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50)
마법소녀 아저씨 150화(150/671)
150. 동원훈련 –무인 실전 강의-
“아, 구성이 끝난 분대는 점심시간 전까지 자유 훈련입니다. 서로 힘을 시험해 보셔도 되고, 잡담을 나누셔도 됩니다. 혹시 아직 구성이 끝나지 않으셨다면 남은 시간 안에….”
이 주변이 평화로움을 증명하듯, 군기가 빠진 느긋한 방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 추가로 안내해 드립니다. 1, 2분대에 소속되어있으신 분들은 순찰이 예정되어 있으니 지휘실로 집합해 주시길 바랍니다.”
심지어 방송마저 틀렸었는지, 당황한 듯 빠르게 흘러나오는 정정 방송.
…부대가 개판이구만.
“선배님 저희가 몇 분대였죠?”
“3분대.”
다행히 2시간은 놀고먹을 수 있단 소리다.
자. 그럼 어떻게 해볼까.
일단 저쪽이 어떻게 할지 예의상 물어봐야겠지.
“지금부터 훈련하실 예정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무인인 이상, 형과 기를 가다듬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야 하니 말입니다.”
“그럼 이 시간도 아까우시겠군요.”
내가 그리 살짝 운을 띄우자.
“예,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 또한 내 말에 담긴 의중을 알아차렸는지, 짧게 고개를 숙이고는.
“가자!”
바람을 일으키며, 제자들과 함께 빠르게 사라졌다.
“…무인들은 힘들어 보이네요.”
“마법소녀처럼 속성 주입이 안 되니까.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는 뺑이쳐야지 뭐.”
우리야 뭐, 특수한 거 빼면 대충 인스톨하던가 받아먹으면 끝이니.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깨달음이요?”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한아빈은 내 말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되물었다.
“왜? 궁금해?”
“…선배님도 무인 아래에서 훈련하셨다고 하셨었죠?”
“그랬지.”
“그럼 무인의 방식도 배울 게 있지 않을까요?”
아. 그런 의미였군.
강해지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는 이야기인가.
그거라면 알려줄 수 있지만….
“알려줄 테니 잠깐만 기다려라.”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네!”
언제나처럼 항상 대답은 잘하는 한아빈의 말을 뒤로하고, 뭔가 이상한 손장난을 하고 있는 백시현과 크리스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크리스? 하나 물어봐도 될까?”
“아! 하람 언…오빠. 왜 그러시죠?”
흠. 어제 말한 보람이 있군.
오빠라. 얼마 만에 듣는 호칭인지.
“지금부터 훈련하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예! 저도 몸 움직이는 거 좋아해요!”
그럼 다행이군.
크리스에 이어 백시현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스승님! 저도 몸 움직이는 거 좋아해요!”
나와 크리스 사이에 평소처럼 하이텐션인 백시현이 끼어들었다.
“아. 그래…. 그건 넘기고…. 시현아. 가는 길에 너도 아빈이랑 같이 이야기 좀 들어라.”
“예! 스승님!”
우리 제자. 대답은 우렁차더라.
이번에도 보나 마나 다 듣고 나서 나중에 물어보면 ‘까먹었어요!’ 할 게 분명하지만, 저 대답을 듣다 보면 이번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백시현에 대한 내 생각이야 어찌 되었건, 우리 넷은 천천히 연병장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고, 나는 한아빈에게 약속했던 무인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 어디 보자. 무인이 이계의 힘을 발산하기 위해서 형(形)을 쓴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지식으로는요.”
“예! 천하일검 아저씨에게 그리 들었어요!”
아저씨라. 그 녀석도 그리 불릴 상대가 생겼군.
“시현아, 다음에 지안평 만나면 꼭 그렇게 불러라. 흠. 그리고 형에 대해서 말이다만….”
말이 막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생각해둘걸, 하고 생각하며.
그래도 본래 아는 분야인지라 지식 자체는 빠르게 떠올릴 수 있었지만, 어찌 설명해야 제자들이 이해하기 쉬울지 고민하길 잠시.
“…몸으로 글자를 표현한다고 생각해 봐라. 힘들겠지?”
“그렇겠네요.”
“해볼게요! A!”
양팔을 하늘로 뻗고 다리를 벌린 저 바보는 내버려 두고.
“그런데 무인의 형이란 기술은 그걸 해내기 위한 물건이거든. 손짓, 자세, 검로(劍路), 힘의 배분. 그런 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법진으로써 기능하는 거란다.”
그렇기에 무인들은 자신의 유파에 따른 형을 수십, 수백, 수천 번을 반복한다.
조금의 오차가 없도록. 검을 휘두르는 도중 자연스럽게 그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조금만 달라도 안 되나요?”
“약간은 괜찮지. 생각보다 형이란 게 그리 빡빡하진 않거든.”
정말 0.1도 단위로 손의 각도가 정해졌다면 이미 무인 자체가 쇠퇴했겠지.
“음… 그래도 불편할 것 같은데요? 휘두르는 도중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할 수 있다고 해도. 적이 반격해서 자세가 흐트러지는 일은 흔히 있잖아요.”
“그래서 무인들은 자신이 밀어붙일 때는 강하지만, 자신이 밀릴 때는 급격하게 약해지는 특징이 있지. 그렇다곤 해도 무인에게 형만 있는 건 아니고, 무기술과 부여술도 있으니 적절하게 단련했다면 엄청나게 약해지진 않지만 말이다.”
아예 형 자체를 극단적으로 줄인 유파도 있고 말이지.
천마검신의 유파는 형보다는 부여술과 일격에 담는 위력을 중시했으니까.
그런데 그 유파에서 나온 녀석이 형의 달인인 천하일검이라는 점은 좀 아이러니하다만.
“그래도…. 치명적인 약점인 건 똑같지 않나요? 공격당하기 시작하면 낼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줄어드는 셈인데….”
“F!”
“고만고만한 무인은 그렇지. 그런데 거기에 예외가 있거든.”
“예외요?”
“아까 말했잖냐. 깨달음을 얻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깨달음만 얻으면 만사형통이지.
까고 말해서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은 순간, 하급 무인과는 격을 달리하는 힘을 얻게 된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깨달음이란 게 정확히 뭔가요?”
“글쎄다? 사람마다 달라서. 갑자기 길 가다가 퍼뜩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치열한 싸움 속에서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밥 먹다가 깨닫는 사람도 있어서.”
참고로 말하자면, 천하일검은 또 그놈의 지하를 보고 각성했지.
“아뇨. 제가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 그 깨달음을 얻으면 어떻게 달라지냐는 이야기였어요.”
아. 내가 잘못 이해했었군. 미안하다 아빈아.
“일단 형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지지. 모든 행동 자체가 형을 만들기 시작하니까.”
“…무슨 뜻인가요?”
“K!”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바보 같은 알파벳의 소리를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P라는 소리가 들려올 때쯤.
“나도 무인이 아닌지라 그 깨달음을 정확히 표현은 못 하겠고, 아는 무인한테 들은 바에 따르면. ‘마음 자체가 하나의 몸이 되어 움직인다.’라고 하더라.”
“마음 자체가 몸이 된다고요?”
“그래. 다른 사람은 볼 수 없지만, 마음이 형을 그리고, 자신은 그와 관계없이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거지.”
게임식으로 말하자면, 검사에서 마법 검사로 전직한다는 말이다.
그것도 전투 중에 캐스팅과 마법시전이 가능한.
“…으으음….”
그렇지만 한아빈은 그 말을 듣고도 영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모처럼 무인의 비급을 알려줬는데, 저 표정은 대체 뭘까.
“뭐가 그리 이상하냐?”
“…아깝지 않나요?”
“뭐가?”
“모처럼 형을 몸에 새긴 다음에나 얻는 힘이잖아요. 그럼 그 전까지의 수련이 모두 쓸모없어질 텐데….”
난 또 뭐라고.
하긴, 진짜 무인의 전투를 안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자. 아빈아 생각해 보자. 마음이 형을 발하지?”
“예.”
“그럼 몸은 가만히 있을까?”
“아뇨. 전투를…. 아.”
역시 한아빈은 총명하군. 이 정도 설명으로 이해하다니.
“그래. 기회만 된다면 동시에 형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몸과 마음. 두 개체가, 동시에.”
그리고 그 폭발력은 상상을 뛰어넘게 된다.
가장 간단한 형인 검로를 따라 힘을 내뿜는 것도 연속 베기나, 순간 가속과 합쳐지면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자랑하는 기술로 바뀌니까.
단순한 결과물을 내놓던 형이, 조합에 따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아, 그럼 천하일검 선배님이 쓰셨던 그…. 다리를 다 자른 기술도 그런 동시 시전이겠네요?”
“아 그건 좀 다르지. 괜히 무인들 최고 수장이겠냐.”
“어떻게 다른데요?”
“X!”
“아마 그거 12중 형일 거다.”
10중이나 11중일 수도 있고. 내가 그놈 속을 어떻게 알겠냐.
“…예?”
내 말이 믿기지 않은 것일까, 한아빈은 갑자기 얼빵한 소리를 내며, 입을 딱 벌렸다.
“사람은 쌍검을 쓸 수 있지?”
“그렇… 죠?”
“그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단련 여하에 따라 형의 숫자를 더 불릴 수 있단다. 천하일검은 그런 다중 형에 특화되어 있지.”
천마검신이 보면 노하실 거다.
그럴 시간에 검에 담을 힘이나 더 키우라고.
“…그게 가능한 건가요?”
“실제로 되는 사람이 있는데 어쩌겠냐. 그런가 보다 해라.”
옥시모론에게 치유 받을 때랑 똑같은 거지 뭐.
한계를 돌파한 누군가가 있고, 그를 통해 지금의 커리큘럼이 짜인 것이다.
저평가를 받던 무인이 강화된 것도 천하일검이 만들어 낸 커리큘럼 덕분이고.
형을 연마하며, 내단에 이계의 힘을 모으고, 깨달음을 목표로 한다.
덕분에 작은 깨달음이라면 1~2년 만에 깨우치는 이들도 나왔고.
물론 저 커리큘럼을 따라 성장한 무인들은 형에 의존하는 만큼 천마검신에 비하면 수세에서 약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것은 천마검신이 너무나도 뛰어난 존재였기에 가능한 이야기.
그런 존재 하나를 얻고자, 수십 수백의 시체를 쌓아 올리느니, 특출난 한 명이 탄생하는 희망을 포기하고 수십 수백을 구원하여 병사로 삼을 것이다.
실제로 그 커리큘럼이 무인 집단의 강화 효과를 가져왔고, 애물단지 취급받던 무인들도 당당히 영웅으로 설 수 있었으니 좋은 일 아니던가.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지만…. 큰 소득은 없었네요.”
“무슨 소득?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 아니었나.”
“Y!”
“선배님이 형을 배우셨다길래, 뭔가 특별한 게 있나 했죠. 그런데 전부 무인에 관련된 이야기였네요.”
그리 말하는 한아빈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것처럼.
그리고 나는 거기에.
“내 말 못 들었었니? 분명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찬물을 내던졌다.
“…대체 어디 가요?”
“형의 단련. 몸짓을 취하면 힘이 나온다고.”
“…그러셨죠?”
“그거. 우리도 쓸 수 있다. 봐라.”
마법소녀풍. 진각.
그리 마음속으로 외치며, 다리를 살그머니 내리쳤다.
“Z…. 으기약?!”
쿵.
그리고, 약한 진동이 일어났다.
벽이 떨리고, 천장에 달라붙었던 먼지가 충격을 받아 흩날리며, 한아빈의 머리와 넘어진 백시현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봤지?”
“….”
“무슨 일이에요?! 지진인가요?! 이계의 습격?”
“아쉬웠어요! 시현 언니! Z까지 끝내실 수 있었는데!”
“아 다 봐줬어? 고마워 크리스!”
…저 바보들은 내버려 두고.
“아 물론 무인처럼 그냥 되는 건 아니란다. 그랬으면 형이 죄다 기본 전투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었겠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설명해 주세요! 선배님!”
내 말에 희망을 품은 것일까, 한아빈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달라붙었다.
“일단 좀 떨어져라. 음. 한 번 더 했다간 건물이 무너질 것 같으니 실전은 연병장에 가서 보여주고….”
최소한의 힘을 담아 내려쳤는데, 벽 전체가 흔들릴 줄이야.
부실 공사라도 한 건가.
“이론만 미리 말하자면, 우선 자기 내부에 흐르는 모든 이계의 힘을 통제하는 건 기본이지. 무인 말고 우리 같은 마법소녀나, 초능력자, 변신 히어로. 뭐 어쨌건 무인이 아닌 애들은 몸 전체에 이계의 힘이 흩날리거든.”
무인은 그런 면에서는 참으로 독특한 체계지. 내단을 중심으로, 몸 전체에 균등한 속도로, 균등한 분포로 힘이 흐르니까.
“그래서 복잡한 형은 못 쓰고, 간단한 형만. 몸에 흐르는 모든 힘을 제어해서, 강제적으로 한 방.”
쿵.
이번에는, 형을 취하지 않고 그냥 내리밟았다.
분위기만을 보여주기 위해.
“쉽지?”
“…아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