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07)
마법소녀 아저씨 207화(207/671)
207. 『태고의 태양』(1)
알’셸 이 거짓말쟁이가아아아.
이게 어딜 봐서 온건한 놈이야.
미치광이 전투광이잖아.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할 만큼 제쓰의 투쟁심은 끔찍할 정도였다.
오로지 눈앞의 적을 향한 열기만이 느껴지는 저것의 감정.
얼굴이 존재하지 않아 표정을 읽을 수 없건만 그자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태양 그 자체가 전해 주는 열기는 그녀의 감정을 전달하기 충분했다.
그런 그녀가 팔을 타고 녹색 플레어가 따라 오르자.
혜성만이 감돌며 형태를 유지하던 오른팔 안쪽에 녹색 불길이 가득 차올랐고.
그녀는 희열을 느끼며 오른팔에서 녹색 검을 꺼내 들었다.
어처구니없는 열기와 동시에.
한순간에 주변 모든 것이 증발해 사라지고.
남은 것은 기절한 채 지상으로 떨어지는 알’셸과 허공을 밟고 선 우리 둘뿐.
“온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지 않았어? 잘 사용하네.”
“…나도 몰랐지만, 이런 건 내 특기더군.”
“그래. 그 정도는 해 줘야지.”
그리 말한 그녀는, 기나긴 녹색 빛줄기를 남기며 혜성처럼 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따라와! 애들 휘말린다!”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돌아보자, 확실히 문제가 될 법한 상황이었다.
강렬한 열기로 주변이 증발해 버린 탓에, 탑이 무너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탑의 위층은 모든 것을 훤히 들어낸 채 열려있는 상태.
그녀의 집무실이 저 탑의 가장 위층이기에 인명 피해가 생기지 않을 수 있었지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싸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무기가 충돌한 것도 아니다.
단순히 2~3초 서로 마주보기만 했을 뿐인데 일어난 대참사가 저것.
물론, 저 참사의 원인은 제쓰의 열기긴 하지만, 과연 전투가 이어졌을 때, 아래에 있는 존재들이 열기와 망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니.
저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나 또한 허공으로 솟구쳤다.
망치에서 부스터를 뿜고, 발아래 계속해서 발판을 생성하며 허공을 향해 가속하면서.
그리하여 도착한 머나먼 하늘엔 녹색 빛을 내뿜으며 밝게 빛나는 그녀가 있었고.
그녀는 내가 따라오는 것을 보자, 웃으며 더욱더 솟구쳐 올랐다.
어디까지 가려는 거지.
잠시 고개를 돌려 땅을 내려다보았지만, 저 아래에는 개미같이 작은 건물들이 보일 뿐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그리 생각했지만, 제쓰는 계속해서 가속할 뿐이었고, 나 또한 온 힘을 쥐어짜 그녀를 따랐다.
그렇게 저 멀리 향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푸른 하늘이 사라지고, 검은 공간이 나타났다.
분명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한한 장소건만.
그것은 마치 천장처럼 보였으며.
제쓰는 그 어둠에 닿기 직전이었고.
어둠에 삼켜지려는 그녀는 혜성으로 된 손을 뻗으며, 크게 외쳤다.
“열려라!”
그 말에 반응하듯. 검은 허공이 요동쳤고.
그그그그극—–.
공간이 뜯겨 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태양과 달이 조각된, 미려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금속 문.
그것은 제쓰가 앞으로 나아가자, 문은 그녀를 환영하듯 빠르게 열렸고.
문 너머에서 쏟아지는 빛에 우리는 삼켜졌다.
* * *
척박한 땅이었다.
황무지도 풍요롭다고 느끼고.
사막조차도 살기 편하다고 느낄 정도로.
기본적으로 사막과 비슷했지만. 바닥에 깔린 모래는 너무나도 미세해, 내 숨결만으로도 저 하늘에 흩날렸고.
바닥에는 수없이 많은 유리가 깔려, 그리 미세한 땅이었음에도 걷는데 지장을 일으키지 않았다.
물론, 유리가 발을 찌른다거나, 울퉁불퉁한 탓에 몸 여기저기가 기우뚱거렸지만. 일단은.
이렇게 극심한 사막이니, 태양 또한 밝을 거라 생각해 고개를 들어보았지만, 그곳엔 끝없는 공허뿐이었다.
붉은색 하늘이 차지한 것은, 지평선만큼의 분량뿐.
저 위에 자리한 머나먼 하늘은 끝없는 공허가 자리하고 있었고.
내가 보았던 두 방 모두에 있었던 태양은 존재치 않았다.
“….”
내 등 뒤에, 열기가 내려앉았다.
보지 않아도, 모든 것을 불태우리라 느낄 수 있는 존재가.
“궁금해?”
“어떤 것 말이지.”
그녀의 옆에 있으며 말라비틀어진 것일까.
내 입에서는 회색 미라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긴 대체 무슨 방이고, 어떤 종족이 사는가.”
“그다지.”
그녀가 데려온 것이니, 아마 누군가가 산다고 한들 별문제 없겠지.
그렇기에, 빨리 싸우자는 의미를 내뱉었지만.
“여긴 아무도 살지 않아. 한때 누군가가 살았던 방이지.”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픈 말만을 내뱉었다.
“그러니. 모든 힘을 쏟아도 돼.”
그 말과 동시에, 그녀가 웃었다.
얼굴이 없기에, 웃는다고 하면 조금 이상했지만.
그런 감정임은, 분명했다.
“마열차를 바꾸고 싶다면. 그 힘을 보여 봐.”
“마열차를 바꾸는 것과 힘은 상관없지 않나?”
힘만 가지고 여기를 바꿀 방법은 없는 것 같은데.
“이계는 곧 힘의 역사지. 마열차 내부는 이계의 영향에서 상당히 벗어났지만, 그 근본은 같아.”
갑자기 웬 뜬금없는 소리지.
그리 생각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뭔가가 있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기에.
“어느 장소. 어느 시간. 어느 사건 위에서건. 세계를 읽어내고 세계를 바꾸며 세계를 품는 자는. 의지가 있는 자. 그렇다면 모든 의지의 강함은 무엇으로 발현될까.”
콰득.
그녀가, 손을 쥐었다.
“힘이지.”
펑.
불길이 솟구치고.
주변에 흩날리던 수많은 모래가 빛처럼 반짝이며 흩날렸다.
빛무리 속에서. 그녀가 웃었다.
“알’셸 그 녀석은 자기가 똑똑한 척하느라, 의지가 모자랐지. 자기 자신을 버릴, 적의 시체를 집어삼킬 악의가 없는 헛똑똑이. 물론 그런 것 치고는 강하지만, 많이 모자라. 그렇다면, 너에게 물을 수밖에.”
부웅.
화염 검이 허공을 가르고, 열기를 띄웠다.
“넌. 마열차를. 세계를. 바꿀 만한 의지를 가진 자이니?”
단 한순간의 목소리.
그것으로. 감각을 잃었다.
피부가 녹았으며, 귀가 멀었고.
눈의 수정체가 증발했다.
그렇지만. 견딜 수 있었다.
“그레이 이터 놈 촉수보다 견딜 만해.”
물론, 그 화력은 눈앞의 제쓰가 더 강했지만.
적어도.
“이 불꽃은 나에게서 뭘 뺏어 가지 않으니까.”
그리 웃으며, 재생된 눈을 뜨고 적을 향해 뛰어들었다.
“무슨 말일지 모르는 것을 말하는 남자는 인기가 없단다.”
실컷 자기만 아는 말로 떠드는 제쓰가 말했기에, 조금 아니꼬웠지만.
“남자라고 말해 줘서 고맙네!”
그에 상관하지 않고, 망치를 내려찍었다.
화염 검과 망치가 맞부딪쳤지만.
화염 검은 그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듯, 망치를 타고 올라 날 불태웠고.
형태 없는 화염 검의 공격력이 막강했지만, 내 망치를 막기엔 물리력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내 손과 피부가 녹아내렸으며.
적의 몸을 이루는 혜성 일부가 망치에 파괴되어 비산했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 누구도, 상대를 죽일 수 없는 전투가.
* * *
단순한 전투였다.
서로를 끝낼 방법이 없었기에.
힘은 나의 승리였지만.
기술은 동률.
그렇지만 불과 항성이라는 특성 탓에 제쓰 그녀가 나에게 박아넣은 힘이 더 많았다.
그녀는 존재만으로 모든 것을 불타게 하기 충분했고.
모래와 유리로 덮여있던 대지는, 이제 유리만이 남았다.
깨지고, 다시 녹았으며, 다시 단련되어. 날카로운 숲처럼 변한 채.
그런 열을 항상 받았던 나는 그럼 어떻겠는가.
피부가 벗겨져 나갔다.
눈이 시시때때로 멀었다.
녹아내린 피부가 망치에 눌어붙어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뼈만 남고 살점이 떨어져 내렸다.
그런,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그저, 누군가가 졌다고 말할 때까지 이어질 승부.
그녀의 기술은. 마치 태양처럼 올곧고 단순했으나.
불처럼 모든 것을 뒤덮었다.
내 재생이. 멈출 정도로.
모든 것이 끝난 후.
그렇게, 나는 망치에 기대어.
“그럭….”
검은 연기를 입에서 내뿜었다.
몸이 조금씩 조금씩 재생되고 있지만.
작열통이 내 정신을 갉아먹었기 때문일까. 그 속도가 너무나도 느리다.
익어버린 살이긴 하지만, 아직 내 몸에 붙어있는 탓에, 명확하게 그것을 떼고 새로 생성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힘들고.
어쨌건.
“끄럭… 걱… 커헉….”
검은 연기와 뭔지 모를 갈색 덩어리를 몇 번 더 내뱉고서야.
처음으로 내 입안은 습기를 되찾았고, 승부가 난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이겼다.”
거칠다 못해, 금속음처럼 울리는 목소리로.
“그래. 내가 졌어.”
반대로, 패배를 인정한 제쓰는 정말 안락한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상태 또한 멀쩡하진 않았다.
그녀의 머리인 항성은 절반쯤 검게 물든 채 빛을 깜빡이고 있었으며, 혜성이 내 망치와 부딪히며 날아간 탓인지 몸의 형태가 절반가량 흐려졌다.
…어째 내가 진 것 같군.
하긴, 조금 더 맞붙었다면 내가 졌을지도 모르지….
단일 개체로 이렇게 강한 녀석은 처음 본 것 같다.
회색 군세나 대서양 앵무조개 놈도 특수 능력이 문제였지, 단일 개체가 강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니, 대서양 앵무조개도 미친 듯이 강했던가. 단지, 우리 숫자가 더 많았을 뿐이고.
좌우지간.
“쿨럭. 그럼. 내가 이겼으니, 우리에게 협조하는… 건가?”
멀쩡하게 말을 하고 싶지만, 입에서 매캐한 연기가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입에서 탄내가 난다는 괴현상을 마주하긴 했지만, 별수 없지.
“일단은… 말이지.”
‘일단은.’ 이라.
알’셸은 좋아하겠군.
후우.
이제 더 서 있을 힘도 없어. 그나마 평평한 유리 위로 엉덩이를 붙인 순간.
“하나 질문해도 될까?”
“뭔데.”
“이름이 뭐지?”
“이하람.”
“그래. 이하람. 그럼 하나 더 질문하지.”
…질문을 또 할 거면 왜 하나 질문해도 되냐고 물어본 거지.
그랬기에, 입을 여는 대신 뭔 병신같은 짓을 하냐고 흘낏 쏘아보았지만.
그녀는 계속 그랬듯이,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봐. 무슨 생각으로 마열차를 바꾸겠다는 거야?”
혜성의 절반을 잃어버린 채, 아직 빛을 내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몇 번이고 고찰하고, 나 자신에게 되묻고. 타인과 이야기했던 질문.
“시험이 마음에 안 들어서.”
“또.”
“이대로라면 몰락할 테니까.”
“몰락하는 건 너 자신이 아니잖아. 왜 신경 쓰지?”
“알’셸이 신경 쓰니. 는 그냥 핑계고 …아마. 심심풀이?”
“심심풀이라. 여기 타고 있는 지성체의 숫자는 심심풀이에 좌우될 만한 숫자가 아닐 텐데.”
“심심풀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왕 하는 것 잘되면 좋으니까?”
“‘잘된다.’라. 지금도 잘 먹고살고 있는데? 시험은 그렇다고 치고.”
“….”
“넌 심심풀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다른 거야. 넌 무언가를 비춰 보고 있어. 어딘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화륵.
그녀의 머리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숫자가 줄었던 혜성이 다시금 빠르게 차올랐다.
마치,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던 것처럼.
“…그게 어쨌다는 거지?”
“그래, 성공하면 좋지. 그렇지만 실패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
그녀는 내 대답에는 관심 없는 듯,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을 이어나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알’셸 말로는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더군.”
“하하. 전쟁이라. 그래. 알’셸 어린 녀석에게 있어선 단순한 전쟁이겠지.”
온전히 본래 상태로 돌아온 제쓰가 그리 웃었건만, 나는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모르는 영역이기에.
그렇기에 입을 다물고 있자.
“칫. 끝 놈들이랑 관련된 건 쓰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지.”
제쓰. 그녀는 자신의 머리통을 다시 차오른 왼팔로 긁더니.
갑작스레 말을 내뱉었다.
【항성의 빛은 기억을 담는다】
이계침식.
아니. 아니다.
【가자. 내 기억으로. 내 세계로.】
이건. 근본적인 뭔가가 다르다.
해석하지 않는다.
【멸망의 시간으로.】
이 말은. 나에게 그 의미를 박아넣었다.
고칠 수 없는. 문장으로서.
그리고, 녹색 빛이 세계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