거짓말한 거예요?”
설검의 이마에 삐죽 땀이 흘렀다.
“그건 아닙니다. 분명 새로 보수한 전각이 더 좋긴 합니다만…….”
“그러면 됐네요. 마침 저희는 낡아도 예전의 숙소가 좋았는데. 이거 참, 일이 잘 해결됐네요.”
천휘는 어색하게 웃는 설검과 눈을 맞추면서, 입꼬리를 비틀었다.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