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23)
마법소녀 아저씨 223화(223/671)
223. 마열차에서의 마지막.
한차례 수난이 있었지만.
마열차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강자가 여럿 죽었지만, 사망자의 숫자만 따지자면 마열차의 탑승객에 비해 극히 적은 숫자였으며, 그들이 사망한 이유 또한, 새로 올 미래를 멀리한 이가 모두를 죽일뻔한 테러를 했다는 것이 알려졌기에.
그 사실이 퍼지자,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게 줄었다.
강림한 존재를 직접 본 알’셸의 정신 건강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알’셸은 ‘화신체를 본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눈앞에서 아는 존재가 학살당하는 것도 처음이 아니고 말이죠.’ 하며, 담담히 일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계속해서 수행했다.
한 사람이 불러온 세계의 위기는, 그렇게 세계를 바꾸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스러졌다.
그렇지만, 상처가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참여한 장례식처럼 말이다.
그가 옛 시대의 사람이며, 큰 권한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일까.
많은 조문객이 오가고 있지만, 그의 강함과 종족 내에서 지위를 생각한다면, 정말로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특이한 점이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 이상한 장면이 눈에 띈다.
조문객 중 이상하리만큼 다른 종족의 숫자가 많다는 것.
그게 신경 쓰여, 식장을 지키는 이에게 물어보았지만, 자신들 또한 이리 많은 숫자의 이종족과 연이 있는 줄 몰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에 나는 조용히 벽에 몸을 붙이고, 그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마열차의 강자, 그릭스에 대하여.
그가 얼마나 먼 미래를 보았고.
얼마나 우리에게 협조적이었으며.
그를 가장 처음으로 만난 것이 우리에게 있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겨우 30일 이내에 마열차의 개혁을 해내는 것은 나조차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지만, 그의 계획과 정보력에 더해, 그가 주선한 제쓰와의 만남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그는, 자신이 보고 싶어 하던 마열차의 미래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알’셸과 철인이 깨어났기에.
그의 몸이 불타지 않고 남았기에.
그릭스 또한 그럴 줄 알았다.
그는 눈을 뜨지 않았고,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림자 지기가 올 때까지의 짧은 시간을 버티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그 짧은 시간은 버텼지만, 몸이 이미 한계에 도달하여, 그대로 잠든 채 의식을 다한 것일까.
그조차도 아니라면, 사실 담(淡)에게 공격을 가할 때, 이미 모든 수명을 다 쓴 상황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것이 답일지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부검의가 있는 것도 아니며, 설령 안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그릭스가 죽었음은 부정되지 않는데.
“착잡하구만.”
그리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 말 그대로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품에 손을 넣어, 금속 막대를 꺼냈다.
딱.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이빨을 가로질러, 몸의 열기를 빨아들이지만.
착잡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아마, 분노가 함께하지 않는 감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내 몸을 불사르는 분노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
차갑게 가라앉은 감정이기에.
그도 그럴 것이, 그릭스는 나와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대화를 나눈 횟수도 양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있으며, 개인적인 대화는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
즉, 이 장례식도 그저 업무상 아는 사이였기에 참석한 것일 뿐.
그런데 어째서일까.
왜, 머나먼 친구를 떠나보낸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시린 것일까.
후우.
담배를 피우고 싶군.
정말 오랜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을 연기에 담아, 함께 뿜어내고 싶어.
그렇게 나 자신을 다스리며, 조문객의 행렬을 바라보자, 눈에 띄는 것이 보여왔다.
청동색 피부에, 험악한 얼굴을 한.
등 뒤에 불꽃을 단 종족.
즉, 데바의 동족을.
뭐야, 아직 남아있었잖아.
제쓰 또한 모르겠다고 했기에. 정말 절멸한 줄 알았지만.
소수나마 어딘가에서 살아남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종족이 그릭스의 조문객으로 참석한 것을 보면, 그릭스가 그 종족에 은혜를 베풀었거나, 친분이 있단 뜻이겠지.
그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먼저 떠난 이를 생각하며.
그리고,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남아있기로 생각을 바꿨다.
본래 예정은, 그 난리가 났음에도 아무것도 모른 채, 방 안에서 배를 긁으며 자고 있던 운호를 강제 다이어트 시킬 생각이었지만.
지금 이것을 눈에 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그렇게 장례식장 구석에서 잠시 기다린 지 몇 시간.
마침내, 매장 절차가 시작되었다.
관을 매고, 무덤으로 이동하는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그릭스의 종족인 누으 종족은 화장이 기본적인 방식인 듯.
불타는 가마 앞에 관이 높였고, 이것이 마지막 절차인지, 관의 뚜껑을 열어, 눈을 감은 그릭스의 얼굴이 드러나게 하였다.
거기까지는 내가 보던 다른 장례식과 비슷했지만.
이어지는 행동은, 내가 예상치 못한 것이었으니.
주변에 있는 사람 한 명씩. 그릭스의 눈을 열어 눈알을 뽑은 후, 그것을 자신의 품 안에 넣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 상식으로는 굉장히 이상하고 꺼림칙하게 느껴졌지만, 그들은 나와 다른 종족. 다른 장례 문화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그렇기에,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릭스의 눈알이 많았기에, 그 절차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행렬의 마지막에 자리한 이가, 눈알을 뽑아낸 순간.
상주의 역할을 하던 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 저기 부탁드릴 게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굉장히 공손하게. 예의를 차리며.
“예, 어떤 부탁이죠?”
그렇기에 나도 최대한의 예의를 보이며, 답을 되돌렸다.
“다른 종족들에게 괴상하게 보일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저희의 장례 절차입니다. 눈알이 중시되는 저희 종족이기에, 죽은 이가 남긴 마지막 유품으로서 하나씩 품 안에 넣는 것이죠.”
그렇군. 어쩐지 이해가 된다.
“그러니, 마지막에서 두 번째 눈알을. 부디, 이하람 님이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하나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뭐든지.”
“혹시, 그 마지막 눈알에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요?”
마지막도 아니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 눈알이라니. 왜 그런 애매한….
“가장 가까운 이가, 마지막에서 두 번째 눈알을 받는 것이 오랜 전통입니다.”
“…그럼, 상주께서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뇨, 전 단지, 그릭스 님을 가까이서 보았던 부관일 뿐. 가까운 이가 아닙니다.”
“…그럼 혈….”
단어를 채 다 내뱉기도 전에, 그 말을 입안으로 삼켰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상주가 저런 이라는 것은, 그릭스의 혈족 또한 남지 않았다는 의미였을 것이기에.
“…죄송합니다. 실언이었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염치없는 부탁을 드려 죄송합니다. 거북하시다면, 거절하셔도….”
“아뇨,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 말을 화장터에 있는 모두가 귀 기울여 들은 것일까.
상주가 옆으로 물러나 길을 터주고.
내가 발을 움직이자.
그릭스에게 가는 길이 열렸다.
짧지만, 열기가 느껴지는 길이.
그 길을 천천히, 또 천천히 걸어.
그의 옆에 섰다.
조용한 미소를 띤 채.
황금빛 불에 어디 하나 손상된 곳 없이, 편히 잠든 그를.
나는 그의 얼굴을 천천히 관찰하며, 감긴 두 눈 중. 하나에 손을 뻗었다.
한때 강자였다고 느껴지지 않는.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는 보랏빛 피부에 손이 닿았고.
자그만 힘에도 그의 눈꺼풀은 너무나도 쉽게 열렸다.
이어, 눈 안에 손을 집어넣고 살짝 당기자.
너무나도 쉽게 눈알이 뽑혀 나왔다.
살짝 끈적거리고, 살짝 차가운.
그렇지만 청명하고 맑은. 티 없는 눈알 하나가 내 손 위에 놓였다.
그것을 바라본 주변 모든 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으며.
내가 뒤로 물러서자.
상주는 관을 닫고, 천천히 불타는 가마 안으로 그릭스의 시신을 밀어 넣었다.
천천히, 또 천천히.
하나의 눈알만을 남긴 그릭스의 시신은, 타탁거리는 소리와 열기를 내며, 조용히 잠들었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의 안식을 빌었다.
비록 종족은 다르지만.
한 세계와 자신의 종족.
그리고, 다른 종족까지도 지켜낸. 영웅이 편히 잠들기를.
그리고, 그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 * *
자. 그럼, 여기서부터는. 나와 알’셸만이 아는. 마열차의 종말에 대한 비밀이다.
* * *
“코어가 손상되었습니다.”
전투가 끝나고, 비밀스레 나를 부른 알’셸이 꺼낸 한마디.
그에 얼핏 바라본 코어는,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형태였지만, 알’셸이 이런 상황에서 거짓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질문을 버리고 단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손상된 거지?”
“직접적인 파괴나 접촉은 없었습니다만….”
그리 말하는 알’셸은 코어를 흘낏 바라본 후,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이계의 힘과 담(淡)의 열기에 맞닿은 것으로 인해, 코어 일부가 변질되었습니다. 그 덕에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졌죠.”
그리곤, 코어의 상황을 살피려는 듯, 눈을 감고 표면에 손을 올렸다.
그 행동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잠시 나도 침묵했고.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되었을 때쯤.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문제가 뭐지.”
자잘한 문제라면 나를 여기에 불렀을 리 없다.
분명, 어떤 심각한 문제가 생겼기에 나만 부른 것을 터.
“…당분간은 별일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문제가 커지겠죠.”
알’셸은 눈을 뜨고, 미래를 바라보듯 말을 이었다.
“이미 코어는 변질된 부분을 치료 혹은 격리하고자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코어는 수많은 마법과 기술. 그리고 우연한 기적이 겹쳐 만들어진 정밀한 기계 장치. 그 소모량은 예상 범위 밖에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처음엔 별문제가 안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조금씩 코어를 망가트릴 겁니다.”
그 목소리에는, 현실감이 묻어났다.
예상일 것이 뻔하지만, 마치, 그 미래를 보고 온 것처럼.
“그렇게 조금씩 망가지다가, 결국 어느 순간 변질된 부분이 제어에서 벗어나, 그 오염을 흩뿌리기 시작할 겁니다. 그로서 코어의 생산량과 연산량은 조금씩 줄어들고, 어느 순간. 마열차는 파탄 나겠죠.”
“…그때까진 얼마나 시간이 남았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금방 일어날 일은 아니죠. 최소 천 년은 지나야 눈에 띄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만….”
천 년이라, 확실히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지구가 천 년 후에 확실하게 소멸하고, 그 전에 우리는 지구를 떠나야만 한다면.
물론, 자기 세대의 일은 아니니. 별생각이 없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열차에 탄 이들은, 기나긴 수명을 가진 이들 또한 존재한다.
그걸 감안하여, 40년 안에 지구를 벗어나야 한다면.
과연, 사회는 미래에 있을 종말로 인한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대처법은?”
“마법 혹은 기술에 정통하며, 지속적으로 모자란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강자가 필요합니다. 그런 이가, 계속 코어를 관리해야 하죠.”
“강자란 어느 정도?”
“코어 자체가 생산하는 잔여 에너지가 있기에, 그리 엄청난 강자는 아니어도 됩니다. 저의 1/3…. 아니, 1/7 정도여도 충분하죠.”
“마열차의 강자 중에 그런 이가 있었나?”
“그런 이라면 몇몇 존재합니다만. 이하람 님.”
알’셸의 입가가 비틀렸다.
“그들을 믿으실 수 있으십니까?”
그 말에, 나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 말은 너무나도 타당하기에.
그리고, 그 말로서. 알’셸이 하고 싶은 말을 알았다.
“…여기에 남겠다는 이야기냐?”
“예, 라고 하고 싶지만. 그 또한 힘들 것 같습니다.”
알’셸은 이번엔 씁쓸한 표정을 내보였다.
“모든 것을 가진 새로운 지배자를, 마열차의 탑승객이 인정할 것 같진 않으니 말이죠.”
아.
이해했다.
그들은, 알’셸이 사라진다는 조건하에 이번 개혁을 인정한 이들.
별의 종족에 대해 회의감마저 가지고 있어, 개혁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그저 알’셸이 별의 종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다 저 말이 나온 후 찬성한 이들도 상당수.
그렇다면, 알’셸이 남는다고 하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그것이, 코어의 유지라고 하는 대의명분이 있더라도.
진심으로 그를 납득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알’셸이 일으킨 일이라고 믿지 않을까?
나조차도 이리 생각하거늘, 긴 시간 자기 종족을 이끈 이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으랴.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데. 그냥 떠나?”
“그 또한, 하나의 선택지죠. 아무것도 모른 척하고 떠나거나, 사실을 알린 채 떠나거나. 우리는 단지 여기를 잠깐 지나치는 방문객일 뿐이니까요.”
방문객이라.
나도 처음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며 알았다.
이 자들 또한, 살아있는 존재임을.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존재임을.
그렇기에, 이리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니까.
“…다른 방법이 있을 테지?”
저 두 선택이라면, 알’셸 스스로 선택해 고를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이렇게 은밀하게 코어에 올 필요조차 없다.
“예, 다른 방법이 존재합니다.”
알’셸의 시야가 코어의 중앙에 자리한 알’소피아에게 향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 뭔가를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이하람 님. 절 죽인 후, 코어에 시체를 내던져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