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05)
마법소녀 아저씨 205화(205/671)
205. 협상과 망치(2)
그에게서 받은 눈알 하나를 들고,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여정 속.
머리가 복잡해진 나는, 옆에 있는 알’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한다고?”
“…아까 설명 듣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듣긴 했지.
종족이 어쩌고, 수치가 어쩌고, 권한이 어쩌고 어쩌고저쩌고 왱알왱알.
“너희 둘이서 열쇠가 어쩌고 하는 시점부터 안 들었어.”
“…시작부터란 뜻 아닙니까?”
그런가?
20초는 들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내 잘못은 아니다.
솔직히 아무것도 없는 데서 너희끼리 몇 시간 동안 토론하고 앉아있는데 내가 돌 타일의 실금을 세는 것 말고 할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땅바닥에 널브러진 서류 중 뭐 재미있는 거 없나 하고 들쳐 봤지만, 암호 처리라도 했는지 번역이 되지 않아 괴상한 지렁이만 꿈틀거리고 있어 읽을 수조차 없었고.
결국, 멍하니 먼지와 실금을 세다가 잠들 뿐.
“니들끼리 뭐라 씨불여 봐야 재미가 없잖냐.”
“그것 말고, 잠드신 이후 깨워서 설명해드렸을 텐데요?”
아아. 그거.
알’셸이 뭐라 말했던 기억은 있는데, 잠이 덜 깨서 상세한 내용은 기억에 없다.
“안 들었지.”
“…후. 예 그럼 최대한 요약하겠습니다.”
그래, 항상 그렇듯이 말이지.
“대화해 본 결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마열차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싹 죽여서 인구수를 줄인다면 해결되긴 하겠습니다만, 그건 제가 생각해도 좀 아니니 말이죠.’
…이놈 보소.
“어찌 되었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여러 방법이 나오긴 했습니다. 화폐 소각, 집단 생산, 화폐 분배. 그런 온건한 것에서부터. 지금 시험 담당자가 어찌 된 일인지 모종의 사고로 사라졌으니, 무작정 사람들을 받아서 혼란스럽게 만든 후, 30일 만에 정복하자는 의견도 있었군요. 아! 덧붙이자면 제 의견은 아니었습니다.”
잡소리가 길다.
“요약은 어디 갔냐.”
“계속 들어 보시길. 곧 나오니 말이죠.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저희가 처음 계획했던 윗대가리 물갈이 계획은 폐기 처분 되었고….”
그야 그렇겠지.
조금 정보를 얻고 나니, 내가 생각해도 될 리가 없는 계획이었어.
“그 대신, 권한을 얻기로 했습니다.”
“무슨 권한?”
“마열차의 시스템에 접속할 권한 말이죠.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 결국 우회로를 찾으시겠단 의미시구만.
“그래서,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고?”
“예, 그게 가장 근본적이면서 빠른 해결책이니 말이죠.”
그리 말하는 알’셸은 갑작스레 입을 열더니.
“권한만 있다면 화폐를 몰수하고, 새로운 시스템도 자유롭게 짤 수 있습니다. 규칙 추가나 변경도 자유로운 데다가, 종족이 감추고 있는 비밀이나, 아예 종족 자체가 숨어 버린 이들도 찾을 수 있죠.”
그 권한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것만 얻으면 다 해결되겠네.”
난 또, 알’셸 놈이 사회 개혁을 운운하길래 더럽게 빡셀 줄 알았더니.
“물론, 무덤에 묻힌 권한이 최상위일 때 이야기입니다만.”
…어째 저 말 때문에 없을 것 같은데. 항상 저런 말이 복선으로 작용하더라.
“그럼 최상위 권한이 아니면 어떻게 되는데.”
“등급이 낮으면, 화폐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기에 제가 말한 내용 대부분이 무용지물이 되긴 합니다만.”
씨익.
알’셸이 악의에 가득 찬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권한이 늘어난 것만으로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니 말이죠.”
끅. 끅끅끅.
말 뒤에 이어지는, 더러운 웃음소리도 포함해서.
어우. 역겨워라.
무슨 어두운 짓을 꾸미는 건지 원.
뭐, 알’셸이 이상한 짓 하면 내가 컨트롤 하면 되겠지.
망치는 그러라고 있으니까.
그래서, 대충 계획은 이해했다.
1. 권한이 어느 등급인지 확인하기.
2.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이라면 그걸로 처리하고 행복한 마열차 계획 끝!
3. 아니라면 그 권한을 통해 방법을 늘린다.
심플하고도 무식한 계획이군.
그래서 계획은 다 이해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래 그 계획 다 좋은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어차피 있으셔도 회의에 참여하지 않으신 시점에서 다 부정당하실 텐데요.”
“…아니 계획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고.”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날 까는 것 같은데, 선을 넘는 순간 좀 두들겨서 다시 되돌려 놔야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너네 종족 묻힌 무덤에 가야 하지?”
“그렇죠.”
“근데 왜 우린 다른 종족 집구석을 들쑤시고 있냐.”
그 말대로, 우리는 또 다른 종족의 방에 와있었다.
이쪽은 단일 종족의 방이 아닌지
대략 인간형인 종족들이 다종다양하게 거리를 나다니고 있긴 했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종족만 따져도.
수인같이 생긴 생명체.
거의 인간과 비슷하지만 피부가 비늘로 덮인 종족.
몸이 유리라도 되는지, 반투명하게 반짝이는 이들이 나다니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무덤 찾으러 온 겁니다만.”
“무덤이 이 방구석에 있다고?”
놀랍구만. 그렇게 중요한 장소가 이렇게 사람이 북적거리는 장소에 있다니.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 찾기 힘든 건가?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라고 했던가.
이만큼 거대한 방이라면 무덤 같은 장소도 꽤 있을 테고, 거기에 섞이면 오히려 찾기 힘….
“그럴 리가 있습니까? 우연찮게 발견이라도 하면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내 상념 돌려 줘.
“그럼 여긴 왜 온 건데.”
“그게 아까 말한 열쇠입니다만…. 듣지 않으신 듯하니 ‘또’ 빠르게 설명해 드리죠.”
그리 말하는 알’셸은 빠르게 팔을 휘둘러, 지나가던 행인에게서 뭔가를 훔친 후, 품에 집어넣었다.
“관리자들이 죽은 무덤 말입니다만. 전쟁의 끝에서 평화 조약을 맺은 이들도 그걸 발견하고 위험성을 느꼈다 하더군요. 자신들은 관리자 권한을 얻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얻을 방법을 알지도 모른다고.”
뭔가 중요한 걸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신경은 이미 다른 데 쏠려있었다.
“아니 그보다 방금 훔친 거 뭐야.”
“마법 장치입니다. 이번에도 정보가 필요해서 말이죠. 그보다 설명 계속하겠습니다.”
그리 말하는 알’셸은 품 안에서 막대를 꼼지락거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뒤 이야기는 뻔하디뻔한 이야기입니다. 평화를 위해 조약을 맺었건만, 그 누구도 서로를 믿지 못했죠. 그렇기에 각자의 머릿속에서 위치에 대한 정보를 지운 뒤, 해당 위치에 대한 조각을 나누어 가진 겁니다.”
‘참 바보 같지 않습니까?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도 꼴불견인데, 자신들이 다루지도 못하는 힘을 포기하지 못해 굳이 기억을 나눠 가지다니.’
마지막 혼잣말에 동의하며,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다.
아마 그런 욕심 말고도, 억제력으로서의 요소도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배신하면, 나머지 종족들이 무덤의 문을 열겠다는.
당시에 권한을 뽑아내지 못한 것이지. 연구 후에는 어쩔지 모르지 않는가.
나조차도 생각할 수 있었으니, 그 윗대가리를 또한 같은 생각일 터.
“지도 조각이라. 꼬라지가 꼭 게임 같구만….”
“세상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지 않겠습니까? 게임 같다고 하셨지만, 중요 자료에 대한 보안 키를 여럿이 나누어 가지는 경우는 꽤 흔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건 현실에 있을 법하다고 쳐도.
그걸로 찾는 게 고대인의 무덤이라는 건 대체 무슨….
내가 생각하던 마열차 혁명기나, 이계 절망 투어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경건한 분위기였는데, 왜 하루 만에 판타지 모험기가 된 기분일까.
선택받은 자의 기억 속에 감춰진 무덤의 조각을 모아. 감춰진 힘을… 아니 잠깐.
기억?
“야. 알’셸. 하나 질문.”
“뭡니까?”
“아까 열쇠가 기억이라고 했지?”
“그랬죠.”
“그거 무슨 물건이나 그런 것의 비유냐?”
제발 그러기를 빈다.
그 역겨운 알’셸 쪽쪽이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
“평범하게 기억 맞습니다만.”
제길.
그리고 그 말 한마디로, 우리가 여기 온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 그 뭐냐. 알’셸아?”
“알’셸아는 뭡니까 대체.”
그냥 넘어가. 지금 심란하니까.
“그럼 우리가 할 일은 또 윗대가리 찾아가 두들겨 패면 되는 거지?”
“일단 협상이 우선이긴 합니다만. 실패 시 그리되겠군요.”
그래. 결국 그리되는군.
“내 인생도 참 기구하구만….”
잠시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고자 품 안을 뒤적인 후, 금속 막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아니, 어제오늘 사이에 뭔가 많이 변했잖아?”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싸우던 상대가 동지가 된다든가.
망치 하나 들고 시작하는 사회 개혁기가 보물 찾아 삼만 리가 된다든가.
순수하게 정의인 줄 알았던 우리 또한, 현실 모르는 이상주의자였다든가.
살이 빠졌던 운호 배가 다시 조금 푸짐해졌다든가. 뭐 그런 거.
“그런데 세상이 어찌 바뀌건, 내가 하는 건 망치를 휘두르는 일뿐이라는 게 조금 착잡해서.”
사실 그것 말고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탓도 있겠지만.
지구를 떠나 이 먼 곳까지 와서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아려왔다.
그 알’셸조차 음흉한 독방 사이코 기질을 벗고, 입만 산 검은 협상가가 되었는데 말이지.
“괜찮지 않습니까? 망치만 휘두를 줄 알아도.”
그런 내 착잡한 마음을 달래듯, 알’셸이 입을 열었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 한 일.
그 알’셸이 타인의 상처를 벌리거나 비꼬지 않고, 입을 열다니.
“누구나 잘하는 분야와 못 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하람 님은 대부분 분야를 못 하시지만요.”
응. 조금 전 생각은 없는 거로 치자.
아주 상처를 후벼 파고 있네.
아득.
알’셸의 비꼼 덕에, 이빨에 힘이 들어갔고, 단단한 막대 또한 그 감촉을 나에게 전해왔다.
“그렇지만, 이하람 님은 단 하나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십니다. 압도적인 폭력. 그것도 제어할 수 있는 폭력이죠. 그리고 그거면 족합니다.”
“나머지를 다 조졌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
폭력 하나로는 모든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건 내 삶을 통해 알고 있다고.
생각보단 많이 해결되긴 했지만.
“다 쓰기 나름입니다. 어중간한 만능보다는, 한쪽에 특화된 존재가 더 중요할 때가 있는 법이죠.”
“글쎄다. 차라리 만능이 좋아 보이는데.”
내 힘이 강하긴 하지만, 유일무이한 답은 아니다.
나 또한 모든 상황에서 승리한 게 아니며, 힘이란, 여럿이 모임으로써 만들어낼 수 있는 거니까.
옥시모론 혼자선 날 이길 수 없지만.
거기에 맥베스와 천하일검이 참여한다면 난 패배하겠지.
고작 그 정도의 힘일 뿐.
그렇게 내 착잡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지만.
알’셸 또한 더 할 말이 없는 듯, 더 이상의 위로나 조언은 하지 않은 채, 큰 길가를 걸어 나갔다.
조금씩. 조금씩 사람이 적어지고.
거무스름한 높은 탑 하나가 시야 한구석에 자리했다.
주변 인물들이 눈에 띄게 험상궂은 얼굴로 무기를 품고 다니자 피부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라졌고.
그를 통해, 알’셸이 말하지 않았음에도 곧 저 탑이, 우리의 목표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퉷.”
막대를 무는 동안 입안에 쌓인 침을 뱉고.
“일하자. 일.”
망치를 소환에 어깨에 짊어진 후.
착잡해진 마음을, 저 구석으로 밀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