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55)
마법소녀 아저씨 155화(155/671)
155. 회식 회식 술 회식
누추한 식당 한구석.
서로 데면데면 하자던 첫 만남이 무색할 정도로 친해진 분대원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특히, 우리와 적극적으로 거리를 두려던 리 슈광이 나를 대신해 분대원들을 이끌고 있는 걸 보자니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한아빈한테 비급이랍시고 이상한 A4 용지 뭉텅이를 주던데 말이지….
참고로 그 비급은 내가 봐도 따라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물건이 아니었기에, 정중히 돌려주었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물론 머리 한구석 어딘가에 기억은 해뒀다.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
그렇게 나를 제외한 각자가 친해진 분대원들과 친목을 다지던 와중.
깽깽깽.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져, 나를 포함한 모두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자. 자 그럼 주목해주시길!”
젓가락으로 유리잔을 두드리며, 그리 입을 여는 리 슈광.
“아아, 우선 모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웃어른께서 개회사를 맡아 주시는 것이 옳겠습니다만.”
자리에서 일어나 일대 연설을 하던 그는 슬쩍 나를 바라보았다.
뭐, 난 하기 싫은데.
무거운 몸을 끌고 여기 나온 것도 제자들이랑, 무인 스승으로서 네 체면을 고려해 준 거지.
그런 생각을 담고, 내 앞에 놓인 유리잔을 홀짝였다.
짙은 단맛이 도는, 흰색의 달고 시큼한 음료를 홀짝였다.
“싫으시다고 하시니, 제가 대신해서 시작하겠습니다.”
눈치는 빨라요.
여기서 억지로 시켰다간 그냥 대충 말하고 끝냈으리라.
자 잘 먹고, 건강히 은퇴하거나,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
흠. 이것도 너무 긴데. 더 줄일 방법이 없을까.
그런 생각에 잠긴 사이.
“그럼,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이 우연한 만남에 감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혀 다른 힘과 출신을 가지고,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은 정말 하늘의 은혜와 다름없으며.”
음. 그렇다기엔 6명은 너희 유파고, 3명은 같은 마법소녀고, 1명만 따로 붙은 크리스 아닌가?
아 물론, 너희 유파 사람 중에 백인 계열이 있는 걸 보아하니 출신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하늘의 은혜가 아니라 관리국의 삽질이겠지.
“유파가 다름에도, 서로의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터놓고 공유해 주신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유파라기엔 체계 자체가 다르지 않았냐.
뭐, 나름 배울 건 있었지만.
스승인 천마검신 또한 효율이라곤 그리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마력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나 역시 무인들의 한마디로 인해 약간의 효율 상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한 1% 정도?
물론 나 정도가 되면 그 1%가 큰 거긴 하지만.
“이 인연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거나, 그런 틀에 박힌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 또한 동원훈련을 몇 번 겪어보았고, 어떤 결말인지 잘 아니 말이죠.”
그래, 항상 그렇지 뭐, 맨날 만나자면서 연락도 없더라.
차라리 술집에서 만난 아저씨랑 술 한잔한 게 많을 지경이라고.
“그렇다 한들! 지금, 이 순간이 빛바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래그래. 그럼 다 좋으니 이제 끝내주지 않으련?
“자 그럼 모두 잔을 높이 드시고!”
모두가 웃으며 잔을 높게 들었으나.
난 반쯤 웃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잔을 들었다.
이 유리컵 안에 든 것이 절대 술은 아니었기에.
아마 염소나 말 젖 요구르트 아닐까.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걸로 만든 술이 있는데 그거나 내주지.
물론 여기도 군…방위대이기에 술이 있는 게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단순한 푸념이지만.
“건배!”
건배 아니잖아. 술 아니라고.
그런 내 속마음과 상관없이.
“건배!”
모두 그리 외치고는 유리잔을 부딪쳤다.
아니, 모두는 아닌가.
아마 술자리를 겪어본 적이 없는 애가 둘.
“어…! 건 붸에?!”
잔을 높이 든 채, 그저 다가오는 모든 잔에 부딪히며 손을 못 내리고 있는 소비에트 산 마법소녀가 하나.
“끄어어억.”
누구와도 잔을 부딪치지 않고, 입 주변에 하얀 수염을 만든 채 트림을 하는 바보가 한 명.
즉, 백시현이란 이야기다.
세상에, 백시현은 이제 크리스보다 더 정신연령이 떨어져 보이는군.
혼자 저런다면 술자리에서도 조금 배척을 받았겠지만….
“이건 잔 부딪히고 마시는 거예요.”
백시현의 옆자리에 자리한 여성 무인은 그리 조언하곤, 웃으며 백시현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저건 백시현의 인덕이 낳은 결과다.
저들은 2주가량 동고동락한 부대원들. 즉, 백시현의 바보짓을 이미 몇 번이고 겪은 이들이란 뜻.
나쁘게 보면 모자란 아이지만, 호의를 가지고 함께하다 보면 사소한 부분에서 미숙할 뿐이란 것을 알기에.
마치 손윗사람처럼 저렇게 너글너글한 분위기를 풍긴다.
나나 한아빈이야 대형 사고를 몇 번 겪었으니 좀 다르게 보이겠지만, 무인들은 그런 걸 겪었을 리도 없고.
“아, 그런가요?”
“뭐, 술자리는 처음이실 테니까요.”
술자리가 처음이라기엔, 건배는 어릴 때부터 많이 하지 않나?
생일파티라던가.
당장 크리스도 ‘건배.’라는 합창을 모르는 거랑, 내릴 타이밍을 몰라서 행동이 꼬였을 뿐이잖냐.
그런 내 뒤틀린 감상에도 불구하고.
“자, 그럼 다시 건배하시죠! 백시현 영웅님!”
“그러죠! 건배!”
“건배!”
죽이 잘 맞는 두 분께서는 두 사람만의 건배를 다시 하셨다.
뭐,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지.
백시현의 수염이 더 짙어지긴 했지만.
이제 저 바보에게서 눈을 떼도 되겠다고 생각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럼, 활에 항상 마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단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애초에 날아가는 건 화살이고, 활은 쏘아내는 도구잖아! 그 경우 활의 장력은 사실상 장식이라고 우리 쪽에서 구명되었다고! 물론, 부여술을 사용하면 활도 중요하지만! 댁 무기는 우리 쪽 허상무구하고 비슷한 종류 같거든! 그럼 활까지 강화할 필요가 없지!”
“그렇군요, 귀중하고 중요한 정보 감사드려요.”
“아니 뭐! 중요한 정보도 아니니까! 애초에 우린 활은 잘 안 쓰거든! 같은 원거리 무기 사용자끼리 서로 도와야지!”
당장에라도 와하하 하고 웃으며 술을 들이켤 것 같은 호탕한 남성과 열심히 부여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한아빈.
아니, 그런데 그보다. 원거리 무기 사용자라고?
팔뚝에 내 허리만 한 근육을 달고?
당장 둔기를 휘둘러도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인데.
그리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지만.
그 자리에 가서 말을 꺼내진 않았다.
끼어들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그러니까, 형(形)이 어떻게 작동하는 거죠? 어떤 논문을 보니, 마법진과 다르게 인형에 그리 행동하도록 식을 넣어놔도 발동이 안 된다고 하던데 말이죠!”
“아, 그건 저희 무인 쪽에서도 토론의 대상이었어요. 어떤 분은 인간이 만물의 중심이라서 가능하시다는 의견을 내셨고, 어떤 분은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형으로서 기능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이….”
“만물의 중심은 좀 너무 형이상학적 이야기 같네요.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형이라는 설은 꽤 괜찮은 것 같아요! 제 전공은 아니지만!”
“백시현 영웅님은 똑똑하시네요…. 평소에도 이러시지.”
“전 항상 이런 걸요!”
“예, 예, 똑똑하신 백시현 영웅님. 자, 입 닦죠.”
뭔가 오랜만에 똑똑한 티를 내시더니만, 마지막에는 자기보다 4~5살 많아 보이는 여성 무인에게 휴지로 입이 닦이는 백시현.
엄마랑 딸이냐.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뭐 하는 건지.
이런 말이 마음에서 감돌았지만.
이번에도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며.
유리잔을 기울였다.
* * *
회식이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즐겁게 보내고 계십니까?”
조용히 아이들을 관찰하며, 음료를 홀짝이는 나에게 돌아온 질문.
요 몇 주간 익숙해진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글쎄, 네가 보기엔 어때 보이냐.”
첫 만남과 다르게, 까탈스러운 분위기로 그에게 답했다.
이미 내 성격을 알게 된 이에게, 굳이 가식을 뒤집어쓸 필요가 없어.
“그리 즐거워 보이시진 않는군요.”
그런 내 가시가 돋친 말에도, 리 슈광은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글쎄, 난 나름 괜찮게 보내는데, 재미없는 나랑 있지 말고, 다른 애들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어떻겠냐.”
축객령이나 다름없는 말을 내뱉었으나, 이건 리 슈광과 할 이야기가 없어 그랬을 뿐. 이 회식 자체는 나름 괜찮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거야 익숙하고, 저 떠들썩한 분위기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런 답을 들었음에도.
“첫 순찰 당시를 기억하시고 계시는지요?”
여전히 리 슈광은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첫 순찰이라….
그 점액형 괴물이 나왔을 때 이야기인가.
“대충은, 그런데 왜.”
어차피 축객령도 무시한 만큼, 뭐라 말해도 돌아가지 않을 테니,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제가 그때 말씀드린 대사부에 대해 기억하고 계십니까?”
대사부? 그런 말을 했던가.
잠깐 그때 기억을 되살리고자 이마를 찌푸렸을 뿐이건만.
“음. 역시 그때 상황이 상황이신지라 기억하지 못하고 계시는군요.”
리 슈광은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다 알겠다는 듯 그리 입을 열었다.
내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설명을 이어나갔다.
“무인에 대해 잘 알고 계시니, 무인은 은퇴해도 어느 정도 힘이 남는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죠.”
“그렇지.”
“그럼 이것도 아실 것 같습니다만. 은퇴한 무인분들은 연맹에 남아 후학을 양성하고 계십니다. 그런 분 중 연맹 설립 전부터 이바지하셨던 분들을 대사부라 부르죠.”
“….”
그 설명을 듣자,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것이 꼭 누군가를 표현하는 것 같았기에.
“사실, 그런 대사부님들께서는 항상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계셨습니다. 심하신 분들은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고 계시기도 합니다만….”
밝던 리 슈광의 목소리에 약간의 어둠이 서렸다.
아마,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대사부와 눈앞의 존재가 같음을.
“그래서, 내가 그 대사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어서 술이라도 따라주겠다는 의미냐?”
내 감정이 흔들린 것일까.
내가 생각해도, 리 슈광을 너무나도 배려치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를 조절한 것이 내게 남은 이성이리라.
떠들썩한 회식 자리와 내가 앉은 자리가 대비되기 시작했다.
불편하고, 압박되는 분위기.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예, 같은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이하람 대사부님.”
리 슈광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 말하며, 내 잔을 채웠다.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비어 있던 잔을.
“일단, 제 딴에는 이 자리를 마련해드렸습니다만…. 불편하셨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다만, 그저 한마디, 이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인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감사드립니다.”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꺾어, 창밖을 바라보며 유리잔을 기울였다.
유리창 너머는 칠흑 같은 밤이었지만, 그 사이로 몇 줄기 탐조등이 대장벽에서 땅을 향해 내리쬐고 있었다.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