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Epilogue
(1)
“와, 저 새끼 때깔 고운 거 봐 봐.”
“솔직히 내 친구지만, 존나 멋있다.”
“인정. 오늘은 갓(god)정훈 인정한다.”
정훈의 친구들, 승주와 영훈 그리고 다원 셋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신랑 입장 음악에 맞춰 멋진 정장을 빼입고 떡 벌어진 어깨를 드러내며 당당하게 걷는 정훈의 행진에는 거침이 없었다.
“근데 저 새끼도 진짜 대단하다.”
“뭐가?”
“사귄 지 넉 달 만에 프러포즈했잖아.”
“원래 쟤가 멋있지.”
“근데 애 생겨서 결혼한 거 아니야?”
다원의 말에 승주와 영훈은 동시에 한숨을 쉬며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는 정훈이한테 몇 번을 들었는데 그걸 기억 못 하냐?”
“뭐야, 과속해서 결혼한 거 아니야?”
“야. 프러포즈를 하고 나서 애가 생긴 걸 알았다고, 진짜 열 번은 들었다. 어차피 결혼은 하려고 했는데, 날짜만 당긴 거지.”
“아, 그랬나?”
“그래, 인마. 이 새끼 진짜 공무원 시험은 어떻게 합격했는지 모르겠다.”
“응, 니들 세금 다 내가 먹어.”
“개새끼.”
정훈의 입장이 끝나자, 사회자 김칠봉은 바로 신부 입장을 외쳤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결혼식장에 울려 퍼졌고, 스포트라이트는 신부 정사랑을 비췄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베일에 싸여 있던 정사랑의 모습이 드러났다. 결혼식장에 앉아 있던 하객들은 전부 사랑의 미모에 입을 떡 벌린 채 감탄했다.
“와.”
“대박.”
“김정훈 개새끼.”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정사랑은 임신 3개월 차임에도 불구하고, 배가 전혀 나오지 않아 웨딩드레스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냈다. 여름이어서 덜 덥게 치장이 적은 웨딩드레스를 입었는데, 그게 정말 신의 한 수였다.
그뿐이랴, 신부 화장을 한 그녀의 얼굴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그 자체였다.
오늘만큼은 현역 아이돌 그룹이 옆에 붙어 있어도, 정사랑의 승리를 외쳐 줄 정도로 미모가 빛나고 있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 정사랑은 정훈의 앞에서 수줍게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정훈은 감탄사가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아름다움 그 자체. 천사가 이 결혼식장에 강림했다. 그것도 자신의 아내로.
장인어른은 잡고 있는 딸의 손을 정훈에게 건네주었다.
“잘 부탁하네.”
정훈은 정사랑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평생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칠봉의 재치 있는 사회에 맞춰 혼인 서약, 예물 교환, 성혼 선언, 주례사의 식순을 부드럽게 진행했다.
저 멀리서 입에 침을 흘리며 하객으로 온 송수빈에게 넋을 빼 놓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정훈은 사회자로 친구들을 고르지 않고 김칠봉을 선택한 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서 축가가 이어지겠습니다. 축가는 신랑 김정훈 군의 절친한 친구인 유진성 씨가 준비했습니다.”
송수빈의 남자 친구, 유진성은 자신의 회사에서 제일 잘나가는 발라드 가수와 함께 자리에 섰다.
하객 중 뒤늦게 유진성을 발견한 사람들은 그에 깜짝 놀라며 환호했고, 새삼스럽게 정훈의 인맥에 감탄했다.
“아아.”
유진성은 마이크를 잡고 씨익 웃으며 정훈을 바라보았다.
“오늘 제 소중한 친구 정훈이가 결혼을 하게 되어서 제가 정말 기쁩니다. 평생 행복하라는 의미로 ‘끝사랑’이라는 곡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혼자는 부족할 것 같아서 원곡 가수인 김범주와 함께 부르려고 왔습니다.”
뒤에 있던 김범주도 웃으며 축가 무대로 올라왔다. 하객들은 초호화 축가 가수의 등장에 휴대폰으로 찍느라 바빴다.
“정훈아, 행복해라. 음악 주세요.”
유진성은 힙합 가수지만, 오늘만큼은 힙합의 기운을 빼고 담백한 발라드로 정훈의 결혼을 축복해 주었다.
힙합의 정점 유진성과 발라드의 정점 김범주가 꾸미는 무대는 감미롭다 못해 넋을 잃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던 정사랑은 옆에 있던 정훈을 살짝 팔꿈치로 찔렀다.
“자기야.”
“응?”
“내 친구 중에서 결혼식에 가수 온 거 내가 처음이야.”
“그거 자랑거리지?”
“당연하지. 유진성에 김범주, 게다가 송수빈까지 왔으니, 다음에 만나면 아주 콧대가 눌려 있을 거야.”
“하하핫. 그래야지. 그나저나 작가님들이 정말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하네.”
“그러게. 자기 출판부 사람들도 다 오셨잖아.”
“어. 신혼여행 갔다 와서 출판부에 따로 가서 인사 좀 드려야겠다.”
“당연히 그래야지.”
정사랑은 정훈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근데 자기야, 나 오늘 예뻐?”
정훈은 눈에 꿀이 가득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무 예뻐서 지금이라도 안아 주고 싶어.”
“아쉽다. 그러면 분명히 욕먹을 거야.”
“하하하하. 그렇겠지?”
“조금만 참아. 우리 오늘이 진짜 첫날밤이잖아.”
“근데 우리 아기 있잖아.”
“아, 맞다.”
정사랑은 배시시 웃으며 정훈에게 윙크했다.
“7개월만 참아.”
“우우.”
“싫어?”
“아니, 완전 좋아.”
그때,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올라갔고, 둘은 다시 축가 가수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정훈과 사랑은 모두의 기억에 각인될 만한 성대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치렀다.
***
(2)
“뭘 그렇게 흐뭇하게 보세요?”
김 차사의 말에 노인은 흐뭇하게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 손주 놈 보고 있지. 아주 멋지게 잘 살고 있구먼.”
“아아, 할아버지가 잘났다고 자랑하던 그 멋진 손자가 바로 얘였군요.”
“그렇지. 내 핏줄 중에서 제일 잘난 놈이야. 내가 봐도 멋진데, 여자들이 보면 얼마나 멋있겠어?”
“그러게요. 어깨도 떡 벌어져 있고, 얼굴도 잘생긴 데다가, 옷까지 멋지네요. 딱 여자들이 반하지 않고는 못 배길 스타일이에요.”
“그럼! 젊었을 적 내 모습을 쏙 빼다 박았어. 허허허허!”
자랑스럽게 웃는 노인을 보았을 때, 조금? 아니, 많이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김 차사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할아버지. 손주분, 결혼은 했어요?”
“했지! 아주 귀엽고 제 애미와 애비를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딸까지 있어.”
“이야, 다 가졌네요.”
노인은 김 차사를 쭉 훑어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김 차사도 결혼할 법한데? 어디 괜찮은 차사 없어?”
“에이, 저승사자가 무슨 결혼이에요. 그냥 저희야 뭐 흘러가면 가는 대로, 시간이 가면 가는 대로 사는 거죠.”
“어허. 청춘은 불태울 때야 비로소 청춘이라는 걸 모르는구먼. 쯧쯧쯧.”
“하하하하. 그러면 할아버지가 어디 어여쁜 차사 하나 소개시켜 주시겠어요?”
“그러면 자네, 구슬 하나 줄 텐가?”
“에이, 할아버지, 욕심이 너무 많으시다!”
김 차사는 할아버지에게 애교를 떠는 손자처럼 앙탈을 부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할아버지가 저한테 뺏어 간 구슬만 해도 몇 갠데 또 가져가시게요?”
“에이, 내가 자네랑 고스톱 쳐서 이기고 당당하게 딴 건데, 그걸 그렇게 말하면 쓰나?”
“할아버지가 너무 잘 치시잖아요.”
“그건 타고나는 거지. 손은 눈보다 빨라야 된다는 거 몰라?”
“할아버지, 타짜셨어요?”
“아니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허허.”
김 차사는 수정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할아버지는 혼자 계실 때 늘 이것만 보시는 거예요?”
“보통은 그렇지. 내 자식들, 우리 손주들 잘 살고 있나, 누가 해를 끼치진 않을까 걱정도 되고, 잘 자라는 모습 보고 있으면 뿌듯하기도 하니까.”
“그렇겠네요.”
노인은 수정구를 바라보고 있는 김 차사의 책에 슬쩍 손을 댔다. 그 감각에 김 차사는 깜짝 놀라 책을 반대쪽으로 옮겨 들었다.
“에이, 할아버지. 이건 안 돼요.”
“어허. 저번에도 보여 줘 놓고 이번에 갑자기 안 된다는 게 어디 있나?!”
김 차사는 깜짝 놀라며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쉿! 할아버지, 그거 옥황상제님한테 들어가면 저 진짜 죽어요.”
“그러면 한 번만 보여 줘.”
“아, 진짜 안 돼요. 한 번만 봐주세요.”
“우리 사이에 그러긴가?”
“아니, 할아버지. 우리 사이고 뭐고, 보여 드리면 제가 그대로 지옥에 간다니까요?”
노인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나만 슬쩍 보고 모르는 척하면 옥황상제님 귀에 들어갈 일이 어디 있겠어?”
“아, 진짜 안 돼요. 절대 안 돼.”
“예전에 우리 손자랑, 손자며느리 수명도 보여 줬는데 이거라고 안 될 게 뭐가 있어?”
“아니, 그건 제가 보여 준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보셨잖아요.”
김 차사의 꾸짖음에 노인은 민망한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게 왜 책을 두고 가긴, 두고 가.”
“할아버지한테 고스톱으로 다 털려서 기분 상해서 바로 집 가느라 그랬죠. 어쨌든 이건 안 돼요.”
노인은 김 차사의 옆구리를 찌르며 주머니에 있던 복숭아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아, 진짜 주셔도 안 된다니까요?”
“에이, 김 차사! 나는 이런 것 주고 뭐 바라는 그런 사람 아니야.”
대가가 없을 리 없었지만, 그가 들고 있는 복숭아는 너무나도 탐스럽고 맛있어 보였다. 먹기만 하면 세 달간 영혼을 거두는 건 일도 아니다.
김 차사는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욕심을 거두지 못하고 물었다.
“아무 대가 없이 주시는 거죠?”
“그럼! 얼른 먹어. 누가 보면 나도 혼나.”
“그러면….”
김 차사는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허겁지겁 복숭아를 먹어 치웠다.
“맛있네요.”
그제야 노인은 다시 능글맞게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김 차사. 그러면 내가 보는 건 안 되지만, 거기에 우리 손주 놈이 자식을 몇 놈 낳을지는 나와 있을 거 아니야? 그것만 알려 주게.”
“아이, 안 되는데.”
아까보다 부정의 뉘앙스가 줄어들었다. 노인은 주머니에서 반쪽짜리 복숭아를 하나 더 꺼내 슬쩍 김 차사의 주머니에 밀어 넣어 주었다.
“크흠, 흠!”
김 차사는 헛기침을 하며 책을 주욱 훑어보았다.
“금줄에 걸려 있는 고추가 2개 보이고, 숯이 하나 보이네요.”
“역시 김 차사야. 고마워.”
“아닙니다. 저는 뭐, 그냥 생각나는 거 아무거나 말한 거예요.”
“그럼! 그렇고말고!”
증손자 둘에, 증손녀 하나.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노인은 푸근한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 차사를 보며 슬쩍 물었다.
“그나저나 김 차사, 오늘도 한판 어떤가?”
그 말과 더불어 고스톱을 치는 시늉까지 하며 저승사자를 향해 씨익 웃었다. 능글맞은 노인의 모습에 김 차사는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 할아버지, 그렇게 많이 이겨서 손자에게 선물을 많이 해 주셔 놓고, 또 주고 싶은 게 있으신가 봐요?”
“그럼!”
노인은 히죽 웃으며 살며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자식 놈들한테는 아무리 줘도 부족한 게 부모 마음이잖아.”
“그렇죠. 제가 자식은 없지만, 그 마음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 의미로 한판 치는 거지?”
“하하하. 좋습니다. 저 근데 오늘은 제가 예뻐지는 구슬밖에 안 가져왔는데, 괜찮으세요?”
“어… 그건 우리 증손주한테 주면 되겠구먼!”
“그러면 되겠네요! 지금 바로 가실까요?”
“좋지!”
“오늘은 섰다로 할까요? 아니면 고스톱으로 할까요?”
“모름지기 사내는 고스톱이여! 둘이 있으니까 맞고로 하면 되겠구먼.”
“좋습니다. 가시죠!”
노인과 저승사자는 흰 구름 속으로 들어가 서서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