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12)
마법소녀 아저씨 212화(212/671)
212.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2)
그에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가짜지?
애초에, 눈앞의 존재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사막은 현실에 존재하는 방이었나?
제쓰가 설명해 준 이계침식이 전부 거짓이 아닐까?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완전히 구현해내고, 타인에게 그것을 간접 체험시키는 거라면.
그렇기에. 입을 열었다.
“ㄲㅡ….”
“쉿.”
내가 말을 꺼내려 한 순간, 그녀는 어느새 내 눈앞에 다가와 입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말 꺼내지 마. 시선 끌게 된다.”
시선? 아니 애초에 지는 진짠지 가짠지도 모르는 공간에서 그렇게 실컷 말해….
“생각하지도 마. 그것도 그놈들의 주의를 끌 수 있어.”
아니, 독심술이라도 익히셨수?
“아,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다. 독심술이나 생각이 새어 나가고 있나 그런 거구나. 안심해. 그냥 단순히 대부분 그런 사고방식을 이어나가니 미리 주의한 거야. 아 덤으로, 이계식 대화법은 사용 못 하니까 안심해. 그건 그놈들의 영향을 받아야 발휘되는 거니까.”
이계식 대화법은 또 뭔데?
설명 좀 하라고 이 망할 항성아.
“좋아. 진정한 것 같네.”
내 바람에도 불구하고, 제쓰는 잠깐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 그럼 어떻게 할래? 계약을 지킬래? 아니면 그냥 여기서 끝낼까?”
제쓰는 그리 말하며 뭔가 지적으로 위장한 말을 내뱉었지만.
…다 티 난다 야.
나를 향해 뻗은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꼰 다리는 쥐라도 났는지 경련을 시작하는 괴상한 꼬락서니.
애당초 저 괴생명체의 몸에 쥐가 날 수 있는 구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 말하면 안 되는 녀석들에 대한 건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그리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지?”
부들부들부들.
마약 금단증상을 겪는 사람마냥 손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육체 구조를 보아하니, 근육 문제도 아닐 텐데.
단순히 정신적 문제인가.
후.
아무리 말해 봐야 정보를 더 줄 것 같진 않고, 일단 약속했으니 약속을 지켜볼까.
“그래. 이야기해 줄게. 대신 알지?”
“그래. 전면적 협력. 무덤 위치 조각도 주고.”
그래야지.
“자. 그럼 어디서부터 말하면 좋을까….”
* * *
“왜 거기서 방심한 거야?”
“아. 좀 끼어들지 말라고.”
대체 이게 몇 번째일까.
여섯 번까지는 세었는데. 그 이후론 내 인내심이 날아가 잘 모르겠다.
덕분에 알아낸 것이라면, 제쓰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좋은 청자는 아니다.
만약 다시 이야기를 들려줄 일이 있다면, 그냥 어디 녹음한 걸 들으랍시고 틀어준 후 도망치리라.
“그렇지만 네 전투력이라면 그거에 걸릴 리가 없는데. 망치를 키워서 시체를 짓이겨 버려도 되고”
“이보소. 제쓰 양반. 아무리 적이라도 싸운 애 시체를 그렇게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무슨 천년의 원수도 아니고.”
그렇게 투닥거린 덕일까, 그나마 예의를 차렸던 말투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친한 친구를 대하듯 막 나가는 말투가 되어 버렸다.
“흠. 잘 모르겠네. 나랑 싸운 후에는 아예 멀쩡하던가, 재만 남던가 둘 중 하나라서.”
…뭔가 현실감이 지극히 느껴지는 반론이로군.
그에 할 말이 없어졌기에, 정론을 내뱉을 준비를 했다.
“댁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우리 문화에서 시체 훼손은 어지간히 증오스러운 상대가 아니면 예의상 잘 하지 않는 편이고, 내 상식으로는 적들은 어지간하면 자폭 돌격을 안 한다고.”
지구에 온 이들은 대부분 목적이 있었기에 그런 것이겠지.
“흠. 그럼 또 하나 배우고 성장한 거네? 그게 전투의 묘미지. 한 번 방심했으니 이제 안 당할 거야.”
음. 글쎄. 얼마 전에 만난 큐레이터 놈은 방심은커녕 끝날 때까지 집중했는데 뭔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면서 뒤통수를 치더니만.
애당초 최후의 발악이라면 몇 번 봤음에도 걸린 거라, 사실 내 잘못이 맞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반박하지 않으면 왠지 지는 것 같아, 애들처럼 이렇게 말싸움을 하고 있다.
“그럼. 계속해. 어떤 방법으로 데바의 공간 결손을 빠져나온 거지? 데바의 기술은 그 존재 자체를 망각시키는 고도의 사상 기술이라, 현재의 몸과 완벽한 몸을 비교하며 복구하는 네 방식으로는 좀 힘들었을 텐데.”
응? 잠깐.
“아니, 너 내 재생 방법을 어떻게 알았어?”
처음으로 내가 이야기를 끊었다.
나도 모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에.
“어떻게 알긴. 너 그런 생명체잖아. 내 나이가 얼만데 그런 애 한둘쯤 못 봤을까 봐. 아.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긴 했네. 재생이 턱없이 비효율적이라는 거?”
비효율적?
아니, 의지가 빨리긴 하지만, 나만큼 효율적인 재생을 본 적이 없는데?
“이거 재생력이라면 알’셸도 인정했는데 비효율적이라고?”
“그야. 재생 속도도 빠르고 드는 힘도 적긴 하지. 근데 네 재생 방식에는 묘한 게 하나 있거든.”
그리 말하는 제쓰는 비어있는 오른팔을 휘두르며 허공에 두 개의 인간형 불꽃을 만들어냈다.
“봐. 왼쪽이 평소의 너. 그리고.”
화륵.
제쓰의 말과 동시에 오른쪽 불꽃이 불타오르며, 불꽃 인형의 팔 하나가 손실되었다.
“오른쪽이 다친 너야. 여기서 넌 재생할 때 현재 팔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 후, 기억에 박혀있는 왼쪽의 자신을 떠올린 다음, 둘을 비교해서 본래대로 다시 마력을 짜맞추는 거지. 네 몸을 구성한 마력은 물리적 영향보다 의지나 사상에 영향을 더 많이 받으니까.”
과연.
오른팔이 날아간 걸 인식한 후, 오른팔이 멀쩡할 때의 나를 생각하며 재생한다는 거군.
지식이 늘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비효율적이란 거지?”
여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이 이상 순서를 단축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왜, 왼쪽을 한 번 더 떠올리는 거지? 네 몸이잖아. 자기 몸 생긴 건 그냥 본능 단위로 새겨져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잠깐 이해가 안 되는데.
“자기 자신의 정확한 모습은 보통 모르지 않나?”
내가 눈을 밖에 꺼내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야, 물리적인 종족이라면 그렇겠지. 그런데 넌 항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으면 흩어져 소멸하는 마력 종족이잖아. 애당초, 네 모습도 네가 좋아서 그리 짜 맞춘 거 아냐? 분명 영혼이랑 겉모습도 다르고, 인지하는 성별이 다른데….”
…어?
잠깐. 그러고 보니, 제쓰는 날 보자마자 남자라고 했었지.
“잠깐. 하나 질문이 있는데.”
“응. 해 봐. 이제 같은 편이잖아?”
음.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동지로 치는 건가.
꽤 관대하군.
뭐, 그건 넘기고.
“마법소녀라고 알아?”
“알아. 마력에 민감한 특정 성별을 정련하여 영혼만을 남긴 후 마법 그 자체로 승화시키는 방법이잖아. 어디서 시작된 단련법인진 모르겠는데 몇몇 종족이 이상하게 그걸 공유하더라.”
이건 또 뭐야. 아니, 애초에 어떻게 아는 거야.
“내가 그건데.”
“그럴 리가. 넌 아냐. 뭔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법소녀는 아니지.”
깔깔깔.
재미있다는 듯, 제쓰가 웃었다.
“네가 마법소녀라면 영혼과 외형이 그 정도로 불일치하면 안 돼. 처음부터 마력 생명체로 태어났으면 모를까, 몸을 가지고 태어났던 이가 그 정도로 변하면 마력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져 사라질걸.”
…뭔가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데.
놀라 입만 딱 벌리고 경청하는 사이.
“응? 잠깐. 아닌가. 아. 그럼 이해가 되네. 그래서 재생에 한 사이클이 추가된 거구나.”
제쓰는 혼자 뭔가를 납득한 듯, 뭔가를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그에, 지금 말을 걸지 않으면 저것을 설명해 주지 않을 것이란 직감이 내 안에 솟아올라.
“지금 무슨 생각 했는지 좀 말해 주지?”
제쓰 선생님. 지식을 좀 나눠 주시옵소서….
“응? 아. 별 건 아니야. 네가 정말 마법소녀라는 가정하에. 한 가지 재미있는 게 떠올랐거든.”
실실 웃는 제쓰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운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요컨대. 네 말이 사실이라면, 다 이해가 가. 자기 몸의 생김새를 다시 떠올려야 하는 것도, 외형과 영혼의 불일치도. 아마, 넌 지금 네 몸이 본래 자신의 몸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
모든 것을 꿰뚫어 본 제쓰는 그리 말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럼 당장 붕괴하는 게 정상인데. 사실 이계에서 예외가 한둘인가. 내 생각에 네가 붕괴하지 않는 이유는 둘 중 하나야. 그것보다 많을 수도 있는데, 정말 특이한 경우는 넘기고 설명할게.”
제쓰가 손가락 두 개를 들고, 하나를 굽혔다.
“첫째. 뭔가가 간섭해, 흩어지려는 마력을 붙들고 있다. 이건 네 무식한 의지일 수도 있고, 마법적인 간섭일 수도 있고, 뭔가의 아티팩트일 수도 있어. 나야 모르지만.”
망치 때문인가?
아니면 내게 내려진 불사의 저주?
아니면, 마법 왕국의 여왕이 뭔가 수작을 부렸나?
“둘째. 이건 좀 특이한 경운데….”
잠시 제쓰는 말을 늘이더니.
“혹시, 마력을 외부로 방출하지 못하거나, 타인의 힘을 집어삼키는 능력이 있어?”
“…둘 다 있는데.”
“아. 그럼 이론상 되긴 하겠네. 근데… 그럼 이상한 게….”
제쓰는 뭔가 신기한 듯, 손가락을 뻗어 내 볼을 쿡쿡 찔렀다.
“너 어떻게 자아를 유지하고 있어?”
“무슨 말이지?”
“방출이 안 되는 체질이라면 이해가 가. 흩어지는 것보다 생성하는 게 더 많아서 강제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근데. 후자라면….”
제쓰의 미소가 뒤틀렸다.
사막에서 본, 거대한 그녀처럼.
“넌 항상 너 자신을 먹으면서 몸을 유지하는 건데. 그럼 미쳐야 정상이거든? 그러니 난 그건 아닐 거라고 봐.”
“…몰라 그런 거.”
정말로, 모른다.
그런 힘도,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 이상 들어서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기에.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자. 그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나 알려줄게. 아까 말한 힘 흡수도 나오고.”
이야기를 끊었다.
“흠. 네가 원한다면야. 난 상관없어.”
제쓰 또한, 꼭 모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닌 듯. 태평하게 말을 끊었고.
그 주제는 여기서 끝났다.
* * *
“음. 꽤 재미있는 내용이었어.”
내 이야기에 만족한 듯, 제쓰는 애새끼 같은 분위기를 지우고 약간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만족해? 그럼 이제 알’셸 깨우자.”
“왜?”
왜긴.
“기억 넘겨줘야지. 알’셸의 입에 머리통 처박고 빨리는 게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닐 테지만.”
그녀라면 알고도 동의한 거니 별 상관없겠지.
“아니, 그건 나도 좀 그래. 많이 역겹잖아.”
…뭔가 이야기가 이상한데.
“그럼 어떻게 건네주려고?”
“그야.”
그녀가 왼손을 흔들었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서, 계속 불이 켜져 있던 왼손을.
그러자 그 불꽃은 알’셸을 향해 날아갔고.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구석에서 기절해있던 알’셸은 불꽃이 닿은 순간, 말린 건어물이 되어가는 비명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음. 동료를 불태우다니.
동맹을 맺자마자 화끈한 배신이로군.
뭔가 알’셸을 구해 줘야 할 것 같지만, 수분을 빼앗기시는 문어께서 죽을 꼬락서니는 아닌 것 같아, 제쓰와 함께 건어물 생산을 조용히 구경했다.
그렇게, 2분 정도 지났을까.
마침내 불이 꺼지고.
“헉. 헉. 아니. 좀 얌전히 기억을 건네주시면 좀 덧납니까?”
알’셸은 말라붙은 손가락으로 제쓰를 삿대질하며, 말라붙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방금 그 불에 기억이 담긴 건가?”
“그렇지. 편하고 좋잖아?”
음. 확실히 편한 방법이긴 해.
머리통에 불 조금 지지면 기억을 넘겨받을 수 있다니.
내가 당하는 거라면 싫지만, 알’셸이 당하니, 분명 편한 방법이다.
알’셸의 쪽쪽 빠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제쓰는 역겨운 알’셸의 입에 머리통을 처박지 않아도 되고.
알’셸은 원하는 기억을 얻었으니.
모두가 윈윈하는, 쉽고 편한 방법이었다.
그리 생각하는 날 향해 알’셸이 묘한 눈빛으로 째려봤지만, 기분 탓이리라.
“하…. 그래요. 좋습니다.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쓰를 설득한 모양이군요. 열쇠 파편도 얻었으니 이제 방으로 좀 돌아가서 쉬….”
알’셸은 정말 피곤한지, 묻지도 않은 말을 내뱉으며 돌아가려 했으나.
“응? 왜 가.”
우리의 이야기 잘라먹기 대마왕. 제쓰 씨가 끼어들었다.
“왜긴요. 이 몰골이 되었으니 좀 쉬어야죠. 열쇠 조각도 맞춰서 무덤 위치도 찾아야 하고. 제쓰 씨를 다시 만난 건 반갑지만, 회포를 푸는 건 모든 일이 다 끝난 후….”
쿵.
제쓰와 알’셸 사이에 목재 문이 떨어져 내렸고.
“자. 여기 무덤 문.”
“…하?”
충격적인 제쓰의 발언에, 나와 알’셸의 목소리가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