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28)
마법소녀 아저씨 228화(228/671)
228. 마법 왕국(3)
우리가 저지른 짓이긴 하지만, 운호의 명예를 위해 마력 씨앗에 관한 이야기는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합의를 보고 한 시간이 흘렀다.
운호도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뭔가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아, 빈둥거리는 시간이었으나.
“으아…. 끔찍한 악몽을 꿨어요.”
갑작스레, 운호가 그리 말하며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무슨 악몽이었길래.”
이리 물어보긴 했지만, 사실 내 속마음은 곧바로 운호를 닦달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라도 운호의 호감도를 쌓아 둬야 마법 왕국에서의 생활이 편해질 것 같으니. 이리하는 것이 옳으리라.
“괴상하게 생긴 B급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이 절 빨아들이고, 믿었던 친구는 저에게 이상한 음식을 계속 먹이더니, 마지막에는 외계인과 거래해서 저에게 녹색 약을 먹이며 팔아넘기는 꿈이었어요… 포요오….”
“개꿈이네.”
세상천지에 어떤 나쁜 놈이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아마 이계가 운호의 정신에 너무나도 크나큰 악영향을 미친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운호가 기뻐할 소식을 전해 주자.
왠지 모르게 알’셸이 날 한심하단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이리라.
“그런 악몽은 잊어버리고, 저 아름다운 빛이 쏟아지는 창문을 보자, 뭔가 익숙하지 않니?”
철창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은 아마 그리운 세계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을까?
“감옥이네요. 포요. 또 무슨 짓을 저지르신 거죠? 이하람 님? 또 자길 여자아이라고 불렀다고 지나가던 선량한 시민을 폭행했나요?”
아니, 그건 내 잘못이 아니지, 세상에 딱밤 한 대 맞았다고 두개골에 금이 가는 놈이 어디 있어. 그놈이 칼슘 부족이었던 거야.
심지어 난 정밀하게 힘 조절을 했었다고.
아니, 이것도 아니지.
“그런 거 말고, 우리가 감옥에 있는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 테니, 저 햇빛에서 무언가 느껴지지 않니?”
“전혀 없네요. 포요”
망할 운호 놈.
내가 이리 분위기를 잡아 줬는데 아직도 눈치를 못 채다니.
“운호야.”
“네.”
“저 빛은 네 고향의 햇빛이란다.”
“제 고향은 감옥이 아닌데요.”
좁쌀만 한 뇌 같으니라고.
“마법 왕국이라고 새꺄.”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된 나는, 결국 손을 휘두르고 말았고.
콰직.
그대로 운호가 벽을 향해 내달렸다.
아, 망할.
그리 참았거늘, 운호의 고향에서 폭행 스택을 하나 추가로 적립할 줄이야.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진 후였고.
운호가 탱탱볼이 되어 튕겨 다니건, 슬라임이 되어 벽에 달라붙건. 나름 대처할 준비를 했으나.
“예? 정말인가요 포요?”
운호는 내 예상과 다르게. 허공에서 마법진을 생성하며, 벽에 수직으로 매달렸다.
“…순간 영창에 공간 고정?”
그에 알’셸은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 뒤에서 속삭였으나.
지금 저것과 관련되어 뭔가를 되물었다간, 기나긴 설명을 듣게 되리라.
그러니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운호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구멍을 통해 마법 왕국에 왔는데.”
“예.”
끄덕.
운호는 벽에 수직으로 매달린 채, 고개를 수직으로 뻗어 나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턱을 짚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다는 기행을 선보였다.
“오자마자 폭격당하고, 손님으로 왔다고 하니까 감옥에 처넣더라.”
“아, 폭격은 당연한 거죠. 포요. 적이 왔으니까요.”
이야기가 없는 세계라고 했으니 적들이 폭발할 걱정도 없어, 확인도 없이 그리 폭력적인 선빵을 때리는 것이야 이해가 간다만.
“폭격은 누구 죽거나 다친 것도 아니니 그렇다고 치고, 왜 난 너희 여왕님 손님으로 왔는데 그게 전달이 안 된 거냐.”
네 말로는 절대 왕정이라며.
“아, 여왕님은 소통을 잘 안 하시는 편이라, 전달이 안 되었을 수도 있어요. 포요. 여왕님의 말씀이 절대적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대표 의회에서 처리하거든요. 심하면 세대가 바뀔 때까지 한마디도 안 하시는 일도 있지 뭐예요.”
말을 듣고, 잠깐 정신이 멍해졌다.
뭐 저런 기묘한 구조가 다 있지.
절대 왕정이지만, 대부분의 행정 처리는 의회에서 한단 소리 아냐.
아 그래, 찾으면 어딘가 있을 수도 있긴 하겠다만.
그렇지만, 이런 건 예상 못 했는데.
“아니, 초대를 줬으면, 안전 보장은 해 줬어야 할 거 아냐. 뭔 왕국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따위야.”
“여왕님 생각을 제가 어찌 알겠어요.”
갑자기 짜증이 치솟네.
초대 한마디만 믿고 왔는데, 대체 이게 무슨 꼬락서니야.
이러다가 여왕 얼굴 보겠다고 몇 년은 기다려야 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차라리, 이대로 왕궁으로 쳐들어갈까?”
알’셸을 방패 삼아 모든 마법을 막아낸 다음에. 내가 불도저처럼 밀고 가는 거지.
“아… 그건 관두시는 편이 좋으실 거예요. 포요.”
“왜. 또. 뭐가 문젠데.”
“그, 여왕님 왕궁을 지키는 수호대가 좀 많이 세요.”
“세 봐야 얼마나 세다고. 아무리 좋게 쳐줘 봐야 O급 수준….”
그거라면 잠시는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버틸 수 있다는 소리는, 그대로 여왕 앞까지 쳐들어가 답을 받아낼 수 있다는 뜻이고.
그러니, 가자 운호야. 안내해.
그리 마음먹고, 망치를 소환하고자 손도 뻗은 순간이었지만.
“화신체를 단독으로 막아요.”
운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모든 것을 틀어막았다.
“뭐?”
“예?”
어찌나 당황했는지, 저 멀리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알’셸도 반응할 정도로.
“그. 저희도 워낙 싸운 시간이 길다 보니, 화신체가 떨어진 경험이 있는데. 그럴 때만 유일하게 왕궁 수호대가 밖으로 나와서 그것들을 처리해요. 저도 역사로만 읽어서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긴 하지만요. 포요….”
운호는 자기가 말해 놓고도 정말 그렇게 강하다는 자신이 없는지, 끝에 가서는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긴 했지만, 여기서 굳이 허풍을 치진 않으리라.
화신체를 단독으로 때려잡는다고?
자기들 홈그라운드라는 이점도 있고. 아마 필멸성도 그 여왕이라는 작자가 부여한다는 가정하에….
아니, 그걸 감안해도 너무 센데?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하게 정상적인 화신체인 담(淡)이 당장 지구에 떨어지면 모든 영웅이 달라붙어도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판에. 그걸 단독으로 막는다고?
여긴 대체 얼마나 강한 세계지?
“왕궁 수호대의 총인원 수는 얼마나 됩니까?”
어지간히 당황했던 것일까.
내가 운호와 대화함에도 불구하고, 알’셸이 끼어들었다.
그에 내가 뭐라 한마디 쏘아붙여도 되겠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 질문은, 나도 묻고 싶었던 것이기에.
“정확한 숫자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현실 같은 장소에는 항시 3명 정도가 대기하고 있어요. 몇 번 뵌 동안 본 얼굴은 다 해서 다섯이었어요! 포욕.”
3명 정도가 항시 대기라.
많아도 두 자릿수는 안 되겠군.
음. 이렇게 된 이상 왕궁으로 간다는 턱도 없어 보이는데?
“알’셸 네 생각은 어떠냐?”
“뭐가 말입니까?”
“왕궁으로 쳐들어가는 거.”
“전 아직 죽기 싫습니다만.”
전혀 상관없는 대답이었지만, 충분한 대답이기도 했다.
나도 반대하고, 알’셸도 반대하고, 운호도 반대하니.
왕궁 습격 작전은 만장일치로 기각.
그럼 처음 생각했던 대로 가야겠군.
“운호야.”
“네?”
“네 준장 권한으로 우리 신변보증은 해줄 수 있냐?”
여왕 앞까지는 못 가더라도, 적어도 이 감옥에선 좀 빠져나가 보자.
그 뒤는 어떻게든 되겠지. 여왕의 답변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건, 어떻게든 여왕과 알현을 할 각을 만들건.
“그거라면 되죠! 저만 믿으세요!”
운호는 그리 당당하게 말한 후, 철창 앞으로 가 크게 외쳤다.
“준장 운호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들을 풀어 주길 바란다! 포요.”
와, 어투 구려.
* * *
운호를 앞세워 감옥을 빠져나간다는 계획은 절반 정도만 성공했다.
“포요? 왜 다들 저희를 둘러싸고 계시죠.”
감옥은 빠져나왔지만, 대신 우리를 맞이한 것은. 더 심각한 것이었으니.
“운호 준장. 지금 그대가 왜 여기 있는가.”
푸른 나비의 날개가 달린 여성형 요정 하나가, 정장을 차려입은 채, 우리를 둘러싼 포위망 사이에서 천천히 건너와 그리 입을 열었다.
어투를 들어 보면, 우리 둘에게 관심 없이 운호만을 지목한 말이었기에, 운호와 아는 사이인가 했으나.
“그…저기. 누구세요? 포요.”
운호는 자기 지인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지, 불안에 떨며 그리 입을 열었다.
“…운호 그대는 아직도 그러는군. 자네 상관인 대장 아프일세.”
“아! 아! 아프 대장님. 물론 기억하고 있어요. 포요.”
저거 빼박 기억 못 하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운호의 신변도 확인된 것 같은데 저것들은 왜 우리를 노려보지.
지금 당장 공격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뭔가 명백한 적대감이 느껴진다.
마치, 아군인지 적군인지 판단하려는 듯.
영 불길한데.
“야, 알’셸.”
그렇기에, 운호와 아프가 시선을 나누는 동안 목소리를 낮추고 알’셸에게 말을 던졌다.
“왜 그러십니까?”
“저거, 어떻게 생각하냐.”
“저 요정 모양 대장 말씀이시죠?”
“그래.”
“강함은 아마 저보다 한 단계 아래…. 어지간한 강자급이군요. 싸우면 승리할 순 있겠습니다만, 상당히 긴 전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군.
내가 잘못 본 건가 했더니만, 말도 안 되는 강자가 눈앞에 걸어 나왔다.
알’셸과 엇비슷한 급이 평범하게 등장해 운호를 맞아 준다라.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가 우리를 적대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도망가야 할지도 모르겠군.”
“…동감입니다.”
“미리 준비해 놔. 들키지 않게.”
그리 속삭이며, 나는 손안에 쇠 구슬들을 형성했다.
“예.”
알’셸 또한 몸을 탈력시키고 편한 자세를 취했기에, 마법을 시전하나 했지만, 마력이 흐르는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자기 나름의 은밀한 마법 영창 방법이리라.
그렇게 우리가 계획을 짜는 사이에도 운호와 요정 대장 사이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래서 제가 이렇게 고향에 돌아오게 된 거예요, 포요!”
“그렇군.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겠다.”
“그럼 다행이네요! 그 대장님, 그러면 저분들의 신원도 보증되었으니, 그냥 풀어 주시면….”
어찌저찌 운호가 설명에 성공했는지, 그런 대화가 오가고 있었으나.
“아쉽지만, 안 되겠군. 운호 준장. 그리고 자네들. 그대들은 여기서 추방당해 주어야겠네.”
칫.
여기서도 멀쩡히 안 굴러가는군.
그에 곧바로, 물리 장벽도 펼치지 않은 채, 마법진을 그리는 마법사들을 쇠 구슬로 저격하려 했으나.
“포요?! 어째서죠? 제 권한으로 이분들의 신원 보증은 충분할 텐데욧?! 설마 절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죠! 포요! 전 결백해요!”
괴상하리만큼 화난 운호가 그리 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교전은 뒤로 미뤄졌고. 그에 허공에 떠다니며 우리를 노려보던 아프 대장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운호 준장. 그대들이 억울한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 우리 세계는 다른 존재나, 다른 장성을 세계에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네. 아쉽지만 조금 더 이계를 떠돌다 진입해 주길 바라네.”
음? 뭐지.
말하는 것만 들어 보면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뭔가 자기네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물론, 그렇다고 한들 더 이계를 떠돌다 오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러니까!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여왕님께 이 사실을 고하겠어욧!”
와, 운호 믿음직스러워.
운호가 생각지도 못하게 도움이 되었기에, 운호를 믿으며 교전을 미뤘다.
그리하여, 운호가 만들어 낸 잠깐의 정적이 우리 사이에 흘렀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아프 대장이 입을 열었다.
“여왕님은 현재 잠드셨네. 앞으로 한 달간은 일어나지 않을 예정이지. 이걸로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믿네. 운호 준장.”
여전히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었으나.
운호에게는 다른 듯, 운호의 태도가 급격하게 변하였다.
“…설마. 선거철…인가요?”
“그렇다네. 그럼, 행운을 빌지.”
운호의 입에서 말도 안 되는 단어가 튀어나옴과 동시에.
아프 대장이 손을 흔들었고.
우리를 향해 마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