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96)
마법소녀 아저씨 196화(196/671)
196. 경제? 화폐? 몰라 인마(1)
방에 돌아왔을 때 알’셸이 없어, 내가 알아낸 것을 빨리 알려주지 못함에 조금 실망한 채, 소파에 드러누우려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알’셸은 금세 방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일찍 돌아오셨군요.”
“내가 할 말이다.”
“그런가요? 지금쯤 대판 싸우면서 ‘대장 나오라고. 그래!’ 하면서 구역 하나쯤 날려버리고 계실 줄 알았는데 말이죠.”
…역시 이 녀석 내가 뭘 겪을 줄 알고 보낸 거군.
뭐, 아무튼 좋다.
나도 별생각이 없었다면, 그놈들을 팬 다음 평소 하던 대로 스트레스 풀러 적 본진으로 갔을지도 모르니.
그러니 자신만만한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지금 마열차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다 알 것 같은데.”
실실거리며 내가 그리 말한 게 충격적이었던 것일까.
철퍽.
진득한 점성을 가지는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하?”
진심으로 무슨 소리냐는 알’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고개를 돌려보자, 땅바닥을 굴러다니는 시럽 통과 눈을 크게 뜬 알’셸이 보였다.
“왜, 그리 놀랄 일이냐?”
“예. 놀랄 일이죠. 무슨 대현자라도 만나셨습니까? 모든 걸 알려 주겠노라 하는?”
“그냥 평범하게 불량배 같은 놈들이나 만났는데.”
불량배를 만나는 것도 평범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그럼 어디 한번 들어 보죠.”
내 말에 알’셸은 곧바로 커피를 들고 오더니, 내 앞에 앉았다.
“시럽은 안 치워도 되냐?”
“이미 치워져 있습니다만.”
응?
그 말에 놀라 뒤돌아보자, 시럽이 엎질러졌던 자리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은 채, 말끔한 그대로였다.
“저런 정리도 화폐만 내면 자동으로 해 줍니다. 그리 놀라지 마시길.”
아. 그러고 보니 여긴 멀쩡한 공간이 아니었지.
너무나도 우리 세계와 비슷해 잠시 착각하고 말았다.
저런 서비스도 화폐로 처리된다는 것은 좀 놀랍긴 하지만.
근데 그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자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그럼 지금 마열차의 상황 말이다만. 단적으로 말하자면 훈련실의 무력화와 부의 집중 아니냐?”
훈련실을 나눠 가진 특정 집단이 부를 독점하고, 하위 계층은 화폐를 얻을 방법이 사라진다.
평범한 사회였다면, 산에 들어가 살건 노숙을 하건 생존할 방법이 있겠지만. 여기는 마치 게임처럼 모든 것을 화폐에 의존하는 구조.
밖으로 나가면, 사실상의 사형 선고인 끝없는 이계만이 있을 뿐.
화폐가 고갈되면 마열차 밖으로 축출되는지, 아니면 거주실만 빼앗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그런 식으로 거주민들을 쫓아내는 것은 방주로서의 의미도. 병사를 양성하는 훈련소로서의 의미도 모두 부정하는 것이리라.
당장, 그 몰려다니는 불량배들만 봐도 너무나도 허약해.
저런 놈 수천이 있다 한들. 제주도조차 먹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내 생각에 만족해, 앞에 놓인 커피를 들이켰다.
아까 마셨던 커피와 달리, 시럽의 단맛이 느껴지는 연한 커피.
그 맛을 즐기며, 알’셸이 놀랄 것을 기대했지만.
“…그걸로 끝입니까?”
알’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나를 뚱하니 바라보았다.
어. 예상과 다른데.
“음.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라면 여럿 있지. 강해지는 것보다는 이권 다툼에 집중한다든가. 다른 애들을 착취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든가.”
근데 이렇게 세세한 거 말할 필요 있나? 너 똑똑하잖냐.
“요는. 강한 소수가 약한 다수를 통제한다는 의미지.”
당황한 내가 말을 그리 늘어놓자. 알’셸은 뜨뜻미지근한 시선으로 양손 깍지를 끼더니, 입을 열었다.
“일부는 맞습니다만…. 하긴. 이하람 님이시니 이 정도만 알아냈다 해도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요.”
이게 칭찬이야 욕이야.
“그럼, 네가 말하는 문제가 뭔데.”
“너무 광범위해서 뭐라 말하기 힘들군요. 일단 이하람 님이 말씀하신 그런 문제가 일어나도록 하는 화폐 시스템도 문제고. 제멋대로 바뀐 시험도 그렇고. 단적으로 말해서, 시스템 전체가 문제입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나도 ‘모든 게 다 문제.’ 정도는 말하겠다.”
“흠. 그렇군요. 저도 이하람 님이 말씀하신 것이 일부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너무 과격하게 말했습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씨익.
알’셸은 다시 가면을 쓴 듯,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거주민들이 성장하려 하지 않습니다. 마열차가 너무나도 굳건한 요새인 나머지. 저 머나먼 거짓 존재들을 무시한 채 성장을 포기하고. 자신이 쥔 가치를 지키려고만 합니다.”
알’셸이 다른 존재에게 작업을 칠 때 띠는 요사스러운 분위기가 방 안을 감싸기 시작했다.
“평화에 찌들어, 자기들끼리 갈라 먹고 있군요. 심지어 새로 들어오는 녀석들을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몰살하고 말이죠. 하. 아무리 저희라 한들. 그 시험에서 떨어뜨리는 것은 평균적으로 10~20%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방주니 말이죠.”
‘쿡.쿡.쿡.’
문어에게서 전혀 안 어울리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근데 10%도 큰 것 같은데.
그건 무시하자. 저 문어 놈들 사디스틱함이 한둘이었나.
“그런데 이하람 님. 이거. 어디서 많이 보신 것 같지 않습니까?”
“갑자기 뭔 소리냐.”
“평화에 젖어. 성장하지 않는 안일한 병사들.”
‘끽. 끼기기긱. 극극.’
길고,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방 안을 지배한다.
“이하람 님이. 지구에 가진 불만을 압축시킨 녀석들 아닙니까?”
* * *
‘사실 완전 똑같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그 연습은 되겠죠.’
알’셸이 했던 말이 머리를 떠돈다.
평화에 찌든 이들.
힘을 가진 자.
썩어버린 윗대가리.
파벌.
그리 생각하고, 알’셸에게 들은 마열차의 현황에 대해 떠올렸다.
‘현재 마열차의 물가는 터무니없습니다. 하루 거주 비용을 충당하려면 훈련장에서 괴물 100여 마리는 잡아야 하죠.’
‘이는 식비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입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화폐 수급량에 따라 물가를 조절하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만.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이용한 모양이더군요.’
‘자세히 설명하면 길어지니 짧게 설명해 드리죠. 거주민 수익에 따라, 전체적인 비용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만. 거래도 수익으로 취급하는 점 때문에. 특정 집단이 하위 계층에게 화폐를 내줌으로써 전체 수익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하람 님이 보신 것처럼 실력도 되지 않는 이들이 자신보다 강한 이를 잡는 것이 반복됨에 따라. 전체에 풀린 화폐가 너무나도 많아져,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든 것도 있구요.’
‘즉. 저만큼은 아니더라도 막대한 수입을 가진 이에게 종속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런 윗분들은 또 자신의 돈을 나눠주는 게 싫은지 시험 시스템에 간섭하여 유입 인원을 대폭 줄였고 말이죠.’
뭐라 뭐라 말은 했지만,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인지 디플레이션인지.
어쩌고저쩌고.
“운호야. 넌 알겠냐?”
“대충은요?”
왜 운호도 이해하는 걸 내가 이해 못 할까.
음. 역시 난 빡대가리였나.
살면서 내 지능을 의심해 본 적이 얼마 없는데. 이런 데에서 침만 늘어트리는 바보가 될 줄이야.
자신에 대한 비참함에 빠져. 운호도 건드리지 않고 멍하니 흔들거리던 와중.
“계산 결과가 나왔습니다.”
책상에 앉아 펜을 놀리던 알’셸에게서 기다리던 답이 돌아왔다.
“운호가 말한 좌표가 옳다면. 대략 30일 뒤에 그 방면을 지나가게 되겠군요. 다만, 심(深)이계는 무조건 한 번 거쳐야 합니다.”
심이계는 알’셸이 말했던 현실 고정기가 통하지 않는 장소일 테고.
한 달이라.
그걸로 여길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극단적으로 말해서, 알’셸 말처럼 쌓여버린 화폐가 문제라면 그걸 가지고 있는 녀석을 다 쳐 죽여버리면 될 테지만….
오히려 그랬다간 그에 의존하는 수많은 이들이 다 내쫓기는 게 아닐까. 한순간에 그 금액이 다 조정될 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축출했다 한들, 그 아래에 있던 애들이 다시 똑같은 짓을 할 테니까. 그 녀석들이 보고 배운 게 뭐였겠는가.
그런다고 우리가 여기 남아서 영원히 관리할 수도 없고.
알’셸이라면 그러려나?
하고 스리슬쩍 쳐다보았지만.
알’셸은 ‘뭡니까.’ 하는 투로 고개를 왕복했을 뿐이었다.
…저 녀석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구만.
애초에 그럴 녀석이었다면 처음부터 여길 버리지 않았겠지.
어째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1년 치 생각을 10분 만에 한 느낌인지라 두통이 일어, 머리를 식히고자 입을 열었다.
“알’셸?”
“예.”
“바꾸는 데 성공하건 실패하건. 한 달 뒤에는 나가는 거지?”
“예. 그것은 처음 약속드린 것처럼. 절대적입니다.”
그럼 뭐…. 협력해 줄까.
이런 것도 다 경험인 데다가. 알’셸 말마따나 훈련도 될 테고.
그리고, 까고 말해 지루하다.
처음 하루 이틀은 잠만 잘 수 있어도. 한 달 동안 그러라면 돌아버릴 것이다.
여기 핸드폰이나 게임기, 컴퓨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시간도 때울 겸.
“방법은 생각해뒀나?”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던졌다.
“여러 생각이 있긴 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저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타입이라 말이죠.”
모르겠는데. 너 뻑하면 네가 세운 계획도 무시하고 폭주했잖아.
그냥 계획을 세우는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뭐 계획이야 어찌 되었건. 정보가 부족하니까요. 테러를 하든 머리통을 뽀게든. 척추에 벌레를 심건. 누군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옳은 말이긴 한데 말이지.
“너 이 덩치 제작에 관여했다면서. 뭐 관리자 권한 같은 거 없냐.”
GM처럼 말이지.
“있긴 합니다만, 그리 거창한 건 아니라서 말이죠. 아까 다녀온 것처럼 접근 금지 구역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 전체 데이터 조회 같은 것은 정말 코어에 관여한 이들만 가능하죠.”
그럼 시스템 변경 같은 것도 힘들겠고….
“그럼, 그런 코어 권한을 가진 이들 중 아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내가 잘못 말했음을 이해했다. 알’셸의 피부가 보랏빛으로 바뀌었기에.
“이미 다 죽었습니다. 이하람 님.”
그래.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고.
서로가 난감한 침묵을 가진 지 30초가량 흘렀을까.
“흠. 흠. 이런 말을 하고자 한 게 아니었죠. 그러니 정보부터 얻으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아? 아! 그래 나야 좋지. 그런데 어쩌게?”
알’셸이 용기를 내,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기에. 나도 거기에 맞춰 발랄하게 말을 내뱉었다.
“아마 이하람 님이 좋아하실 방법입니다.”
알’셸은 그리 말하며 문을 향해 이동했고.
나 또한 소파에서 일어나 그를 뒤따르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어차피 30일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찰칵.
문손잡이가 돌아가고.
“화끈하게 집단 하나 두들겨 패서 머리통에서 정보 뽑아내죠.”
알’셸이 웃었다.
“너답지 않게 정말 좋은 계획이군.”
나 또한, 그에 환히 웃으면 답해주었다.
겸사겸사 망치를 소환한 후, 팔을 휘둘러 몸을 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