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26)
마법소녀 아저씨 226화(226/671)
226. 마법 왕국(1)
대략 7~8일 정도 흘렀을까.
현실 고정기를 마열차에 박아 놓고 온 덕분에, 진행 속도가 아득히 느려졌다.
물론 그것을 후회하진 않았지만.
그건 그거고, 지루하고 짜증 나는 것은 짜증 나는 것이고.
어찌나 지루했던지, 빌딩만 한 지렁이가 우릴 잡아먹으려고 들어, 그놈의 머리통을 망치로 으깬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말았다.
그에 더해, 영 거북한 장면을 보는 것도 정신건강이 악화하는 데 한몫했는데.
“끄아아아악. 영혼이 빨리는 기분이 들어어어어어어요오오오옼.”
쭈욱. 쭈욱.
결국, 마력이 다 떨어진 알’셸이 운호를 붙잡아 빨기 시작한 일.
그냥 건네받으면 될 것을, 만일을 대비해 가장 높은 효율로 흡수하겠다고 한 덕에 저리되었다.
그냥 알’셸이 뭔가를 빠는 것도 꺼림칙한 마당에, 빨리는 대상이 운호인 데다가, 기절한 상태도 아니어서 괴상한 비명을 내지른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아포칼립스가 이 좁디좁은 공간 안에 내려앉았다.
마열차를 뜯어고친 내가 대체 무슨 죄가 있어, 이런 생지옥을 겪어야 하는 걸까.
그런 끔찍한 시간은 어찌 되었건.
너무나도 지루한 나머지, 몇 번이고 마력이 빨려 건어물이 된 운호를 본받아 죽은 듯 잠을 자는 시간만이 유일한 구원이 될 무렵.
“그 시체 놀이 그만두시고 좀 일어나 보시죠.”
“아? 뭐야. 또 지렁이라도 나왔냐?”
왜 사람을 막 깨우고 그래,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는 것도 은근히 힘든 일이라고.
“…우선 입가에 말라붙은 침부터 좀 떼시길.”
“누가 볼 것도 아닌데 뭔 상관이야.”
별일 없으면 자면서 다시 똑같은 꼴이 될 텐데.
그리 생각하며, 조금 각성한 의식을 곧바로 무너트리려는 순간.
“누가 볼 테니 떼시란 말입니다.”
알’셸의 그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곧 도착하냐?”
“예, 좌표도 확인했고, 마침 거기 들어갈 만한 구멍도 있더군요.”
그에 곧바로 입가를 훔치며, 거품표면에 딱 달라붙었다.
“구멍의 안정성은?”
“약간 구성이 불안정하긴 하지만, 큰 문제 없이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생성된 지 얼마 안 된 구멍 같아서 말이죠.”
다행히도 우리가 구멍을 뚫어야 할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를 위해 알’셸과 합도 맞춰 보았건만, 모두 소용없어진 꼴.
그렇지만, 그러한 노력이 모두 증발한 것보단 위험한 공간 파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이 지루함이 끝난다는 기쁨이 몇 배나 더 컸다.
“운호야. 너도 일어나 봐라. 네 고향이다.”
이어, 방문하는 세계의 원주민을 깨우고자 좌우로 흔들어보았으나.
덜렁. 덜렁.
비쩍 말라붙어 거죽만 남은 운호는 내 손을 따라 소시지처럼 좌우로 흔들릴 뿐이었다.
“…이거 괜찮겠지?”
“…괜찮지 않을까요?”
알’셸조차도 시선을 돌리며, 대답을 회피할 몰골이 되어 버린 운호.
여기까지 우리가 안전하게 온 것은 운호가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마법 왕국을 안내해 줘야 할 당사자가 저 몰골이 되었는데, 과연 우리는 마법 왕국으로 마음 편히 들어가도 되는 걸까?
“…들어갈까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일까.
알’셸 또한 내가 붙잡은 흰색 자갈치와 공허한 허공을 반복해서 쳐다보더니, 그리 물어 왔다.
잠깐 어떻게든 운호가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까 생각을 해보았으나.
저 구멍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운호가 언제 회복될지도 알 수 없는 상태였기에.
“그냥 들어가 보자.”
“괜찮으시겠습니까?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것은 대체로 위험성이 높은 일입니다만. 제가 지구에 왔을 때만 해도 곧바로 감시가 따라붙었죠.”
아니, 그건 니 잘못이잖아. 감시 좀 했다고 사람 불태우고, 항성을 떨구려는 미친놈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어.
아, 이거 다시 떠올리니 이놈 쥐어패고 싶어지네. 그래. 참자.
착한 내가 참아야지. 하….
“내가 초대받은 쪽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초대해놓고 그런 것도 준비 안 해놨겠냐.”
심지어, 여왕 아닌가.
한 세계를 다스리는 절대군주.
운호의 말에 따르면 여왕이 말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옳은 말이며 진리가 될 수준이라는데,
그런 존재의 손님을 아무렇게나 다루지는 않을 터.
“그러니, 가자.”
그리 말하며 정면으로 손을 뻗자.
“그럼,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알’셸은 그리 말하곤 조용히 마법진을 흔들었고.
우리가 타고 있던 검은 거품은 내가 손을 뻗은 방향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
순식간에 쪽팔림을 느낀 나는, 나아가려고 했던 방향을 향해 손을 뻗은 것이 아니라는 듯, 그대로 손을 고정한 채, 진행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 앞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허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장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이계에서 거의 모든 장소는 그런 검은색 공허이니.
그렇지만, 알’셸의 시선엔 무언가 다른 것이 보이는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고.
어느 순간, 내 주변에 항상 존재하며 흩뿌려지던, 의지가 사라지고.
뭐라 표현하지 못할, 전능감과도 비슷한 감각이 사라짐과 동시에.
감각이 검게 물들었다.
* * *
감각이 검게 물든 것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아마, 정말 한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수많은 감각이 나를 향해 닥쳐들었다.
무한한 공허를 여행하며, 잊어버렸던 것들.
내리쬐는 태양의 따스함.
몰아치는 대기의 부드러운 흐름.
어디에나 존재하는 미약한 백색 소음.
눈을 찌르는 형형색색의 존재들.
검은 침묵만을 보며 잃어버렸던 것들이 모여, 나에게 들이닥쳤다.
평생 장님이었던 사람이 처음으로 눈을 뜨고 세상을 보면 두통이 생긴다고 했던가.
저게 진짜인지, 단순한 낭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계에 오래 체류함으로써 감각이 뒤틀린 상황이라면, 그와 비슷한 일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정보를 접하며, 뇌가 인지 가속이라도 걸린 듯,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으갸갸갸갸갹.”
“아,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감각 차단하시길. 조금씩 해제하면 됩니다.”
옆에선 바람 소리와 함께 태평한 알’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평소의 나였다면 그에 당연히 화를 내겠지만, 지금은 머리에 이는 두통이 더 심각했기에, 화내는 것조차 잊고 그 말을 따랐고.
곧바로 감각이 조금 둔해짐과 동시에 두통 또한 잦아들었다.
“…후우.”
“좀 괜찮으십니까?”
“…저번에 나갔다 들어왔을 땐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그때는 존재와 지식, 상식에 대한 상실감과 혼란이 있었을 뿐.
이런 식의 감각 폭주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는 세이니가 현실 고정을 지속했잖습니까. 당연히 지구와 같은 환경처럼 느껴지기에, 그런 부작용이 덜했겠죠. 체류한 기간이 훨씬 짧았던 것도 있지만 말이죠.”
아, 그러신가요.
그리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푸르른 하늘과 넓게 펼쳐진 도시.
마법 왕국이란 이름의 세계였기에, 판타지스러운 장소를 생각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마치 우리 세계의 현대식 도시와 비슷했다.
높게 솟은 마천루, 비슷비슷한 사각형 건물.
건물 사이에 난 기나긴 도로들.
…아니 그냥 암만 봐도 지구인데.
하늘도 푸르고, 구름도 있고, 태양 빛도 쨍쨍하다.
색마저 우리와 같은 세계.
도로가 흰색 내지는 회색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지구 어딘가는 저런 도로를 깔지 않았을까.
“…여기 지구 아닌 거 맞지?”
“예, 지구는 아닙니다. 마법 왕국인지는… 모르겠군요. 전 운호 님이 알려준 좌표로 왔을 뿐인지라.”
설마 이 난리를 치고 잘못된 세계로 왔다고 하면, 운호 놈을 정말 이계에 버려놓고 오리라.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으니.
귓가에 몰아치는 바람 소리를 느끼며, 소리를 높였다.
“왜 우리 하늘에서 추락하고 있는 거냐.”
“구멍 위치가 그런 걸 어떡합니까. 저희가 뚫은 것도 아니고, 그냥 뚫려있는 구멍만 봐서는 세계 어디로 연결된 것인지까지는 모르니 말이죠.”
아, 이계 여행에 그런 위험성도 있었어요?
그럼, 거기서 살아남은 알’셸은 행운도 겸비한 진짜 스폐셜리스트겠네.
차라리 우리는 높은 상공이기라도 하지.
재수 없으면 구멍 타고 들어왔더니 S급 영웅들이 모여있는 회의장일 수도 있단 소리 아냐.
일단 좀 멈춰 볼까.
그런 생각으로 의지를 담아, 허공에 발판을 생성하려 해 보았으나.
“…!?!?!”
빙글.
내 몸은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했을 뿐.
발아래 발판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 덕에 치마가 반쯤 뒤집히며 내 입가를 뒤덮었고.
“응브븡븝?”
“뭔가 발판을 생성하시려고 하신 것 같습니다만, 여긴 이계가 아니니 의지 발현은 당연히 안 됩니다. 상당히 꼴사나우시군요.”
저 망할 문어 새끼가.
그리 욕설을 내뱉고 싶지만, 마력으로 강화된 내 마법소녀 옷은 내 입가를 틀어막을 뿐이고.
결국, 온몸을 비틀고 나서야,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더럽게 불편하네!”
“이계에 있다가 오면 다들 그리 말하더군요.”
그래, 그 의지를 통한 현실 조작. 진짜 편하네.
이계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없어지고 나니 알겠다.
내가 무슨 수백 년간 이계에 있던 것도 아니고, 뭔가 의식이 날아갔던 시간을 제외하면 두 달가량 있었을 뿐이었거늘.
손발을 다루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의지를 이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그거 우리 세계에서 사용하는 방법 없을까.”
아니, 진짜로.
발판 만드는 것만 가능해도 내가 어지간한 O급 그냥 두들겨 팰걸?
발판에 신경 쓰느라 낭비되는 힘도 장난 아니고, 공중전이라 제대로 힘을 못 넣을 때가 많은데, 이계에서는 의지로 다 커버되었단 말이다.
“이계침식 쓰시거나 마법 배우시길.”
둘 다 싫어.
하아.
하는 수 없지.
한숨을 내쉬고, 문어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넌 착지 방법 있지?”
철컹. 철컹.
내 질문과 동시에, 망치에 마력을 담아 부스터를 만들었고.
“없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하람 님이야말로, 힘 조절 못 하시고 주변에 피해 안 끼치게 조심….”
알’셸 또한 웃으며 나나 잘하라는 듯 농을 던졌지만, 그 말은 채 끝나지 않았다.
뭔가가 느껴졌기에.
거대한 마력의 흐름.
그에 곧바로 반응한 우리 둘의 시선이 같은 장소로 향했고.
2초도 되지 않아, 거대한 불구덩이가 우릴 향해 날아오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다.
“…망할.”
그리 강한 마법은 아니었으나.
크기나 범위가 너무나도 넓었고.
하필 내가 약한 공중전이였기에.
나는 폭발에 휘말려 지면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알’셸 또한 뭐가 꼬였는지, 나와 달리 폭발 자체는 막았으나, 그 충격파는 막지 못한 듯. 나와 함께 지면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력장 형성 방해. 마력 차단. 마법 주창 차단. 강제 코드 삽입. 다 별거 아닌데 숫자로 밀어붙이면 뚫리긴 하는 법이군요.”
그리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변명을 늘어놓는 알’셸.
그런 꼴사나운 추락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아까 그 화염구에 추락 속도 향상이나, 끌어당기기 같은 마법이라도 짜여 있던 것일까.
10여 초도 되지 않아.
쿵.
우리 둘은 생각보다 작은 소리를 내며 지면에 충돌했고.
저 머나먼 상공에서 추락함으로써,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몸을 강제로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하여 시야에 들어온 것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존재.
그들의 외형은 운호와 비슷하게, 일반적 시선으로 보면 상당히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손들고 항복하라, 침략자여. 얌전히 있으면 추방으로 끝날 것이다.”
그들이 내뱉은 말은 빈말로도 귀엽다고 할 수 없었다.
수많은 동물형 존재와 날개를 단 요정형 존재들이 우릴 향해 손을 뻗고 마법진을 겨누며 내미는 협박.
“이하람 님?”
“왜?”
우리 둘은 그에 얌전히 손을 들고, 서로를 향해 속삭였다.
“손님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맞는데.”
“그럼 지금 이건 뭐죠?”
“난들 아냐.”
운호야 살려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