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13)
마법소녀 아저씨 213화(213/671)
213.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3)
“정말 무덤으로 가는 문입니까?”
알’셸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 지 그리 되물었지만.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나?”
제쓰는 그리 이상하지 않다는 듯, 담담하게 그리 되돌렸다.
그것이 너무나도 당당했던 탓일까.
“아니, 저 그게 있잖습니까. 그릭스 씨의 기억도 파편화가 심한 상태였고, 제쓰 님의 기억도 엉망진창으로 난도질 되어있었는데…. 위치를 알고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수분이 말라 건어물이 된 것에 더해, 상황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일까. 알’셸의 목소리엔 힘이 담겨있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저 말을 듣고 있자니, 제쓰가 훌륭한 청취자가 아니란 사실이 더더욱 명확해지는군. 저걸 이해 못 하다니 말이야.
좀 끼어들어 볼까.
“알’셸이 하고 싶은 말은. 제쓰, 네가 위치를 알고 있는 게 이상하고, 만일 안다면 어떻게 아는 건지 알려달라는 소리야.”
“아, 그런 뜻이었어?”
“예, 예. 그겁니다….”
알’셸은 제쓰와 말싸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한 것일까. 알’셸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의자에 앉아 차를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허리도 굽히고, 찻잔을 든 손은 벌벌 떨리는 데다가.
입도 가누기 힘든지 입술 사이로 찻물을 흘리는 모습을 한 채.
알’셸의 그 꼴이 꽤 처량했던지라. 제쓰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별의 종족은 피부 습기에 따라 나이를 먹나?”
암만 봐도 갑자기 늙어 버린 것 같은데.
“어떤 질문에 먼저 답할까? 무덤? 별의 종족?”
“별의 종족.”
알’셸 골려 먹는 게 우선이지.
“아니, 따로 나이랑 상관없을걸? 당장 나랑 싸운 애들도 수분 좀 빠졌다고 골골대진 않았으니까.”
그럼 그냥 갑작스러운 사태에 지친 거로군.
아쉽구만.
알’셸이 설치려고 하면 제습제라도 뿌려 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그럼, 무덤은 위치는 어떻게 안 거지?”
“아, 별로 특별한 방법은 아닌데. 그냥 기억을 복사해 외부에 남겨두고, 일 처리가 끝난 다음 그 기억을 수거했어.”
참 쉽지?
그리 말하는 제쓰는 다시 손을 펼쳐서 녹색 불꽃을 보여주었다.
마치, 그 불꽃 안에도 기억이 담겨있다는 듯.
“거기다가, 난 정신 마법은 잘 몰라도, 기억에 대해서라면 전문가니까. 어림도 없지.”
낄낄.
잠시 그리 웃은 제쓰는 손 위에 만들어낸 불꽃을 자기 머리로 내던졌다.
마치, 당시 있었던 상황을 재현하듯.
여기가 처음 온 방인 게 다행이군.
다른 방들을 먼저 들렸다가, 마지막으로 이딴 소리를 들었다면 화병으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잠시 뇌를 활성화해 보았지만, 까고 말해서 계획에 대해 아는 게 쥐똥만큼도 없었기에.
“야, 듣고 있지?”
차를 홀짝이며 수분을 보충하는 마른 문어에게 짐을 떠넘겼다.
애당초, 내가 머리를 굴린다는 것도 이상하긴 하고.
“듣긴 했습니다만…. 예상 밖의 사태이니 숨 좀 돌리게 해 주시죠.”
“그렇다는데?”
“그래? 그럼 이 문은 어쩌지.”
어쩌긴.
“놔뒀다가 알’셸 녀석 좀 멀쩡해지면 문 안쪽으로 내던지면 되겠지.”
“그럼 아마 죽을걸? 안에 뭐 이것저것 있어서.”
“쟨 죽여도 안 죽던데.”
뭔진 모르겠는데 이계 추방 마법 걸어 버려도 다시 돌아오더라.
지 말로는 횟수 제한이 있다고 하던데, 그 횟수도 꽤 넉넉한 모양이고.
“재생 구조상 순식간에 카운트가 까이면 좀 힘들 텐데.”
“아, 뭔가 조건이 있나 보네. 그럼 시간이 남는 김에 그것도 설명 좀 해 주는 건 어떨….”
우리 지식 보따리 제스 님이 또 흥미진진한 걸 꺼내 주시는군.
문어 놈 괴롭힐 방법이야 언제나 환영이지.
“그런 이야기는 제가 없는 장소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만.”
뭔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내 알 반가.
“저 녀석은 무시하고, 어차피 누가 고민하는 동안 시간이 남으니 이야기나 좀 풀어 보시죠. 제쓰 님.”
“이젠 제 말을 아예 무시하시는군요.”
응. 안 들려.
어차피 이렇게 판이 짜인 이상, 수다쟁이 제쓰가 다 말해 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놔둔 채 느긋하게 알’셸 옆에 앉았다.
이어, 제쓰 또한 아까처럼 내 반대편에 앉았고, 이제 이야기가 시작될 거라 예상했지만.
“음. 생각해 봤는데 관둘래. 다른 사람 목숨에 관련된 건 나라고 해도 꺼내기 좀 그렇거든.”
제쓰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하며, 날 혼란에 빠트렸다.
본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제쓰에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란 게 존재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을 받아.
“…그거 고맙군요.”
입을 딱 벌린 나와 다르게, 알’셸은 아무 감흥이 없는지 찻주전자를 기울이며 다시 컵에 차를 따를 뿐이었지만.
“그럼 대신 이건 어떨까. 알’셸의 어린 시절 이야기 어때? 저 녀석 저래 보여도 어릴 땐….”
더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오.”
나는 그에 감탄하며 이야기를 경청할 자세를 취했고.
“네?”
알’셸은 그에 반응해 빠르게 고개를 든 채, 몸을 굳혔다.
“알’시린은 알아? 쟤 누난데 말이지….”
“아, 직접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 어릴 땐 쟤가 누나 누나 하며 알’시린을 따라다녔는데….”
“저기. 제쓰 님? 이하람 님? 다른 이야기 하시면 안 될까요? 아까 이야기하다 만 제 불사성이라든가.”
그딴 거 알 반가. 지금 이게 더 흥미롭거든?
그리고 너 컵에서 차 넘친다 야.
아예 탁자를 흠뻑 적시고, 아래 카펫까지 물들이고 있네.
“그래서, 쟤들 어린 시절이란 게 존재하긴 하는 거네?”
난 쟤가 태어날 때부터 저렇게 뒤틀린 황천의 꼴뚜긴 줄 알았지.
“어릴 적은 좀 더 순둥이처럼 생겼지. 아. 알’셸이 순둥이란 게 아니라, 종족적 특성상. 알’셸은 어릴 때도 항상 저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다녔어. 덕분에 알’시린도 마음고생이 좀….”
“제쓰 님? 이하람 님?”
뭔가 묘한 소리가 들려오지만, 이야기에 빠진 제쓰와 나는 정답게 문답을 주고받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 * *
“오. 이제 좀 미끈미끈해졌네.”
중간부터 물 호스를 입에 박아 넣고 수분을 보충하던 알’셸은 마침내 피부의 역겨운 끈적임을 되찾았다.
“그럼… 이제… 진행해도 꾸억… 되겠습니까?”
어떻게든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 과한 짓거리를 한 듯, 알’셸은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목소리로, 우울한 코발트 블루 빛깔의 피부를 띄웠다.
“난 아직 네 이야기가 궁금한데.”
잘난 척하다가 얻어맞고 알’시린 부른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어.
어째 알’시린한테 꼼짝 못 하더니만, 그런 과거가 있었다니.
“아, 그래. 저 피부 보니 생각나네. 쟤가 나한테 마법 가르쳐 달라고 한 적 있었는데.”
“…제발 그만둬 주시길.”
알’셸이 고개를 110도 각도로 꺾으며, 거하게 머리를 박았다.
“…아니 그 정도로 하셨으면… 이제 좀 충분하지 …그때 일은 사과드리겠….”
그리곤, 입 밖으로 뭐라 뭐라 부탁하는 말을 줄줄이 내뱉기 시작했다.
야. 이거 재미있네.
알’셸의 카운터가 제 성장기일 줄이야.
물론, 성장기라고 해도 제쓰 말 들어 보면 이미 아득할 정도로 나이를 먹긴 한 모양이지만.
대체 뭐 하는 종족인지 설명만 들어서는 사회상이 감이 안 잡히지만, 요약하면 이거였다.
난생을 하는 종족이고, 여성체가 죽을 때, 여태껏 남성체로부터 수정된 알을 흩뿌리며 죽는다.
흩뿌려진 알 중 첫 번째로 태어난 존재가 우두머리인 부화장 지기가 되어 알들을 키우고 그것을 한 가족으로 취급된다.
수명이 아득히 긴데 더해 난생이기까지 하니, 인구수가 많을 것 같지만. 알을 죽을 때만 흩뿌린다는 특성상 적에게 죽는다면 허약한 알만 남아 의미가 없고, 그렇다고 안전한 장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는 개인을 중시하는 종족 특성상 그런 경우는 없다고 하는 데다가.
알에서 막 태어난 유생체는 턱없이 약하고, 동족 포식을 통해 성장하며 지능이 없다.
그렇기에, 유생체는 동족으로 취급하지 않고, 동족으로 취급하는 것은 몸을 형성하고 지능을 가진 존재만.
이렇게 악조건밖에 없는 애들인데, 성향까지 전투 종족이고, 같은 종족도 다른 부화장이면 처 싸우느라 제대로 된 사회 구축을 하지 않는다.
이놈들이 멸망하지 않은 이유라면 그냥 종족의 기본 스펙이 미친 듯이 세서라는 이유 하나뿐이리라.
당장 알’셸도 어린 시절 다른 종족들을 두들겨 패다가 좀 센 애가 나타나면 얻어맞기 바빴다고 하고.
물론, 어느 정도 부화장끼리 교류가 있고, 그에 따라 도시나 집단도 있었다지만.
자기들끼리 암투와 전쟁을 하느라 10년 이상 유지되면 다행이었다니 대체 뭐 하는 막장 종족인지 알 수가 없다.
알’시린도 별의 무녀라길래 무슨 정부나 종교 지도자 같은 건가 했더니, 그냥 그 감투 가진 애 죽이면 계승되는 특수한 마법이라고 한다.
저건 무슨 아포칼립스 세계지.
알’시린도 내 기준에서 보면 흉포하기 짝이 없는데, 제쓰의 말만 들어보면 저런 종족에서 나온 천사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알’셸 또한 자기 부화장을 안 팔아먹은 시점에서 제 종족 기준 평균적인 인성은 된다는 것도.
그런 이들이 다른 종족을 생각해 마열차를 만든 것은 정말 끝의 침략이 트라우마급이었단 것이겠지.
거기까지 생각하니,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이 새끼들 그냥 맨날 처 싸우는 사회밖에 모르니까 마열차가 이 꼬락서니구만.”
시스템이 정교하게 짜였는데 오류가 생긴 게 아니라, 만든 놈들이 허구한 날 쌈박질만 하던 애들이라 저게 굴러갈 줄 알았던 거다.
마법이건 과학이건 개개인의 힘이건 모조리 탑 클래스에 속한 애들이 이계의 침략으로 멸망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쯤 되면 그것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이 새끼들 분명 다 격퇴해 놓고 지들끼리 싸우다 망한 거다.
그러다 대서양 앵무조개나 난지도 시체 괴물 같은, 급이 다른 놈들을 못 견디고 그대로 패망한 거고.
그리 생각하니, 알’셸이 조금 불쌍해졌다.
얘는 다른 사회에 스며들, 최소한의 사회성은 있다는 뜻이기에.
“너도 고생이 많았구나.”
갑자기 측은해져, 알’셸의 피부를 어루만져 주었으나.
곧 후회했다.
끈적한 거 묻었어….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또.”
열심히 제쓰를 향해 원망과 소망을 늘어놓던 알’셸도 내 행동이 이상했는지,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지금 들은 거 다 통합해 보면 네 인생도 참 고달팠겠구나 싶어서. 동족이 그렇게 막장이면 참….”
“그렇지? 그 녀석들 내가 좀 고치라고 말해 줘도 귓구멍에 무슨 해산물이라도 키우는가 듣지도 않더라고. 알’셸이랑 알’시린이 속한 ‘알’가(家) 부화장 애들이 좀 멀쩡하긴 했는데 유전적으로 방랑벽이라도 있는지 대부분 이계로 떠났고.”
음? 둘만 남은 줄 알았더니 몇 놈 더 살긴 한 모양이다.
평생 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갑자기 제 동족 욕하지 마시고, 그래서 가실 겁니까 말 겁니까?”
알’셸은 나불거리는 입을 통해 과포화된 수분을 뱉어내기라도 한 듯,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불만 섞인 말을 내뱉었다.
“음. 알’셸 골려 먹기도 충분한 것 같으니. 가 보지 뭐.”
솔직히 지금 들은 것만으로도 100년은 우려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이제 움직이는 것에 찬성했지만.
“난 안 갈 거야. 이제 너희들이 알아서 해 봐.”
제쓰는 흥미가 없는 듯, 다시 차를 머리에 쏟아 내리며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흠? 따라올 줄 알았는데.”
“난 중립을 유지하며 지켜보는 취향이거든. 뭐, 그래도 내 휘하 애들이 전쟁에 휘말려서 또 죄다 죽으면 골치 아프니, 실패하지는 않을 정도의 협력은 해 줄게.”
꼴에 태양이라 그런가? 중립을 유지한다니.
지 성격이랑 영 안 어울리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쓰 님.”
그러나 알’셸은 그것을 예상한 듯 고개를 깊게 숙이며 감사를 표한 후, 문손잡이를 잡았고.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나는 알’셸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흔들었다.
찰칵.
문이 열리고.
“잘 가.”
제쓰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우리는 문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