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22)
마법소녀 아저씨 222화(222/671)
222. 종언 – 화신체 담(淡)(3)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마지막 기억은 모든 것이 실패하고 쓰러졌던 기억이기에.
마력이 정말 미약하게 돌아온 것을 보면,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진 않지만, 마지막 기억이 너무나도 끔찍했었기에.
단 몇 분 만에, 마열차의 최강자들을 모두 몰살한 담(淡)이었기에.
모든 것이 쓰러진 상황에서, 남은 것은 그자가 코어에 다가가는 것뿐이었기에.
최악의 상황이 아니길 바라며,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눈을 떴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쟤가 왜 저기 있어?
시야를 가득 메운 수많은 모자이크 짐승들.
그리고, 내가 봤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창을 든 그림자 지기.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꿈인가.
분명 담(淡)이 아직 살아 움직이는 다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정신 줄을 놓을 만큼 괴상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잠깐 현실을 부정하길 10여 초.
곧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확인하고자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코어.
수많은 모자이크 존재들에게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마치 벽을 쌓은 것처럼 막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코어는 무사하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알’셸이나 그릭스를 비롯한 아군은?
마지막 기억은 분명 내부부터 파열하여 불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재수가 없다면 존재조차 남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각오하며 고개를 돌렸고.
또다시, 현실 부정을 하며 ‘꿈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그들이 불타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소멸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황금빛으로 불타는 셋 주변을 모자이크 짐승들이 둘러싸고 있었으며, 그들은 별 무리를 삼킬 때처럼 자신의 몸을 무너트리며 입을 벌린 후. 뭔가를 삼켰다.
처음에는 시체라도 뜯어 삼키는 건가 하고, 몸을 움직여 그들을 몰아내려 했지만.
조금 움직여 가까이 다가가니, 그들이 삼키고 있는 것은 황금빛 불꽃뿐임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신체 전체를 입안에 집어삼키고 있음에도, 신체는 모자이크 밖으로 떨어져 내릴 뿐.
물론, 그리 황금빛 불꽃을 먹은 모자이크 짐승 또한 무사하진 않았다.
금이 간 신체 사이 사이로 황금색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곧 폭발하며 사라지는 것이 반복되었지만, 그 잔해 속에서 황금빛 불꽃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눈알만 한 불꽃 하나를 소멸시키는 대가로, 한 개체가 사라지는 것은 분명 손해임이 불명하지만, 저들에게 있어서는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그 수가 압도적이었기에.
고개를 들어 어디를 보아도, 마열차의 벽에 달라붙은 황금빛 불을 삼키는 짐승이 있다.
저 멀리 내가 만들어낸 구멍을 보아도, 검은색 무언가가 꾸물거린다.
그리고, 지금 눈치챘지만, 내가 밟고 있는 바닥 또한 그들의 집합체.
바닥을 이루거나 코어를 지키고자 벽을 쌓은 이들은 황금빛 불꽃에 관심이 없는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릴 뿐 움직이지 않아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통제되고 있다는 증거일까.
당장 저 황금빛 불꽃을 뜯고 있는 짐승들도, 빛무리를 삼킬 때처럼 동족 포식을 하는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순서에 맞춰 하나씩 삼켜 갈 뿐.
설령 그 대가로 자신이 소멸할지라도 질서정연하게.
이것으로 아군과 코어에 대한 불안을 거두고, 전투를 바라보았다.
서로를 맞대고 바라보는 전투는, 정반대되는 양상이었다.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가끔 팔만 휘두르는 담(淡).
그와 대비되게, 화려하게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창과 낫을 휘두르는 그림자 지기.
찌를 때는 창이 되었으며, 벨 때는 낫이 되는 무기. 그것을 휘두르며, 내 눈으로도 포착하지 못할 속도로 담(淡)을 계속해서 잘라내고 있다.
그로 인해 황금빛 불꽃이 사방으로 튀지만, 공중에 흩어지는 불꽃은 허공에서 튀어나온 모자이크 짐승이 삼키고.
간혹 그림자 지기의 몸에 붙는 불꽃은 모자이크 짐승이 집어삼키거나, 그림자 지기 본인이 직접 몸에 붙은 부속품을 떼어냄으로써 처리하고 있다.
그리 이어지는 일방적인 난타전 속.
그 움직임만 보면 그림자 지기가 유리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뭔가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담(淡)의 가슴에 뚫린 구멍이 메꿔지고 있어.
저 구멍은 분명 내가 뚫어버린 구멍.
그림자 지기가 잘라낸 몸이 곧바로 차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계속 구멍이 남아있는 것이 이상하지만, 그것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다.
만약, 저 구멍이 복구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다시 간섭할 수 없는 상태로 돌아가나?
그럼 그림자 지기가 저렇게 싸울 수 있나?
지금 그림자 지기의 전투는 물량으로 밀어붙이며, 적을 몰아붙이는 난타전이다.
모자이크 짐승의 숫자가 사실상 무한하게 보이니, 거의 영원토록 이어지는 전투겠지만.
만약 저 구멍이 메꿔짐으로써, 뭔가가 일어난다면.
전투의 천칭이 무너지지 않을까?
그렇다고 한들, 여기서 섣불리 그림자 지기를 도와줄 순 없다.
알’셸도 말하지 않았던가, 저건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 포식자라고.
저 녀석도 담(淡)처럼 코어를 집어삼키지 않을까?
그럼 내가 할 선택은?
둘 다 작살내 버릴 방법은?
그리 고민하며, 근처에 놓인 망치와 팔을 들어 올린 순간.
“야. 다른 애 뒷치기 걱정할 시간에, 네 걱정이나 하지?”
깨지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수없이 겹치면서, 인간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듯한 소리.
그것을 보고, 오른쪽을 돌아보자. 기묘한 생명체가 자리해있었다.
목 아래는 모자이크 짐승과 똑같았다.
다만, 입을 크게 벌린 모자이크 짐승 목구멍 안쪽에서, 그림자 지기의 얼굴이 튀어나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을 뿐.
“그래. 잘 들리네. 물질 세계에 강림하는 건 오랜만이라. 좀 목소리가 이상해도 그건 이해해줘.”
…나타나는 방법과 외형도 괴상한데, 독심술을 쓰는군.
그럼 생각하는 것만으로 대화가 통하겠지만, 그건 내 취향이 아니다.
“원하는 게 뭐지.”
가뭄에 말라붙은 땅처럼, 갈라진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기어 나온다.
마치, 내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변조된 수준으로.
“음. 개인적으로 원하는 건 따로 없는데. 챙길 건 다 챙겼으니까.”
“무슨 소리지?”
그럼 왜 여기 남아있는 거야.
“끝 녀석 좀 뜯어먹으러 왔고, 식사는 충분히 했으니까. 여기 남아있는 건 단순히 친분 때문이지.”
친분은 무슨. 서로 잡아먹으려던 관계 아닌가.
“너랑 내가 친분이 있는 관계였나?”
“너 말고, 녹색 태양.”
“…누구?”
“이름은 모르겠는데, 매번 바꾸고 다녀서. 근데 녹색으로 빛나는 사이코 본 적 없어? 분명 마열차에 타고 있을 텐데.”
아니, 그거라면 알고 있는데….
지금 현 상황이 너무 뜬금없어서 하는 말이다.
우연히 만난 그림자 지기와 제쓰 둘이 아는 사이라고?
연관성도 뭣도 없는 이 둘이?
“아, 제쓰라고 불리는구나. 그놈의 Z 감성은 아직도 안 버렸나 보네. 그리고, 연관이 없기는. 태양과 그림자. 표리일체의 양면성 아니야?”
그림자랑 태양이 아는 사이면 소련에서 빈둥거리는 내 옛 부하도 제쓰랑 아는 사이겠네. 이계에서 우연히 만난 둘이 아는 사이보다 그게 더 설득력이 있겠다.
“하하, 과연 우연일까? 아마, 누가 미리 각본을 쓴 것일걸? 내 덫에 네가 걸린 것부터 말이야. 사실 그때부터 수상하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완벽한 각본은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난 제쓰가 폭주라도 해서 다 날려버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게 무슨 소리지?”
각본이라니.
알’셸조차도 마열차를 만나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대체 누가?
“글쎄?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이야. 궁금한 건 스스로 알아보렴. 이제 슬슬 나도 위험하니까.”
그 말을 듣고, 그림자 지기와 담(淡)의 전투를 바라보았다.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담(淡)의 가슴팍에 생긴 구멍은 더더욱 좁혀져 있었고.
그에 따라 담(淡)의 움직임이 빨라져 갔으며, 황금빛 불꽃은 더더욱 사방에 넓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모자이크 짐승이 희생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창과 낫을 휘두르는 그림자 지기의 몸도 조금씩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칫, 역시 상성이 안 좋아. 물질 세계만 아니라면 직접 필멸성을 부여하면 되는데. 하, 본체도 아니고 화신체를 상대로 이게 무슨 꼴이람.”
…필멸성은 또 뭐야?
“뭘 남 일처럼 말하고 있어. 어서 가서 제쓰나 불러와. 난 위험하면 도망치면 되지만, 너희들은 못 하잖아?”
“전투 시작 전에 진작 호출했었어. 아마 금방 올 거다. 그러니, 필멸성에 대해 정보나 좀 풀어 봐.”
어쩌면, 끝에 대한 정보를 뽑아낼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그림자 지기란 존재는 끝에도 대항할 수 있는 자이기에, 입에 담음도 거침이 없는 것 같고.
“그리 복잡한 건 아닌데. 말 그대로 소멸, 죽음, 상실. 그런 게 없단 소리야. 즉, 끝의 존재에게는 끝이 없다는 이야기지. 정상적으로 기둥을 타고 내려온 화신체 또한 마찬가지.”
음, 벌써 이해가 안 되는군.
그렇지만, 기억 한구석에 담아두면 누군가가 해석해 줄 것이다.
“그럼 필멸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 끝의 존재에게 끝을 부여하면 된단 소리야. 당사자보다 압도적으로 강하거나, 해당 세계의… 음. 이건 알려주면 안 되겠네. 저것보다 더 심한 놈이 내려올 테니. 하나만 말해 줄게. 제쓰는 마열차라는 세계에서 저것에게 필멸성을 부여할 수 있어. 아, 근데 이건 본체의 이야기고. 화신체는 기둥이 내려준 에너지의 총량이나,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긴 한데…. 저건 하필이면 계약도 무시하고 모든 것을 불태우며 에너지를 채우는 담(淡)이라.”
그렇군.
이상하리만큼 이해하기 쉬웠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내 공격이 먹힌 것은 어떻게 된 거지? 네 말대로라면 피해를 입히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텐데.”
분명 내 전력을 담은 공격은 먹혀 들었다.
지금 담(淡)의 몸에 구멍을 뚫고, 지금도 그것에 신경 쓰느라 전투에 집중하지 못할 만큼.
“자격의 유무지. 뭐, 자격이 있더라도 힘과 의지가 없다면 힘들겠지만.”
“자격이란 뭐지?”
“야, 내가 무슨 제쓰처럼 보여? 물어보면 다 대답해 줄 것 같아? 난 지금 여기서 나가도 상관없거든?”
칫.
더 끌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까진가.
하는 수 없이 마음을 접고, 계속 입안에 담았던 말을 내뱉었다.
“제쓰. 보고 있지? 나와.”
“엉? 잠깐. 뭐?”
그림자 지기의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어떻게 알았어?”
느긋한 제쓰의 목소리가 왼쪽에서 들려왔다.
따뜻한 온기와 함께.
“네가 싸움 구경을 놓칠 리 없지. 분명, 어느 순간 와서 관전하고 있었을 거야.”
그래.
어느 시점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제쓰는 와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존재니까.
“이야기는 들었지?”
“음. 그래, 저 화신체에 끝을 부여하면 되는 거지?”
“그래, 녹색 미치광이. 덤으로 좀 처리도 해 줘. 난 집에 갈 거야.”
그림자 지기는 제쓰가 나타남에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싫은데.”
제쓰는 능글맞은 목소리로 그림자 지기에게 목소리를 되돌렸다.
“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다시 그쪽에 붙기라도 하려고?”
“그럴 리 있나, 다만, 그놈들 시선 끌기 싫거든. 난 평화롭게 살 거야.”
“얼씨구, 애들 다 희생시켜서 평화롭게 살면 잘도 잠이 오겠다?”
둘은 정말 친분이 있는 듯, 날 가운데 두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마열차에 들어와서 좀 나아졌나 했더니만, 여전히 이계는 이계였다.
내가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계속 쌓이고 있으니.
“아, 누가 끝을 안 내리겠데? 부여는 진작 끝났어.”
“뭐?”
그 말을 듣고, 나와 그림자 지기는 담(淡)을 바라보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가 고개를 돌려 제쓰에게 시야가 떨어진 순간,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안 하겠다는 건 내가 직접 담(淡)을 끝내지 않겠다는 이야기야. 애초에 이 이야기에는 끝을 보기에 적합한 자가 있잖아?”
그 목소리는, 내 등 뒤에서 들려왔다.
좌측에 있던 제쓰가. 어느새 내 뒤로 움직인 듯.
그리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온 힘을 쏟아봐. 이하람.”
그녀가 내 양어깨 위에 손을 올렸고.
쾅.
마력이 폭발한다.
몸 안쪽이 뜨겁게 들끓는다.
내 만전의 태세보다도 더 많은 마력이.
제쓰의 불을 통해, 내 안쪽을 태우고 있다.
흘러넘치는 마력과 열기에, 이성이 마비되어 간다.
불로 이루어진 오른손에, 망치를 들었다.
가가가가가가가가각.
여태껏 들어 본 적도 없는,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너무나도 강렬하게 회전하여, 회전축 또한 망가졌는지, 근처의 금속을 갈아버리며.
마력은 곧 동력이 되고, 그 동력은 곧 힘이 되어 간다.
피시이이익.
그 와중에, 망치에서 뿜어져 달아오른 스팀이 온몸에 쏟아졌다.
평소라면 뜨겁다고 느끼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분명, 내 몸의 온도가 그것보다 뜨겁기 때문이리라.
“역시 궁합이 좋네.”
제쓰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그에 깊게 생각할 이성이 남지 않았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저 눈앞의 황금빛 불꽃을 쓰러트리는 것.
“그래, 저 노란 놈을 지워 버려. 어디서 태양이 자리한 장소에 불이 떨어지고 난리야? 옛날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딱 좋게 소환되셨어.”
그 목소리를 시작으로, 망치가 변하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철컥.
마상창 형태와 마찬가지로, 금속이 뻗어 나와 내 오른팔을 감싸 안았고.
망치는 자신의 형태를 오히려 작게 변화시켰다.
금박 테두리가 달리고, 은빛으로 빛나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망치로.
다만, 다른 점이 있었으니.
금속의 색은 빛이 바래고, 외장은 떨어져 내부의 기계를 내보였으며.
정 반대쪽에 존재할 무게추 혹은 대칭 형태의 머리는, 절반가량이 잘려 나가 파직거리며 스파크를 뿜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치의 엔진 소리는 더더욱 커졌고.
몸을 맴돌던 열이 머리까지 올라와, 모든 것이 사라지고.
세계에서 나와 망치. 그리고 황금빛 불만이 남은 순간.
쾅.
땅을 박찼다.
주변의 피해는,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다.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본능에 내맡기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 길지 않은 거리지만, 기나긴 시간 돌진한 것처럼 느껴져 온다.
그 와중,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불과 빛이 차오르며, 그 빈자리를 채웠다.
공격에 관여하지 않은 왼팔 또한 마찬가지.
이어, 곧 세상이 그 빛을 잃었다.
그렇기에, 홀로 색을 가진 황금빛 불꽃은, 더더욱 잘 보였고.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망치와 연결된 오른팔만의 감촉이 남은 순간.
나는 그것의 앞에 도달했고.
【…재미있군.】
담(淡)은 처음으로 나를 명확하게 바라보며, 이지가 느껴지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허기가 가셨어. 와라.】
그가 손을 뻗었다.
나는, 내 몸보다도 늦게 따라오는 오른손을 내질렀다.
돌진을 멈추고, 남는 힘을 모두 망치에 몰아 내려찍는.
가장 심플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공격.
키 차이 때문일까.
담(淡)이 손을 뻗고, 난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었음에도.
그 둘은 충돌했으며.
쿵.
막대한 반동이 내 몸을 뒤흔들었다.
실체가 없는 불꽃을 쳤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반작용과 동시에.
그리고, 서로의 공격이 멈췄다.
힘이 상쇄되어, 호각이라는 듯.
씨익.
불꽃이, 내가 웃었다.
서로가 이겼다고 생각한 것처럼.
서로의 공격이 멈춰, 대칭된 상황.
그렇다면, 내 장기가 빛을 발하지 않을까.
【점화】
아득히 먼, 내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동시에, 잘려나간 망치의 뒷부분에서 일그러진 부스터가 생기고.
녹색 불을 내뿜었다.
쾅.
들리지 않을, 폭발 소리와 함께.
눈앞의 황금빛이 산산이 부서졌고.
흩날리는 불꽃을 눈에 담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