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42)
마법소녀 아저씨 142화(142/671)
142. 뒤처리는 깨끗이(2)
알’시린, 리 노인.
양측 모두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이렇게 되도록 처음부터 판을 짠 모양이다.
그러면 저기 나동그라진 문어 대가리는 내가 나서기 전에 어그로를 끄는 역할로 투입된 건가.
그리 생각하며 구석에 떨어진 문어를 바라보았지만, 점액을 뿌리며 꿈틀거리는 꼴을 보아하니, 계획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긴, 문어 놈이 본래 그렇지.
본래의 가학적인 성격대로 판을 휘두른 것일 뿐이리라.
그럼, 여기서 내 역할은 뭘까.
가까이 있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소파 위, 안락한 몸.
“필요한 거라도 있나? 피망치?”
“잠깐 생각할 시간 좀 줘.”
“그리하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안개 낀 방을 둘러보았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인지, 연기 안쪽에서 안광만을 번쩍이는 이들.
물론, 그중에서도 결사 참가자인 알’셸과 알’시린, 그리고 난지도 측 대표자인 리 노인은 얼굴을 까고 있지만, 저건 힘에 자신이 있기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봐야겠지.
담배 마렵군. 역시 머리 쓰는 건 내 전문이 아니야.
벌써 머리가 복잡해지잖아.
지근거리는 두통을 달래고자, 품 안에서 막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까득.
후우.
차가운 금속 질감을 느끼며 숨을 내뿜자, 주변의 연기가 흩어져, 왠지 모르게 담배를 피우는 기분이 들었다.
“불 필요하십니까?”
“담배 아니니까 가라.”
연기 속에서 누군가가 그리 말하며 다가오는 것을 밀어내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명분과 힘. 기술을 가진 결사.
통일되지 못하고, 조각조각 흩어진 난지도 갱단들.
심지어, 이번 사태의 원흉이기도 하다.
화신이 강림한 것은 김태준의 뭔지 모를 의식 탓이지만, 원인은 저들이 제공하였다.
저들의 폭력과 압정, 잔혹한 지배에서 신음 받던 이들의 원망이 뭉친 결과물.
저놈들만 없으면 되는 것 아닌가?
애당초 나랑 연 없는 놈들 아닌가.
이참에 다 쓸어버리고, 난지도의 세력을 리 노인 하나로 통일시킨 뒤, 결사와 협정을 맺으면….
그리 생각하며 난지도 쪽 안광들을 쏘아보자.
“힉.”
“그륵… 극….”
안광 두세 쌍이 사라졌다.
기절한 건가.
아무래도 내 감정이 과하게 드러났던 모양이다.
안 되지 안 돼.
이래서야 폭력으로 해결하겠다던 쓰레기들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그들의 의지가 아직 내면을 지배하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요즘 속이 끓어오르는 기분인데 좀 자제해야지.
그런 내 다짐이 무색하게도.
“음? 몰살로 정해졌나요? 결사는 저들을 자유롭게 풀어둘 예정이었는데… 이하람 님이 그리 생각하신다면야….”
내 감정에 반응했는지, 알’시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빼 들자 난지도 측도 안광을 가늘게 찌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잠깐 감정이 드러난 거니. 그 지팡이 좀 넣어라. 야.”
“가만히 있어라 멍청한 것들. 진담과 농도 구분 못 하나?”
나와 리 노인이 소리치자, 양측은 모두 무기를 내려두었다. 그렇다고 한들, 방 안에 감도는 긴장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피망치. 그런 사특한 기운은 좀 자제해주게나. 나나 되니 버티지, 저들에게는 살해 예고나 다름없으이.”
“깡패짓으로 먹고사는 놈들이 이것 하나 못 견뎌서 어디 쓴다고.”
그리 내뱉으며, 다시 이를 악물었다.
이런 놈들 때문에 그 대참사가 일어날 뻔한 건가.
힘이 있음에도, 자신의 이득만 취하고자, 약자에게 마음껏 이빨을 드러낸 녀석들.
설령 난지도가 결사의 산하에 들어가더라도, 그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리라.
구멍을 봉인하고, 이계의 힘을 정화하고, 뭉친 의지를 흩뿌려도, 언젠간 다시 그런 괴물이 태어나겠지.
단지, 그것이 늦춰질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기를 좀 더 멀쩡한 장소로 만드는 것.
까득.
그것을 떠올리자, 이빨에 힘이 들어갔다.
멀쩡한 장소란 무엇일까.
애당초 나는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힘을 가진 자와, 힘을 가지지 못한 자.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내가 제안할 수 있는가?
지금 이 방 같군.
흰 안개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분명한 방.
마치 내 머릿속을 비추는 것 같다.
그럼, 생각을 바꾸자.
난지도는 이대로 좋지 않을까.
혼란 그대로.
다만, 한 가지 예외를 두자.
나를 구원했던, 그들을 위해.
생각이 정리되었다.
그럼. 협상을 시작해볼까.
“알’시린.”
“예.”
“결사의 요구 조건은 뭐였지?”
‘그것도 모르고 온 건가?’ 하듯이 공기가 술렁거렸지만, 상관없다.
이미 방향성은 정해졌으니.
“구멍에 대한 통제권을 결사의 지배에 넘길 것. 이에 따라 난지도의 모든 단체는 결사의 산하로 들어와야 하며, 결사가 명시하는 모든 범법 행위는 금지됩니다.”
“하하. 재미있는 농담이네. 너희 결사로 그게 되겠냐?”
결사에서 가장 부족한 게 인적 자원인데, 이런 불량품들을 제어할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따르지 않는다면, 힘으로 누를 뿐입니다. 그것이 결사의 방식.”
알’시린은 그리 말하며 마력을 뿜어내었다.
내가 아닌, 방 안에 있는 다른 이들을 향해. 선전포고하듯.
결사의 방식이라… 그런데 너 거기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니?
그런 내 의문을 잠재우고, 그대로 반대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쪽은 무슨 조건을 내걸었지?”
“우리 말인가?”
“그럼, 여기 누가 더 있다고.”
“찟 찟 그도 그렇군.”
리 노인은 그리 말하곤 잠시 담뱃대를 입에 물더니, 연기를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말하기 좀 그렇다만…. 사실 정해진 게 없다네. 의견 통일에 실패해서 말일세. 그 덕에 저 문어가 그리 화를 낸 것이지.”
아 그게 그렇게 된 거였어? 뭐 이런 엿 같은 놈들이… 진짜 다 죽….
까득.
하, 그래. 참자 참아.
“나까지 빡치기 전에 빨리 해결해. 이 이상 질질 끌면 나도 결사에 붙어서 처리할 생각이니까.”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나치고는 많이 참아준 거다 진짜.
결사도 아니고, 단순한 깡패의 의견을 들어주다니.
“자, 다들 들었는가? 결사도 그렇고, 관리국의 영웅도 몹시 화가 나셨는데, 뭔가 할 말이 있는가?”
리 노인이 웃으며 그리 말했고.
쓰레기들이 입을 열었다.
“중범죄 금지는 말도 안 되오! 우리는 시체를 팔아서….”
“마약이 주 수익원이거늘!”
“지금 우리보고 영웅으로 복귀하란 말인가?”
연기 사이에서 시끄럽게 몰려오는 언어의 폭류.
다들 제대로 의견을 통일할 생각도 없는지, 아무렇게나 시끄러운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나나 결사엔 찍소리도 못하는 놈들이 리 노인에게는 저리 불평불만을 내뱉다니.
나와 결사는 어찌 못해보지만, 리 노인은 구워삶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교활한 것들 같으니.
“이런 상황이라네 피망치. 어떤가?”
찟, 찟,
리 노인은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로, 그리 말해왔다.
쏟아지는 말에는 관심이 없는 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그러니까 쟤들은 본래 살던 대로 살고 싶단 뜻이잖아.”
“정확하네. 이 참사를 겪어도 배운 게 없는 모양이지. 참 재미있어.”
재미는 무슨. 그냥 쓰레기지.
하아.
오늘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내뱉었다.
상상보다 더 쓰레기 같은 녀석들. 그렇지만, 내 계획에 저들을 숙청하는 선택지는 없다.
혼란에 빠진 난지도는 그 존재만으로 관리국에게 압박을 줄 테니.
“알’시린. 아까 한 말 정말이냐?”
“무슨 말 말씀이신지요?”
“결사의 전권대리인. 사용할 수 있느냐고.”
내 말에, 알’시린의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며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예, 물론입니다. 어떤 선택을 내리시건, 저희 결사는 그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하람 님이 저희에게 나쁜 선택을 하실 리 없으니까요.”
그러냐.
쟤도 이상하리만큼 날 믿는단 말이지.
그럼. 선고를 시작하자.
쿵.
소란스러운 방 한가운데에, 무거운 망치가 내리박혔다.
그리고,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망치와 몸에서부터 시작된, 압도적인 충격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말끔해졌다.
방 안에 차 있던 흰 안개는 충격파에 밀려 사라졌고.
불평불만을 쏟아내던 갱단들은 내가 만들어낸 압박감에 밀려 입을 다물었다.
물고기처럼 생긴 괴인.
깡패처럼 차려입은 덩치 큰 남자.
창을 든 영웅.
말끔한 양복을 입은 여성.
그들의 민낯이 모두 보이는 협상장 안에서, 나는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를 원하는 것 아니냐?”
“….”
침묵이 되돌아올 뿐이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한 선고니까.
“그럼 그리 살던가. 너희에게는 결사의 이름으로 아무 관여도 하지 않으마.”
“예?”
“호오.”
내 대답이 예상외였던 것일까, 알’시린의 입에서 괴상한 말이. 리 노인의 입에 흥미가 서렸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도 무시했다.
“다만, 그러면 이 참사가 되풀이되겠지. 그러니, 제약을 걸겠다.”
쿵.
또다시 충격파를 뿜으며 압박했다.
이는 절대적인 명령임을, 저 약육강식의 괴물들에게 박아넣기 위해.
“하나. 결사는 시장이 포함된 1층과 그 아래 하수구, 구멍에 대한 소유권과 치안 유지 권한을 얻는다. 그렇지만, 결사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상업활동에 대해 어떤 관여도 하지 않는다.”
이는, 갱단과 관련 없이 사는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함.
또한, 갱단의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한 행동.
“둘. 결사는 원하는 인원을 산하에 넣을 수 있지만, 지원자에 한한다. 또한, 결사는 결사에 가입하지 않은 이를 차별해선 안 된다.”
이는, 제약이다.
결사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그럼에도 세력을 유지하도록.
이를 결사가 쉽사리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내가 전권대리인이다.
결사는 난지도에서 한 것도 없는데 손해를 좀 봐야지. 안 그래?
“셋. 결사는 학교나 고아원, 경찰 등. 최소한의 치안 유지 공공기관을 만들 권한을 가진다.”
“음?”
처음으로, 방 안의 모든 이들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이것은 작은 선물일 뿐.
빈곤하게 굶주리던 아이들을 위한 선물.
“이에 동의하나?”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선택지를 넘겼다.
내 말에 당황했는지 알’시린의 피부가 푸른색을 띠긴 했지만, 대충이나마 고개를 끄덕였고.
“찟 피망치, 괜찮겠나? 그걸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본다만?”
리 노인은 재미있다는 듯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1분. 2분.
그리고,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럼, 모두 동의한 것으로 이해하겠다. 시장에 자리를 가진 쓰레기들은 알’시린과 상의하고.”
“예? 저 말인가요?”
“난 결사가 아니잖냐, 규칙은 정해줬으니 이제 알아서 해야지.”
그렇게 말하곤, 소파에 몸을 던졌다.
이것으로 좋다.
난지도는 이걸로 충분하다.
“정말 이걸로 충분한가? 피망치?”
내 옆자리에, 리 노인이 앉았다.
다른 이들은 자신의 권한을 지키고자 알’시린에게 달려들지만, 자신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글쎄.”
“그렇구만.”
그런 내 짧은 답에서 뭔가를 읽은 것일까. 리 노인은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의 평화로운 시간.
우리는 조용히 소파에 걸터앉아 멍하니 정면을 받아보았고.
“우린 결사에 합류할걸세.”
리 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나는 그에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았으나.
“나 또한 늙은 게지. 쥐구멍을 파기보다. 평온한 세계를 지키고 싶다네.”
리 노인은 멋대로 입을 열었다.
“…형제 싸움이라고 들었는데.”
“화해하면 되는 것 아닌가. 형제란 그런걸세. 거기다 그 양반이 치매에 걸린 걸 보니, 마음이 약해지더군.”
“그러시던지.”
그렇게 서로가 입을 다물었다.
조용한 적막의 시간 속에서.
눈을 감고, 여기 와 있던 일을 회상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난지도는 난지도로 남았을 뿐.
이 모든 것이 엉망인 성채는, 계속해서 구멍을 숨긴 채, 이 세계에 남을 것이다.
“크아아악! 어떤 놈입니까? 결사가 우습게 보이십니까? 당장 튀어나… 꾸억.”
“시꺼.”
쾅.
일어난 문어에게 망치를 내던진 후, 다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