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91)
마법소녀 아저씨 191화(191/671)
191. 이계(4)
찰싹. 찰싹.
귓가에 살점을 때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일어나세요. 하람 님. 포요.”
“흠. 좀 더 세게 때려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자신을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죠.”
두 사람의 말소리가 정확하게 들릴 만큼 의식은 명료하건만, 이상하게 눈을 뜰 수 없다.
마치, 뭔가에 붙잡힌 듯.
“음. 그럼 아프지 않을까요?”
“긴급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만.”
…뭘 하려는 거야 저 바보 둘.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우웅.
미약한 힘의 흐름이 느껴진다.
“일어!”
콰드드득.
주변에서 한기가 느껴지고.
“나세요!”
퍽.
이마에 차가운 무언가가 박히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야 이 망할 새끼들아아아아아아.”
마치 주박에서 벗어난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눈이 뜨이고, 시야 대부분을 차지하는 얼음 기둥을 매단 채, 곧바로 고함을 내지르며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와! 정말 일어나셨어요. 포요.”
범인 1.
흰색 쓰레기.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망가진 것을 고칠 땐 때리는 게 최고죠.”
범인 2.
대머리 쓰레기.
범인 1, 2는 머리에 얼음 기둥이 박힌 나를 바라보며 태평하게 그리 말해왔다.
내가 포함된 꽤 넓은 흰색 구체에 감싸여, 둥둥 떠다니며.
“이 망할 새끼들아. 깨우려면 이런 방법밖에 없었냐?”
범인들에게 분노를 드러내며 머리에 박힌 얼음 기둥을 뽑았다.
다행히 관통되거나 한 것은 아니고, 냉기로 인해 머리에 달라붙은 모양인지 약간 당겨지는 느낌이 들 뿐, 얼음은 쉽게 뽑아낼 수 있었다.
“이계에서 마력을 낭비하기 싫어서 말이죠. 거기다, 제가 이계의 힘 없이 마법을 썼다간 엄한 녀석들에게 탐지될 가능성도 있으니.”
그리 말하며, 구체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범인 2.
“전 노력했어요! 뺨을 수백 대나 후려갈겼다고요!”
자신의 행동이 자랑스럽기라도 한 듯, 죄를 자백하는 범인 1.
“뒤져 새꺄.”
그 둘을 향해, 나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 사형.
처형 방법은 내 손에 들린 얼음 기둥 투척이다. 새끼들아.
얼음 기둥의 냉기로 인해, 손바닥 피부가 뜯겨나가는 고통이 일긴 했지만, 얼음 기둥은 내 막대한 힘을 싣고 빠르게 날아갔다.
사람을 마구잡이로 팬 쓰레기 둘이 얼음 기둥에 적중하려던 순간.
“위험하지 않습니까. 이하람 님.”
평소처럼 멍청이 둘이 얼음 기둥에 적중해 으스러지길 바랐건만.
마력의 흐름과 함께 검은 마법진이 나타났고, 얼음 기둥은 허공에 나타난 검은 마법진에 붙잡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에 격분한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입을 열었다.
“야, 이 망할 것들이. 뭘 잘했다고 그걸 처 막고 있어.”
“포요? 뭐 있었어요?”
당황스럽게도, 우리의 위대한 페럿은 뭐가 일어난 지도 모르고 있었고.
“잊었습니까. 이하람 님.”
분위기가 표변한 알’셸은 나를 바라보며 낮은 저음을 입 밖으로 내었다.
“저희가 있는 장소는 이계. 방금 그걸 맞고 현실 고정기의 범위 밖으로 날아갔다간 다신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듣자, 내 안일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시끌벅적함에 잠시 잊어버렸지만. 여기는 이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장소.
방금 얼음 기둥에 운호나 알’셸이 맞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막대한 힘에 밀려나, 현실 고정기 밖으로 튕겨 나가고, 흰색 장막 저편. 끝없는 이계를 떠돌았으리라.
“그래. 그건 미안타. 잠깐 머리에 열이 올라서 그만.”
“알아주셨으면 됐습니다.”
“근데 말이다.”
주먹을 쥐고, 문어 앞까지 이동했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무덤덤한 알’셸은 이후 내가 할 일을 예상치 못한 듯, 살짝 고개를 까닥일 뿐이었고.
“니 새끼들이 진지하게 안 해서 이 꼴이 난 거잖아아아아! 마법도 안 된다면서 잘만 쓰고 있네!”
분노를 쏟아내며, 알’셸을 향해 힘을 조절한 주먹을 때려 박았다.
물론, 튕겨나지 않도록 반대 손으로 문어의 몸을 붙잡아 고정한 채.
“쿠헉.”
문어의 비명과 함께, 손에 역겨운 감촉이 전해져왔다.
끈적거리고, 미끈거리며, 달라붙는 감촉.
상당히 기분 나쁜 감촉이었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 * *
그 모든 투덕거림에 대한 판결과 뒤처리가 끝난 후.
“상황 설명.”
“따로 설명할 게 없습니다만.”
“설명할 게 없기는 뭐가 없어. 너희는 어떻게 합류했고, 내가 누운 동안 있던 일은 말해줘야 할 거 아냐.”
내가 너희를 기다리는 동안 이계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기나 해? 뭔 이상한 여자도 나타나고, 빛무리도 반짝이고 난리였단 말이다. 근데 지금 보니 빛무리가 없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둘에게 상황 설명을 요구했건만.
“…설명하라고 하셔도 말이죠.”
“…설명할 게 없죠. 포요?”
알’셸과 운호. 둘은 서로 눈을 맞추며 그리 말해왔다.
“…그래도 해 봐.”
뭔가 이상하게 굴러가는데.
그런 생각에 양반다리를 하고 턱에 손을 올렸다.
들을 자세가 되었다는 의미로.
덕분에 허공에 둥둥 떠다니며 둘을 바라보는 시선이 기울어지긴 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일단 하라고 하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별일 없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구멍을 통과한 직후 전원이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했고, 곧바로 현실 고정기를 켰죠.”
그리 말하는 알’셸은 목이 타는지 허리에서 수통을 꺼내 입을 적신 후,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운호 님은 잠깐 넋이 나간 듯 1분 정도 정신을 못 차리셨습니다만, 곧 일어나셨고. 아 제 체내 시간 기준입니다. 몇 번이고 말씀드렸다시피 밖은 시간이 이상해서 말이죠. 이하람 님은 갑자기 쓰러지셔서 30분가량 깨우려 노력했죠.”
이상한데.
“내가 어디 가지 않았단 말이지?”
“예.”
어째 어디서 본 것 같은 상황이군.
“내가 뭐 ‘찾았다.’던가 그런 헛소리 하던?”
“아뇨, 그냥 죽은 듯 잠들어계셨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말을 하다 보니, 입이 심심해져 허리에 매단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환영이나 정신조작, 그런 낌새는 없었고?”
“예. 그런 게 열렸다면 제가 더 빨리 알아차렸을 겁니다.”
그렇군. 난 또 끝 놈들이 날 이상한 세계로 날렸던가 정신조작이라도 걸었나 했지.
그리 생각하며, 주머니를 더듬었지만.
“…?”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주머니 속에 있는 손이 느끼는 것이라고는 매끈한 폴리에스테르의 감촉뿐.
“이상한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대추야자 어쨌어.”
“갑자기 웬 대추야자 타령이십니까. 주머니에 있겠죠.”
그럼 범인은 하나뿐이지.
“운 호 야아?”
명백한 범인 1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힛. 뭔가 불길한 목소리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운호는 마침 증거물 1호인 대추야자를 갉아 먹으며 자신의 유죄를 증명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먹을 것을 탐하는 운호의 굵은 신경 줄은 참으로 위대했지만, 그것이 정상 침착이 될 만한 요소는 아니었기에.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 많은 대추야자를 훔쳐먹은 게 말이 되냐 이 망할 흰 걸레 놈아.”
“꾸애애애액.”
그대로 운호를 붙잡아, 걸레를 쥐어짜듯 비틀었다.
투척이나 타격은, 앞서 알’셸이 말한 것처럼 멀어질 위험성이 있었기에.
그렇게 계속해서 쥐어짠 운호의 몸이 꽈배기처럼 뒤틀렸을 때 즈음.
“흠. 이하람 님. 하나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뭔데? 난 지금 밥버러지를 고문하느라 바빠.”
이다음에는 반대로 짜서 균형을 맞춰줘야지.
몇 번 반복하면 수타면처럼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말해서 타 종족이 고문당하는 것은 꽤 즐거운 장면이긴 합니다만, 시간이 낭비되니 말씀드리죠. 그 대추야자는 제가 준 것입니다.”
뭐?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말에 놀라. 운호를 떨어트렸고.
온몸이 꽈배기가 된 운호는 내 손에서 떨어지자마자,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허공을 기며 알’셸의 뒤로 숨었다.
물론, 그 와중에 허공에 떠다니던 대추야자를 낚아챈 것은 덤이고.
“그럼 내 대추야자는 누가 가져갔고?”
“저야 모르죠. 현실 고정기를 사용하는 약간의 시간 동안 이계에 휘말려 사라지거나 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오히려 알’셸의 이 말로 뭔가가 확실해졌다. 내가 겪었던 그것은 절대 꿈이 아니었다는 것.
아무리 애매하고, 정황상 있을 리 없다고 해도. 모두 현실.
그 그림자 생명체도.
그녀가 해 준 경고도.
모두. 거짓이 아니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알’셸”
“왜 그러시죠? 절 이름으로 부르시다니. 갑자기 철이라도 드셨습니까?”
이 새끼는 이 와중에 장난질이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해.”
알’셸의 뒤로 돌아가 꽈배기가 된 운호를 붙잡아 목 위에 올려놓으며 빠르게 입을 열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 무지몽매한 자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비꼬는 놈을 두들겨 팰 시간도, 설명할 시간도 없으니, 간략하게 가자.
“믿든 안 믿든 자유지만, 내가 의식을 잃어버린 잠깐의 시간 동안 이상한 존재를 만나 말을 나눴다.”
“…어떤 모습이었죠?”
내 말을 믿지 않을 법도 하건만, 알’셸은 내 말을 듣자마자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며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림자로 이루어졌고, 인간이랑 비슷한데…. 아. 도형처럼 생긴 생명체를 이끌고 다녔어.”
“그림자지기로군요. 어떻게 살아 돌아오셨는지 흥미가 생기지만, 요점은 그게 아닌 듯합니다.”
이름이 왜 그래? 그보다 알’셸 놈은 그런 녀석을 어떻게 아는 거야.
아니 아무래도 좋다.
“그 녀석한테 내가 대추야자를 선물로 줬었거든?”
“음. 잠깐. 도망쳐오신 게 아닙니까? 대화가 통했다고요? 먹어 치우려고 이빨을 들이밀지 않던가요?”
뭐야. 대화도 안 통하는 녀석이었어? 먹어 치우려곤 했다만, 그리 위험하다고는 못 느꼈는데.
좌우지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녀석이…. 그러니까…. 여기서 도망치라고 경고하더라고. 곧 이 장소에 마열차가 올 거라면서.”
그 마열차가 뭔진 모르겠지만. 알’셸은 알고 있겠지.
솔직하게 말해서 그 단어만으로는 위험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도망갈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녀와의 만남만으로도 이계의 엿 같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까놓고 말해서, 그 마열차라는 놈에 O급에 맞먹는 존재가 바글거린다고 해도 믿을 수 있으리라.
“방금 마열차라고 하셨습니까?”
“어. 뭔진 모르겠지만 그 녀석이 도망가라고.”
묘하게 진실미가 느껴지는 말투와 감정이었지.
그러니까 빨리 여기서 튀자고.
그렇게 다급히 알’셸을 바라보았지만.
“기뻐하십시오. 이하람 님.”
알’셸은 오히려 어마어마하게 기쁜 듯, 양팔을 벌리고 저 위를 바라보았다.
“저희 여행이 마침내 실현 가능성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하하하하! 운이 이렇게 좋을 수가! 망할 자살 지원자와 함께 이계 한구석에서 죽지 않을 수 있다니! 마열차라니! 마열차라니!’
미치광이처럼. 웃으며.
그리 환호성을 토했다.
날 비난한 것은 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