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09)
마법소녀 아저씨 209화(209/671)
209. 『태고의 태양』(3)
쿵.
눈이 뒤집힌 바람에 거의 전력으로 후려친 것 같건만.
“흐으으으읍!”
불상처럼 생긴 하늘의 존재는, 그러잖아도 험악한 얼굴을 더더욱 찡그리며 내 망치를 받아내었다.
한 번 받아낸 것을, 두 번 받아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듯.
그런 짧은 공방이 지난 후.
“데바 님 괜찮으십니까!”
무기를 막아낸, 그의 곁에 서 있는 그와 같은 종족들에게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다. 그보다. 빨리 작전을 수행해라.”
“그렇지만 데바 님이 계시지 않다면, 제쓰를 막을 이가….”
“그렇기 때문이다.”
“어디서 날 놔두고 씨불이고 있냐 새끼들아!”
그들이 말하는 사이를 틈타 하늘로 솟구친 나는, 하늘을 가릴 만큼 거대한 망치를 집채만 하게 줄인 후 그자들을 향해 휘둘렀다.
쾅.
거대한 충격음을 울리며, 또다시 저지당한 망치 공격.
그렇지만, 앞선 두 번의 공방과는 다른 상황이 일어났다.
쩌적.
데바라 불린 이가 든 청동색 창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
“어서 가거라! 보다시피 지금 제쓰는 문제가 아니니!”
“…예!”
불상 남자가 포효함과 동시에, 남은 이들은 지상으로 질주했다.
“어딜 가려고!”
내 앞을 가로막는, 데바라 불린 존재를 지나치며, 쏟아지는 적들을 말살하려 했건만.
“컥….”
목에서 느껴지는 격한 통증과 함께, 내 몸이 뒤를 향해 끌려갔다.
목을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빠르게 목에 왼손을 올리자.
금속?
차갑고 얇은 금속이 목에 감겨있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지 모를 강자여. 그냥 가게 놔둘 순 없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통해 이 괴상한 공격 또한 데바가 한 짓임은 이해했지만, 목에 감긴 것이 끈이나 갈고리 같은 무기가 아니라, 얇은 금속이었던지라 쉬이 벗어나지 못하고 데바의 앞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도달한 순간, 내 목에 감겨있던 얇은 금속은 재빠르게 풀려나갔다.
지속해서 목을 조이거나 하는 특수한 힘은 없다는 듯.
“….”
슬쩍 목을 어루만져 깊은 상처가 없는지 확인한 후.
그대로 고개를 들어, 눈앞의 데바를 쏘아보았다.
금속 가시가 수없이 달린 창.
과하게 뒤틀려 입구가 좁은 C자처럼 생긴 활.
내 목을 휘감았던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연검.
좌우로 긴 가시가 솟아난 방패.
양쪽으로 둔기가 달린 금강저.
금속 장갑과 일체화된 기다랗고 날카로운 도검.
남은 두 손에는 어디에 사용하는지 알 수 없는 빨간 구슬과 파란 구슬을 하나씩 쥐고 있다.
“이번엔 날 무시하지 않는가?”
“…무시해도 될 상대가 아닌 것 같으니까.”
아래로 쏟아진 녀석들이 신경 쓰이지만, 그들은 눈앞의 데바와 비교하자면 턱없이 약한 존재다.
“강자에게 그런 칭찬을 듣다니. 영광이로군.”
씨익.
그리 말하는 그는 이것이 웃음이라는 듯 입꼬리를 올렸으나.
그의 얼굴이 말도 안 되게 험악한 탓에, 도저히 웃는 얼굴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몰골이 되었다.
반대로, 내 얼굴은 웃음조차 가신 순수한 무표정이었지만.
짧은 시선과 대화를 주고받은 후.
그대로 공방이 이어지길 기다렸지만, 서로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아. 빠르게 지면을 훑었다.
지상에서부터 하늘을 향해 거대한 레이저나 불기둥이 솟구치는 것을 보아하니, 데바가 아닌 이들 상대로는 이 방의 거주민 또한 반격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눈을 파는군.”
“그럼 공격하지 그래?”
“사지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밀 어리석은 이는 없을 것이다.”
잘 아는군, 빈틈투성이로 보인답시고 무작정 들어왔다간 망치가 휘둘러지고, 데바의 머리가 터졌겠지.
그렇게 대치 상황이 이어졌기에, 이번엔 대놓고 바닥을 살폈다.
첫 한 방에 대처를 못 한 것은 데바의 공격이었기 때문인지, 후속 공격에 대해서는 전선이 형성되며 수비를 갖추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에 나는 목표를 바꾸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만.”
이자와 싸우기 보다는, 최대한 길게 잡아두는 방법.
즉. 대화를 하기로.
“뭔가. 강자여.”
“왜 너희는 여기를 공격했지?”
“당연한 것을. 살기 위해서다.”
살기 위해서라.
“살기 위해, 다른 이를 수없이 죽여도 된단 말이냐?”
“자신과 타인의 죽음. 성자가 아닌 한 타인의 죽음을 고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 세계의 사람들은 그런 약탈이 없어도 살 수 있어 보이는데?”
내가 본 이 세계는 풍요롭고, 여유로웠다.
가족들이 거닐었고, 문화와 기술이 있는 장소.
그렇지만, 데바에게 있어서는 이해할 수 없던 말이었던 것일까.
“…자네. 누군가.”
내 질문과 전혀 동떨어진 대답이 돌아왔다.
“이하람.”
그에 나는 이름을 말했고.
“이하람. 들어본 적 없군.”
데바는 그리 혼잣말을 내뱉곤, 곧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강자 이하람이여. 그대는 데미우르고스에 속한 존재가 아니로군.”
내게 건네는 말을 다 내뱉자, 데바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기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걸 어떻게 알지?”
“제쓰의 세계 또한 약탈로 이루어져 있으니 말일세. 그 규모가 우리와 다를 뿐. 데미우르고스의 모든 존재는 그리 살고 있지.”
그는 그리 말하며, 정련된 기를 뿌리고, 여덟 팔을 모두 펴며 미소를 지었다.
“제쓰가 나오지 않은 이유 또한 알겠군. 그런 것이었어.”
뭔가 지 혼자만 납득한 것 같은데, 혼자만 알지 말고 나한테도 좀 알려줄 순 없나.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나에게 말을 건 이유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나?”
내 바람을 모두 무시한 채, 팔을 모두 편 데바는 나를 향해 그리 말했다.
“….”
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시치미 뗄 것 없네. 그대가 끝없는 분노를 삼키고 어떤 관심도 없는 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지상에 사는 이들을 시키고 싶다는 극한에 닿은 자제력일 테니.”
데바는 팔을 등 뒤로 돌려, 자신의 등 뒤에 떠 있는 불에 무기를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지.”
화륵.
불에 닿은 탓일까, 데바의 손에 들려있는 청동색 무기들이 황금빛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강자여. 전투를 청하지!”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카가가가가강.
갑작스레 날아온 화살, 창, 연검을 망치로 휘둘러 튕겨내었으나.
“칫.”
그 대가로, 기나긴 칼 하나가 내 몸뚱어리를 꿰뚫었다.
곧바로 느껴진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 아닌.
뜨겁다.
라는 감각뿐.
제쓰의 불처럼 말도 안 되는 뜨거움은 아니었지만, 칼에 찔린 부위가 순식간에 익어 날카로운 통증 대신 지속적인 열기의 고통을 전해왔다.
이걸로 무기에 찔린 것이 여섯 번 정도 되었나.
쉽사리 낫지 않는 상처 부위의 통증을 이를 악물며 참아내고.
또다시 나를 공격하고자, 금강저를 휘두르는 데바를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쾅.
그렇지만, 그 망치는 그자의 손에 들린 방패에 막혔다.
이 전투 내내 계속해서 이어졌던 것처럼.
물론. 힘에 밀리진 않았지만.
“못 막는다고오오오!”
쾅.
한 번 방패에 막혔던 망치지만, 온몸을 비틀며 그대로 다시 내려치자.
뿌득.
또다시 데바의 팔이 부러지며, 망치에 밀려난 방패는 데바 자신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 힘을 견디지 못했는지, 역겨울 만큼 움푹 들어간 데바의 머리통.
이 공격의 대가로 배에 박혔던 칼이 내 옆구리를 자르며 허리를 절반 정도 절단해 버렸지만, 저쪽은 즉사 급 피해고, 나는 반쯤 죽었으니. 나름 합당한 거래다.
다만.
화륵.
데바의 등 뒤에서 흘러나온 불이 데바의 몸을 치유했고.
나 또한 빛을 뿜으며 허리를 접합했으니.
결론적으로 보면, 결국 아무 의미가 없는 교환이 되었다.
물론.
캉. 카가가가강.
우리는 서로의 재생에도 상관없이, 계속해서 무기를 주고받았다.
한쪽의 머리가 으깨지고, 팔다리가 익어 통증을 제외한 촉감을 잃으며, 귓가를 장악하는 무수한 금속음은 끊임없이 이어져 나간다.
“흐읍!”
가끔 데바가 기합 소리와 함께 양손에 들린 붉고 푸른 보옥을 빛내며.
찌르르르르르륵.
곤충이 우는 소리와 함께 주변 공간을 파괴하는 특이한 기술을 보여 주었지만.
그 기술은 데바가 보여 주는 신기 들린 무기술과 다르게 사용할 타이밍이 뻔히 보이는 데다가, 무기술과 연계되지 않는 탓에 피하긴 쉬웠다.
문제가 있다면.
“칫.”
공간 파괴의 전조를 느끼자, 공격을 포기하고 곧바로 거리를 벌렸다.
조금 전 공방은 내가 우세한 상황이었기에, 공방이 이어진다면 내 쪽에서는 아무런 피해 없이 데바의 머리통을 터뜨려 줄 수 있었건만.
…저 피해는 복구할 수 없으니까.
깨진 공간이 서로를 갈라놓고, 그것이 서서히 복구되는 틈을 타 각자가 숨을 돌리는 사이.
나는 천천히 내 왼손 검지를 바라보았다.
공간 파괴에 잡아먹혀, 지금도 마치 다른 공간에 전송된 것처럼 사라진 채 나타나지 않는 검지.
즉. 내 재생조차 막아버리는 처음 겪는 절대적인 공격력.
짜증 나는군.
전체적으로 상대방의 기술이 나보다 한 수에서 반수 정도 위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 힘이 데바를 압도하는지라, 공방은 조금 전과 같은 급습이 아니라면 내 승리가 된다.
그렇지만, 승리를 따낸 후, 확실한 결정타를 치려 하면.
저 말도 안 되는 공간 파괴가 그것을 틀어막는 탓에, 어느 한쪽이 완벽한 결정타를 치지 못하고 있다.
끝이 없군.
그리 생각하면서도, 또다시 자세를 잡았다.
우선, 파괴된 공간이 곧 복구되는 것이 보여왔고.
또 다른 이유로는.
적이 가진 힘의 근본처럼 보이는 데바의 등에 달린 불꽃이 처음에 비하면 절반 이상 작아졌기에.
저 불꽃이 데바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 같은 것이라면, 확실히 내가 이긴다.
그리 생각하며.
공간이 복구됨과 동시에.
쾅.
의지를 통해 발 뒤에 생성한 발판을 박차며, 다시 싸울 자세를 갖춘 데바를 향해 뛰어들었다.
쾅.
데바가 쏘아낸 창과.
위로 후려친 망치의 충돌.
그에, 힘에서 밀린 데바의 창이 위로 솟구쳤다.
튕겨 나간 창끝이 내 머리통을 향했지만, 난 돌진을 멈추지 않는다.
핏.
창날이 머리 윗부분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로, 오른눈 위의 피부와 머리카락 일부가 잘려 나갔다.
통증과 함께 피가 흐르지만, 계속해서 나아간다.
쾅.
두 번째 충돌.
적이 내려친 금강저와 머리 위에서 좌측으로 휘두른 망치의 충돌.
그 결과는, 이쪽의 압도적인 승리.
지금까지의 공방이라면, 아직 적의 무기가 네 개나 더 남았기에 다음 방어를 준비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망치를 받아낸 탓에, 피로가 쌓인 것일까.
뿌득.
뭔가를 부수는 감촉이 내 손에 전해짐과 동시에, 데바의 피부를 뚫고 구릿빛 뼈가 솟아올랐고.
기회다.
곧바로, 텅 빈 데바의 몸뚱어리 안쪽으로 달려들었다.
수많은 팔을 가지고, 신기에 도달한 무기술을 가졌음에도, 인체의 구조상, 자기의 가슴팍 안쪽은 공격할 수 없었기에.
허공에 뜬 망치를 치켜들고.
그대로 데바의 가슴팍을 향해 내리쳤다.
펑.
완벽한 일격.
적의 가슴을 강타한 망치는 그대로 적의 몸통을 관통하며 내장과 뼈를 으스러트렸고.
처음으로 불길에 닿았다.
그 때문일까.
후욱.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고.
데바의 움직임 또한 멈췄다.
“…이겼나.”
데바 또한 전혀 움직이지 않고, 뭔가 있을 낌새도 없어 보였기에.
적을 관통한 망치를 뽑아내고자 힘을 빼고 이리저리 망치를 돌린 순간.
“아직이다.”
화륵.
완전히 꺼졌던 데바의 불이 다시 한번 크게 일어나고.
데바의 여섯 손이 나를 향해 뻗어왔다.
칫. 발버둥인가.
곧바로 그것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망치가 여전히 데바의 몸에 걸려있는 탓에 행동이 약간 늦어졌고.
무기를 내던진 데바의 여섯 손은 날 가슴팍으로 끌어안았다.
이걸로 뭘 어쩌자고.
데바의 힘은 날 짓이길 정도로 강하지도 않고.
이 구속을 행하고자, 무기를 모두 버린 탓에 나를 공격할 방법은 모두 사라졌다.
남은 것이라면 공간 파괴뿐인데.
이 거리라면 자신도 휘말릴 터.
그렇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어 힘을 불어넣고 빠져나가려는 찰나.
“흐…읍….”
훨씬 약해진 데바의 기합 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고.
찌르르르륵.
모든 것을 압도하는 곤충 소리가.
나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