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Chapter Last – 김 대리가 이렇게 일을 잘했다고? (2)
정훈이 들어가자마자 축포 소리가 들려왔다.
펑! 펑!
생일 때 쓰는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였다. 정훈은 깜짝 놀라서 귀를 막으며 움츠렸다.
“고생하셨습니다!”
장 부장을 포함한 출판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김칠봉 작가, 최수정 작가, 작은 별 작가, 쿵따라 작가, 라혜 작가, 이재원 작가에, 더불어 레고밟았어 작가와 산기영 작가까지!
정훈과 가장 인연이 깊었던 작가들이 전부 이곳에 와 있었다.
그중에서 김칠봉 작가가 제일 먼저 앞으로 나서서 인사했다.
“대리님, 수고 많으셨어요.”
“아, 작가님들, 왜 다 여기 계세요? 깜짝 놀랐네!”
정훈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대리님 마지막 날이라는데, 우리 못 봐서 서운할까 봐 놀러 왔죠.”
“아니, 진짜….”
갑자기 목이 메려고 했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깜짝 손님들의 등장은 정훈의 3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성실함과 믿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김칠봉 작가는 웃으며 정훈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
“저희 보고 감동했죠?”
정훈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작가님들 마감하셔야지, 저 만나러 오시면 어떡해요? 내일 연재분은 쓰고 오신 거예요?”
마감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의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다.
김칠봉은 장난스럽게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에이, 이제 그놈의 통조림이랑, 군만두 이야기 하면서 마감 재촉할 대리님도 없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하루 정도 빵꾸 내 버리죠, 뭐. 하하하하하!”
“현우 씨, 김칠봉 작가님 관리 잘해야 된다?”
“하하하하.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제대로 통조림 해 드리겠습니다!”
장 부장이 나서서 박수를 치며 시선을 모았다.
“자,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업무는 여기까지 하고, 회식하러 가지?”
“예!”
다 함께 나와 회식 장소로 향하며 정훈은 작가들에게 물었다.
“아니, 작가님들, 진짜 어떻게 모이신 거예요? 오실 거라는 생각은 정말로 꿈에도 못 했는데.”
레고밟았어 작가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기 최원석 대리님이 불러 주셨어요.”
“최 대리님이요?”
“예. 최 대리님이요.”
옆에 산기영 작가가 설명을 보탰다.
“저희도 뭐,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건 메일 받기 전까지 못 들었으니까 몰랐죠. 근데 며칠 전에 최원석 대리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물어보시더라고요. 금요일에 김 대리님 송별회 있는데 오실 수 있겠냐고요. 만약에 와 주시면 대리님이 정말 기뻐하실 것 같다고 하길래, 얼른 비축분 쌓아 두고 왔죠.”
“헉.”
정훈은 다른 작가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다들 그러면 최 대리님이 연락하신 거예요?”
“네.”
“맞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원석 대리다. 그 눈치를 밥 말아 먹은 최 대리.
그동안 눈치 없는 최 대리 때문에 정훈은 고생도 많이 했고, 힘든 일도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마지막에 와서 한 건 터뜨려 주니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싹 잊히고 오늘의 기억만 남을 것 같았다.
‘역시 인생은 마무리가 중요하구나.’
정훈은 작가들에게 다시 한번 목례를 하며 인사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담당자가 뭐라고 멀리서까지 와 주시고.”
“에이, 저희는 담당자님 보고 계약한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하죠.”
“맞아요.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정훈은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작가들을 바라보고 음흉하게 웃었다.
“오늘은 제가 주인공이니까 조금 거만해도 될까요?”
“으하하하하. 대리님 드디어 본심 나오셨다.”
“이야, 경영팀 과장의 포스!”
“크, 역시 사람은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다니까.”
바로 들어오는 공격에 정훈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장난으로 화를 냈다.
“아, 뭐예요? 그냥 끝까지 겸손하게 있어야겠네.”
“하하하하.”
그들은 조금 더 걸어 회식 장소에 도착했다.
정훈의 송별 회식이라 장 부장은 크게 쏠 생각이었는데, 한태용 사장은 자신이 스카우트해 가는 직원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며 회식에 긁으라고 직접 카드를 선사했다.
그래서 결정된 음식은 1++등급의 한우 꽃등심!
불판에서 뜨겁게 익어 가는 한우를 두고 장 부장의 권유로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기념으로 김 대리가 시원하게 건배사 한번 해야지!”
“예.”
정훈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원들과 작가들을 향해 말했다.
“어… 솔직히 말해서 연말 시상식처럼 장 부장님부터 막내 금철 씨랑 일러스트레이터님들, 작가님들 전부 한 분씩 꼽아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고기가 탄다고 욕을 먹을 것 같아서 짧게 할게요.”
“호우!”
김칠봉의 환호로 사원들은 박수를 치며 정훈을 바라보았다.
“제가 3년 조금 넘게 근무하면서 정말 기쁜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있었는데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에 고생했던 일은 다 훌훌 털고, 행복하고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짧게 하려고 했지만, 말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부족한 저를 이끌어 주신 상사님께 감사드리고, 부족하지만 잘 따라와 준 후배 사원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작가님들은 못난 김 대리 믿고 작품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
갑자기 감정이 울컥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가슴이 울컥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위하여!’ 세 글자만 외치면 되는데, 이 말을 하면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아서 차마 하지 못하고 참고 있었다.
다들 감정이 차올라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김칠봉 작가는 차마 이런 분위기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아, 여기서 울면 큰일 납니다! 지금 우는 사람은 ‘울다가 웃어서 엉덩이에 뿔이 나면 2 대 1 가능?’이라는 제 차기작에 주인공으로 등장시킬 겁니다!”
이런 병맛 같은 소설 제목을 떠올렸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정훈은 김칠봉 작가가 진심으로 저 제목을 사용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푸훗!”
정훈의 웃음을 시작으로 회식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정훈은 편하게 외칠 수 있었다.
“위하여!”
“위하여!”
다들 잔을 세게 부딪치며, 정훈은 제일 먼저 잔을 깔끔하게 입에 털어 넣었다.
“김 대리님! 제가 한 잔 드리겠습니다.”
“예. 제가 가겠습니다.”
이후로 정훈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작가와 상사들의 잔을 받아 마셨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났을까, 정훈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도착하면 전화하겠다는 정사랑의 전화였다.
살짝 취기가 오른 정훈은 자랑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저 잠깐 여자 친구 좀 데리고 오겠습니다.”
“오! 대박!”
“와우!”
정훈은 정사랑을 생각하며 서둘러 가게 앞으로 마중을 나갔다.
그녀는 오늘 이곳에 올 걸 생각해서 정장 외에 입을 예쁜 옷도 준비했고 화장까지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했다.
그렇게 아름답게 꾸민 정사랑을 만난 정훈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야, 오늘은 더 예쁘네.”
“평소에도 예뻐.”
“하하하하. 그렇지.”
“많이 마셨어?”
“조금. 아직 견딜 만해.”
“다행이네.”
“들어갈까?”
“응.”
주차장에서 가게에 들어갈 때까지 정훈과 정사랑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밤중에도 불구하고 정사랑의 왼손 약지에 끼어 있는 다이아 반지는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었다.
“왔습니다!”
정훈과 사랑이 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은 환호하며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정사랑도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정사랑입니다. 저도 푸른 하늘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오, 무슨 부서세요?”
“재정부요. 하하.”
“와, 능력자시네!”
“김 대리 능력 좋다!”
“이야, 제수씨가 미인이시네!”
“김 대리! 김 대리!”
“김 대리! 김 대리! 김 대리!”
정사랑의 미모를 보고 사람들이 정훈을 연호했다. 정훈은 뿌듯하게 웃다가 손을 들어 사람들을 멈췄다.
“여러분, 저 결혼합니다!”
“우와아아아아!”
“마셔라! 마셔라!”
“부어라!”
정훈의 깜짝 결혼 발표로 회식 자리는 광란의 도가니가 되며, 이날 대부분의 편집자와 작가들은 술이 떡이 될 때까지 마셨다.
***
“흠흠.”
정훈은 조금 경직된 얼굴로 넥타이를 맸다. 오늘은 경영팀으로의 첫 출근 날이다. 정훈은 넥타이 위로 새로 지급받은 사원증을 걸었다.
푸른 하늘 출판부의 김정훈 대리가 아닌, 푸른 하늘 경영팀의 김정훈 과장으로.
그저 사원증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 같았다.
머리에는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힘이 들어간 것처럼 멋들어지게 스타일링이 되어 있다.
‘이게 바로 짬에서 나오는 포스라는 건가? 으히히.’
다시 한번 거울에 비친 ‘김정훈 과장’이라는 글자를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정장 마이를 걸치고 가방을 들었다.
그때, 집의 도어록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오며 큰 소리로 외쳤다.
“김 과장님! 출발합시다!”
도어록 누르는 소리만 들어도 바로 정사랑이란 걸 알아챈 정훈은 반갑게 그녀를 쳐다봤다. 정사랑은 넉살스럽게 정훈의 칼라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
“오, 자기, 오늘따라 더 멋있는데?”
“그래?”
“응. 완전 멋있어. 과장 달아서 그런가?”
“하하하하하. 사랑이 너는 과장이라서 매일 예뻐.”
“아는 이야기니까 새삼스럽게 안 해도 돼.”
“으하핫! 근데 뭐 하러 여기까지 왔어? 아침에 바쁠 텐데.”
“에이, 우리 예비 신랑의 과장으로서 첫 출근 날인데 그냥 갈 수가 있나? 내가 직접 모셔다 드려야지.”
“크흠. 그러면 정 기사, 어디 한번 안내해 보게.”
정훈의 장난에 정사랑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지하철 잘 타고 가.”
뒤로 도는 그녀의 손목을 정훈이 재빠르게 잡았다.
“아이, 정 과장님, 한 번만 태워 주세요.”
“그렇게 말하면 태워 주지.”
“하하하하. 가자.”
“응.”
정사랑은 차를 출발시키며 정훈에게 물었다.
“안 떨려?”
“조금.”
“약간의 긴장은 원래 더 도움이 되는 법이야.”
“그렇지? 아, 진짜 출판부에 첫 취업 합격하고 나서 첫 출근 할 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아.”
“하하하. 그렇게 긴장한 채로 인사하다가 문에 머리 박는 거 아니야?”
“에이, 그러면 재정부 정사랑 과장이 내 여자 친구라고 소문내고 다녀야지.”
“아, 제발 그러지 마라.”
“하하하하하.”
오늘따라 운전하는 정사랑의 모습이 왜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자기, 아침은 먹었어?”
“아니, 속이 좀 안 좋아서 안 먹었어. 자기는?”
“나는 그냥 대충 저번에 먹다 남은 빵 데워서 먹었어. 근데 자기 요즘 속이 자주 안 좋은 것 같다?”
“그런가? 곧 좋아지겠지.”
“그러지 말고 병원 한번 가 봐. 요즘 소화도 잘 안 되고 그런다며?”
“그렇긴 하지.”
“미루지 말고 병원 가.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고.”
“알았어. 이따가 점심에 가 볼게.”
“역시 우리 사랑이야.”
차가 회사 주차장에 도착하고 나서, 안전벨트를 풀자마자 사랑은 벌떡 일어나 정훈에게 입을 맞췄다.
깜짝 놀란 정훈은 정사랑이 뗄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뭐야? 출근 선물인가?”
“응. 가서 기죽지 말라는 내 응원!”
“하하하. 우리 사랑이 생각해서 절대 기 안 죽고 어깨 펴고 다니겠습니다.”
“그래. 자기는 어깨가 넓어서 어깨 펴고 있을 때가 제일 멋있어.”
“그런가?”
정훈은 으쓱하며 어깨를 쭈욱 폈다. 사랑은 그 모습이 웃긴지 피식 웃으며 정훈의 팔을 툭 때리고 말했다.
“가자.”
둘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사랑이 있는 재정부는 11층이기에 저층용 엘리베이터로, 정훈이 있는 경영팀은 26층이기에 고층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사랑을 먼저 엘리베이터에 태워 보내며, 다른 보는 눈이 많기에 눈인사 정도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정훈은 오랜만에 고층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늘 6층만 가다가, 바로 26층을 가려니까 왠지 한참을 더 가는 것 같았다.
‘옥상 갈 때는 이렇게 안 멀었던 것 같은데.’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26층에 멈춰 서고, 정훈이 홀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후아.”
마지막으로 어깨를 펴고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느꼈을 때, 정훈은 경영팀의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좋은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