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11)
마법소녀 아저씨 211화(211/671)
211.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1)
“…여기가 그 방인가?”
내가 방금 보았던 세계의 마지막 운명이 도달한 장소.
“그렇지? 네가 본 데바의 공격 한 번에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그럼 왜 데바를 콕 집어서 보여준 거지?”
말만 들어 보면 공격당한 적이 한 번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그 매치업이 싸울 때 가장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냥 전투광이군.
“그래서 어떻게 이겼어? 어서 말해 봐. 데바라면 자체 재생력도 뛰어나고, 네 공격을 막아낼 만큼 실력도 있는 데다가, 재생을 무력화할 기술도 있었을 텐데.”
뭐지, 못 본 건가?
“네 세계인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없나?”
“그야, 평소라면 내가 들어가서 관전하겠지만, 이번엔 네가 내 자리를 차지했잖아. 그러니 모르지.”
뭔가 굉장히 특이한 구조로군.
…다시는 들어갈 일이 없을 것 같으니 쓸모없는 지식이지만.
그보다. 일단 저 괴생명체에게 답을 돌려줘야겠지. 명확하고도, 말끔한 답을.
“안 알려줘.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시험도 통과했으니, 대화를 나누려는 찰나.
“왜!?!!?!”
화륵.
내 머리를 불타오르게 만드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죽겠다 진짜.
머리가 물리적으로 익어버릴 것 같아. 아니, 이미 익는 중이구나.
“왜 안 알려주는 거지? 재미있을 것 같은 정보인데? 내가 겪게 해 준 건데?”
그리 발광하며, 날뛰었다.
마치 좋아하는 장난감을 강제로 빼앗긴 애들처럼.
다만, 지금 날뛰는 저 괴생명체는 애들이 아닌지라, 그녀의 감정에 따라 불길이 치솟고, 주변 환경이 증발한다는 것이 좀 문제였지만.
애새끼도 아니고 갑자기 왜 이래?
아니, 마열차 태초부터 살아오신 분 아니었수?
아무리 짧게 잡아도 만 년은 넘게 사셨을 거 같은데.
“알려! 주라! 고!”
그런 존재가 간드러진 여성 목소리로 빼액거리니 꼴불견이기 그지없다.
분명 알’셸 놈이 말하길 온건하고 대화가 통하는 인물 아니었나?
화륵.
또다시 불이 솟아올랐다.
온건?
“내놔!”
빼애애액.
대화가 통해?
저게 온건한 거고 대화가 통하는 거면 나는 전 인류가 뽑은 최고의 인류 대변인쯤 되겠네.
애초에 보자마자 검을 꺼낼 때부터 알’셸의 말이 틀린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틀릴 줄은 몰랐군.
어디… 애새끼처럼 구니, 그대로 접근해 볼까.
“그 제쓰 씨? 처음 말씀하신 것처럼 협력은 해 주시겠죠?”
“끼애애애애액.”
이젠 지성체로서의 대화조차도 안 통하는군.
저 상태라면 첫 시험에서부터 떨어질 것 같은데.
저런 막장 존재가 어떻게 마열차에서 탑급으로 평화로운 방의 지도자인 거지?
후. 하는 수 없지.
“그토록 원하신다면야, 협력해 주신다면 알려드리죠.”
그렇게 말 한마디를 내뱉자 주변을 지배하던 열기가 딱 끊겼다.
“그렇게 나오셔야지!”
열기 대신 돌아온 것은, 기운이 넘쳐흐르는 본래 목소리로 돌아온 그녀.
땅바닥에서 빙빙 도는 것도 지겨워졌는지, 어느새 몸을 곧추세운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협력하는 건 아니고! 본래 협력할 생각이었다!”
위엄을 부리며 그리 말해도 말이지. 내가 듣고 겪은 생떼를 부린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닌데.
“자 그럼 이야기는 어떻게 들을 거지? 지금? 아니면 알’셸에게 기억을 넘겨주고 나서?”
“아, 그건 네가 여유 될 때 알려주고, 그보다.”
씨익.
또다시 그녀의 웃음이 느껴지며, 태양의 분위기가 변했다.
적당히 불쾌함을 느낄 법한, 체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를 뿜어내며.
…온도 미세조작도 가능한 거였나.
그럼 첫 만남부터 그리 뜨거웠던 건 그냥 다 태우려고 그런 거였구만.
뜨거운 온도 속, 불쾌함 속에서 잠시 그리 생각하는 와중.
“내 세계에서 봤었지? 마열차에서의 전쟁이란 무엇인가. 그걸 보고도 아직 마열차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어?”
뜸을 들이던 제쓰는 그리 질문을 던져왔다.
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거 하나 묻겠다고 이 난리를 친 건가.
여태껏 겪었던 이계침식은 정말 말 그대로 전장을 엎어버리는 힘이었건만, 이리 사소한 일에 그런 힘을 썼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어쩌면, 그 차이가 눈앞의 제쓰와 다른 이들의 힘이 격이 다를 만큼 차이 난다는 증거가 아닐까.
나와 싸울 때도 졌다고만 했지, 실제로는 순식간에 회복했던데다가, 사실상 저쪽이 봐준 느낌이니.
이계에 들어와서는 정말 미치광이들만 보는 느낌이군.
그림자 지기도 그렇고, 그릭스도 그렇고, 제쓰도 그렇고. 무슨 하나하나가 다 세계 멸망급 괴물들이야.
아, 그릭스는 빼고. 세긴 한데, 세계 멸망급은 아니지.
“후우.”
그런 이런저런 생각에 허탈해져 또다시 한숨이 나왔다.
그런 행동에 성질 급한 제쓰답게 곧바로 또 다른 말을 내뱉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질문인지 그런 난폭함은 보여주지 않았다.
자. 그럼 어떻게 답해줄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곧 답이 나왔다.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어, 여전히 마열차는 바뀌어야만 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까지는 아니지만, 될 수 있으면.
“흐음. 실패 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도?”
“그래. 나는 이루고 싶은 것이 있고, 이미 그런 선택이라면.”
머릿속에, 훗카이도에서 일어났던 관리국의 사태가 스쳐 지나갔다.
내 발아래에서 울부짖던 영웅들이 떠올랐다.
그보다 더 오랜 옛날.
대서양 한복판.
수많은 병사가 목숨을 걸고 마련해 준 최후의 전장에서.
앵무조개와 마주했던. 주사위를 던진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분명, 인류는 멸망했다.
우리 열 명이 거기서 선택한 것은. 그것을 기워 붙일 선택이었을 뿐. 아니면, 유예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명백하게 마열차의 최후보다 이를.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최후.
“이쪽도 만만치 않게 판돈을 올려 본 경험이 있으니까.”
그 말에.
“흐으으으으으으으으으….”
허공에 걸터앉는다는 괴상한 자세를 보여 준 제쓰는 고개를 까딱이며 기나긴 목 울림을 내뱉었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음.”
그리고, 그 기나긴 음성은.
“역시. 너 겹쳐보고 있구나. 어디일까. 네 고향 세계. 일려나?”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그녀의 한마디에 몸이 서늘해졌다.
불쾌함이 넘쳐 흐르는 온도건만, 마치 내 몸이 냉동실에 처박힌 듯.
“반응을 보아하니, 아직 멸망하지도 않았고, 침략을 받는 도중인 것 같은데…. 흐음. 아, 혹시 안정권에 들어간 건가? 무난하게 수비할 수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열기를 띤 것을 부정할 수 없건만.
목소리에 담긴 열기는 내 몸에 닿지 않는 듯, 기묘한 감촉을 전해 왔다.
피부 바깥은 분명, 불쾌할 정도로 뜨겁고, 피부를 찔러 온다.
허나, 몸 안쪽은 드라이아이스라도 삼킨 것처럼 차게 식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네가 생각하기엔 전혀 다른 거지? 마열차처럼, 언젠간 무너질 수 있다. 점차, 점차. 약해지며, 결국엔 멸망할 거라고.”
열기가 강해진다.
몸이 차가워진다.
그녀의 말에,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담겨 간다.
“흐음.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 너만 한 자라면 세계 하나쯤은 네 마음대로. 뭐, 결과가 좋다곤 못 하겠지만, 그걸 그리 내비칠…. 아. 그렇군.”
그녀는 모든 것을 꿰뚫듯, 자문자답하며. 내 내면에 흙발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 묶여있구나. 많은 것에. 그래. 그런 거였군. 그래서 다른 장소에 자신의 세계를 투영해서 시험해 보려고 한 거고. 자신처럼 많은 것에 묶여있는 세계에 동질감을 느끼고.”
“…아니야.”
처음으로,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하나만 기억해 둬.”
씨익.
그녀가 웃음과 동시에, 세계가 녹색으로 물들었다.
지평선에 감도던 붉은 하늘은 사라지고.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검은 공허는, 갑자기 떠오른 녹색 태양에 역으로 잡아먹혔다.
두 개의 그녀가. 이 장소에 동시에 존재했다.
내 앞에서 웃으며 발을 까딱이는 그녀.
세계보다도 거대한 몸집을 들어 올리며, 저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
“나는 제쓰. 태초의 불을 받아 태어난 항성이자. 진리의 편린. 그리고 끝과 마주 앉았던 이.”
작은 그녀가. 그리 말했다.
세계를 불태우는 목소리로.
“끝에 반응하는군. 네 적인가? 아니. 끝과 적이 아닌 이는 없지. 그들은 자기 자신조차도 적이니까. 그렇기에, 끝을 모르는 이와 아는 이로 나뉠 뿐.”
큰 그녀가 그리 말했다.
세계를 울리는 목소리로.
“무한한 실이 겹쳐진, 뒤틀린 존재여. 너는 언젠간 끝과 마주할 거야.”
“너는 그들의 흥미를 끌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으니까.”
“자격보다는 우연이 수없이 겹치며 조건이 맞은 거겠지만.”
“끝의 존재와 마주한 순간, 네가 걸어온 길이 드러날 거야.”
이제, 누가 말하는지조차 모르겠다.
나는. 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
“그때. 너는 네 길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니? 엉켜있는. 스스로를 집어삼키는 자여.”
녹색으로 불타오르는 최후의 세계에서. 그녀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
뭔가가 내 입 밖으로 내뱉어졌다.
나조차도 모르는 대답이.
* * *
“합격.”
제쓰의 짧은 말.
그 말을 듣고 놀라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응접실에 돌아와 있었다.
구석에 알’셸이 기절한 채 처박혀있는 것은 똑같았지만, 응접실은 한 번도 불탄 적 없다는 듯. 어디 하나 손상된 것조차 없이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지 이건?
또 시간 조작 같은 조작 계열 기술에 말려든 건가?
그에 한껏 적대감을 갖추고 제쓰를 노려보았지만.
“왜 그러지 이하람 군? 협상 중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은 꽤 무례한 일이라네.”
그녀는 낄낄거리는 웃음을 담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에게 내뱉은 가르치는 듯한 문장과 전혀 반대되는, 재미있어하는 듯한 목소리를 담고.
그에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
“이계침식을 쓴 건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는데?”
낄낄.
그녀는 웃음을 거두지 않고, 계속해서 날 빤히 바라보았다.
그에 화가 솟구쳐올라, 망치를 꺼낼까 했지만.
내 안의 뭔가가 그것을 막았다.
그렇기에, 망치 대신 한 가지 문장을 꺼냈다.
“그래서, 협력할 건가?”
여기 온 이유이자. 모든 것.
“아. 열쇠 파편 찾으러 왔다고 했었지?”
그녀는 그리 말하곤, 탁자 위에 왼손을 올린 후, 그 손바닥 위에서 불꽃을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대체 저게 뭔 짓인가 하고 슬쩍 바라보는 와중.
“아까 서로 협상한 대로, 네가 내건 조건만 만족한다면, 나는 너희들에게 협력할 거야.”
그녀는 자기 손에 피어난 불꽃에 신경도 쓰지 않고, 나를 바라본 채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조건?”
협상한 기억은 쥐뿔도 없고, 망치로 치고받은 기억이랑 댁한테 이상한 짓 당한 기억밖에 없는데.
“애 좀 봐. 벌써 까먹은 거야?”
화륵.
그녀의 얼굴이 잠깐 불타오르고.
“가장 최근에 겪었던 전투 이야기해 준다면서.”
그녀는 아이가 자장가를 조르듯, 갈망이 담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게 내가 협력한다는 조건이었지? 그러니. 어서 말해 줘.”
그리 말하는 그녀는 마침내 내 찻잔마저 뺏어 들고, 거칠게 자기 머리에 차를 쏟아부은 후,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정말 좋아하거든. 특히나 누군가와 싸우는 이야기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