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21)
마법소녀 아저씨 221화(221/671)
221. 종언 – 화신체 담(淡)(2)
소사체를 파괴한 순간, 나는 잠시 긴장을 풀었다.
누군가는 내가 방심했다고 하겠지만, 방심한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막대한 힘을 쏟아 넣음으로써 이 이상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을 직감하였으며.
소사체가 부서짐과 동시에, 서늘한 감각도 함께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러니, 긴장을 풀었다기보다는 과하게 몸에 들어간 힘을 잠시 뺐다고 해야 옳으리라.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인지, 전투 자세를 취하곤 있었지만, 조금 전과 같은 집중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철인의 검은 미세하게 떨렸고.
그릭스의 눈 몇몇 개는 마른 표면을 적시려는 듯 깜빡였다.
다만, 알’셸은 달랐다.
이럴 리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천천히 손을 휘저었다.
마력의 흐름이 주변을 둘러싸고.
“…움직임도 없고… 이계의 힘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이게 대체….”
명백한 당황이 담긴 알’셸의 목소리만이 유일하게 복도를 울렸다.
그에 나는 전투 자세를 풀지 않은 채, 무너진 소사체가 있는 자리를 계속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 이만한 강자가 넷이나 모였잖냐. 그 난지도 때 기억나지? 그 녀석도 화신체였다면서. 그놈도 나 혼자서 잡았으니, 네 명 정도면 이것도 잡을….”
입은 화의 근원이라 했던가.
특히 내 입은, 그런 것 같다.
그레이 이터 때도, 라이브러리안 때도, 난지도 때도.
뭔가 잘되었다고 싶어 입을 열면 문제가 생겼으니.
【에피…타이저….】
소름 끼치는 목소리와 함께.
황금색의 불길이 주변에 솟구쳤다.
“아니, 망할. 진짜 안 죽었잖아.”
“공격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우선 방어를….”
“괜찮다! 모두 내 시야에 들어가 있으니, 보호 마법을.”
“갈!”
모두 역전의 용사답게, 다들 약간 긴장은 풀었더라도, 이 상황을 예상한 듯.
곧바로 몸의 스위치를 긴급 상황으로 되돌리며, 다시 전투 자세를 취했으나.
우리의 행동은 무위로 돌아갔다.
불꽃은 소사체나 주변 환경에서 솟아오른 것이 아닌.
우리의 몸과 무기에서 타올랐으니까.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목소리에 반응해 전투 자세를 취한 지 3초가량이 지난 후.
아픔도, 온기도 없는 불이었기에. 알아차리는 것이 늦었다.
늦게나마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시야 한구석에 비친 알’셸의 손과 그릭스의 눈에 황금빛 불이 솟아올랐기에.
그에 곧바로 망치를 쥔 양손을 바라보자, 내 손 또한 황금빛으로 불타고 있었다.
철인이 자리한 등 뒤는 시야가 닿지 않아 모르겠지만, 내 직감이 옳다면, 그는 오른손이 불타고 있을 것이다.
“공격했던 부위에 자동 반격! 근거 없음!”
마치, 이계침식에 대해 복창하듯, 곧바로 내뱉은 말.
그럴 필요는 없지만, 내 몸에 새겨진 교전 규칙을 충실하게 따랐고.
동시에, 대처할 방법이 빠르게 뇌 속에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나온 현상에 대한 파악과 그 대처법.
아무리 생각해도 내 뇌는 긴급 상황 한정으로 잘 돌아가는 것 같단 말이지.
“철인!”
“몇 번이고 말하지 않나! 내 이름은 펤쓰랏시아쓰다!”
그딴 거 발음 못 한다고! th가 몇 번 들어간 거야.
“그딴 건 아무래도 좋고 팔 잘라!”
전후 설명 없이 내지른 말이건만, 펠… 철인 또한 나름의 수라장을 겪은 자인 듯, 군말 없이 검을 왼손으로 옮겨 잡아 자신의 오른손을 잘라낸 후,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마치, 내가 이어 무엇을 요구할지 한 번에 이해한 듯.
그에 나는 망치를 되돌리고 양손을 뻗었고.
동시에, 번개 같은 일격이 내리쳤다.
불에 달군 듯한 뜨거운 통증과 팔이 가벼워지는 허탈감.
내 말단에서 떨어져 나간 덩어리는, 잠시 황금색 불에 휩싸여 타오르는 듯했으나.
땅에 채 닿기도 전에, 재조차 남기지 않고 세상에서 소실되었다.
이로써 철인은 오른손을 잃었고.
나는 양손을 잃었다.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손에 불이 붙었던 알’셸이나 눈이 타오르던 그릭스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본디, 이 정도의 사태가 일어났다면 전원이 전투 불능에 빠져 우리의 패배겠지만.
괜찮다.
이 자리에 서 있는 넷은 모두 재생 수단을 가지고 있으니.
인간형 존재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리 단련하더라도 자신의 몸이 가진 내구력의 한계가 있기에 일정 경지에 오르면 재생할 방법을 갖추는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여기 자리한 이들 모두 재생 능력을 가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연이건, 운명이건 우리 넷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몸을 떼, 손을 만들어 내는 철인.
빛무리를 모으며 손을 다시 생성하고 망치를 든 나 자신.
빠르게 재정비를 끝내고, 적이 본래 있던 자리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 자리에 담(淡)은 존재치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이제 재가 되어 흩날리는 소사체의 잔해뿐.
시야 안쪽에 빠르게 자신의 몸을 재생한 그릭스와 알’셸이 보여오지만, 그들 또한 어디를 공격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알’셸!”
“예!”
“적 위치는!”
함께 당황해도 좋겠지만, 이 적은 반응이 1, 2초 늦은 것만으로도 우리를 전투 불능에 빠트릴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빠르게 적을 찾아야 할 터.
그런 생각의 결과로 나온 외침이었지만.
“…모르겠습니다!”
알’셸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탄에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떠벌리던 그가, 말을 더듬으며.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이런 상식 밖의 전투에서, 이런 일은 흔하니까.
“대략적으로!”
그렇다면, 상황을 파악하고자 생각에 잠기는 것보다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옳은 일.
그리고 내 본능은, 적의 힘이 정확히 밝혀지기 전에 적을 쳐부수라고 말하고 있다.
명확한 장단점이 있는 이계침식과 달리, 저 존재가 가진 힘은 이런 자동 요격만이 아닐 것이기에.
행동하지 못하고 적에게 선택권과 주도권을 넘기느니.
행동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알’셸 또한 그것을 지식으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똑똑하기에 반응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이것은 나의 역할이다.
소리를 내지르고, 할 일은 요구함으로써 생각에서 시선을 돌리고, 눈앞의 적에게 집중하도록.
그 판단 속, 눈 깜짝할 시간이 지나기도 전, 알’셸은 답을 되돌렸다.
“…모든 장소입니다!”
“뭐?”
“저희 주변 모든 공간에서 적의 존재가 느껴집니다!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제길. 불의 기운 그 자체가 본체이기라도 한 건가.
그럼 우리는 그놈의 뱃속에 자리한 꼴 아닌가.
당장 이 장소를 벗어나야 한다. 본능이 어쩌고 하기 이전에, 적을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
이 자리를 벗어나고, 관측병을 둔 후. 정밀한 조사를 통해 퇴치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 또한, 우리는 선택할 수 없다.
이 장소를 벗어난 순간, 담(淡)이 소환 이후 계속 탐욕스럽게 노리던 마열차의 코어가 적에게 노출되기에.
즉, 이 전투는 도주를 허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적의 뱃속에서 적을 쓰러트릴 방법을 발견하는 것뿐.
“찾아! 뭔 짓을 해서든!”
그렇기에, 고함을 내질렀고.
곧바로 알’셸과 그릭스는 적을 탐지하기 시작했으며.
나와 철인은 온몸의 힘을 끌어모았다.
적을 파악한 순간, 온몸이 불타더라도 적을 소멸시킬 각오를 하며.
그렇게, 4초 정도가 흘렀을까.
“방법을 찾았다!”
그릭스가 알’셸보다 빨리 외쳤고.
“빨리! 본론만!”
“주변에 퍼진 상태론 다른 이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으니, 다른 이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해 곧 다시 실체가 드러날걸세!”
그 말을 듣고 내 뇌는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즉, 담(淡)의 본신은 코어를 흡수할 때 다시 나타날 터.
그때를 노리면 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최악의 악수.
자신의 심장을 내보이며 미끼로 삼는 이가 어디 있을까.
마열차의 코어가 조금이라도 뜯긴 순간, 얼마만큼의 피해가 일어날지 모르는데.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적이, 자신의 본체를 드러내게 만들 방법.
식욕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으니, 먹을 것을 보여주면 된다.
그렇지만, 저놈은 우리가 이 장소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반응했다.
담(淡)이 가진 음식의 기준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코어 이상의 무언가로 적을 꾀는 것은 할 수 없다.
그럼. 남은 것은. 하나뿐. 적이 누군가를 말살하고자, 신경을 돌릴 때.
그 순간. 내 뇌리를 뚫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릭스! 그러면 지금 이 주변 전체가 녀석의 본체냐!”
“그렇다! 그렇지만 적을 공격하더라도, 힘이 닿지 않을….”
“그거면 됐어!”
어떤 방식인진 모르겠지만, 적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저, 어떤 현상으로 인해 적과 닿지 않을 뿐.
그래. 난 한 번 이것과 마주한 적이 있잖아.
이름도 알지 못하는, 끝의 존재.
수정자라는 분류에 속한, 밤하늘의 몸을 가진 자.
그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가 무슨 수를 써도 밤하늘을 공격하지 못하듯.
이 자도 그와 비슷한 상황일 터.
그러니, 부탁하마.
망치에 온 마력을 쏟아 넣었다.
정말, 죽어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그에 맞춰, 망치의 엔진 소리가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제어되지 않은 변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른팔을 타고 오르는 금속 갑주.
중심이 된 손잡이로부터 수많은 고철이 뻗어 나오더니, 하나의 원뿔을 형성했다.
오른팔과 일체화된, 거대한 기병창.
그렇지만, 그것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
수많은 엔진음과 열기.
마력을 빨아먹으며.
단 한 발의 창을 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파일 벙커… 라고 했던가.
모든 힘을 돌출된 쇠 말뚝에 몰아, 주변의 피해를 줄이고, 돌파력을 극대화한 물건. 마치 지금 내가 코어를 지켜야 하는 것을 망치가 알기라도 하듯, 움직이지 않고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물건을 꺼내주었다.
그렇기에, 자세를 잡고, 오른팔을 뒤로 뻗었다.
당장이라도 눈이 감길 정도의 마력을 빨아들이지만, 망치의 엔진은 아직 충분치 않다는 듯, 웅웅거리며 더 많은 마력을 요구했고.
“적이 나타나면 그대로 공격을 퍼부어버려!”
나는 그 마력의 요구량을 맞추고자, 소리를 내질렀다.
마치, 동료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나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붙들고,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우우우우우웅.
다른 이들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 귓가에 들리는 것은, 극도로 커진 엔진 소리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분명, 5초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장전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이어졌고.
몸이 쓰러지기 직전.
우우웅…. 찰칵.
금속음이 들림과 동시에.
“아아아아아아!”
오른팔을 내밀어, 적이 있을 것 같은 장소를 찔렀다.
이어.
쾅.
고통과 함께, 막대한 폭발이 오른팔에서 일어났다.
마력이 해방되고.
금속 기둥이 허공을 내질렀다.
그리곤, 모든 것을 꿰뚫었다.
내 앞 존재하는 모든 것을.
【力?】
허공에선 가슴이 뻥 뚫린 황금빛 불꽃이 나타났으며.
그자의 등 뒤로부터 모든 것이 파괴되어, 기나긴 구멍을 남겼다.
아마, 마열차의 피부까지 다 뚫고, 이계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내가 생각해도, 정신 나간 것 같은 위력.
쿵.
거대한 금속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막대한 힘의 대가는. 곧 내게 돌아왔다.
단 한 발을 발사한 파일 벙커 랜스는 반동으로 내 팔을 뜯어 갔으며.
모든 마력을 뽑아내. 재생할 힘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래도. 목적은 달성했다.
적의 본체가 포착되었으니.
‘공격해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럴 힘도 없었기에.
그저, 가슴이 뚫린 담(淡)을 향해 쏟아지는 공격을 지켜보았다.
나처럼 모든 힘을 담았는지.
자세조차 유지하지 못함에도, 수많은 공격을 날리는 동료들을.
동료들이 뽑아낸 수많은 공격이 적을 내리치려 하고 있었고.
담(淡)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자신의 가슴팍에 뚫린 구멍을 손으로 휘저을 뿐이었다.
완벽한 승기.
저 정도 위력이라면, 저 불꽃을 넘어트릴 수 있으리라.
자동 반격의 피해 또한. 곧바로 대처한다면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터.
그리 믿으며, 눈을 감고 쓰려지려던 순간.
화륵.
불꽃이 타올랐다.
황금빛 불이 세 개.
알’셸이 위치했던 자리에서.
그릭스가 위치했던 자리에서.
철인이 위치했던 자리에서.
공격이 명중하기도 전인데.
공격을 위해 사용했던 부위도 아닌데.
그냥, 타올랐다.
【적…의….】
그제야, 담(淡)은 처음으로 셋을 둘러보았다.
처음으로 뭔가를 느꼈다는 듯.
그렇지만, 곧 흥미를 잃었는지, 다시 코어를 향해 시선을 되돌렸고.
가슴이 뻥 뚫린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진 나를 지나쳐갔다.
불의 발목이라도 잡고 싶지만.
내 안에는 마력의 자투리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증폭조차 불가능한. 텅 빈 내면만 남아있을 뿐.
하하하.
진정한 끝이란 이런 것이구나.
난지도에 나왔던 녀석은 불안정한 녀석이었다.
제대로 된 기둥조차 아닌, 오물에 강림한 화신체.
그들에게 있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그것을, 이 전투로 뼈저리게 느꼈다.
저것은, 싸워선 안 되는 존재라고.
그렇지만, 그대로 쓰러질 순 없기에.
뿌득.
근처에 있던 팔을 물어뜯고. 목 안으로 넘겼다.
분명, 여기엔 조금이나마 마력이 남아 있을 테니까.
그리 믿으며, 살점을 삼켰고.
미약한. 정말 미약한 마력이 돌아왔다.
이걸로. 충분해.
그리고, 증폭을 사용했다.
쾅.
실제론 들리지 않을 폭발.
내 안쪽에서 일어난 폭발을 견디며.
한 번 꿇었던 무릎을 일으켰다.
얼마나 지속될 지 알 수 없는. 몸뚱어리를.
그리고, 우리를 무시하는 적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것을 적의라 판단한 것일까.
몸 전체에 황금빛 불이 피어올라, 시야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저, 뛰어올라 머리를 후려쳤다.
결사의 각오로 내지른 주먹이건만.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내 주먹은 불꽃을 갈랐고.
적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패배했다.
증폭으로 얻은 힘도, 주먹질 한 번으로 모두 바닥났으며.
난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의식을 잃기 직전, 나는 이를 악물고, 담(淡)을 바라보았고.
어디선가. 무언가가 반짝였다.
아마도, 내 뜯겨나간 팔이, 빛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