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27)
마법소녀 아저씨 127화(127/671)
127. 그림자와 진흙과 일반인과.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 오전 6시 30분.
이어 고개를 돌려, 조그만 창밖을 내다보았다.
해가 뜨지 않은 검은 하늘. 아직 목표로 하는 장소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하아.”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건만,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덕에 헬기 안에 있는 모든 부대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지만, 다들 같은 마음인지 뭐라 하지 않고 침묵을 이어주었다.
사실,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반대편에 앉은 동료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필사적으로 긴장을 억누르고, 내 옆자리에 앉은 동료는 계속해서 총에서 탄창을 뺐다 넣기를 반복하고 있다.
산만한 행동에 대해 지적해야 할 분대장마저도 고개를 돌려 우릴 힐끗 바라보았을 뿐, 뭐라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임무로 향한다는 불안감.
관리국의 특수진압반으로 훈련되고 수많은 임무에 투입되었지만, 이 정도로 긴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O급 괴인 둘. A급 괴인 하나.
죽으러 가는 임무나 다름없다.
A급 괴인이란 것도 말장난이나 마찬가지, 다름 아닌 블랙 머라우더가 아닌가. 실질 O급이지만, 이계 침식을 편 적도 없고, 공적지정도 없어서 A급으로 지정되었다는 괴인.
O급 괴인 셋.
관리국 설립 전의 전투기록을 살펴봐도 저런 건 처음이다.
그렇기에, 다들 불안감에 빠져 각자의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시끄러운 헬기 프로펠러 소리만 울리는 침묵 속에서 대기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마지막으로 브리핑을 하겠다.”
분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둘러보았다.
“우리 임무는 난지도에 있는 관리국의 협력자나 일반 직원, 공작원을 대피시키는 시간을 벌고자 시선을 돌리는 일이다.”
“그게 가능합니까?”
누군가 손을 들며 그리 질문했다.
분대원 모두의 마음을 대변한 질문. 그게 정말 가능은 한가. O급 괴인이 한차례 손만 휘둘러도 다 죽을 텐데.
“…솔직하게 말하지.”
그 질문에 분대장은 분위기를 돌변시키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할 일은 전투가 아닌 파괴 공작이다. 여기저기 때려 부수며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이지, O급과 전투는 없다고 생각해라. 시선 분산을 위해 분대 단위로 다수를 투입하는 거니까 말이다.”
분대작의 침착한 말에, 굳어있던 분위기가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
“그럼 괴인을 붙드는 것은 저희가 아니라 영웅들의 역할인가요?”
“그래.”
분대장이 그리 말하긴 했지만, 다들 시선을 자신의 총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비싸다고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는 특수 탄환을, 예비 탄창까지 수백 발을 꽉꽉 채운 탄창.
명백히 전투를 위해 지급된 무장.
“…시선 분산이라고 하셨습니다만, 반대로 말하면 영웅이 아니라 우리 쪽으로 올 확률도 있단 뜻이군요.”
“…그런 셈이지.”
그 말에 다들 알고 있었다는 듯 쓴웃음을 흘렸다.
그런 임무다.
수많은 분대 중 꽝 제비를 뽑는 것이 우리가 아니길 기도하는 임무.
수백 발의 특수탄도. 주렁주렁 매달린 마도식 수류탄도 모두 마음의 위안을 위해 준비된 물품들일 뿐.
“그럼, 질문 있나?”
“주목적이 파괴 공작이라고 하셨습니다만, 내부에서 민간인과 조우 시 어떻게 합니까?”
다들 암담한 표정을 떠올렸지만, 그래도 프로는 프로, 작전행동에 관한 질문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내부에 민간인은 없다.”
“예? 제가 알기론 난지도에….”
“법적으로 난지도에 살아있는 민간인은 없다.”
제정신인가.
분대장의 단언에 잠깐 풀리는 듯한 헬기 내부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내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 같군. 그렇지만 기억해라.”
분대장을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말을 이어나갔다.
“난지도에선 어린애도 너희들 방탄복 사이에 칼을 박아넣고 물품을 훔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그렇다고 해도.”
“난지도에 가본 부대원들이라면 내 말을 이해하겠지. 가보지 않은 이들도 곧 이해하게 될 거다.”
그 말에 나를 포함한 몇몇 분대원들이 고개를 돌려 주변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
쓴웃음을 지으며 동의하는 이.
소수이긴 하지만, 모두 분대장에 동의하듯 쓴웃음을 지어 올렸다.
대체 난지도는 어떤 장소길래.
“다 왔군. 각자 준비하도록.”
그 말에 창밖을 바라보자, 끔찍한 흉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이가 아무런 물건이나 붙잡고 덕지덕지 쌓아 올린 듯한 빌딩.
밝아오는 햇빛 속에서 그 빛을 흡수하기라도 하는 듯 검게 반들거리는 쓰레기더미는 도저히 정상적인 건물로 보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좌우로 출렁거리며, 주변 환경과 괴리되어 잘라 붙인 사진마냥 뒤틀린 무언가.
저런 건물이 있을 리 없다. 잘못 본 게 분명해.
그리 생각하며 유리창에 얼굴을 가까이 밀어붙였다, 조금이라도 더 빌딩을 가까이서 보고자….
“그만둬라.”
누군가의 손이 창문을 가렸고.
“헉.”
나는 놀라 뒤로 고개를 뒤로 뺐다.
방금 뭐였지.
마치, 건물이 날 부르는 듯한….
“아? 대장님? 벌써 홀린 사람 나왔는데 다들 방독면 착용시키죠.”
홀렸다고?
그에 놀라, 답답해서 머리 위에 걸쳐둔 방독면을 내렸다.
일단 방독면이라 칭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정신 마법이나 환각 마법에 대한 전천후 보호 장비.
분대장의 호령에 따라 방독면의 조임 끈을 조절하고, 장비를 다시 갖춘 후, 잠깐 사이 더 가까워진 난지도를 내려다보았다.
마스크 유리 너머로 보이는 것은 덕지덕지 합판과 금속 조각, 금 간 콘크리트로 구성된 폐건물.
조금 전 보았던 검은 빌딩의 환상은 사라지고, 지금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빌딩만이 남았다.
그런데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다.
정말 그것이 환상이었을까.
“돌입까지 40초!”
고민해도 소용없다. 이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20초!”
헬기의 문이 열리고, 차가운 바람이 헬기 내부로 흘러들어와 뜨거워진 몸을 식혀주었다.
“10초!”
눈앞에 문이 보인다.
레펠도 아니고, 고층 빌딩의 벽에 난 문으로 돌입이라….
정말, 모든 것이 엉망이다.
“5!”
마음을 가다듬었다.
미끼 역이라고 해도, 교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니까.
당장 저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적이 있어 교전에 들어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3!”
틱.
오른손을 움직여, 소총에 걸린 안전장치를 풀었다.
적이 없다면 곧 다시 채우겠지만, 조금의 가능성을 위해.
“1!”
준비.
“돌입!”
문을 부수며, 우리 10명은 난지도를 향해 돌입했다.
* * *
벽을 박차고 회색 괴수가 우리를 향해 도약했다.
시선으로 쫓을 수 있는 것은 도약 시작과 끝뿐. 그 중간단계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투두두두.
10명이 합을 맞춰 비처럼 쏟아내는 총소리.
발포 소음에 귀가 먹먹하지만, 개의치 않고 화망을 형성했다.
내가 담당하는 조준점은 복도의 중간 부분.
조준할 수 없기에, 10명이 하나가 되어 복도를 총알로 가득 채웠다.
“끽.”
괴수의 눈에는 그것이 보인 것일까. 우리를 향해 도약하던 괴수는 공중을 박차고 후방으로 도약했다.
염동력인가.
분대장의 예측이 옳았다.
평범하게 조준사격을 했다가는 저 기묘한 돌격에 누군가가 당했을 터.
그리고, 모든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유탄병이 쏜 유탄 한 발.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는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없는 단 한 발.
그것이 복도를 굴러 괴수의 발밑에 놓였고.
쾅.
폭발했다.
마법식을 새긴 유탄은 폭발하면서도 섬광이나 연기를 내뿜지 않아 우리는 괴수가 입은 상처를 눈으로 좇을 수 있었다.
앞다리 손실.
하반신 증발.
사실상의 무력화.
그것을 확인하자, 우리는 조용히 총구를 괴수에게 조준하며 조금씩 앞으로 걸어갔다.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특수한 사태가 일어나도 언제든 대처할 수 있도록.
“끼잉…. 끼….”
슬피 우는 괴수 앞에 도달했다. 가장 앞에 나선 동료는 총구를 괴수의 머리에 조준했고.
탕.
메마른 총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쾅.
총소리를 이은 것은 특수탄이 폭발하며 만든 작은 폭발음.
그렇게 B급 괴수의 머리 살점과 뇌수가 복도에 흩뿌려졌다.
확실히 죽은 것 같지만, 우리는 시체에 총구를 유지하며 대기했다.
규범대로 무력화시킨 상황에서 머리를 날려 확인 사살을 끝냈다고 하나, 이계의 존재인 이상 어떤 괴이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렇게 1분 정도 지났을까.
“…모두 무사한가?”
분대장의 그 말을 신호로, 모두가 총구를 내리며 숨을 들이켰다.
“모두 무사합니다.”
“다행이군.”
“좀 힘들긴 했지만, 하위 B급 괴수 아닙니까? 지형적 우위도 있었으니 어떻게든 가능….”
쾅.
검은 무언가가 시선을 가로지르고, 동료의 목소리가 끊겼다.
“어…?”
쾅.
또다시 검은 무언가가 시선을 가로지르고, 동료가 사라졌다.
한순간에 둘.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사람이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동료 둘이 벽에 처박혀 쓰러졌다.
그것에 놀라기도 전에.
“사격!”
분대장의 명령에 따라, 반사적으로 자세를 잡고 검은 물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기껏해야 내 허리에 닿을까.
작고, 검고, 검은 무언가.
어둠과 동화된 듯 외곽선만 남아 붉은 안광만을 빛내며, 빛에 영향을 받지 않아 하늘하늘 움직이는 검은색 무엇인가를 향해
특수탄이 복도 여기저기에 박혀서는 폭발하며 주변을 밝히건만.
검고 검은 그것은 어둠 그 자체이기라도 한 듯, 고개를 흔들며 이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팅. 팅. 팅.
귀가 먹먹해질 만큼 쏟아지는 발사음에 섞여, 괴이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듯한 무언지 알 수 없는 소리.
철컥. 철컥. 철컥.
남은 분대원들의 총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노리쇠 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자신의 장탄 수도 확인치 못하고, 공포에 질려 한 탄창을 쏟아내었다는 뜻.
몇 번 더 방아쇠에 손을 올리고서야 빈 탄창임을 인지한 우리는 급히 탄창을 갈고자 손을 뻗었지만.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날아들었다.
죽는다.
그리 생각할 때쯤.
팅.
은색의 구체가 날아들었다.
“투척! 도주한다!”
유일하게 이성을 유지한 듯한 분대장의 명령에 따라, 우리는 정확히 행동을 수행하였다.
여섯 개의 구체가 하늘을 날았다.
은빛에 가로막힌 듯, 검은 그림자는 더 다가오지 않았고.
우리는 그 틈을 타 빠르게 복도를 내달렸다.
그리도 힘들게 걸어온 복도를, 한순간에 되돌아간다.
키이이이잉. 쾅.
등 뒤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이어, 등을 태워버리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지만, 분대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방 안으로 들어간다!”
쾅.
앞을 달리던 유탄병이 바로 옆에 있던 나무문을 몸으로 들이받았다.
우리 다섯은 곧바로 방 안으로 몸을 던졌고.
“사격!”
곧바로 문을 향해 총을 갈겼다.
검은 그림자가 없어지길 빌며.
콘크리트 먼지가 자욱하다.
“…!#!@@!!”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귓가에 남는 것은 폭발음과 총탄 소리가 섞인 이명뿐.
철컥.
소리로 들리지 않지만, 탄창이 빈 것이 손가락을 타고 전해진다.
몸에 새겨진 한치의 낭비 없는 동작으로, 새 탄창을 꽂았다.
아무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아, 두꺼운 먼지에 휩싸인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섯.
아니 네 개의 그림자.
유난히 작은 그림자가 하나.
총을 갈겼다.
몸을 흔드는 반동이 느껴졌다.
작은 그림자가 사라졌다.
큰 그림자가 하나 남았다.
쾅.
이명을 꿰뚫고, 충돌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회색 먼지만이 남았다.
방금의 충돌 때문일까, 뻗어 나간 충격파로 회색 먼지가 걷혔다.
검은 그것이 보인다.
아이의 모습을 하고, 뒤틀린 모습을 가진 그것.
“거기 아저….”
눈이 나를 향한다.
동공이 가늘어진다.
입을 연다.
검붉은 입이 길게 찢어진다.
나는 총을 쐈다.
그것이 있는 장소가 아닌, 그것이 이동할 거라고 예측된 장소로.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수없이 겪어온 전장이 그리 시킨 것일까, 아니면 한순간의 기적일까.
무수히 많은 총알은 모두 튕겨 나갔다. 그러나, 단 한 발의 총알이, 그것의 머리를 꿰뚫었다.
분명 빗나갔을 터인 총알이 추진제를 내뿜으며, 가속하여 적의 안구에 박혔다.
아마 모두 우연일 것이다.
우연이라 한들, 총알은 명중했고.
“아?”
여자아이의 목소리와 함께.
쾅.
총알이 폭발했다.
철퍽. 철퍽. 철퍽.
검붉은 무언가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아이가 인간이 아님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진흙 같은 무언가가.
가까스로 턱 아랫부분만을 남기고, 머리통이 사라진 자리에는 폐에서 뿜어나오는 기체가 만드는 피거품만이 부글거렸다.
꽤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내 머리에는 이상한 생각이 감돌았다.
비싼 값을 하는구나.
우연히 한 발을 명중시켰을 뿐인데, 우리가 트럭으로 달려들어도 못 잡을 괴인의 머리를 날려버리다니.
그럼… 갈까.
홀로 살아남았음을 기뻐하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넘어, 이 지옥 같은 난지도 밖으로.
부서진 문턱을 넘고자 벽에 손을 짚었고.
“너무하네. 진짜.”
문 위에 달라붙은, 여자의 머리 윗부분이 나를 바라보았다.
머리에 새하얀 불꽃이 튀었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나는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