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31)
마법소녀 아저씨 131화(131/671)
131. 혼돈의 우물.(3)
더 빠르게.
더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쾅.
감당하지 못할 힘을 받은 땅바닥에 큰 금이 새겨졌다.
그 여파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법한 콘크리트 산탄이 뒤편으로 튀어 나갔다.
힘을 제어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킨 나로서는 삼가야 할 행위지만, 그에 개의치 않고 속도를 높였다.
어차피 이 주변에 민간인이 있을 리 없으니까.
지금 내가 내달리는 장소는 난지도의 최상층. 이 장소에 평범한 민간인이 존재할 리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
어떻게 계산해 보아도 모든 일을 행하기엔 턱없이 시간이 모자라다.
그렇다면, 어딘가에서 시간을 줄일 수밖에.
그런 생각으로 계속해서 가속하는 내 시야에, 괴상한 복장을 한 인물들이 포착되었다.
거대한 미니건을 짊어지고, 담배를 피우는 남성 하나.
허리춤에 검을 차고, 벽에 몸을 기댄 채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놈 하나.
얼핏 보면, 난지도에 거주하는 포식자들로 보이지만.
풍기는 냄새가 달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항상 긴장한 채 주변을 살피는 난지도 거주민 특유의 긴장감도.
자기들이 한 집단임을 공유하기 위한 무언가도 존재치 않는다.
지금 저 두 명만 보아도, 한 명은 검은 슈츠, 다른 한 명은 일본식 기모노를 입고 있어 통일된 무언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전혀 관계없는 이들이 모인 것처럼.
확실한 것은 저들이 난지도의 민간인이 아니며, 리 노인과 같은 난지도 집단 소속도 아니고, 관리국 소속도 아니라는 것.
그럼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
김태준이 포섭한 빌런 놈들이군.
빌런임이 유력하니, 빠르게 치고 지나가면 그만이겠지만….
…저 녀석들 생각보다 강하군.
살짝 확인해본 것뿐이지만, 꽤 막강한 힘이 감지되었다.
A급 하위에서 중위인가.
백시현보다 위인 녀석이 둘이라.
문제없다.
저 녀석들은 제자가 아니니, 내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기 위해, 더욱 속도를 높였다.
“…적이다.”
“나한테 참견하지 마라, 이미 알고 있었다.”
“이어폰도 안 빼서 자는 줄 알았지 뭐냐.”
내가 가까워지자 두 빌런은 서로를 매도하며, 전투 자세를 잡았다.
발도술이라도 하려는 듯 자세를 낮추고 나를 향해 돌진하는 무인과.
총신을 회전시켜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총잡이.
역시나 빌런 집단인가.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연계라곤 전혀 생각하지는 않는 괴상한 전투 방식.
근접계가 달려듦에도 불구하고, 원거리는 아군 오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나를 향해 미니건을 퍼부었다.
원거리 계열뿐 아니라, 근접계도 문제다. 파트너가 중화기라면, 상식적으로는 근접계는 화망을 형성하는 파트너를 호위하는 것에 중점을 맞춰야 할 텐데 말이지.
파트너 호위를 내버려 두고 돌진하는 근접계에, 자신을 호위해야 할 근접계가 맞든 말든 총알을 갈기는 원거리계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시선을 돌려 총알의 궤적을 확인해 보았지만.
총알이 유도된다거나, 눈앞의 무인을 관통하여 날아든다거나 하는 괴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든 무인의 팔 사이, 다리 사이로 아군을 피해 가며 나를 향해 날아올 뿐.
단순히 조준 실력에 자신이 있는 건가. 하긴, 프로히비션도 아니고 총알이 그런 괴현상을 일으킬 리 없지.
그렇지만, 역시 어설퍼.
철컹.
금속음과 함께,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린 왼손에 건틀렛이 씌워졌다.
빠르게 달려나가는 다리를 유지한 채, 상반신을 들어 올리고 왼손으로 시선을 가리는 기묘한 자세.
그 괴상한 자세를 본 남자의 얼굴에 일그러진 표정이 드러났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명백한 의문이 담긴 표정.
그렇다고는 해도, 전투에 그런 감정을 담을 생각은 없는지, 그는 절제된 동작으로 칼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발도술인가?
겉멋만 들어서는.
그리 생각하며, 머리 앞에 놓아두었던 왼손을 움직였다.
머리, 오른쪽 어깨관절, 왼쪽 무릎, 오른발이 다음번에 내디딜 장소.
그 외에도 수많은 총알이 쏟아졌으나, 중요한 부위는 저 정도.
지금 감각으로는 가까스로 총알이 적중할 장소만 쫓을 수 있어, 마력을 돌려 감각을 확장했다.
모든 것이 빠르고 길게 늘어지는 시간 속에서, 세세한 총알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고.
천천히 왼손을 움직였다.
건틀릿에 튕겨 나간 총알이 눈앞의 적을 향하도록.
도탄이 나를 절대로 향할 수 없도록 정밀하게.
망치를 쓰지 않고, 건틀렛을 사용한 것은 이를 위함.
극한으로 가속된 인지 능력이 그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카—앙.
첫 번째 총알이 건틀렛에 맞아 늘어지는 소리를 만들고, 상상 이상의 압력이 건틀렛에 걸렸다.
A급은 A급인가.
특수 총알도 아닌 일반 총알에 이 정도의 힘을 담다니.
그렇다 한들, 이미 리미터를 해제한 내가 힘에서 밀릴 리는 없지만.
납탄이 손등 위에서 일그러져 가는 감각을 느끼며, 손목에 스냅을 주어 총알을 튕겨냈다.
그리고, 다음 총알을 향해 손을 옮겼다.
그것을 10여 번을 반복했을까.
그제야 눈앞의 적은 내가 뭘 했는지 이해한 듯,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행동을 이어 나갔다.
붙잡은 검 손잡이를 살짝 위로 들어 올림으로써 예상 경로를 위쪽으로 변경하고.
그대로, 팔을 흔들었다.
은빛 섬광.
빠른 속도였다.
이미 인지 가속이 풀린 나로서는 가까스로 포착할 만큼.
그렇지만, 그것은 내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의 검은 총알을 쳐냈을 뿐, 내 머리카락 한 올조차 자르지 못했다.
욕심이 너무 과했어, 총알과 나를 동시에 베려고 하다니. 총알에 맞더라도 나를 벨 각오를 했었어야지.
이어지는 발걸음을 살짝 늦춘 후, 발에 힘을 모았다.
공격을 실패한 적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오며 나를 향하지만, 이미 늦었다.
쾅.
발이 붙어 있던 땅이 폭발했다.
간격이 빠르게 좁혀들고, 그대로 오른팔을 휘둘렀다.
남자는 그래도 A급이라는 듯, 빠르게 반응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육중한 망치를 막고자, 칼을 회수하는 것을 포기하고 왼손에 들린 검집을 들어 올렸다.
검 대신 검집.
적절한 판단이긴 했으나.
콰득.
상대하는 이가 적절하지 못했지.
눈앞에 나뭇조각이 비산한다.
망치의 힘을 조금도 견디지 못하고 나무 파편으로 변한 검집.
콰득.
그리고, 그것을 쥐었던 적의 허리가 꺾여 나갔다.
오른손을 타고 넘어오는 뒤틀린 손맛.
이 감촉이라면, 척추가 완전히 나갔겠군.
하반신 마비라.
썩 괜찮은 판결이군.
죽지 않도록 힘 조절하는 것도 꽤 힘들단 말이지.
허리가 꺾여 나가, 전투 능력을 상실한 적을 왼손으로 밀어내며, 다음 적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자신의 파트너가 쓰러졌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총알을 쏘는 정신 나간 남자.
“칫, 고기 방패 역할도 못 하다니. 멍청한 놈. 이래서 일….”
카카카칵. 쿵.
두 번째로 느껴지는 손맛.
이번에는 금속을 때린 탓인지, 묵직한 반동이 넘어왔다.
“멍청한 건 너겠지.”
근접계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당하는 걸 보고도, 후퇴하지 않고 총을 쏠 생각이나 하다니.
미니건과 오른손이 하나 된 빌런을 향해, 그리 입을 열어주었다.
으깨진 오른손이, 부서진 미니건과 흉하게 합쳐진 남자.
“…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되지 않는 것일까.
고통이 엄청날 텐데 그를 느끼지 못하는 듯, 남자의 입에서는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봐도 불쌍하니 자비를 좀 베풀어 줄까.
오른손을 뻗어,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남자의 머리를 붙잡아.
“넌 자라.”
쾅.
그대로 벽에 박아주었다.
남자는 생각보다 튼튼한지 잠시 꿈틀거렸으나.
쾅.
벽에서 꺼내 한 번 더 박아주니 몸을 축 늘어트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자비를 베풀어 준 남자가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 척추가 부러진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 보이는 것은, 엉금엉금 땅을 기어가는 처절한 빌런의 모습.
그런 그를 멈추고자, 그의 허리에 발을 올렸다.
“아서라. 그러다가 영원히 그 꼴로 살아야 할 거다.”
“끄아아아악.”
시끄럽네.
약간 기분이 나빠져, 발에 힘을 조금 더 불어넣었다.
“아그거그걱.”
“평생 휠체어 신세 지긴 싫지? 그렇다면 입 닥쳐봐.”
그리 말하며, 살짝 앞을 향해 무게 중심을 옮겼다.
“크흡… 윽….”
부츠 밑바닥에서 뭔가 바스러지는 감촉이 느껴지는 걸 보니, 척추뼈 조각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 사소한 일은 어찌 되었건, 남자는 이를 악물며 비명을 참았다.
“이제 좀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군, 그럼 내 질문에 답할 수 있지? 할 수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못 할 것 같으면 고개를 끄덕여.”
“…예?”
내 명령을 못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남자는 의문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누가 말대답을 허가했지?”
발을 들어 올리고.
빠득.
그대로 짓밟았다.
부츠 너머로, 척추뼈 하나가 더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으으그극.”
내 의향을 알아챈 것일까, 남자는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내 질문에 넌 답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상으로 허리에서 다리를 떼고, 그 대신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그럼 질문 하나. 너희가 김태준과 관련 있는 빌런 집단이냐?”
쿵쿵쿵.
남자는 턱이 땅에 부딪힐 정도로 고개를 흔들었으나.
“벙어리야? 왜 말을 못 해.”
그대로 남자의 머리를 땅에 박아 넣었다.
“컥….”
남자는 그 공격을 예상치 못했는지,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질렀으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자. 다시 질문. 너희가 김태준을 데리고 있는 빌런 집단이냐?”
“맞습… 니다….”
가까스로 쥐어짠 듯한, 신음이 섞인 목소리.
“그래, 잘했어. 그렇게만 하면 더 안 아플 거야. 알겠지?”
“윽… 예….”
이런 것이다. 고문이라 함은, 상대방에게 협상할 수 없는 미친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충분한 효력을 발휘한다.
물론, 그 대가로 상대방이 논리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내뱉지 못하게 되지만, 그런 건 나한테 필요 없고.
“너흰 대충 몇 명이지? 아, 정확한 숫자는 아니어도 상관없어.”
“20… 명… 정도입니다.”
30명 정도일지도 모르겠군.
“A급 숫자는? 너는 상위권에 속하냐?”
“6명… 하위… 권입니다.”
이건 또 정확한 숫자라.
힘의 강약으로 돌아가는 조직인가. 윗사람 숫자는 알아도, 아랫사람 숫자는 모른단 소리겠지.
“너희들이 뭉친 이유는?”
“…….”
음?
“말 안 해?”
그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발을 휘둘러 남자의 배를 걷어찼다.
“윽….”
남자의 얼굴이 엄청난 통증으로 일그러졌건만, 남자는 비명을 내뱉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는 모습을 보니, 나에 대한 공포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건만.
“너희들이 뭉친 이유는? 김태준에게 무슨 가치가 있지?”
그렇기에, 조금 더 자세한 질문을 던졌다.
“…….”
그리고 또다시 침묵이 돌아왔다.
“후….”
어쩔 수 없군.
안 그래도 급한데, 이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대충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으니.
“고맙고. 너도 잘 자라.”
쾅.
그대로 머리를 땅바닥에 후려쳤다.
다행히도, 이 남자는 한 방에 기절하여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 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
한시가 급하지만, 얻어낸 정보를 취합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조금 전 놈들보다 강한 A급이 여섯에, 그 하위가 30여 명이라.
가장 강한 놈이 얼마나 셀지 모르겠지만, 그래 봐야 A급 중상위권이나 되겠지.
그 A급들이 메테오르급이 아닌 한 여섯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질 리는 없지만….
시간이 촉박할지도 모르겠다.
빌런 집단이라길래, 기껏해야 A급 한두 명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인원수만 여섯이라니.
대체 김태준이 뭐라고 지들 잘난 맛에 사는 빌런 놈들이 그렇게나 많이 뭉친 거지.
생각해 봐야 답이 나올 문제도 아니었기에, 아까 그놈이 말하지 않아 아쉽다고 생각하며, 다시 자세를 잡고 앞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