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30)
마법소녀 아저씨 130화(130/671)
130. 막간. ȣ
쾅.
압도적인 충격이 우리를 덮쳤다.
“꺅.”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나는 실수로 소리를 흘리고 말았고.
충격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선배님이 사라진 후였다.
“….”
“…저 형 뭐죠?”
“스승님! 저도 데리고 가셔야죠!”
뒤에 남겨진 것은 황당해하는 나와 어린이들. 그리고, 이 상황에서도 기운차게 날뛰는 백시현뿐.
“블랙 머라우더 있다면서요! 그럼 제가 처리해야죠!”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와중에도, 미친 듯이 날뛰는 백시현은 보이지 않는 선배님을 향해 소리쳤다.
들릴 리가 없잖아. 시현아….
“하아. 시현아 진정해.”
머리가 아파져 한숨을 내쉬곤,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백시현을 진정시키고자 손을 뻗었다.
다행히 시현이도 힘 조절을 못 할 만큼 화가 난 것은 아닌지, 얌전히 내 손을 받아들이며 난동을 멈추었다.
“왜 말려! 또 스승님 혼자 가셨어! 치사하지 않아?”
얜 항상 똑같네.
하긴, 여기 왔을 때부터 선배님과 같이 싸우는 게 기대된다고 했는데, 한 번도 같이 못 싸웠지.
그럼 어떻게 달래볼까.
이 엉망진창인 파트너와 같이 지내는 동안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니, 달래는 방법이라면 수도 없이 떠오른다.
그중, 가장 적당한 것을 머리에서 떠올리며 입에 담았다.
“시현아, 선배님도 다 생각이 있으시니, 그런 행동을 하신 거야. 아니면 시현이 너 선배님 못 믿어? ”
일단 선배님으로 운을 띄우고.
“으, 그치만….”
내 말을 듣자마자, 시현이는 할 말이 없는지 얼굴에 흙빛을 띠고 몸을 축 늘어트리기 시작했다.
역시 선배님을 언급하는 것은 시현이에게 잘 먹힌다.
“알아, 네가 얼마나 기대했는지. 평소에도 스승님, 스승님 하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한텐 더 중요한 게 있잖아?”
그럼 이번에는, 선배님의 이름을 빌려서 시현이의 기분을 띄울 차례.
시현이의 시선에 아이들이 잘 들어오도록, 옆으로 살짝 몸을 틀었다.
“시현아 네가 알고 있는 스승님이라면 이 아이들을 그냥 놔두고 가셨을까? 알아서 도망치라고?”
실제로 그냥 남겨두고 가시긴 했지만…. 선배님도 최대한 하실 수 있는 것은 하고 가셨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러시진 않으실 거야.”
이제 완전히 쪼그라든 백시현은 모깃소리로 그리 답했다.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한 것일까, 축 늘어진 백시현은 어깨를 늘어트리고 아이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여기까진 생각대로 잘 흘러갔다.
이제 시현이는 블랙 머라우더나 선배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애들을 잘 지킬 것이다.
그렇지만, 저대로라면 시현이는 계속 저렇게 기분이 가라앉은 채일 테니, 기분을 풀어줘야겠지.
“시현아. 기운 내고 애들 안전한 장소로 데리고 가자. 선배님도 널 믿으시니까 이런 중요한 일을 맡기신 거지. 못 믿었으면 직접 하셨을걸?”
“…진짜?”
시현이는 그걸 상상한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졌는지, 밝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솔직한 마음으론 우릴 믿어서 반, 중요도가 떨어져서 맡긴 게 반 같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 선배님이 널 믿어서 맡긴 거야. 아마 블랙 머라우더가 나타나도 너라면 애들을 안전한 장소까지 데려갈 수 있을 거라고.”
검은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손을 댈 것 같진 않지만 말이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수없이 많은 반박을 내치며 시현이가 듣고 싶어 할 말을 골라주었다.
그 덕분일까.
“그래! 스승님이 아무 생각이 없을 리가 없지! 가자 애들아! 이 누나가 안전한 데까지 데려다줄게!”
갑자기 기운을 차린 백시현이 달리기 시작했다.
전력 질주는 아니고, 천천히 애들이 따라올 수 있을 속도로.
“나를 따르라!”
물론, 애들은 백시현의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황당하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저 누나 정신이 이상해요?”
“저 언니. 머리 이상하다.”
“담, 연. 둘 다 그렇게 말하면 못써.”
아직 애들인데, 나쁜 말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어쩌려고.
일단 그리 혼내긴 했지만, 머릿속은 그 말을 부정치 못했다.
“단지… 좀 순수할 뿐이야.”
머리를 쥐어짠 끝에 나온 변명.
분명 행동이나 말투로 보면 절대 멍청한 건 아닌데 말이지.
“그나저나 괜찮겠어요?”
“뭐가?”
머리를 부여잡는 나에게, 담이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저 누나 길은 알아요?”
응? 길?
잠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들고 머리를 회전시켰다.
이미 어딘가로 사라진 백시현.
남겨진 우리.
“…쫓아가자.”
“누나. 저리로 갔어.”
“고마워 연아….”
머리가…. 아프다 정말.
* * *
“꽤 머네….”
얼마나 걸었을까.
분명 몇 시간이나 걸었는데도, 아직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폭격은 언제 떨어지는 거지.
아까부터 건물 전체가 쿵쿵 흔들리는 것을 보니, 뭔가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분석하기엔 정보가 너무 모자라다.
지나가던 강도를 시현이가 때려눕혀서 뭐 아는 거 있나 물어본 적도 있지만, 그들 또한 이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조급해져만 가는데, 계속해서 반복되는 상황에 마음이 급해졌다.
물어봐야겠지.
“…연아?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뭐인지 알 것 같아요.”
너도 그렇구나.
상처받을까, 계속 숨겨온 질문을, 앞을 걸어가는 담에게 건넸다.
“정말 이 길이 맞니?”
가장 중요한 질문.
콘크리트 미궁 속에서, 유일한 길잡이였던 그.
과연 그는 길을 아는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분명…. 이쪽이 맞을 거예요.”
의문형…?
잠시 담이 거짓말을 한 건가 하고 생각에 잠겼지만, 안절부절못하며 손을 떠는 모습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질문을 바꿔야겠지.
“혹시 길이 달라졌다거나….”
아니면….
“난지도에서 나가 본 적은 있어?”
처음부터,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다던가.
“…사실 난지도에서 나가 본 적은 없어요.”
그 말이 맞았던 것일까.
담은 움찔거리며 입을 열었다.
뭔가를 잘못한 어린아이처럼.
“그렇지만… 그… 저기….”
그리고는 입을 달싹이며 뭔가를 말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몸을 벌벌 떨며, 뭔가를 무서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어쩔 수 없네.
나는 무릎을 꿇고, 담과 눈을 맞추었다.
“담아.”
“…네.”
“이 누나 믿지?”
담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말해봐. 다 들어줄 테니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도요?”
“그래.”
“…….”
담은 나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머리에 올린 손에서부터 느껴진 맥박의 숫자가 두 자릿수가 되었을 즘.
“잠깐만요.”
담이 내 손을 뿌리치고, 어딘가로 달려가 막대기를 주워와서는, 주변 오물에 막대 끝을 쑤셔 넣고 땅을 찍찍 그어나갔다.
“어… 담이 뭐 하는 거야?”
“쉿. 시현아. 조용히.”
집중해야 하니까.
땅에 뭔가가 그려져 나간다.
조그만 둥근 원과 그것을 잇는 여러 갈래의 선. 중간중간 이해할 수 없는 문양이 존재하는 데다가, 축적이 맞지 않지만….
“이건….”
“지도네!”
시현이가 끼어들었다.
…시현이가 어떻게 안 거지?
“예. 아직 미완성이지만요.”
담이는 우리 말에도 얼굴을 들지 않고, 바닥을 내려보며 계속 막대기를 그어나갔다.
그렇게 지나가는 황금 같은 몇 분. 당장 폭격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우리는 조용히 둘러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기긱.
담은 콘크리트를 긁어 선을 그음과 동시에, 막대기를 뒤로 내던졌다.
“이게 이 주변 전체 지도에요. 저도 돌아다니면서 기억한 거랑 다른 조직에서 짜 맞춘 거긴 한데….”
“잠깐만.”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달려온 골목길들, 짜 맞추어진 지도.
…뭔가 이상해.
분명 어딘가까지는 맞다, 하지만 특정 지점에서부터 뭔가가 결정적으로 뒤틀렸다.
“지금 우리가 있는 장소는 어디야?”
“…여기에요.”
내 질문에 담은 천천히 손가락을 내밀었다. 지도에 그려진 별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도가 어긋나기 시작한 위치.
“저 별은?”
“…출구에요.”
이상하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기억이 올바르다면 지금 담이 가리킨 장소는 이미 몇 시간 전에 도착한 장소.
머릿속에 지금껏 모아온 정보의 조각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에 꺾은 갈림길, 이상하리만큼 길었던 직선 통로. 무너진 폐수관, 지금 뒤쪽으로 날아간 막대기.
몇 시간 전에. 본 물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거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였고?”
“…예.”
담이 고개를 숙였다.
죄책감이 가득 담긴 행동.
믿어줄 리 없다는 생각이었겠지.
아니면,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지도.
혹시 지도가 틀렸을지도.
자신이 길을 잘못 들었을지도.
그걸 머리에 담으며, 조금 더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머리에서 두통이 일 정도의 빠른 사고 가속.
모든 기억과 눈앞에 있는 허술하디허술한 지도를 계속 조합해보았지만, 나오는 답은 하나였다.
지도에 있는 거의 모든 장소를 다 돌아보았음에도, 이 지도엔 오류가 거의 존재치 않는다.
유일한 오류는, 여기에서부터 별까지 가는 통로뿐.
그럼 그 정보가 틀린 걸까.
아니야.
잠시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지만, 내 직감은 이 지도가 올바르다고 말하고 있다.
어째서인진 말하기 힘들지만, 몇 번이고 날 구해줬던 직감이니만큼, 그것을 믿기로 했다.
옥시모론 선배님도 그걸 소중히 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자 고개를 든 순간, 그것이 보여왔다.
시현이의 허리춤에 달린, 쥐 꼬리 장식물.
공간 왜곡.
멀미는?
두통은 언제부터 있었지?
지금 이 머리를 찌르는 두통은?
우리가 처음 왔을 때도 이랬나?
“…시현아?”
“웅?”
“지금 혹시 머리 아파?”
“머리…? 듣고 보니 조금 아프네!”
…듣고 보니 아프더라. 하긴 나도 그 가능성을 떠올릴 때까지 인지할 수 없었으니까.
“시현아 아까 이거 지도라고 했지?”
“그랬지!”
“어떻게 알았어?”
“…척 보니까?”
이래서 천재는.
“그럼 이거 다 기억할 수 있지?”
“진작에 다 외웠어!”
…이래서 천재는.
“그럼 지금 여기서부터, 별까지 달려갔다가 돌아와 줘. 최대한 빨리.”
“알았어!”
백시현은 어떤 의문도 없는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의미 없지 않을까요?”
담이는 계속된 행군에 지쳤는지, 파이프에 앉아 그리 말을 걸었다.
연이나 다른 아이 둘도 지쳤는지, 그 주변에 둘러앉은 상태.
나는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멀어져가는 시현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아니. 이걸로 정보가 모일 거야.”
어떻게든 이 아이들을 데리고 빠져나가야 한다. 시간이 다하기 전에.
그렇게 생각을 끝마치고, 잠시 몸을 돌려 벽 가까이 이동했다.
나도 잠깐 쉬어야지. 시현이가 아무리 빨라도, 5분은 걸릴….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샤아아아아악!”
“연아?!”
연이 온몸을 사용해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착지.
앞발의 손톱을 모두 드러내고, 동공을 좁히며, 허공을 쳐다보았다.
위에. 뭔가가….
쿵. 쿵. 쿵.
갑자기 빌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부터 약간의 진동은 있었지만, 그와 비교도 안 되는 떨림.
뭐지. 뭐가 일어나는 거야.
정보가 모자라다.
뒤를 예측할 수 없다.
믿을 수 있는 감조차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잠깐의 혼란은 곧 진정되었다.
쾅.
갑자기 나타난 그녀에 의해.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콘크리트가 흩날리고, 큼지막한 돌이 아이들을 향해 쏟아진다.
막아야 해.
아이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어.
그렇기에, 온몸에 힘을 밀어 넣으며 돌을 쳐냈다.
연약한 내 육체는 마력으로 강화된 상황임에도 통증을 호소했지만, 멈추지 않고 팔 전체를 휘둘렀다.
이 돌에 아이들이 맞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기에.
그렇게 온 정신을 집중한 2초가 끝나고, 먼지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아빈? 네가 여기 있다면….”
먼지가 걷히고, 하늘에서 나타난 그녀의 정체가 드러났다.
검디검은, 질척한 그녀.
다리 아래에 기계처럼 보이는 뭔가를 발로 밟아 망가트리며,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 서 있는 검은 물체.
붉은 빠루를 들고, 검은 입자를 흩뿌리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시끄러운 백시현은 어디 있지?”
블랙. 머라우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