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73)
마법소녀 아저씨 173화(173/671)
173. 막간 – 과거의 톱니.
평소와 같은 거리를 내달렸다.
“헉. 헉. 헉.”
턱 끝까지 숨이 찰 만큼 내달리며.
어쩌다. 어쩌다 이런 일이.
오늘 아침부터 계속해서 내 뇌를 지배한 말.
지금도 주변을 둘러보면, 크게 달라진 것은 보이지 않는다.
평소와 같은 마을 풍경.
그리 유복한 거리는 아니지만, 모두가 먹고살기엔 충분할 만큼 깨끗한 거리.
평소라면 출근하는 어른들과 학교에 가는 아이들로 분비던 길이겠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차도를 달리는 자동차도 없고, 스쿨버스에 타기 위해 길 위에 서서 왁자지껄 떠드는 친구들도 없다.
“■■! 스쿨버스라도 놓친 거니?”
그런 정적을 깬 것은,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이웃 아주머니.
고양이를 키우는 탓에, 털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만날 때마다 간지럼을 느껴 그리 좋은 기억은 없지만.
초코 브라우니를 구워 이웃 아이들에게 나눠주곤 하는 착한 아주머니다.
나 또한 여러 번 얻어먹은 적이 있고.
그렇지만, 지금 저건 그 아주머니가 아니다.
아주머니의 탈을 쓴, 무언가.
“얘! 버스 놓친 거라면 내가 태워다줄게! 마침 학교에 과자를 나눠주러 가야 하거든!”
그리 말하는 그것은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평소 하시던 것처럼, 밝은 웃음을 띤 채 후덕한 몸을 흔드시며.
어쩌면, 아주머니는 아직 바뀌지 않은 게 아닐까.
나처럼 우연히 그것들에게 잡히지 않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아주머니에게 경고를 해 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 생각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 아주머니! 어서 도망….”
끼릭.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
넘어가면 안 돼.
저렇게 나를 속여, 잡아갈 셈이야.
그리 생각하고, 다시 내달렸다.
“꺄아아아아악!”
비명이 들려온다.
아주머니의 비명.
오늘 하루, 계속해서 들었던 소리.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무엇이 기다릴지 알고 있으면서.
■■■■ 아주머니의 목에 이상한 기계가 박혀있다.
태양 빛을 반사하며 은빛으로 빛나는, 주먹만 한 구체.
오늘 하루, 끔찍할 만큼 많이 보았던 물건.
그것을 목에 단, 창백한 표정의 아주머니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살려달라는 듯, 떨리는 눈동자로.
구토감이 몰려온다.
동시에, 눈가가 흐려졌다.
주저앉을 뻔한 몸을 붙들고, 다시 내달렸다.
아주머니의 눈길을 잊고자 노력하며, 계속해서. 계속
끼릭.
▶▶▶
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 나는 어느샌가 학교에….
끼릭.
◀◀
▶
길을 가던 도중, 눈에 띈 큰 병원에 뛰어들었다.
본래 학교로 도망치려 했지만, 그 병원을 본 순간, 학교에서 배웠던 긴급상황 대처법이 떠올랐다. 큰 기관에는 괴물들이 쳐들어올 때를 대비해서 군인들과 민간인 대피소가 있다고.
그래, 분명 군인들이라면 이것에도 당하지 않았….
그리 생각한 것도 잠시, 오늘은 모든 것이 불행한 날.
급히 병원 문을 열고 들이닥친 로비에 있던 것은.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총들.
그걸 보고 모든 것을 체념했다.
군인이 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군인 아저씨들도 모두 사라졌다.
아무도 그걸 막지 못했다.
그럼…. 이제 믿을 거라고는 대피소뿐일까….
그리 생각하자, 갑작스레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계속 참아왔던 눈물이.
나밖에. 없구나. 정말. 나밖에….
부모님도, 아주머니도, 군인 아저씨들도.
모두 사라졌다.
이제 믿을 것은, 학교에서 배운 대피소뿐.
“으흑. 으흑….”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소리를 듣고, 그것들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런 내 판단은 정답이었다.
또각. 또각.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
그 소리에 놀라, 빠르게 로비 의자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와 동시에, 한 간호사가 모습을 보였다.
로비에 총이 굴러다니는 이상 사태 속에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평하게 나다니는 간호사.
저건 분명, 사람일 리 없다.
“음… 착각인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간호사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평범하디평범한 목소리.
평범한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행동하지만.
저게 사람일 리 없다.
“뭐 어때. 잘못 들었을 수도 있지.”
간호사는, 별 상관없다는 듯, 자기가 나왔던 곳과 다른 복도로 사라졌다.
그렇지만, 나는 의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간호사가 돌아올 것이 두려웠기에.
숨과 울음을 참고, 조용히 의자 아래에 숨어, 누군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
타일 바닥의 차가움에 익숙해지고, 오히려 내 체온이 타일을 데울 때쯤.
아무도 오지 않음을 확인하고, 조용히 의자에서 몸을 빼냈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가보자.
분명, 대피소는 지하에 있을 거야.
엘리베이터는 안 돼. 분명 소리가 들릴 테니까.
그럼 계단을 찾아야겠지.
그리 생각하며, 눈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버리고 조용히 복도를 내달렸다.
모퉁이마다 누가 있지 않나 귀를 기울이고, 유리창이 보일 때마다 몸을 숙이며, 혹시 모를 구석의 감시 카메라를 피해 이동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발견한 계단 아래로 내려가. 처음으로 한숨을 내돌렸다.
“후우.”
제대로 숨 한 번 못 쉬었구나….
오늘 처음으로 숨을 돌린 것 같다.
들이쉬는 숨마저 참고, 몸을 혹사하며 달린 지 얼마나 지난 걸까.
아침의 사건 때부터. 계속해서 달렸는데. 이제야 쉴 수 있다니.
그걸 자각하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공포와 긴장에 억제되어있던 근육은 더는 피로를 못 참겠다는 듯 부들부들 떨렸으나.
여기서 멈추면 안 돼.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내려가기 위해 계단 난간을 잡았다.
한걸음. 또 한걸음.
부들거리는 다리를 왼손으로 부여잡고, 오른손으로 난간을 잡으며 천천히 내려가는 계단.
한층. 또 한층.
내려갈수록 서늘한 한기가 몸을 찔러왔으나, 극도로 긴장된 몸은 오히려 그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더욱이, 그 한기는 마치 내가 대피소를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심증을 굳건히 만들어 주는 효과도 있었으니.
“그래…. 난 할 수 있어.”
층 하나를 더 내려가고, 자신감이 생기자, 마침내 내뱉은 혼잣말.
그리고, 곧 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아야 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따각. 따각.
뚜벅. 뚜벅.
철컹. 철컹.
위. 아래. 복도. 모든 장소에서 들려오는 누군가가 움직이는 소리.
점차 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니, 이쪽으로 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분명 잡힌다면, 부모님처럼 될 것이 분명하다.
저 방으로 뛰어 들어가야 하나?
아니야, 저 구석에 숨으면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데?
빠르게 생각을 짜내며, 아무 행동이나 실행하려던 순간.
탁.
어깨에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힉!”
그에 놀라, 펄쩍 뛰어오르며, 곧바로 고개를 돌리자.
큼직한 손이 날 어딘가로 끌어당김과 동시에 누군가가 내 입을 덮었다.
“쉿! 그러다 들킨다.”
다급한 듯, 조용하면서도 떨림이 느껴지는 남자의 목소리.
“으으으읍”
눈에 비친 것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한 중년 남성.
그는 떨리는 눈동자로 괴물들이 거니는 저편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나도 너처럼 생존자야….”
생존자? 괴물이 아니고?
순간, 의심이 머리를 스쳤지만.
동시에, 오늘 아침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눈앞의 아저씨 위에, 이웃 아주머니의 모습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이제 의심하는 것은 그만두자.
“이제 진정했니? 진정했으면 고개를 끄덕이렴.”
흰 가운을 입은 남자의 말에 따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 다행이구나.”
남자는 내 손에서 입을 떼고, 거리를 벌리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너 혼자니? 부모… 아니. 미안하구나. 애한테 물어볼 만한 게 아니었는데. 의사란다. 숙직실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이 꼴이 났지 뭐니.”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요점만 골라 자기소개를 마친 남성은 내 신뢰를 얻기 위해서인지, 과장된 몸집을 하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괜찮아요. 제 부모님이 어떻게 됐는지 아니까.”
그래. 내 눈앞에서, 그 괴물들에 의해 쓰러지셨다.
변하는 그 순간까지도 도망가라며, 내 목에 붙으려던 기계를 뜯어내며.
“…정말 미안하구나. 그냥 처음부터 내가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남자는 미안한 듯,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아니에요.”
그래, 그건 당■■ 일■■까….
◀◀▶
“그래. 그렇게 된 거구나. 그럼 어디 갈 데라도 있니?”
“아뇨. 저도 무작정 여기로 도망친 거라….”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
누군가, 이 병이든 괴물이든 막아 줄 것으로 믿으며.
TV에서 보아주었던 각성자건, 똑똑한 의사건, 내 꿈인 박사건.
그런 희망은 산산이 조각나버렸지만.
“그럼 일단 나랑 같이 가자꾸나. 이 병원 지하엔 대규모 쉘터가 있어서 말이다. 당분간 지낼 수 있을 거다.”
남자는 그리 말하곤, 내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듯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상할 정도로 착한 아저씨네. 어차피 내게 갈 데라곤 없는 걸 알면서.
“알겠어요. 음식은 충분하겠죠?”
“더럽게 맛이 없다는 것만 빼면 충분하지, 뭐 적어도 군대나 각성자가 올 때까진 버틸 수 있을 거다.”
남자는 그리곤 허리를 굽히며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 라고 한단다. 네 이름은 뭐니?”
“아 전. ■■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남자의 손을 맞잡았다.
오늘 처음으로 겪는, 따뜻함.
“그럼 가자꾸나.”
“어디로요?”
“어디긴, 바로 저기 엘리베이터가 있지 않니.”
그랬었나?
그 말에 놀라, 남자가 손짓하는 방향을 살펴보니, 정말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하긴, 갑자기 잡혀들어왔으니 방을 살필 겨를도 없었었지.
■■■■씨는 이제 설명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는 듯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었고, 내가 따라오는 것을 흘깃 바라보고는 버튼을 눌렀다.
띵.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분명, ■■■■는 이걸 타고 올라온 거겠지.
“자. 타자꾸나.”
배려하는 몸짓으로, 내가 먼저 타라는 듯 문에서 비켜주는 그.
나는 조용히 엘리베이터에 탔고, 뒤이어 탑승한 그가 버튼을 눌렀다.
띵.
우우우웅.
천천히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안전한 쉘터를 향해.
그 잠깐의 침묵을 견디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나를 향한 배려일까.
“정말이지, 각성자 녀석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럴 때를 위해 정부가 돈을 내는 녀석들인데.”
“….”
“뭐, 어떻게든 될 거다. 그 녀석들이라면 저런 특이한 병에 걸린 사람 한둘쯤은 어떻게든….”
병이 아니에요.
그것을 알고 있지만, 친절한 남자에게 쓸데없는 희망을 품게 해주고 싶지 않다.
남자의 자그만 불평과 배려를 들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서서히 엘리베이터가 느려지고, 멈출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네 이름이 ■■이라고 했었지?”
“예, 그런데요.”
끼릭.
이상한 톱니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웅.
그리고, 뭔가가 돌아가는 소리도.
“이제부터. 네 이름은 라이브러리안이다.”
너무나도, 차가운 목소리였다.
띵.
문이 열리고, 흰색 방이 나타났다.
중앙엔, 피로 더럽혀진 수술대가 있었으며.
주변엔 수많은 은빛 기계로 가득 찬. 괴상한 흰색 방이.
중앙에 달린 수술대에서부터, 차가운 기계 팔이 뻗어왔고….
∥ ∥ ∥
…몇 번째일까. 이 장면은.
과거로 돌아감에도, 바꾸지 못함을 앎은, 이리도 잔혹한 것일까.
끼리리릭.
톱니바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힘을 사용할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이야기.
자. 그럼 다시 현재-미래로 돌아가자.
대가를 치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