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92)
마법소녀 아저씨 192화(192/671)
192. 마열차(1)
“마(魔)열차인지, 마(馬)열차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경고를 받았으니 도망치는 게 맞지 않냐?”
그 여자 역시 꽤 강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도망치라고 조언했던 것을 보니.
무슨 대서양 앵무조개 급의 미친 녀석인가 본데.
“흐흠. 이런? 천하의 이하람 님이 언제부터 겁쟁이가 되셨습니까.”
내 질문에, 거만해진 문어께서는 괴상한 콧노래…. 아니 코가 없으니 구멍 노래…? 아무튼.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리 답해 왔다.
다분히 도발적인 대답에 당연히 화가 솟구쳤지만, 어른답게 화를 잠재우며, 주변에 있는 운호를 다시 한번 비틀었고.
“그놈도 꽤 강해 보이던데, 그런 녀석이 대놓고 도망가라고 경고할 정도면 위험한 녀석이겠지. 그리고 난 못 이기는 싸움은 잘 안 걸거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게 무슨 헛소리죠? 차라리 자기가 총명하다고 하시지.’
알’셸의 혼잣말이 귓가에 들려왔지만.
이번에도 참아내었다.
“꾸에에엑. 108회전은 좀 너무 꾸에엑.”
“예, 뭐. 마열차가 위험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 오실 때 한 약속을 잊으신 것은 아니시겠죠?”
“무슨 약속.”
“이계와 관련해서는 제 판단을 따르기로 한 약속 말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 만난 수상한 생명체와 친분이 있는 생명체. 어느 쪽을 믿어야 하실지는 명백하다고 봅니다만.”
솔직히 신뢰도만 따지면 둘 다 비슷한 것 같긴 한데….
그렇지만, 저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나조차도 왜 모자이크 생명체를 신뢰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그게 그거임을 알 수 있었다.
“안전하다는 보장은 있지?”
“음. 안전하지 못하다는 보장은 있습니다만.”
…저 문어도 이계에 잠식되어 미쳐버린 거 아닐까.
“무슨 생각 중이신지 얼굴에 다 드러나니 관두시죠. 여긴 이계입니다. 이 흰색 구체 밖으로 손만 뻗어도 죽을지 모르는 장소죠. 이 꼬락서니인데 안전하다고 보장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어디 있겠습니까.”
끄륵끄륵끄륵.
알’셸은 그리 말하며, 목에 진흙이 잔뜩 낀 것 같은 노인의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평범한 이계 여행이든, 마열차든. 안전은 보장 못 해 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약속드릴 수 있죠.”
그리 말한 문어는 양손으로 괴상한 움직임을 취하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마열차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변수가 적고 빠릅니다.”
그 한마디에, 모든 대화가 끝났다.
* * *
그런 대화를 끝내고, 현실 고정기의 범위 내에서 이계를 떠다닌 지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그 뒤로 계속해서 온몸을 굳힌 채, 조용히 허공을 떠다녔다.
잠을 자거나, 조용히 숫자를 세며.
그를 통해 역산해 본 시간은 하루도 되지 않았건만, 마치 영원 같이 느껴졌다.
“자요!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사기 아닙니까?”
“흐응. 이미 탐지 마법을 켜고 있어서 그럴 리 없다는 거 잘 아실 텐데요? 포요.”
“…그도 그렇군요. 여기 대추야자입니다.”
“계속하실 건가요?”
“물론입니다.”
그 와중에, 이계 출신 바보 둘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대추야자를 칩으로 포커나 치고 있고.
이계가 위험하니 어쩌니 하더니만, 완전히 수련회라도 온 분위기네. 망할 놈들. 이계 출신은 이래서 믿으면 안 돼.
물론 중간중간 알’셸이 뭔가를 중얼거리며 떠다니는 방향을 바꾼다거나.
운호가 밖을 향해 마법 화살을 쏘는 것을 보면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지만. 나로서는 현실 고정기의 영향권 밖에 뭐가 있는지를 도저히 느낄 수 없었다.
잠깐 눈 좀 떠 볼까.
그런 생각에 살짝 실눈을 떠, 흰 거품 밖을 바라보아도.
보이는 것은 새까만 어둠뿐.
가끔 명암이 다른 무언가나, 뭔가의 흐름. 살짝 빛나는 약한 빛이 보이긴 했지만. 그조차도 순식간에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사실 그 모자이크 존재의 예상이 틀렸고, 마열차가 이쪽으로 지나가지 않는 것 아닐까. 학자들이 운석 충돌을 약간의 계산 실수로 조금씩 틀리는 것처럼.
그런 생각에 잠겼을 때쯤.
툭. 사륵.
카드 뭉치가 흩어지는 소리와 함께.
“포…. 포요? …뭐 뭔가요 저건?”
“왔군요.”
두 바보의 반응을 듣고, 감았던 눈을 뜨며 슬며시 바닥에 내려앉았다.
“어디지?”
“어디…라고 물어보셔도….”
“보시면 알 겁니다.”
내 질문에 대해, 두 이계 출신은 상반된 반응을 보여왔다.
한 명은 당황하며 사방으로 시선을 흩뿌렸고.
한 명은 그 당황이 당연하다는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양손을 맞잡았다.
마치, 기도라도 하듯.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어라? 갑자기 조용….”
운호가 그리 입을 열자마자.
■■——-.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소음이 귓가를 강타했다.
살면서 겪어 온 모든 거대한 소리가 장난이라는 듯, 소음에 따라오는 이명조차 없이, 그 이명마저 집어삼키는 거대한 소리.
고막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을 파괴하며 그 음을 느끼는 것을 지워 없앴음에도. 물리적으로 온몸을 강타하며. 뇌를 두들기는 막대한 소음.
그 소음은 끝나는 일 없이 계속되었으며.
이어, 또 다른 폭력이 우리에게 닥쳐왔다.
충격파와 진동.
우주와 같은 무(無)의 세계에선 충격파나 진동이. 그것을 전달할 매개체가 없으니 약해진다고 어딘가의 책에서 봤던 것 같지만.
이미 그 이론은 저것이 일으킨 소음으로 인해 의미가 없어졌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그만한 소음을 만드는 존재.
한발 앞서 소리가 그것을 전달해왔으니, 그에 따라오는 물리력은 어쩌겠는가.
“미친 씨발.”
귀가 먹어 버린 탓에, 정확히 저리 발음했을지 나조차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망치를 소환하여 공간에 박아넣고.
“——.”
뭐라 입을 열며 저 어딘가로 튕겨 나가려 하는 운호를 잡아챘다.
운호를 잡았으니. 나머지 하나는?
그리 생각하며, 나머지 하나가 있던 자리를 보았지만, 곧 문어대가리를 걱정한 내가 바보였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혼자서 방어막을 펼치곤, 아무렇지 않다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망할 녀석 같으니.
물론, 이만한 충격이라면 나까지 감쌀 여력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은 알고 있지만.
언질이라도 주면 어디 덧나나.
당장 내가 반응 못 했다면 나랑 운호 둘 다 날아갔을 텐데.
그리 문어를 씹으며, 충격파에 대한 고통을 견디던 와중.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끼긱. 끼기긱.
먹어 버린 귀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
“망할 이번엔 또 뭔데.”
대체 어떻게 이 굉음을 뚫고 소리가 들리는 것이며, 이토록 명료하게 들리는 것인가.
그에 참고 있던 눈을 뜨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어두운 공간을 잠식하는 파란 실선.
그것은 조금씩 세를 불리더니, 지금은 사방을 덮고 있다.
깨져가는 거울처럼.
어느새 검은색보다 파란색이 더 많아졌을 때쯤.
끼기기긱.
영원할 거라 생각되던 검은 공간이 부서져 내리고, 거대한 무언가가 깨져나간 파란 실선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파란 안광을 뿜어내며, 파란빛의 조명을 달고.
역겹고도 거대한, 희고 네모난 이빨을 드러내는, 검은 피부의 거대한 뱀 혹은 고래 같은 존재.
그것이 머리 위에서 파란 연기를 뿜어내며,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아니, 우리를 향한 것이 아니다.
너무나 거대했기에,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고 착각할 뿐.
그것의 거대함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그것이 가는 길에 티끌만 한 우리가 있는 것이리라.
처음엔 한눈에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잠깐 눈을 감았다. 뜨자,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달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 존재를 뒤따라오는. 검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네모난 덩어리들.
금속을 이끄는 짐승도. 금속도. 모두 지구보다 몇 배나 거대해 보였다.
그래서 마열차인가.
너무나도 거대했고, 너무나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현실 감각이 사라져 버리고, 그런 괴상한 생각만이 내 머리를 감돌았다.
정말 마열차라 불릴 만한 물건이라는 의미 없는 생각이.
잠깐의 현실 도피가 끝나고.
녀석의 전모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져 푸른 빛을 반사하는 검은 벽만이 시야에 담길 때쯤.
어째서인지, 우리 몸에 닥쳐들던 충격파와 소음이 잦아들고.
그제야 다른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저걸. 막을 수 있나?
마열차가 멈출 것 같은 기세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들, 저것을 피할 방법도 없다.
너무나도 거대하기에,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저것에 치이는 것이 고작이리라.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저것과 힘 싸움을 하는 방법뿐.
그렇기에.
저걸. 막을 수 있나?
비교 대상이 없는 데다가 모든 시야가 검게 물들였기에, 이제는 커지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대상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고, 힘을 가늠했다.
리미터 100% 해제. 패배.
망치 거대화. 패배.
S급 기술 사용. 가능성이 있다.
아마, 모든 힘을 담아. 그것을 개방하면 가능하리라.
애당초 그것은, 그런 기술이다.
그리고, 눈앞의 존재가 아무리 거대하다 한들. 저 하늘의 별만큼 거대하지는 않을 터.
문제는 조건을 만족할 수 있나?
운호가 있으니, 조건 하나는 만족하지만, 저것이 내 적일 것 같진 않은데….
강제 개방으로는, 모든 힘을 담아내진 못할 테고.
그래도.
해볼 수밖에 없지.
키이이잉.
잠깐 생각한 동안 귀가 회복된 것일까,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 소리가 나를 잠식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눈앞의 존재가 만들어낸, 무의미할 만큼 거대한 소리는 아니었다.
망치가 내 의사에 따라, 엔진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
“어? 잠깐만요. 강제 개방은….”
“영창이나 시작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어차피 몸이랑 정신 망가지는 건 니가 아니잖아.
그리고, 그걸로 폐인이 된다고 해도 알’셸이 옆에 있다.
그렇기에. 자세를 잡고. 양손으로 망치를 쥐었다.
유사 이계는 필요 없으니…. 적어도 부담은 덜할 거야.
여기는 이계. 주변이 날아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식을 초월한 물리력.
바라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대를 압도할. 힘.
그것을 떠올리고, 불가능을 실현하고자 마음먹은 대가로. 눈앞의 모든 것이 색을 잃어버린 순간.
“멈추시길.”
짧은 단어와 목소리가 그 모든 것을 가로막고.
개방 시퀸스를 정지시켰다.
“읍읍으브.ㅇ븡브브.”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운호가 발버둥 치며 읍읍거리는 소리.
그에 나는 자세를 바꾸며, 눈앞의 존재에게 적의를 뿜었다.
“왜 막는 거냐. 알’셸.”
“막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너무나도 평탄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운호의 입을 틀어막은 그.
“그럼 어쩌게.”
“그냥 가만히 기다리시길.”
저게 말이야 문어 점액이야?
“그냥 가만히? 저놈 날아오는 거 안 보이냐.”
“예. 알고 있습니다. 멈출 리 없죠. 저것은 그런 존재니까요.”
하. 그러세요?
“그럼 저놈한테 그대로 치이자고?”
자살. 자살. 노래를 부르더니, 나랑 동반 자살이라도 하려는 거냐.
“대책 없으면 운호 놔주고 비켜, 니도 같이 날려버리기 전에.”
그리 성질내며, 알’셸을 향해 망치를 휘두를 준비를 하자.
“이하람 님.”
서늘하리만큼 무서운 목소리가, 내 귓가에 흘러들었다.
“다시 말하겠습니다만. 제 판단을 믿으셔야 합니다.”
높낮이 없이. 너무나도 담백하게.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으며. 알’셸은 그리 말해왔다.
“정 믿을 수 없다면 조금 전 하던 일을 계속하셔도 좋습니다. 대신 전 빠지도록 하죠.”
그가 운호를 놓아주었다.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듯, 평범한 몸짓으로.
그리곤, 그는 조용히 푸른 빛을 바라보았다.
내게 등을 돌린 채.
“….”
나는 잠시 그의 등을 바라보며 고민했지만.
곧 선택했다.
“…뒤지면 네 책임이다.”
그의 옆에 서서, 똑같이 푸른 빛을 바라본 것.
“예, 제 책임으로 하죠. 이계에 저승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죽은 후에 한턱내는 거로.”
죽어서까지 네놈 만나기는 싫은데.
안쪽에서는 그리 구시렁거렸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이 선택으로 상황이 어찌 바뀌던. 이미 나는 주사위를 던졌기에.
“끄아아아악. 하람 님! 저희 저거에 죽어요! 영창! 영창 하자면서요!”
그 와중에 한 짐승이 시끄럽게 떠들었지만.
우리 둘은 조용히 그것을 무시했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
검은 벽을 가진, 푸른 빛이 너무나도 가까워져.
시야가 온통 푸르게 덮일 때쯤.
우리는 창백한 빛에 삼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