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06)
마법소녀 아저씨 206화(206/671)
206. 협상과 망치(3)
“아쉽지만, 그 망치는 조금 집어넣으셔야 되겠습니다.”
“갑자기 왜? 조금 전 말만 들어도 싸워야 할 분위기더만.”
어떤 미치광이가 네 입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밀겠냐.
물론, 세상은 이계를 포함해서 미치도록 넓으니 그런 자기파멸적 취향의 변태가 한 명쯤 있을 법도 하지만, 확률상 그런 놈이 한 집단의 우두머리일 리는 없지.
“그릭스 씨도 생각이 있으신지, 온건한 이들부터 먼저 방문하자고 하더군요. 열쇠를 모으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지는 것을 가급적 늦추는 게 좋거니와, 대화가 통한다면 아군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그럼, 이 구역의 절대자는 대화가 통하는 인물이라는 뜻이냐?”
좀 아쉽지만, 평화롭게 갈 수 있다면야 그게 최고지.
“예, 당장 이 방만 보아도, 좀 평화롭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감시하는 시선도 적고, 다종다양한 종족들이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가?”
알’셸의 말에, 고개를 돌려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생각에 잠겨있던 탓에, 느끼지 못했던 거리의 분위기를 보고자.
이 장소는 확실하게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분위기로 차 있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음식점이 종종 보이기도 하고. 가게도 존재했다.
왜 눈치채지 못했지?
미약하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것이 있는 장소인데.
“…그래. 꽤 온건해 보이네. 알’셸 네가 바라던 게 이런 분위기인가?”
“음. 조금 아쉽긴 합니다. 무기류 거래도 되지 않고, 상업 능력도 한참이나 밑바닥을 기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드물게도 알’셸의 말이 끊겨 되물어 보자.
알’셸은 손으로 입가를 가리곤 조금 생각에 잠겼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리 길지 않았고.
“예, 나름 괜찮은 모습이긴 합니다. 마열차에 타고 나서 처음으로 보는, 긍정적인 순환이 돌아가는 모습이군요. 이것의 수십 배 정도만 발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알’셸은 칭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흑백의 그라데이션 피부를 보이며. 그리 말했다.
아마, 입가에 놓인 손은 지금 지어지는 미소를 감추기 위함이리라.
뭐야. 알’셸 너도 평화를 좋아하는 편린 정도는 있었구만.
“아닙니다. 평화라뇨. 전 혼돈과 전장의 격렬함을 숭배합니다.”
“음? 방금 내가 그리 말했던?”
“예, 말실수하신 것 같더군요.”
흠. 뭐 그렇겠지. 쟤가 독심술이 있을 리도 없고.
계속해서 들고 있던 망치를 되돌리고, 다시금 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음식 하나 정돈 사 먹어 볼 걸 그랬네.”
과연 이들은 어떤 식문화를 발전시켰을까.
종족이 다르니, 미각도 다르겠지.
“돌아갈 때 사드시면 되겠죠.”
“그래, 그러려면 밥맛 좋게, 이 대화도 좋게 마무리해야겠지.”
“그러죠.”
* * *
이 방은 꽤나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듯.
이 탑은 심지어 안내인도 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릭스라는 이름을 꺼내자 손님으로 안내하는 센스까지.
물론, 담당자가 그릭스라는 이름을 알지 못했기에 확인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지만.
좌우지간, 그리하여 도착한 방은 생각보다 멀쩡한 장소였다.
이 방에 사는 종족별 취향이 가미되어있는지, 내가 보기엔 혼잡스럽게 그지없긴 했지만.
딱딱한 소파도 있었고, 나름 문양이 새겨진 식탁도 있는 장소.
거기에 더해, 노란빛이 감도는 차도 나무 컵에 담겨 나왔다.
이 문명에서는 차가운 차가 정석인지 식은 것을 마시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씁쓸한 짠맛이 나쁘지는 않아, 조용히 그것을 들이켜고.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문명의 맛이로구나.”
“그렇군요. 생각보다 더 멀쩡하긴 합니다. 다만, 역시 많이 모자라죠.”
그야 그렇지.
소파도 딱딱하고, 바닥엔 단색 카펫 정도밖에 깔려있지 않다.
방이 혼잡스럽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몇몇 장식품이 난잡하게 흩어진 수준.
굳이 말하자면 가정집 거실 같다고 해야 하나.
적어도, 가장 높으신 분이 손님을 맞을 때 사용할 장소는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가 지금 거주하는 알’셸의 집무실이 이것보다 더 고급일 지경이니 말이다.
궁금증이 들어,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알’셸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나 궁금한 게 있다만.”
“뭡니까?”
“여긴 그 보라 눈알 녀석이 알려준 장소 중, 어느 정도 자체적인 문화가 있는 방이냐.”
보라 눈알. 즉 누으 종족이야 소규모 종족이라고 했으니, 자체적인 사회와 문화가 약한 것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 방은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상위권입니다. 그나마도, 이쪽은 다종족 방이라 민간 단위 활동이 활발한 편이죠.”
그래. 이게 상위권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몰락이라. 그 눈알이 정확하게 표현했어.”
“그렇죠. 당장 누으 종족만 해도 전성기에는 공간 절단을 할 마법 기술이 있었다던데 지금은 그런 건 그릭스 본인 말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말입니다.”
흠? 공간 절단이 대단한 건가.
“공간 파괴라면 나도 할 수 있고, 멕베스나 무한성주 영감탱이도 가능한데.”
“특수한 소수는 제외합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일반인이 집단으로 모여 그것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인류를 예시로 들자면, 핵을 쏘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애당초 인류가 이상할 만큼 공격….”
알’셸의 뭔가 기나긴 설명이 이어지려나 싶은 순간.
쾅.
“늦어서 미안해!”
문짝이 파괴되었으리라고 생각될 만큼 큰 소리가 방 안을 울리고. 어떤 인물이 걸어들어왔다.
키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한 165cm쯤? 나보다야 당연히 한참 크지만, 알’셸보다도 작은 키.
녹색의 몸을 가진 그 존재는 폭풍처럼 방 안을 거칠게 가로지르더니, 우리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그릭스의 소개로 왔다고? 그 이름 들은 지가 한참 된 것 같은데 아직 살아있다니 놀랍네. 그럼 무슨 일인지 어디 들어나 보자.”
그리고는, 우리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자기 할 말을 폭포수같이 쏟아내더니, 어서 말하라는 듯 우리에게 손을 뻗었다.
분명 나든 알’셸이든 무슨 말을 해야 할 상황이건만. 내 머릿속을 지배한 것은 다른 것이었으니.
…저걸 생명체라고 할 수 있나?
녹색의 몸. 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좀 많이 틀린 이야기였다.
애당초 저걸 몸이라 해야 할지도 의문이었으니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녹색 태양이 머리가 있어야 하는 부분에 떠 있고, 몸체 부분은 회전하는 수많은 혜성이 연한 녹색의 선을 남기며 인간의 몸뚱어리와 비슷한 형태를 표현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목소리가 나오는 거지?
아니 애당초 저거 뭔데? 종족이라고 할 순 있는 거야?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알’셸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지만.
알’셸 또한 입을 열지 않아, 의문이 든 나머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꽤 재미난 것을 볼 수 있었다.
“….”
또다시 무지갯빛으로 발광하는 알’셸이 입과 눈을 떡 벌린 모습을.
아니, 이번엔 또 뭐가 문제야.
그리 생각하며 다시 앞을 보자.
“오. 알’셸이네? 얼마 만이지?”
우리 앞에 둔 찻잔을 뺏어 든 후, 녹색 태양에 그것을 흘려 넣는 그자… 아니 그녀인가?
목소리는 여성형 같은데.
애당초 저 종족 성별이 있긴 하나?
아니 그보다. 그녀는 알’셸을 아는지, 그 괴상한 음료 섭취 방법을 보여주며 입을 열…. 목소리를 흘렸다.
그에 알’셸은 답을 하지 않았으나, 그녀는 알’셸의 답을 기다리는지, 차를 다 흘려 넣은 후 가만히 앉아 알’셸의 대답을 기다렸고.
1분가량 지났을까.
“대체….”
마침내 알’셸이 입을 열었다.
“대체?”
“대체 왜 살아있는 겁니까?!”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로 그리 묻는 알’셸.
“뭐냐. 진짜 아는 사이냐?”
“아니, 알다마다요. 저자는 1세대. 즉 마열차의 태초부터 존재하던 이입니다.”
“아니. 태초부턴 아닌데. 아마 내가 세 번째 시험인가 그랬을걸.”
“충분히 태초입니다. 그보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어떻게긴. 난 수명이 없으니까.”
“아니, 그런 질문이 아니란 건 아시지 않습니까. 분명 제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마열차의 강자들에게 싸움을 걸고 수적 열세에 밀려 죽었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거? 그 녀석들이 실수했지. 머리 빛이 꺼졌다고 죽은 줄 알다니. 확실하게 머리를 터뜨렸어야지.”
그리 말하는 그녀는, 혜성 팔을 움직여 툭. 툭 머리를 두들겼다.
뭔가 굉장히 이상하지만, 그리 표현할 수밖에 없는 모습.
…아무렴 어때. 여긴 이계고, 물리법칙은 엿이나 먹으라지.
그보다 그럼 궁금한 게 생기는데.
“야.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잠깐 꺼져있어 봐.”
“예? 갑자기 무슨. 꾸액.”
알’셸의 목덜미를 쥐어짜 기절시킨 후. 방구석에 던져넣었다.
“흠. 알’셸을 굉장히 난폭하게 다루네. 친한 사이인가 봐?”
“친한 사이는 아니고, 비즈니스 관계입니다. 그보다 저는 이하람이라고 합니다만, 이름이 어찌 되시는지?”
“ZPC K0005.”
“네?”
뭐야 저건.
번역 이상하게 된 거 아냐?
“그냥 제쓰라 불러.”
“아 예. 그러죠. 제쓰 씨. 저희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릭스의 소개로 왔습니다.”
“그래 그건 들었어, 그래서 왜 온 거지?”
벌써부터 지루해진 듯, 그녀는 녹색 태양을 깜빡이며 느릿하게 몸을 움직였다.
흠. 뭔가 굉장히 감정 전환이 빠른 인물이군.
“저기 구석에 처박힌 녀석의 동족에 대해 아십니까?”
“알다마다, 친구도 있었어.”
“그들이 죽은 무덤의 열쇠를 얻고자 합니다.”
내가 그리 입을 연 순간, 녹색 태양이 불타올랐다.
“무슨 이유로?”
그리고, 목소리 자체에 불길이 일었다.
아마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으리라. 내 귀가 불타고 있으니까.
‘뭔데 이거?’란 생각이 절로 나왔지만, 그 말을 삼키고, 통증을 이겨내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이 계획의 당사자는 아닙니다만. 알’셸이 말해주길 과거의 마열차는 이렇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내가 그리 말하는 동안에도, 몸을 잠식하는 불길은 점차 거세졌다.
“계속해 봐.”
또다시 귓가에 가해지는 열기.
그를 견디며, 그녀의 말에 따랐다.
“마열차란, 모든 이의 성장을 위한 방주.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발전을 멈추고 몰락해 간다고 들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
그녀의 급한 성격을 나타내듯, 내 말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끼어들었다.
그에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줄 알고 나 또한 말을 끊었건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까딱일 뿐이었고.
“뭐해. 계속해.”
결국 그녀가 입에서 나온 것은, 재촉이었다.
대충 성격을 알겠군.
급하고, 열정적.
아까 싸움을 걸었다고 했던가? 아마 전투광이기도 한 것 같은데….
말 그대로 불의 화신. 그런 게 아닐까.
머릿속에서 그녀에 대한 인상을 정리하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알’셸과 저는 이 상황을 바꿔 보고자 합니다. 과거의 마열차의 시대로 되돌리고자.”
“지금이 평화로운데도?”
“여기서 그릭스 씨의 말을 들어 보자면, 그는 천천히 몰락하는 것은 결국 죽는 것과 같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에 동의합니다.”
그 말을 끝낸 후.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고자 내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호록.
입안에 물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탁.
차를 다 마신 내가 천천히 찻잔을 내리자.
“나쁘진 않은 생각이네. 나도 이 체제가 언젠간 파탄 날 거라 보거든. 지금은 평화로워 보여도.”
원만하게 끝나겠군.
그리 생각하며 얼굴에 미소를 띠우자.
“그런데 말이지. 하나 궁금한 게 있어.”
화륵.
아까처럼 뜨겁진 않지만, 미적지근한 열기가 내 몸을 감싸 안았다.
“어떤 것 말이죠? 마열차를 바꾸는 방법? 그거라면 저보다는 저 알’셸에게.”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난 그런 거엔 관심 없거든.”
그녀가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의 감정이 느껴졌다.
맹렬한 불.
그저. 하나에 몰두하는 감정.
“‘너’ 가 그런 말을 꺼낼 수 있을 만큼 강하냐는 거야.”
펑.
그녀의 혜성이 폭발하고.
그녀의 오른손에서 녹색 불꽃 검이 돋아났다.
“부디. 날 즐겁게 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