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47)
마법소녀 아저씨 147화(147/671)
147. 동원훈련 집합.
이런저런 사고가 있었지만, 무사히 두 제자와 함께 입소할 수 있었다.
뽑기를 통해 배치된 장소는 몽골 접경 지역.
이번에도 북한 라인에 배정받길 소망했건만, 역시 세상일이 그리 잘 풀리진 않는 모양이다.
“뭐, 그래도 시베리아는 아니라서 다행이군.”
더럽게 추운 건 둘째 치고, 소련놈들의 기가 막힌 물자 배급은 영웅들 사이에서 악명 높으니 말이다.
시베리아를 최악이라치면, 차악은 현시점에서 서일본 라인인가.
본래라면 시간 때우기 딱 좋은 장소일 테지만, 홋카이도 장벽이 날아간 지금은 최전방이 되어 매일 경계를 하며 참호를 파는 나날이리라.
“예? 선배님?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크아아악.”
그런 생각에 잠겨오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제자 둘.
아니, 정확히는 한 명.
한아빈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전방을 쳐다보고 있고.
백시현은 졸면서 괴상한 소리를 내뱉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시베리아로 안 가서 다행이라고.”
“아. 거기라면 악명 높죠. 전 한 번도 안 가봤지만요.”
흠. 한아빈이 지금 몇 년 차였지.
“지금 4년 차라고 했나?”
“선배님에게 훈련받으면서 5년 차가 되었죠.”
그렇군.
“그럼 동원훈련은 서너 번이려나. 각각 어디였지?”
“중국 라인에 두 번, 북한 라인에 두 번이었어요.”
“중국이라. 나쁘지 않지. 딱 무난한 장소니까. 북한도 괜찮고. 나쁘지 않은 뽑기였구먼.”
중국 쪽은 물자공급도 정상적으로 되고, 적의 강함도 평균적인 편.
문제가 있다면….
영웅 숫자 대비 땅덩이가 무식하게 넓어서 쉴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 생각하는 내 귓가에….
“…북한 라인이 괜찮다고요?”
경악하는 한아빈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어. 서울이랑 가까워서 물자도 풍족하고, 지원도 빵빵하잖냐.”
“그야…. 그렇지만요….”
“뭐가 문제지?”
“온종일 포격 소리 듣다 보면 노이로제 오잖아요. 적들도 정신 나간 것처럼 강하고.”
아…. 그게 문제였나.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맹점이었다.
포격 소리가 종일 울려 퍼지는 거야 흔한 일이고, 적들의 강함도 내 기준에서야 별거 아닌 녀석들이니.
“덕분에 저희는 꽝 취급하는걸요. 종종 사망자도 나오고, 재수 없으면 어디 하나 부러진다고.”
흠….
그럼 요즘 애들은 동원훈련 자체를 꽝 취급하는 건가.
평소에는 대충 와서 고독하게 있다 갔을 뿐이라, 그 누구하고도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었거늘. 귀한 정보를 얻었다.
뭐, 쓸데라곤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애들이 동원령을 어찌 생각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고 뭐 어쩌겠는가.
고작해야 18일짜리, 20주기로 도는 물건인 것을.
체코슬로바키아 때처럼 감찰로 갔다면 모를까.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시스템은 필요하니까.
우리처럼 관리국에서 영원히 일하고자 하는 인원은 모자라고, 그렇다고 영웅의 편의를 봐주기엔 탑이 무너질지 모른다.
그렇기에 나온 교대제 상비군. 뭐, 그런 것이다.
그건 그렇고….
“아빈아.”
“예?”
“무한성주랑 이야기는 나눴지?”
마침 생각난 김에 며칠이고 미뤄놨던 질문을 던졌다.
흔들리던 마음도 정리되었고.
“음? 아. 그 제자로 들어가란 이야기 말씀이신가요?”
“그래.”
“거절했어요. 그쪽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선배님도 여기 계시고….”
그렇군.
그 말 한마디로, 요 며칠간 생겼던 응어리가 풀려나갔다.
나조차 뭔지 모르는 응어리.
계속해서 쌓아왔던 생각.
넘어간다면, 알려줘야 할 것들.
그런 것이 모두 사라졌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굳어졌던 자세를 풀고 의자에 편히 앉으려는 찰나.
“…시현이도 그냥 놔두기엔…. 좀 불안하죠?”
아빈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말 절실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가.
그 목소리에 영향을 받아, 백시현에게 고개를 돌렸고.
“…그도 그렇군.”
침을 흘리며 고개를 떠는 바보 제자의 모습에, 나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저걸 놔두고 어딜 갈 수 있을까.
“…선배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도 선배님에게 배우는 게 많….”
“배우는 게 뭐 어쨌다고?”
“…아뇨. 별거 아니에요.”
한아빈이 그리 말하며 고개를 틀긴 했지만….
별거 아니긴.
내 귀가 맛이 간 것도 아니고 저걸 못 들을 리가 있나.
나에게서 배울 게 있다라….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잘 모르겠는데?
까고 말해서 요즘 하는 것이라고는 전투의 틀을 잡아주는 정도뿐.
백시현은 나와 전투방식이 비슷해 교정할 수 있지만.
한아빈은 나와 전투방식이 크게 달라, 조언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런데 ‘배울 게 있다.’라…. 스승 일도 골치가 아프군. 나 자신의 모자람을 걱정해야 한다니.
뭔가 추가적인 정보가 더 있다면 안심할 수 있겠지만, 아빈이 또한 싹 입을 다물었고.
묘하게 이런 점에 대해 자세한 백시현은 잠이나 자고 있으니.
잠시 부드러워졌던 의자가 다시 가시방석이 되어, 불편한 몸을 흔들기 얼마나 지났을까.
“영웅 여러분. 정숙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단상 위에 선 병사가 마이크를 잡고 그리 소리를 내질렀다.
삐이이이익-.
뒤이어, 이어지는 하울링 현상.
지부에 돈이 없어서인가, 나름 좋은 강당에 영웅들을 모아놨을 터인데 이런 문제가 일어나다니.
“으어? 뭐 시작했어요?”
시끄러웠던 것일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에도 눈꺼풀 하나 움직이지 않던 백시현이 마침내 눈을 떴다.
“집합식 시작이다.”
“어… 더 자도 되는 거죠?”
“….”
나는 대체 이 녀석에게 뭐라고 해야 하는 걸까.
잠시 그렇게 고민에 잠긴 사이.
“하아. 시현아. 그냥 일어나 있어 그리 길지도 않잖아….”
남은 제자가 큰 한숨을 내쉬며 시현이를 타박했다.
그 말이 먹힌 것일까, 하품을 내지르며 눈을 비비던 백시현은 곧 정신을 차렸고, 초롱초롱한 눈길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다른 영웅들을 얼마 보지 못한 탓일까, 같은 복장으로 통일한 무인들에게 머리를 갸우뚱거렸고, 모여있는 총기에 눈을 빛냈으며, 같은 마법소녀를 매섭게 훑고는, 변신 영웅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영웅을 동경하던 아이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그런 그녀에게 나는.
딱.
손을 휘둘러 뒤통수를 치며.
“그만 좀 두리번거려라.”
애를 달래듯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영웅이 많이 모인 건 처음 봐요!”
그렇지만, 타박을 받은 백시현은 전혀 상관없는 듯 소리를 높였다.
‘쟤 처음인가?’
‘1년 차는 다 저러지.’
‘금방 익숙해지니까…. 그런데 쟤 어디서 보지 않았냐?’
덕분에 우리를 향해 시선이 쏠렸고, 그런 속삭임이 우리 주변을 지배했다.
잠깐의 부끄러움 속.
“그레이 이터 때 봤었잖냐.”
이제야 이름이 붙은 내 적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그리 속삭였건만.
“그땐 자세히 못 봤는걸요!”
속삭임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를 내뱉은 제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동원 기간 동안 자주 볼 테니. 이제 좀 조용히 좀 해라.”
“예!”
당연히, 내 말을 무시한 크나큰 목소리.
뭐, 마음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영웅에 대한 동경이 큰 이들은 흔히 이러니까.
그렇지만, 그런 사람의 지인이 되어 시선을 받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부끄럽다는 문제가 있을 뿐.
얼마나 이런 시선을 감내해야 하나 싶었지만.
“부대 지휘관께서 입장하십니다.”
행사가 진행되며, 우리를 향한 시선이 사라졌다.
강당 위에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한 남성.
관리국 방위대 마크를 달고, 군복을 차려입은 그는 썩 군인답게 생기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유한 것이, 행정병과 비슷한 모양새.
“몽골군이 아니네요?”
“규모가 작은 조직은 군인 대신 방위대가 지휘하는 경우가 있지.”
그런 속삭임이 잠시 지나고.
“아, 우선. 동원령에 빠지지 않고 참가해 주신 영웅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생긴 바와 같이, 유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몽골구역 대장벽을 담당하는 리체라고 합니다. 향후 동원 기간 동안 통제를 따라주신다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통제에 따르지 않으실 경우 불이익이 있습니다만, 영웅들이신 만큼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믿겠습니다.”
나도 졸리기 시작하는군.
“이번 연도 첫 소집이신 만큼, 평소보다 정리해야 할 적의 수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만, 본래 몽골 지역은 적의 숫자가 적은 만큼….”
꾸벅.
“…괴수를 중심으로 되어있으며. 영웅들은 기본적으로 10인 1조로….”
꾸벅.
“…작년에 포병에 관한 민원이 있었기에….”
꾸벅.
“크아아아악.”
“…수면시간은 충분히 보장….”
꾸벅.
“…요즘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영웅은 영웅다워야 한다는….”
꾸벅.
“…이상으로 입소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선배님 일어나세요. 시현아, 너도.”
어깨에 내려앉는 따스한 감촉에 눈을 떴다.
“…어? 응 뭐냐? 벌써 끝났어?”
뭐지, 방금 시작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에 텁텁해진 입에 침을 바르며 고개를 돌리자, 다들 의자에서 일어나, 방위대원들의 통제를 따라 강당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예. 선배님도, 시현이도 둘 다 잘 자시더라고요.”
“….”
뭐라 할 말이 없군.
그토록 시현이에게 뭐라 말했거늘, 입소식이 시작되자마자 나도 곯아떨어져 버리다니.
사실 저 방위대 담당자가 정신계 능력을 사용한 게 아닐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이어나가며, 자리에서 일어나 배정된 숙소로 향했다.
“바로 장벽 위로 간다던?”
물론, 그 와중에 우리 중 유일한 모범생인 한아빈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고.
“아뇨, 오늘은 이대로 휴식하라고 하던데요. 특별한 일이 있다면 방송으로 안내를 드릴 거라고.”
“…하루 통짜 휴식이라고?”
“몽골지역은 적이 얼마 없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상주군으로 충분하다던데요.”
와. 사실 여기가 숨겨진 꿀이었나 보네.
몽골지역은 나도 처음이라 몰랐던 사실이다.
“이제 그럼 밥만 좋으면 완벽한데 말이지….”
“숙소는요?”
“어차피 너나 나나 그 난지도에서도 잘 잤냐. 그보다 구릴 린 없지.”
텔레비전 나오고, 핸드폰 통신 잡히고, 침대만 있으면 무슨 상관이랴.
“그도 그렇네요….”
“전 스승님이랑 같이 있으면 다 좋아요!”
“어, 그래.”
그런 콩트 짓을 이어가며 대장벽 안 복도에서 걷기를 3~4분.
“318호. 여기네요.”
마침내 우리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끼긱. 기기긱.
경첩에 녹이 슨 것일까.
앞서서 걷고 있던 한아빈이 문을 열자 잠시 그런 소리가 울렸지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고.
금세 숙소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평범하군.”
“그렇네요.”
“침!대!”
곧바로 뒤에서 달려 나와 침대로 다이빙하는 바보를 무시하고, 차분히 숙소를 관찰하고 나온 답.
4인실.
침대 넷. 텔레비전 하나. 관물함 넷. 냉장고 하나. 탁자 하나. 의자 넷.
덤으로, 화장실도 딸려있었다.
딱 평범한 수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그럼 이제, 숙소에 대한 불안은 해결되었으니 남은 것은 셋뿐.
첫 번째로 통신.
통신이야 탑 주변이니 어마어마하게 잘 터질 테고.
두 번째로 식사.
이것은 저녁이 되면 빠르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같이 숙소를 쓸 사람만 멀쩡하면 되겠군.”
“대부분 다 좋은 사람인 것 같던데요.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걸요.”
“전 스승님만 있으면 돼요!”
“긍정적인 답변들 고맙구나.”
그리 말하며, 숙소 중앙에 놓인 의자에 몸을 뉘었다.
동숙자라.
여태껏 1인실을 써서 잘 몰랐건만, 제자들과 함께하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사실 개인실을 신청하면 어지간하면 내주는 편이다. 대장벽 안의 숙소라면 차고 넘치니까.
다만, 이번엔 제자들의 요청도 있어. 3명이 같은 방을 쓰도록 신청했기에 나온 결과물.
3명일 경우 보통 4인실이나 5인실에 배정되니, 동숙자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좋은 사람이면 좋겠군.
* * *
짐을 정리하고, 각자 개인 정비에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똑. 똑.
노크 소리가 울리고.
“들어오세요.”
끼기긱.
경첩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한 여성이 들어왔으니.
“아. 안녕하세요! 마법소녀 크리스티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한다. 곰.”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은.
많아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금발 벽안의 소련 마법소녀와.
그녀의 등에 올라탄, 곰 인형 모양의 마스코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