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38)
마법소녀 아저씨 138화(138/671)
138. 집합체(2)
꾸드드드득.
비껴 세운 빠루에 적의 주먹이 맞부딪치자, 주먹이 뭉개짐과 동시에 살점이 뜯겨나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뜯겨나간 살점이 검은 점액과 함께 날아왔지만, 눈을 돌리지 않고 계속 적을 주시했다.
이런 적은 오랜만이군.
어떤 특수능력도 없이, 순수하게 육체만으로 승부하는 적.
초기에는 자주 보였지만, 어느 시점부터 복합적인 능력을 갖춘 적들이 늘어났었지.
그런 적을 상대하려면, 나도 빠루가 아닌 망치를 들어야 옳을 것이다.
보라, 지금도.
꾸득.
적의 발길질을 막고자, 빠루를 휘둘렀지만, 힘 싸움에서 진 것은 나였다.
단단한 빠루와 부딪힌 탓에, 적의 발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역겨운 고기 조각을 흩뿌리긴 했지만.
힘의 여파를 다 이기지 못하고 내 가벼운 몸이 튕겨 나갔다.
쯧.
공중에 떠, 이젠 익숙해진 썩은 시체 점액을 털어내며, 착지를 위해 자세를 붙잡았다.
알고는 있다. 알고는.
망치를 써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아무런 기능 없이 무식하게 단단하기만 한 빠루로도 저리 쉽게 살점이 일그러지지 않는가.
망치를 사용하면 힘 싸움에서 지더라도 저 몸은 갈가리 찢겨나갈 터.
이것이, 평범한 전투라면 그리해야 옳을 것이다. 허나, 이것은 그런 평범한 전투가 아니다.
“그렇지?”
“가각.”
우연이겠지만, 시체 괴물은 내 질문에 답하듯 이빨을 달그락거렸다.
터진 손과, 갈라진 발을 검은 점액으로 이어붙이며.
그래. 저 검은 점액이 문제다.
이계의 힘이 가득 담긴, 원망의 덩어리. 저것이 계속 존재하는 한 시체 괴물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것이 10년 후일지, 20년 후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 과연 이들을 쓰러트릴 영웅이 남아있을까.
그때 과연, 이 녀석들을 완전히 소멸시킬 영웅이 남아있을까.
물론, 봉인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대서양의 그 O급처럼.
그러나, 그로써 일어나는 문제는 어마어마하겠지.
현 인류 최대의 인구수를 자랑하는 아시아 지역.
그 한가운데 놓인 O급 괴물의 봉인.
그렇지 않아도 생활권이 줄어든 인류에게, 그것은 크나큰 재앙이리라.
그런 내 생각을 끊겠다는 듯.
쿵. 쿵.
계속해서 주먹과 발이 날아온다.
아무런 기술 없이, 아이처럼 순수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행동.
그렇기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
끄득.
자세가 무너지긴 했지만, 쉽게 튕겨낼 수 있다.
본래라면 그리 강할 괴물이 아니어야 하겠지만.
너무 빠르고 강하다.
쿵.
무너진 자세를 복구하기도 전에 적의 발이 날아와, 할 수 없이 무너진 자세로 공격을 막았다.
또다시 발에 차여 날아간다.
아까처럼 허공에서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그사이에 학습했는지 허공에 떠 있는 나를 향해 주먹이 날아왔다.
회피는 불가능.
빠루를 빠르게 돌려, 주먹이 충돌할 옆구리에 붙이고 몸을 말았다.
쿵.
주먹과 빠루가 충돌했다.
그것으로 공격이 막혔으면 좋았으련만.
꾸득.
뭉글거리는 적의 주먹은 빠루에 일그러지며 내 몸에 박혀 들었다.
“큭.”
비록 빠루에 가로막혀 약해지긴 했지만,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진 괴물의 공격이 적중했다.
몸 전체가 뒤틀리는 충격과 함께, 시야가 크게 회전한다.
잠깐의 비행이 지나고.
쾅.
둥글게 감싸 안은 몸이 벽에 틀어박혔다.
끅….
강렬한 타격이 온몸에 박힌 탓일까, 큰 들숨이 뿜어나오며 자세가 뒤틀릴 뻔했으나.
겨우 참아내며 온몸을 폈다.
콰득.
벽에 처박힌 탓에 날 붙잡았던 돌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지지대를 잃은 내 몸은 공중으로 추락했다.
너무나도 강렬한 고통인 탓일까.
한순간, 내 머릿속에는 전투와 관련 없는 생각이 지나갔다.
저 돌벽. 더럽게 단단하네.
아마 이계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거겠지. 아니면 공간 그 자체일 수도 있고.
그런 의미 없는 생각은, 머리 위로 분홍빛 섬광이 지나침으로써 끊겼다.
이걸 노리려던 건 아니었는데.
무수한 주먹질의 난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벽에 처박힌 나를 짜부라트리고 싶다는 듯.
이미 빠져나가긴 했지만, 저기 그대로 있었다간 정말 죽지 않았을까.
어찌 되었건,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적은 벽을 두들기느라 바빠 내가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놓친 모양이니.
이제, 내가 공격할 차례다.
허공으로 떨어지던 나는, 벽과 평행해서 떨어지던 몸을 회전시켜 수직으로 섰고.
쿵.
벽을 박차며 손을 뻗은 괴물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적의 물렁물렁하게 그지없는 몸이 순식간에 가까워져 온다.
괴물은 벽을 박차며 생긴 소리에 반응한 듯 내 쪽으로 손을 뻗었으나.
내가 더 빠르지.
꾸드드득.
내 빠루가 적의 살점을 뜯어내는 것이 더 빨랐다.
자신의 품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인간의 형체를 한 이상,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약점.
가진 힘에 비해 턱없이 물렁물렁한 신체는 날카로운 빠루 끝에 걸리며 그 살점과 점액을 허공에 흩뿌렸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것은, 내가 받아들여야 할 이계의 힘이니.
내가 힘을 흡수하자.
“따각.”
괴물은 그것을 두려워하는 듯, 이빨을 딸깍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럴 것이다.
분명 죽어야 할 적이, 자신의 몸을 뜯어먹고 계속해서 복구한다면.
분명 뭔가를 느끼겠지.
공포건, 당황이건, 분석이건.
그렇지만, 적절하지 못한 반응이다.
그로 인해 빈틈이 생겼으니.
덕분에, 끊어졌던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저 근원이 되는 이계의 힘을 모두 소멸시켜야 한다.
그를 위한 방법이라면 여럿 있다.
황왕의 특수능력이 있을 것이고.
맥베스의 대마법을 사용한 강제 추방이나.
칼라베라의 반혼술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것을 사용하기에는 저들의 감정이 너무나도 검다.
내가 그들의 생각을 읽은 탓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처지에 공감이 되었다.
그들의 기억이 나와 비슷했다.
난지도라는 사회에 집어 삼켜진 낙오자.
그러니, 내가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이.
그를 위한 빠루.
그를 위한 검은 드레스.
그를 위한 위령제.
이 싸움은 그런 것이다.
붕.
주먹이 날아온다.
나 또한 그에 맞춰, 뛰어들었다.
충돌과 함께, 살점과 점액이 튀었다.
집어삼켰다.
* * *
사체가 나를 바라보았다.
검은 점액이 빠져나가고, 다른 살점이 뜯어져 흩어졌음에도.
홀로 남아, 나를 노려보는 시체.
“따각.”
아닌 것도 같고…?
시체 하나가 남은 게 아니라, 큰 덩치가 살점이 떨어져 나가면서 작아졌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인간은 저리 작달막하지 않으며, 단순하게 생기지도 않았으니까.
사실 이미 어느 시점부터 적이 그리 두렵지 않게 되었다. 내가 힘을 흡수할 때마다 적은 약해졌으니.
지금 거슬리는 것은 다른 것이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
모든 힘을 받아낸 탓인지, 계속해서 그들의 기억이 환상이 되어 떠오르고, 그들이 나에게 속삭인다.
‘올라가서 죽여.’
‘몸, 살아있는 몸.’
‘내놔. 내놔. 내놔.’
시끄러워 이것들아.
기껏해야 옷에 들러붙은 녀석들이 뭐 이리 시끄러운지.
그 옷도 영 상태가 시원찮긴 하지만 말이지….
부글, 부글, 부글.
한계에 도달하기라도 했는지, 옷 표면에 계속해서 조그만 거품이 일고, 아까부터 돋아나던 기묘한 촉수나 날개는 이제 얼마나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괴상한 돌출물들이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일까.
몸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지라 볼 수가 없어서 전체적인 생김새는 모르겠지만, 밖에서 보면 무슨 현대미술처럼 생기지 않았으려나.
터질 것 같진 않은데 말이지….
걱정이 솟아나, 눈앞의 괴물에게서 시선을 떼고 내 몸을 둘러보았다.
여긴 촉수.
저긴 날개.
살짝 손을 뻗어 문질러보았으나, 뭉개지거나 폭발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내 옷은 이계의 힘을 일정 이상 받아들이면 이런 식으로 괴상한 무언가를 생성하는 모양이다.
대장벽 때도 그랬었지….
힘을 다 쓰면 저절로 사라지던가.
그런데 이거, 어떻게 다 쓰지.
무턱대고 날려버렸다간 어디 하나 날아가 버릴 것 같은데.
그리 고민에 잠겨있던 순간.
“따각.”
괴물에게서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다시 그것을 쳐다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아까부터 날 노려보기만 하고 공격하지 않는 녀석을.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저것부터 끝내볼까.
바깥바람을 좀 쐬면 이 두통도 나아지겠지.
끄륵.
땅에 질질 끌리는 빠루와 함께,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적에 다가가려는 순간.
“…끝이 아니다.”
목소리가 들렸다.
괴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지성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그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시체가 무너져내렸다.
주륵.
살점과 근육은 뼈에서 뜯겨나가 점액처럼 흘러내렸고.
힘을 잃은 시체는 천천히 쓰러지며, 자신이 만든 썩은 살점 점액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녹아 사라졌다.
괴물이 서 있던 자리에 남은 것은, 인간 하나 분량의 썩은 시체 고기와 그 안에 들어있던 뼛조각뿐.
“…뭐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뭔가를 행하는 것도 아니고,
이계의 힘이 폭발하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남은 모든 힘을 주변에 흩뿌리며 쓰러졌다.
자폭함으로써 주변을 오염시키던 이계의 적도 있었지만.
그만큼 짙은 농도도 아니다.
대체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내기 위해 시체를 향해 몸을 옮겼다.
터벅터벅.
기껏해야 30여 걸음 떨어진 거리에 놓인 시체에 별다른 방해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어마어마한 싸움이 있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공허함이 감도는 장소.
시체 괴물의 주먹질로 여기저기 금이 간 공동 한가운데에, 썩은 시체가 놓여있다.
빠루를 집어넣어, 시체를 뒤적였다.
표면의 분홍빛 얇은 막이 뜯겨나가고, 안에 있는 것이 주변에 흩뿌려졌다.
수년 동안 이 자리에 놓여 부패하기라도 한 듯. 말도 안 될 만큼 역겨운 썩은 내가 올라온다.
내부 살점은 검게 변해있었고, 끈적거리는 살점이 빠루에 묻어난다.
…이 정도로 심한 건 본적이 거의 없긴 하지만.
단순한 시체다.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 부패하였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잘 모르겠군.
나갈까.
“따각. 따각.”
이빨을 맞부딪치며, 느긋하게 몸을 옮겼다.
따각. 끄륵.
조용한 공동에서, 이빨을 맞부딪히는 소리와 빠루가 끌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며 내 귓가에 되돌아왔다.
왠지, 머리가 개운하다.
전투 내내 날 괴롭혔던 두통이 사라진 탓일까.
그리 생각하며, 조금 더 걷자 마침내 본래의 수직 공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끝없는 바닥과 천장이 있는 장소.
저 위엔. 뭐가 있더라.
….
아 그래. 난지도가 있었지.
돌아가야지.
왜?
난지도에 왜 돌아가야 했었지?
“따각.”
아 그래. 사람들을 죽여야….
끄륵.
음? 아냐. 사람은 나중이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래.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사람들을 안 죽게 해야지.
폭격을 막아야 해.
그리 결론 내린 나는, 천천히 절벽을 붙잡았다.
얼핏 보면 평평해 보이지만, 여기저기 난 요철을 잡으며, 조금씩 위로 올랐다.
잠깐 그렇게 기어올랐으나, 곧 그 행동의 패착을 깨달았다.
방해돼.
한 손에 든 빠루가 난지도에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되돌려야지.
붕.
짧게 손을 흔들어, 빠루를 되돌리고, 양손으로 절벽을 붙잡았다.
요철을 잡고, 빠르게 위를 향한다.
검은 입자에 잠겨, 어두운 시야 속에서.
빛을 보고.
바람을 쐬기 위해서.
음…? 아냐 사람을 죽….
잠깐 두통이 일었다.
아니, 사람을 지켜야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