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199)
마법소녀 아저씨 199화(199/671)
199. 눈알이 좀 역겨우시네요(1)
일직선으로 뻥 뚫린 통로에는, 여기저기 보라돌이들이 쓰러져 있었다.
알’셸이 말한 것이 거짓은 아닌 듯. 다들 입에 거품을 문 채 네 팔로 온몸을 부여잡고 벌벌 떨고 있긴 했지만.
호흡이나 심장이 멈춘 존재는 한 명도 없었다.
“…대체 무슨 효과길래 저러냐.”
“음. 제 고유 마법입니다만. 악몽, 트라우마 유발, 감각 상실, 체감 시간 증대, 감각 극대화, 환각, 간헐적 기절, 기억 셔플, 환지통. 뭐. 그런 좀 심각한 정신계 마법을 한 방에 다 들이붓는 거죠.”
말로만 들어도 끔찍한 물건이네 그려.
나열된 것만 보면 일단 분류상으로는 비 살상형 마법이라지만 저건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하는 이들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가장 좋은 점은. 효과 종료에 맞추어 복구 마법이 발동해서, 정신적으로도 손실이 남을 걱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력화 용도로 딱이죠.”
고문 용도가 아니라?
정신력이 약한 사람한테 기지 위치를 물어보면 없는 기지도 만들어서 바칠 수준의 물건 같은데.
알’셸 놈의 마법 위력이야 어찌 되었건. 가는 길은 편해서 좋군.
그렇게 비명과 신음으로 가득 찬 복도를 알’셸과 걸어가자, 곧 알’셸이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까 세계를 지탱하는 자라고 했지?”
“반쯤 농이었지만 말이죠. 실제로는 이 종족 전체가 지탱하는 겁니다.”
그래?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혼자는 네 말처럼 농이라고 쳐도
저놈 혼자 33% 정도는 지탱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 느껴질 만큼, 강대한 압박감이었다.
한 걸음 내디딘 순간, 역변하는 주변 분위기와 함께.
숨길 생각조차 없는지, 수없이 많은 시선이 우릴 향해 박혀 든다.
천리안. 뭐 그런 거이려나….
“알’셸?”
“왜 그러시죠?”
“이 종족은 약한 편이라고 했지?”
“그랬죠.”
그럼 지금 이 온몸에 느껴지는 압박감은 대체 무엇일까.
아무리 낮게 잡아도. A급 최상위. 그 능력의 여하에 따라 O급에 가뿐히 들어갈 것 같은 압박감인데.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하람 님.”
알’셸 또한 나처럼 압박감을 느끼는지, 조금 느려진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입을 열었다.
“이계에서 전투는 기본적으로 강자 하나가 수십. 수백. 심하면 수십억을 커버하는 힘을 가지죠. 즉.”
빠득.
시선 하나의 존재감이 강해지고, 내 왼손이 뒤틀렸다.
뼈가 박살 났는지, 아니면 탈골되었는지. 강렬한 통증과 함께, 한 바퀴 돌아간 왼손.
“이들은 종족으로서 약할 뿐. 열차 안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힘은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앞에 있는 존재가.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빠득. 빠득.
목. 왼 다리. 오른 다리.
마치, 공간 자체가 뒤틀리듯.
온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목이 뒤틀리는 건 힘으로 막았지만.
의식이 목에 집중된 탓인지, 다리 두 개는 완전히 접히고 말았다.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지만.
너무나도 그 방식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일까.
내 머릿속을 지배한 것은 통증과 공포가 아닌.
‘더럽게 아프네.’
라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그리곤, 뼈와 살이 재생하는 틈을 타, 알’셸을 돌아보자.
그 또한 공격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방으로 비비 꼬인 촉수와 목. 그리고, 팔다리.
그것을 당하며 사지가 당겨지는 모습은 귀신이라도 들린 것마냥 기괴했지만.
“….”
정작 알’셸의 표정엔 어떤 변화도 없었다.
단지, 비틀린 팔을 휘적이고.
꺾여나간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180도 돌아간 얼굴을 흔들거릴 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몸 참 유연하네.”
“저희 종족의 장점이죠.”
목이 돌아간 탓인지, 그리 말하는 알’셸의 목소리는 꽤 이상했지만. 대화를 나눈 상태가 태평한 탓인지, 나름대로 의지를 북돋워 주는 효과가 있어, 나 또한 박살 난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
한 걸음. 앞으로.
툭.
간단한 발걸음이었건만, 꺾여나간 발과 다리가 전해준 통증은 퍽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견딜 만해.
핏.
약간의 빛을 뿜으며 복구되는 양팔과 다리.
그것을 디디며, 앞으로 향했다.
“재생이 빨라지셨군요.”
“사용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
콰득.
더 강한 시선과 함께, 허리가 뒤틀렸다.
다행히 그것은 막았지만. 그 대가는 나머지 팔다리의 회전.
“너무 그에 의존하지 마시길. 재생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입니다. 피로가 쌓이면, 제아무리 단단한 금속이라 한들. 부서지기 마련입니다.”
“그거라면 나도 알아.”
절대 죽지 않는다고 한들.
내 안에 쌓이는 기억과 통증. 그리고 공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그것이 한계선을 넘어선 순간. 내 의지가 꺾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별수 없잖냐.”
“예. 이건. 그저 견디는 것 말고 방법이 없죠.”
앞으로 나아갈수록. 몸을 찌르는 시선도 강해지고.
그에 따라, 몸에 닥치는 의문의 물리력도 강해진다.
지금이야 조금씩 전진과 재생을 반복하며 견디고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기나긴 복도.
그 저편에서 적의 형태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선.
즉사하지 않고 한 번의 재생과 동시에. 적에게 뛰어들 위치를 찾기 위하여.
* * *
수백 번의 탈골.
수백 번의 골절.
그 악몽을 통해. 적과 가까워졌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장소.
내 몸도 생각보다 더럽게 튼튼하군.
그리 생각하며 내 반대편에 선 알’셸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꼬아져, 팔다리가 꼰 종이마냥 되어버린 그를.
머리와 몸은 사수하고 있는지, 중요 부위에서 계속해서 진동이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그에 비하면 내 팔다리는 끊어진 적조차 없다.
계속해서 부서지고, 뒤틀리고. 지속해서 통증을 일으키지만.
적어도, 계속 붙어있다는 것.
파득.
“아. 좀.”
이제 코앞인데, 이런 잔재주는 관두지?
그런 의미로 왼팔에 온 힘을 모으며, 적의 힘과 맞상대했다.
걸을 힘조차 모조리 쏟아 넣은, 팽팽한 줄다리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때라면 사용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기에.
그렇기에 부들부들 떨리는 왼팔에서 시선을 떼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지하의 건축물.
먼 옛날에 만들었는지, 색이 바랜 타일로 빽빽하게 장식된 원형 돔 형태의 장소.
나름대로 중요한 장소인지, 타일이 윤이 나게 닦여있고,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먼지조차 없지만.
시간의 무거움은 견디지 못하였는지, 약간의 실금이 타일 여기저기 늘어서 있다.
그런 고대의 건축물 중앙.
이 건축물에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전기선과 파이프에 연결된 돌 의자.
그 위에, 우리가 찾던 이가 앉아있었다.
수없이 많은 눈을 번뜩거리며, 우리를 바라보는 이.
그렇지만, 그자의 모습은 우리가 보아왔던 이들과 전혀 달랐다.
팔 네 개 중 셋은 뜯겨나갔는지 몸에 불룩 튀어나온 살만이 한때 그것이 저자의 몸에 붙어있었음을 증명해 주었고.
나머지 팔 하나조차 말라비틀어진 미라마냥 앙상한 상태였다.
아니. 조금 틀리다.
그의 모든 몸. 눈알을 제외한 몸 전체가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특유의 보라색 피부조차 푸석푸석하게 말라 회색빛으로 변해있었으며.
입 구멍은 오그라들어 주름져있었고.
움푹 들어간 배는. 음식이라곤 섭취해 본 적이 없을 거라 생각될 수준.
즉. 완전한 미라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자의 머리에 달린 수많은 눈알은.
꿈뻑.
자신의 말라비틀어진 몸과 대비될 정도로 풍성한 수분을 갖추고 움직이고 있었지만.
“….”
저걸. 살아있다고 해도 좋은 걸까.
단순한 미라가 아닌가.
사실, 저것은 이미 죽어있고, 어떻게든 자신들을 자키고자 힘만 살려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
그 모습이 너무나도 처량했지만.
나는 그에 신경 쓰지 않고. 오른팔을 길게 뻗어 망치를 흔들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우리는 정보가 필요하여 여기 왔고, 눈앞의 존재는 그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자이니.
저자가 죽어있든, 살아있든.
이렇게 힘 싸움으로 나온 이상. 힘으로 찍어 누를 상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 전에.
“알’셸.”
“예.”
“뭐 내가 해야 할 일 있냐?”
내 질문에.
질퍽. 질퍽.
알’셸은 조용히 점액을 흩뿌리며. 자신의 몸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다시 뒤틀리려는 팔 위에 마법진을 덧씌운 후.
조용히, 그렇지만 신중하게 사방을 돌아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없습니다. 무력화시키도록 하죠.”
“좋아.”
그거라면 내 전문이지.
이렇게까지 가까워졌는데, 더 이상 힘은 강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적의 전력이라고 보아도 좋을 터.
팔다리 하나를 내준다면,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뒤틀리려던 왼팔에 힘을 뺐다.
뿌득.
왼팔이 뒤틀림과 동시에, 온몸에 퍼져나간 힘을 되찾으며 돌진하고자 자세를 낮췄고.
“가자.”
그리 말하고 튕겨 나가려던 순간.
“끄…어어어억.”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비명과 함께.
내 몸에 닥쳐오던 힘이 옅어졌다.
“….”
그 비명이 들려온 것은, 의자 위에 앉아있는 회색빛 미라.
그는 하나 남은 팔로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며, 비쩍 마른 입을 열었다.
“그대… 만큼… 강한 이들이 여긴 무슨 일인가….”
수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나락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메마르고 건조한 목소리.
“…난 뒤로 빠지마.”
대화와 협상은 내 전공이 아니니.
“알겠습니다.”
내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자, 알’셸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흠. 처음 뵙겠습니다. 위대한 분. 이리 호칭하기 뭣하니. 이름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본성을 감추며 친절한 척하는 알’셸.
그렇지만, 그의 목소리엔 친절함이나 존중은 깃들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친절함과 거리가 먼. 압박감.
“…그릭스다.”
그것을 느꼈는지, 자신을 그릭스라 자칭한 미라도. 목소리를 낮췄다.
“그렇군요. 그릭스 님. 저는 알’셸. 저기 있는 저분은 이하람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여기까지 걸음을 옮긴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정보를 얻고자 함입니다.”
“정보를 사고 싶다면…. 정당한 창구를 통해 거래를 요청하면 될 터. 이게 무슨 짓이지…?”
그러고 보니 정보상이라고 했던가.
그럼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건가. 흠.
“그건 표면적인 정보일 뿐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에 알’셸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
“저희가 원하는 것은. 좀 더 중요한 정보입니다. 각 세력의 힘과 인구수. 병사의 비율. 전투력. 가지고 있는 화폐의 양. 수입과 수출. 그런. 중요한 통계들 말이죠.”
어…. 그런 걸 구하려고 했었어?
난 몰랐지.
“…네놈. 어떤 세력에 속한 자가 아니구나.”
알’셸의 그런 터무니 없는 말이 어딘가 문제가 된 걸일까.
미라는 그 메마른 목소리에 약간의 분노를 담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수없이 많은 전투를 겪으며. 우리는 조약을 맺었다. 그렇기에. 그런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자는…. 우리 사이에 없다.”
먼 과거를 회상한 것일까. 미라의 목소리에 약간의 슬픔이 깃들었다.
“과연, 그렇군요. 조약이라. 말만 들어도 뻔해 보이는 물건입니다.”
알’셸의 목소리에 그와 정반대되는 감정이 깃들었다.
조롱과 희열. 그리고 한심함.
“거대한 집단 사이에, 손해가 생기지 않도록 선을 유지하는 조약이겠죠. 뻔하군요. 기득권들이 자신들만의 이득을 위해. 만든 쓰레기 같은 평화….”
알’셸의 그 말을 다 내뱉기도 전.
“닥쳐라! 네놈이 무엇을 안다고!”
미라의 입에서 막대한 분노가 담긴 호통이 쏟아져나오고.
빠득. 빠득. 빠득. 빠득.
한 번 멈췄던 힘이, 다시 내 온몸에 걸림과 동시에.
콰득.
나보다 한 발 앞에 서 있던 문어는, 완전히 찌부러져 버렸다.
“…하아.”
한숨을 내뱉고.
더없이 많은 힘을 중화하며, 뒤틀리는 팔다리를 복구함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무력화로 부탁드립니다.”
어느새, 내 옆에 다시 나타난 알’셸의 부탁.
“그러지.”
그것을 들으며, 나는 적을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