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19)
마법소녀 아저씨 119화(119/671)
119. 넌 또 뭐냐.(1)
잠에서 깨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인지했다.
얼마나 잔 거지.
시간을 알아보고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제대로 된 침대도 없는 장소인 만큼, 당연히 시계도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나는 곧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지만, 이내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을 떠올렸다.
내가 어제 몇 시에 잤더라.
기억을 더듬자, 눕자마자 형용할 수 없는 피로가 몰려와 잠들었단 사실이 떠올렸지만, 잠든 시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순 없었다.
건진 것이라고는 지금이 아침 시간이란 것과 통화 권외라는 정보뿐.
핸드폰에 달린 신호 증폭을 사용하면 해결되겠지만, 전화할 일도 없으니 별 상관없겠지.
약간 떡진 머리를 긁으며,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는 없겠지….”
워낙 잠자리가 더러워, 이나 벼룩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관없지만, 제자들이 감염되기라도 하면 좀 귀찮아지리라.
물어보고 방충제라도 사 올까.
“흐아아암.”
어느 정도 머리의 가려움이 가라앉자, 하품을 내뱉으며 근육이 뭉친 부분을 두드렸다.
돌아올 때 천도 사 올까.
예상 이상으로 잠자리가 불편하다.
하수구 아래인 것을 감안하면 이것도 그럭저럭 괜찮게 꾸민 편이지만, 적어도 일어났을 때 몸에 걸리는 부분이 없는 것이 잠자리로써 가장 중요한 덕목 아닐까.
나도 물러지긴 했네. 고작해야 잠자리가 나쁜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길게 생각하다니.
흙을 모포 삼아, 나무뿌리를 베개 삼아 자던 과거의 내가 보면 뭐라 한소리를 하지 않으려나.
다양한 생각을 남긴 잠자리를 뒤로하고, 제자들을 찾아 나섰다.
정확하게는, 찾아 나섰다기보다는 이미 있는 장소를 알고 있기에 걸음을 옮겼다고 하는 게 옳지만.
일어난 순간부터 천 너머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으니 말이다.
제자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걸 보니, 숙소는 나쁘지 않게 고른 모양이다.
엄한 숙소를 고른 바람에, 자다가 칼 맞진 않았단 소리 아닌가.
낡은 천을 걷으며, 입을 열었다.
“잘 잤냐.”
“아, 일어나셨어요?”
“스승님. 간밤 잘 주무셨나요!”
그리 인사를 해오는 제자 둘과.
“하아악!”
갑자기 방 반대편으로 점프한 괴인 혼혈 여자아이 하나.
“어? 연아! 갑자기 왜….”
“연?”
“아, 쟤 이름이에요. 말을 나눠보니 생각보다….”
“하아아아악.”
말을 나눠?
양발로 서서 날 보고 이빨을 내미는 꼴이, 암만 봐도 그냥 짐승인데. 어제도 저러고 있었지 않았나?
“연아, 잠깐 진정….”
“왜 그래 연아. 우리 스승님이야!”
백시현과 한아빈이 나서서 달래보려 했지만, 하악거리는 소리가 약간 줄어들었을 뿐, 나를 노려보는 시선은 날카로운 그대로였다.
가까이 다가가 진정시켜 보고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보았지만.
“하악!”
내 얼굴을 보고 내지르는 그 소리에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인지 원.
내가 문제인 것 같아 조금씩 뒤로 빠지자, 연이라고 하는 괴인은 진정했는지 백시현과 한아빈 옆에 앉아 천천히 고개를 부비기 시작했다.
어딜 어떻게 보아도 짐승의 행동.
저건 괴인이라기보단 괴수인데.
수인형 괴인도 여럿 본 경험이 있지만, 저 정도까지 야성에 지배된 괴인을 보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
교육 방식의 문제인가?
“저기, 애들아?”
“왜 그러세요. 선배님?”
“그 녀석에게 좀 물어봐 주지 않을래? 나한테 왜 그러는지.”
“그럴게요.”
백시현은 자기가 중간에 끼어봐야 일이 엉망이 될 걸 아는지 조용히 앉아 연을 쓰다듬었고.
멀쩡한 정신머리와 상식적인 대화 능력을 가진 아빈이가 연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기, 연아? 스승님한테 왜 그래? 나쁜 사람 아니야. 좀 성격은 나쁘시지만.”
저게 욕인지 설득인지.
“…저게?”
그리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거슬리는 쇳소리가 있긴 하지만, 야성만이 느껴지던 조금 전과 다르게 명백한 지성이 느껴지는 소리.
“어딜 봐도 나쁜 아저씨잖아.”
아저씨라.
그 단어에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렇게 나쁜 냄새는 위에 사는 이상한 사람들한테서도 안 나.”
제 오빠와는 다르군, 한눈에 내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채다니. 괴인 특유의 감각 기관이라도 있는 건가.
제 오빠한테도 저런 감각이 있었다면 이 난리는 안 났겠지.
대충 여기쯤에서 끼어 들어볼까.
“날 무서워하는 건 알겠다만, 너흴 해할 생각 없으니 적어도 날 볼 때마다 날뛰는 건 그만둬 주지 않겠니?”
내가 그리 말하자, 연은 나를 째려보며 목소리를 내뱉었다.
“…해할이 뭔데.”
쯧, 빌어먹을 기본 교육 부제.
“널 때리거나 뭘 뺏어가지 않을 거란 소리다.”
“정말 그래?”
연은 옆의 백시현과 한아빈에게 고개를 돌려 그리 물어보았다.
“아마… 그러실걸…?”
아빈아, 거기선 그러면 안 되지.
“당연하지! 스승님이 얼마나 정의로우신 분인데!”
시현아 넌 다물어.
어찌 되었건, 제자들은 엉망이나마 날 변호해주었고, 상반되는 설득 사이에서 방황하던 연이 마침내 입을 열어 대답했다.
“그럼… 참아볼게….”
“잘했어. 연아.”
연의 대답에 아빈이는 아이라도 달래듯 머리를 쓰다듬었고, 연은 고롱거리며 아빈이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방이 조용해지자, 마침내 나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 저 녀석과 마주칠 때마다 괴상한 소음을 듣진 않을 것 같지만, 그 근원이 본능에 있는 것 같으니 저 녀석을 자극하는 행동은 최대한 삼가야 할 것 같다.
이제 괴인 혼혈의 기분까지 맞춰줘야 한다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원.
나는 몸 안에서 계속 증식하는 한숨을 뽑아내며 발을 옮겼다.
방 중앙의 방석을 향해 몸을 발걸음을 옮기자, 연은 몸을 움찔거리긴 했지만, 조금 전처럼 과민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방석에 앉아, 다리 하나가 벽돌로 대체된 식탁 위의 물컵을 잡았다.
물컵에 담긴 물의 청결이 의심스러워 조금 찰랑거려 보았지만, 다행히 이물질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아 그대로 들이켜고 질문을 던졌다.
“쟤 오빠는 어디 갔냐?”
“담 말씀이세요?”
“아, 그 녀석 이름이 담인가. 어찌 됐건, 걔 어디 갔냐.”
“일하러 간대요.”
일이래 봐야 소매치기 아닌가.
“나머지 둘도?”
“예.”
그럼 소매치기는 아닌가.
잘 모르겠다. 나머지 둘은 뭔가 다른 일을 할 가능성도 있으니.
“언제 온다고 말하던?”
“아뇨.”
“어디로 간다고는?”
“그것도….”
오늘은 글렀나.
그 녀석 좀 끌고 다니면서 강도들 본거지 조지려 했건만, 이래서야 그 예정은 물 건너갔구만.
“아침은 먹었냐?”
“아까 담이가 사다 줬어요.”
“먹을 만하던?”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어제 돈을 준만큼 꽤 괜찮은 음식을 사 왔나 보군….
손에 든 컵에 조금 남은 물을 털어 넣고, 컵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나갔다 오마.”
“저흰 어떡할까요?”
어제 기본적인 건 다 체험했으니 오늘은 안 와도 될 것 같은데, 어차피 오늘도 못 찾을 것 같고.
“어제랑 비슷할 것 같은 데 따라올 거냐? 원한다면 상관없고.”
“괜찮습니다.”
딱딱해진 말투로 거절하는 한아빈.
“스승님! 오늘은 저도 쉴게요!”
백시현은 활발한 척하지만, 동공이 불안한 듯 흔들리고 있다.
아빈이는 그렇다 치고, 백시현이 특이하게 씨도 안 먹힐 연극을 하는구만.
어제 강행군이 그리도 힘들었나. 아니면 환경이 달라져서 그런가.
별 상관없겠지, 오늘은 어차피 시장만 좀 돌아볼 생각이고.
그리 생각하며 방석에서 일어나, 검은 막대를 탁자에 올려두었다.
“어지간하면 나가지 말고, 혹시 문제 생기면 이걸로 해결해라.”
출구로 향하며 충고를 이어나갔다.
“혹시 정말 문제 생겨서 나가면 엄한 사람 따라가지 말고, 음식 사 먹을 때는 항상 시현이 미래 예지 사용해서 문제 생길지 확인하고.”
출입문 대용인 천을 걷어내면서도 내 충고는 멈추지 않았다.
“아빈이 너는 시현이가 사람들 자극 못 하게 하고, 시현이 너는 아빈이 문제 생기면 무조건 아빈이 안전을 우선시하고….”
그리고, 또….
“…저희 어린애 아니에요.”
아빈이가 살짝 불만을 표했다.
“어린애가 아니니까 더 위험하지, 어중간하게 자기는 안 속을 줄 아는 사람이 더 속이기 쉬운 법이다.”
사기꾼에게 당하는 사람이 당하기 직전까지 자기는 사기에 절대 안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지.
“예, 예, 알겠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시현아. 밀어.”
아빈이는 그런 나를 쫓아내고 싶은지, 시현이를 시켜서 집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넌 또 왜 아빈이 말 따르냐.”
“아빈이가 지휘를 더 잘해서요?”
그냥 듣기 싫었다고 솔직히 말하지?
역시 아직도 애들이다, 어른 잔소리가 듣기 싫다니.
팔랑.
그렇게 집 밖으로 쫓겨난 내 등 뒤로 천이 떨어져 내렸다. 나를 거부하듯이 집 안과 밖을 단절시키며.
“하아. 일이나 해야지.”
어제의 기억을 되짚으며, 천천히 지하 수도를 거슬러 올랐다.
* * *
빠각.
소리 좋고.
콰득.
감촉 좋고.
“이 미친ㄴ….”
“아가리 싸무시고.”
곧바로 남자의 턱에 라이트 어퍼컷을 박아 넣었다.
남자의 누런 치아가 날아가고, 턱뼈에 금이 가는 감촉이 손을 타고 몰려왔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슬럼가에 사는 놈들에겐 이 정도 교육은 해줘야 말을 들어 먹으니.
망치를 사용했다가는 누군가의 머리통이 폭발할 것 같아 주먹을 사용했건만, 나쁘지 않은 결과다. 덕분에 몽롱하던 정신이 확 깼으니 말이다.
역시 주먹이 손맛이 좋긴 좋아.
“이 씨벌 미친 튀….”
“남 식사 망치고 어딜 갈라고.”
도망가려는 녀석 모두를 잡을 생각은 없어, 시끄럽게 구는 녀석의 정강이를 향해 로우킥을 날려주었다.
콰득.
가속된 부츠를 얻어맞은 남자의 허벅지는 경첩처럼 반으로 접혔고
“으아그각.”
의미불명의 비명과 함께 남자의 다리 관절이 두 개가 되었다.
잘됐군, 잘됐어.
“다리으아그아악. 다리그….”
“시꺼.”
시장바닥을 구르며, 시끄럽게 구는 남자의 얼굴을 그대로 걷어찼다.
이번에는 힘을 조절하였기에 이빨이나 코뼈가 부러지진 않았다.
이미 다리가 부러졌는데 그 이상 뭔가가 나가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얼굴 형태가 망가지면 붙잡는 손맛도 없고.
손을 뻗어, 남자의 머리통을 붙잡아 시선을 맞추었다.
“으아아아아….”
“왜? 오늘은 개꿀일 거라면서, 다시 그 말 해보지 그래?”
“잘모… 잘못했습니다…. 살려….”
“아 누가 죽인다고 그래. 그냥 있는 거 다 내놓고….”
잘그락.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품에 손을 넣어 주머니를 내던졌다.
떨어진 주머니로부터 작은 금속음이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정말 가진 걸 다 내놓은 모양.
이 정도 눈치는 있어야 난지도에서 깡패로 먹고 사는 것일까.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아…으 뭐든 물어보십…으극….”
통증을 참으며 내 말을 따르는 듯하였기에, 나 또한 두개골을 조이는 손아귀 힘을 조금 줄여 주었다.
그래, 이러면 얼마나 좋아.
스스로 자신을 바치는 행동.
모두가 이랬으면 고문이나 심문 따위는 필요 없었을 텐데.
“리 노인이라고 알고 있나? 정보상이고, 꽤 유명할 텐데.”
“죄송합니다…. 잘 모르….”
“아, 그럼 됐다. 잘 가라.”
기대하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기에,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놓아주었다.
녀석이 내 손에서 멀어지자마자, 턱뼈가 부러진 남자와 어깨가 탈골된 남자가 달려와 녀석을 부축하며 사라졌다.
생각보다 인망이 있는 녀석이거나, 친구끼리 의리가 있나 보군.
차라리 저 단합력으로 일이나 할 것이지 강도질을 해서 왜 저 꼴이 났는지 원.
남자들이 떠나자, 나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 내 몫의 음식을 바라보았다.
한 젓가락도 들지 못하고, 다 불어버린 기름소금 우동.
어찌나 든 게 없는지, 국물이 투명하여 다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그나마 마지막 양심인지 지네 튀김이 고명으로 올라와 있지만, 평범하게 생각해 보자면 저게 마이너스인지 플러스일진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아침은 아침이니 다 불어 터진 면을 빨아들였다.
“아가씨 무섭구만. 저 녀석들도 꽤 실력이 있는 녀석들인데.”
여자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지금 내 입은 우동으로 막혀있다.
수타라는 간판은 농담이 아니었는지, 불어 터진 와중에도 잘 끊어지지 않고 입을 따라 들어오는 면발.
결국, 참다못해 이빨로 그것을 끊어내며, 한마디 던졌다.
“아가씨 아니고, 남잡니다. 호칭은 맘대로 하시고.”
“그런가? 그건 넘어가고, 이건 서비스다.”
내가 얼굴을 들길 기다렸는지, 고개를 들기 무섭게 이 빠진 우동 그릇에 따뜻한 면이 추가되었다.
“뭡니까?”
“아, 감사의 표시다. 저 녀석들이 요즘 시장을 시끄럽게 뒤집던 놈들이라 말이지. 이제 좀 조용해지겠군.”
평탄한 목소리로 정보를 건네는 상인이었건만, 그 말을 들은 내 안에 의심이 피어났다.
뭔가 이상한데.
생각해 보니 시장에서 어떻게 강도가 나타난 거지?
“시장은 분명 중립지대라 강도가 안 되었던 거로 기억합니다만.”
“그렇지.”
“그럼 아까 그놈들은 뭡니까? 지금 말만 들으면 한두 번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촉이 온다. 감미로운 정보가 눈앞에서 춤추고 있는 촉이.
“요즘 구역 다툼이 심하게 일어나서 말이지, 각 조직의 간부들이 죽었다나 뭐라나.”
호오.
“그거. 좀 재미있는데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나는 그리 말하고 신나게 우동을 빨아들였다.
썩 괜찮은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