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75)
마법소녀 아저씨 175화(175/671)
175. ■■■급-『■■■』(1)
끼릭.
수상한 소리와 동시에.
눈앞의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여태껏,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구속감과 함께.
‘라이브러리안! 대체 무슨!’
그리 외치고 싶었지만, 입조차 열리지 않았다.
아니, 입뿐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세계에 박제된 것처럼.
시간 정지? 마비? 공간 고정?
그런 추측이 떠올랐지만.
아니, 틀려.
그런 생각은 곧 끊겼다.
그런 계열 능력이라면 내 감각도 멈췄어야 했을 것이고.
지금 내 고정된 시야에 비치는 일들도 일어날 리 없으니.
시야가 반짝이기 시작한다.
공중에 떠, 빛을 반사하는 수많은 금속 조각.
흩어졌던 금속 조각들은 공중에서 다시 결합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뭉쳐진 금속 조각은 다시금 기계 촉수가 되었다.
마치, 모든 것을 되돌리듯.
라이브러리안은 부스터를 뿜으며 뒤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처음에 모든 것을 관전하던 자리에 돌아가, 조용히 라이브러리안을 눈으로 좇았다.
시간 역전.
모든 것이 전투가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상황.
거기서 유일한 예외는, 단 하나 존재했으니.
“제가 여기서 소멸하는 미래는 없습니다. 그리 정해졌으니.”
입을 열고, 스스로 벽을 무너트리며 걸어오는 큐레이터.
그는 굳어버린 우리 앞에 서, 그리 입을 열었다.
“자, 여기까지 예측대로입니다. 라이브러리안. 정말 칩의 보안을 해제하는 것을 예상치 못할 거로 추측하셨습니까?”
조용히, 강의하듯. 느긋하게 깔리는 목소리.
우리를 해할 생각은 없는지, 정말로 느긋한 몸짓으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아, 물론 마지막까지 칩을 알아채지 못하는 분기점도 있었습니다. 제 예측과 설계는 하나가 아닙니다. 당신들이 발견한 지도처럼 말입니다. 끝없이, 나무처럼. 뻗어 나갑니다.”
싱글싱글 웃으며.
모든 것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이 힘이 뭐냐고 물어보고 싶으신 겁니까? 라이브러리안. 라이브러리안. 라이브러리안. 제 자식. 당신이 가진 현실 조작의 대가가 어디서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얄밉게 그리 말하는 그는, 자신의 이마를 검지로 툭툭 두드리기 시작했다.
마치, 라이브러리안을 약 올리려는 것처럼.
“당연히 제가 준 힘입니다. 당신의 각성에 섞여, 깊숙이 숨겨진 힘이었습니다. 자, 그럼 이 힘도 어떤 이치를 따라 만들어졌는지 아실 거라 예상합니다.”
처음으로, 그가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찌부러진 미소, 마치, 어떻게 웃을지 모르는 괴물이, 어떻게든 입술을 들어 올리려는 듯.
“예,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각성한 힘에 필요한 것은 격한 감정과 에너지, 연산량뿐입니다. 그 시간을 무한히 경험하는 것은. 단순히 제가 건 제약일 뿐입니다.”
그는 그리 말하며, 검지를 라이브러리안의 갑주로 향했다.
이마를 두드리려는 듯.
천천히. 또 천천히.
“과거를 바꾸고자 발버둥 쳤습니까? 노력했습니까? 탐색하셨습니까?”
그리 긴 말을 말함에도 손가락이 닿지 않을 만큼 천천히.
“모두 포기하셨을 겁니다. 이 힘은 절대적이라 인식하셨을 테고. 과거를 벗어나는 것을 멈추었을 것입니다. 단념하신 겁니다.”
손가락이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의 행동을 계속 바라보고 싶지만,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예, 당신이 자랑하는 인간이란 이런 것입니다. 고작해야 기름과 태엽, 전기로 이루어진. 기계장치도 당해내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
통.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쿵.
크나큰 갑주가 땅에 내려앉았다.
그 소리를 배경으로, 그의 낮고도 명확한 음성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자 그럼. 마지막 단계입니다. 어서 다시 일어나보시길.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시길. 제 수형도에도 당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당신이 의지를 갖추고. 과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라이브러리안은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일까.
알아야만 한다, 보아야만 한다.
내 친우의 전투이기에.
하지만,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기대하던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라이브러리안의 갑주의 철컹거리는 소리.
그것을 기대하였으나.
귓가에 들리는 것은.
끼릭거리는 톱니바퀴 소리.
웅웅거리는 쿨러 소리.
파직거리는 스파크 소리.
꿀렁거리는 유압 소리뿐이었으니.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큐레이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입니다. 여기가 당신의 종착역입니다. 그럼 이제, 모든 것을 끝낼 시간입니다.”
끼릭. 끼릭. 끼릭.
조그마한 소리.
위이이이잉.
조그만 드릴 소리.
“칩에 다시금 명령을 입력해드리겠습니다. 다시는 벗어나지 못할 만큼. 전보다 수만 배는 강력한 녀석으로. 이제 유년기는 끝입니다.”
그런 소리가 들렸다.
까각. 까각.
금속이 깎여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밀하게, 또 정밀하게.
조금씩, 또 조금씩.
그러나, 나는 그 장면을 볼 수 없다.
무언지 모를 힘에 붙잡혀, 고개조차 돌릴 수 없기에.
뭐 하는 거냐 이하람.
여기까지 와서 시간을 낭비한 이유가. 친구를 내 손으로 죽이기 위함이었냐?
적의 이야기에 친구가 패배하고, 적이 된다면. 그리하여 공적 발령이 일어나면 망치를 들 셈이냐?
진홍빛 망치를.
적과 아군의 피와 살점으로 물든 망치를.
다시 친구에게 돌릴 셈이냐?
움직여. 움직이라고 이 빌어먹을 몸아.
사상이 존재한다면, 움직이라고.
이미 했던 일이잖아.
나는 의지와 생각으로 살아가는 존재.
지금 생각하고 있잖아.
제발. 움직이라고.
그리 머릿속으로 이를 악물어 보았지만.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영화를 놓쳐버린 관객처럼.
윙. 윙. 윙.
그런 아무런 움직임 없는 공간에서, 드릴 소리만이 울려 퍼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키잉.
드릴이 헛도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드릴 소리가 멈추었다.
“예측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드릴 소리 대신, 큐레이터의 마지막 선고가 내려왔다.
친구인 라이브러리안이 남지 않으리라는 최후의 선고.
움직이라고오오오오오오오.
머릿속으로 고함쳐 보았지만, 어떤 결과도 없었다.
긴 시간, 저항이 무의미함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그런가.
그럼. 전투를 준비하자.
분명, 라이브러리안이라면 공적이 발령될 거야.
적어도, 그가 자괴감에 빠지기 전에 내 손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과거로 돌아가려던 순간.
두근.
처음으로 뭔가가 느껴졌다.
심장 소리와는 다른 무언가.
이 기나긴 시간에 잠겨있던 중, 처음으로 느끼는 특이한 감촉.
어디지?
그 감촉이 느껴지는 장소를 찾고자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없어, 감각을 가라앉히고 집중하려던 도중.
철컹.
명확한 소리와 명백한 감촉이 오른손 주변에서 느껴졌다.
이 장소에 들어온 이후, 계속해서 들고 있던 오른손의 망치.
자신은 이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듯, 거칠게 웅웅거리며 떨기 시작했다.
….
무슨 일인지 이해가 잘 되진 않지만.
망치는 움직인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기에, 모든 마력을 망치에 담았다.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우우우우웅.
그러자 망치는 어마어마하게 울부짖기 시작했고.
그에 나는, 익숙하지만 위험한 회로를 굴리기 시작했다.
‘증폭.’
마음속으로 읊조린 단 하나의 단어.
쿵.
마력이 폭발했다.
어마어마한 통증이 들이닥쳤다.
시야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안쪽 핏줄들이 터진 모양이다.
하긴, 마지막 남은 마력을 쥐어짜 사용하는 것이 증폭인데,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으니.
그래도 괜찮다.
이제.
움직이니까.
“아아아아아아!”
목에서 들끓은 피 때문에 괴상한 소리가 나오지만, 그대로 몸을 내던졌다.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을.
그리고 그제야 내 행동을 눈치챈 것일까.
“…오류.”
라이브러리안을 향해 작은 전선들을 뻗으며 작업하고 있던 큐레이터가 급하게 전선을 끊어내며 뒤쪽으로 뛰었다.
그러나 막대하게 증폭된 내 마력은, 그 회피행동조차 모조리 의미 없게 만들었으니.
끼릭. 철컹. 철컹. 철컹.
어마어마한 금속음과 함께.
거대화한 망치가 큐레이터의 위로 내려찍어졌다.
“…특이점….”
은색으로 빛나는 망치는, 마지막으로 그런 말을 남긴 큐레이터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고.
쾅.
막대한 폭발음과 함께, 모든 것을 지면에 묻어버렸다.
“헉. 헉. 쿨럭.”
시간 조작을 깬 대가일까,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숨이 가득 차오르고 입가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역시 최종 보스긴 하단 건가.
나는 이놈의 대적자가 아니니….
어쭙잖은 이야기의 최종 보스면 모를까, 라이브러리안 급의 최종 보스를 상대로 내가 이렇게 분전한 것이 이상할 지경.
땅에 박힌 망치를 그대로 둔 채, 라이브러리안을 향해 몸을 옮겼다.
시간 조작을 얼마나 자주 쓸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망치는 그 영향을 받지 않아.
이것은, 단순한 예상이자 바람. 하지만 옳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이 옳다면, 저리 해두는 것만으로도 봉인의 역할을 할 터.
“카으억. 퉷.”
피와 살점이 묻어나는 침을 구석에 내뱉고, 라이브러리안을 향해 몸을 던졌다.
여전히 쓰러진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를 향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
나는 그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야 이 망할 새끼야. 정신 좀 차려봐라.”
그대로 손을 흔들어 그놈의 뺨을 후려쳤다.
검은 갑주에 내 피가 묻어났지만, 아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 대 더.
팡.
한 대 더.
팡.
한 대 더.
팡.
그렇게 몇 번을 후려쳤을까.
끼긱. 끼기기기긱.
등 뒤쪽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라이브러리안의 투구에 내 살점이 묻어날 지경이 되었음에도,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야 이 새끼야. 언제까지 처 잘….”
마지막 기원을 담아, 그리 악을 내질렀지만.
그것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끼릭.
톱니바퀴 소리와 동시에 내 몸이 굳고.
그가 내 목을 틀어쥐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다 회복하지 못했는지, 얼굴 일부가 벗겨져, 파직거리는 스파크를 튀기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하람이다, 왜.”
한 번 그의 능력을 깨었기 때문일까.
내 몸이 처음보다 훨씬 약해져 있음에도, 그의 능력은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기껏해야 잠시 굳었었을 뿐.
“…어떻게 빅 프리즈에서 움직일 수 있죠?”
빅 프리즈? 그게 뭔데.
뭔지 모르는 거에 답해줄 힘은 없으니.
“카아아아악, 퉷.”
대신 내 피와 살점이 담긴 침을 돌려주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그 피떡을 받은 그는, 불쾌한 표정조차 없이 천천히 반대쪽 손으로 피떡을 쓸어내리고는.
“…계획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제거하겠습니다.”
차갑고, 기계적인 말을 내뱉으며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커헉. 거걱.”
붉게 물들었던 시야가 여러 색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뇌에 혈액이 부족하다는 듯.
죽지 않음에 따른, 영원한 고통 속.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끼릭.
톱니바퀴 소리와.
쿠웅. 우우우웅.
막대한 엔진 소리.
그를 동반한 섬광이 내달렸다.
“제 친구에게서 손 떼시죠.”
꽤 멋진 말과.
“드디어 자신이 인간이 아님을 자각하셨군요. 역설적인 기계의 세계에 온 걸 축하드립니다. 라이브러리안.”
얼굴에 라이브러리안의 주먹을 맞아 안구가 뜯겨나갔음에도, 계속해서 미소 짓고 있는 큐레이터의 선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