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40)
마법소녀 아저씨 240화(240/671)
240. 격돌(1)
“아저씨 더 빨리는 못 갑니까?”
“갈 순 있는데, 제 벌점이 이미 많이 쌓여서 말입쇼. 급하신 일이라도 있는지요?”
택시… 는 아마 아니겠지만, 택시 비슷한 공중 부양 상자를 타고 가는 도중이건만, 늦을 것 같아 택시 기사님에게 묻자 돌아온 답변.
…벌점?
그 무시무시한 단어가 신경 쓰였지만, 솔직히 말해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그와 관련된 생각을 접었다.
“아 저희가 정오까지 중앙 추모원인가? 거길 가야 해서 말이죠.”
“정확하게는 중앙 추모원 부속 공원입니다.”
알’셸이 내 말을 정정해 주었다.
솔직히 부속 공원이라는 이름을 보면 추모원 옆에 달려있을 테니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음? 손님. 거기라면 오늘은 봉쇄되었는데 말입쇼. 뭔가 군부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통지가 내려왔습니다.”
엉? 뭐야.
이거 공식적인 행사였어?
“운호야, 넌 들은 거 있냐?”
“제가 들었으면 이하람 님도 아셨겠죠?”
그도 그래.
요 며칠간은 계속 운호랑 같이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먹고 먹고 했으니.
그런 우리 둘에게 질린 것일까.
최근 밤을 지새며 수척해진 알’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뉴스도 안 보셨습니까? 군부 선거 때문에 봉쇄한다는 대대적인 통보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만, 양식이 있는 이라면 단박에 눈치채겠죠.”
뉴스? 그런 거라면 며칠 보니 지루해져서 드라마만 봤다.
막장 드라마에 전혀 안 어울리는 동물들이 서로 뺨을 치는 것도 익숙해지니까 꽤 흥미진진하더라고.
“아, 맞다 그거였습니다. 손님. 그래서 그쪽으로는 못 가게 되었습니다만,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음. 우리가 그거 관련자인데 말이지.
그런 생각이 들어, 운호의 목덜미를 붙잡아 기사 옆에서 흔들어 주었다.
“얘 보이시죠?”
“안녕하세요.”
운호는 태평스레 내 손에 들린 채 인사를 했고.
“음.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누군지는 모르겠군요.”
벌점이 쌓였다고 하시던 택시 기사는 앞도 보지 않은 채 택시를 몰며 운호에게 시선을 맞췄다.
왜 벌점이 쌓였는지 잘 알겠네.
“얘가 그 선거에 나오는 군인입니다. 그래서 거기까지 가야 하거든요.”
“흠? 정말입니까?”
“예, 정말이에요. 포요.”
“정치인이건 군인이건 어느 쪽으로도 안 보이는데 말이죠.”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도 어쩌다 이런 인생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중앙 사령부에 검사를 받으러 안 갔어야 했나 봐요. 포요.”
그건 네 인생이 처음부터 끝장나있어서 그런 거란다 운호야.
지금 와서 면제 대신 입대한 걸 후회해 봐야 무엇하니.
“이 녀석 인생은 어찌 되었건, 저희가 거기로 가야 하거든요. 아마 중간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 녀석을 보여주면 해결될 겁니다.”
“흐음.”
그에 택시 기사는 뭔가 고민하는 듯, 여전히 정면을 보지 않은 채 운전하며 긴 목울음을 내뱉더니.
“어디 보자, 아까 정오까지 가셔야 한다고 하셨죠?”
침착한 목소리로 그리 되물어왔다.
“예, 정확히 정오에. 그…. 부속 공원에 가야 합니다.”
“그 부속 공원이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있는 데다가, 지금 길이 좀 막혀서 좀 힘들 것 같군요.”
음, 가 주시긴 할 모양이다.
그럼 조금 늦어도 괜찮지 뭐, 로니아 그 돼지 녀석도 삼자 회담 때 조금 늦었었는데.
“뭐, 조금 늦어도 상….”
내가 다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알겠습니다. 그럼 꽉 잡으십쇼! 최고속으로 달릴 테니!”
택시 기사는 외침과 동시에. 마력을 폭파시켰고.
대지 위를 약간 떠서 날아다니던 상자는.
하늘을 날았다.
* * *
정오에서 약 5분 정도가 지난 시간.
여기서 텔레비전을 탐독하며 알아낸 바로는, 정확하게 따지자면, 이 세계는 하루가 28시간이고, 1시간은 40분 정도란 개념적 차이는 있지만. 어쨌건.
하늘을 날던 택시는 공군으로 보이는, 뭔가 이것저것 많이 단 요정들에게 격추당해 추락했고.
우리는 무사히 약속 장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늦었군.”
택시의 추락과 동시에, 밖으로 튕겨 나와 땅을 뒹군 우리를 반겨 준 것은 파르 중장의 한마디.
“아….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말이죠. 죄송합니다.”
그리 말하며 몸에 묻은 흙을 털고 일어서자.
“오호. 이런저런 일이란 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네만.”
뒤쪽에서는 뭔가 화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로니아 대장, 늦어서 죄송합니다.”
나는 그에 전혀 미안함이 담기지 않는 사과를 건넸고.
“…그것 말고도 사과할 일이 이것저것 있을 텐데.”
고개를 돌려, 시야에 들어온 로니아 대장의 얼굴은 꽤 난폭한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여태껏 보았던 로니아 대장의 얼굴이 동화에서 볼법한 데포르메 돼지나, 저금통과 비슷했다고 한다면, 지금은 포악한 멧돼지라고 해야 할까.
덩치도 커진 데다가 눈매도 찢어지고, 분홍빛 피부에는 두꺼워 보이는 털이 솟은 채 푸륵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정말 내가 시베리아에 있을 때 잡아먹은 멧돼지와 비슷해 보였다.
분명, 파르 중장이 말하길 이 세계 애들은 외형을 자기가 결정한다고 했었지, 그럼 저게 로니아 대장의 전투 형태인가.
분홍빛 돼지보단 사나워 보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흰 날개와 돼지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사과할 일?”
떠오르는 게 없는데.
“…뻔뻔하기 그지없군. 이런 보복 방법은 난생처음이군 그래.”
정말 뭘 말하는지 기억나는 게 없건만, 로니아 대장은 더욱 화가 솟구친 듯, 그 몸을 더욱 부풀리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렇지만, 곧 그 격한 숨결과 분노는 빠르게 정리되어, 남은 것은 근육이 늘어난 하나의 멧돼지뿐이었고.
“우리의 적은 파르 중장이니 폭격이 그쪽에 집중될 예정이긴 하지만, 혹시 아는가? 눈먼 폭탄 하나가 떨어질지. 그러니, 잘 피해 보도록.”
누가 듣더라도 명백한 협박을 하며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에 화를 내야 마땅하건만, 요 며칠간의 기름칠로 두둑해진 내 마음엔 평온이 가득해 화가 솟아오르지 않았고, 그 대신 다른 무언가가 내 안에 떠올랐다.
“아. 로니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가?”
협박했음에도, 친한 듯 말을 건넨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로니아의 눈가가 격하게 씰룩이기 시작했으나. 나는 그것을 반쯤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 저…. 택시? 이거 번역 제대로 되려나. 저분이 우리를 실어 나르느라 자기 생계 수단이 개박살이 났는데 저건 군 비용으로 처리되나?”
그런 내 질문에 맞춰.
“으아악!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포요!”
운호는 비명을 내지르며, 의식을 잃은 택시 기사를 불타는 공중 부양 상자에서 끌어내었다.
그 와중 알’셸은 모든 게 허망한 듯, 탁한 눈으로 저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뭐 괜찮겠지.
“…파르 중장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취미라도 있는 겐가?”
아니, 내가 한 게 아닌데.
난 좀 빨리 가달라고 했을 뿐인데, 저 정신이 이상한 택시 기사가 폭주했을 뿐이라고.
“후. 저자의 손해는 내 사비로 해결하도록 하지. 그러니 이제 좀 진행해도 되겠는가?”
“…이미 10분이 지났다. 빨리 진행하도록 하지.”
언제나 나무토막 같은 파르 중장은 그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뒤쪽에서 아무 말 없이 우리 대화를 지켜보다 앞으로 나왔고.
불타는 상자와 택시 기사는 어디선가 나타난 동물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 시야에서 사라졌으며.
그것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운호가 우릴 향해 다가왔다.
“우웅…. 택시 기사님 괜찮으시겠죠? 포요.”
음. 아마 저 택시 기사라면 어딜 가든 멀쩡하지 않을까.
마법 왕국의 마스코트들이 단체로 미쳤다는 걸 증명해 주는 산 증인이니까.
내가 비행기도 떨어트려 본 경험이 있지만.
적어도 그건 내가 괴수한테 꼬라박은 거지, 비행기 기장이 갑자기 이 길이 더 빠르답시고 꼬라박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게 내가 이 충격적인 경험에 대해 생각을 하는 도중.
“마침내 셋이 모였군. 그럼 진행하도록 하지.”
로니아 대장이 두터운 양손을 부딪치며 사람들을 주목시켰고.
“이렇게 셋이 모였으니, 우선 전투방식을 결정해야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로니아 대장 자신이 진행자가 되어 이 난장판을 멈추고 진행하려던 순간.
“데스매치. 누가 되었든 마지막 한 명이 서 있는 팀이 승리한다. 단, 의도적인 살상 마법 사용을 금한다. 이걸로 충분하지.”
파르 중장이 끼어들어, 만족스러운 규칙을 늘어놓았다.
그 방법은 우리 또한 큰 불만이 없는 것이었기에.
“우리도 저 방식에 동의하지.”
찬성표를 던졌고.
파르 중장과 나는 남은 한 명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도 그 룰에 대해서는 찬성하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네.”
“그럼, 뭐지? 여기까지 온 마당에 전투 규칙과 참전 인원을 확인하는 절차 말고 더 필요한 것이 있나?”
“우리 쪽은 셋밖에 없으니, 그 참전 인원 확인은 두 분만 해 주시면 될 것 같은데?”
어정쩡한 로니아 대장의 답변과.
딱 부러지는 파르 중장의 질문.
그에 나는 덤으로 로니아 대장을 비꼬았으나.
“그렇군요. 이리 규칙이 정해졌으니, 이제 제가 이 전투에 입회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섭도록 싸늘한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
세계가 짓눌리는 감각.
이것은 느낀 적이 있다.
화신체의 존재감.
담(淡).
그렇기에.
곧바로 망치를 뽑고.
모든 리미터를 풀었다.
내 안에 담긴 기억이, 그러한 행동을 하게 만들었으나.
“마법소녀 님. 그 힘을 거두어주시길. 이 전투는 비살상이 기본 원칙입니다. 그 규칙을 깨시려 한다면, 제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뽑아낸 망치와 폭주하려는 마력은.
누군가가 내 어깨에 올라탐으로써 얼어붙고 말았다.
냉기에 얼어붙는 것이 아닌, 단순한 압박감으로 인하여.
“…누구냐.”
그에 나는 왼쪽 어깨에 올라탄 이를 바라보았고.
“음. 소개가 늦었군요. 이 전투에 입회하게 된. 수호대. 리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죠.”
누군가와 똑 닮은, 말끔한 양복을 입은 여성형 요정이 시야에 들어왔다.
“…린?”
“제 여동생 말씀이시군요. 어딘가로 파견되었다고 하던데, 만나신 적이 있나 보군요. 물론, 그런 친분이 있다 한들. 저는 여왕님을 대리하는 몸. 이 전투에서 마법소녀 님의 편의를 보아주는 일은 없을 겁니다.”
린의 이름을 내뱉었을 뿐이건만, 어깨에 앉은 요정은 묻지도 않은 것을 나불거리며 기나긴 말을 내뱉었다.
그에 잠시 긴장감이 옅어졌으나.
그렇다고 한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일 뿐. 주변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사라지진 않았다.
“…그렇게 된 것이라네. 선거 위원회에 이 전투 결과를 공증해 줄 이를 보내 달라고 했더니, 수호대가 직접 오셨지 뭔가.”
그러나 그 압박감은, 나 혼자만이 느끼고 있는 듯.
로니아 대장은 평소와 같이 느글거리는 입을 열었고.
“그렇군. 수호대가 입회한다면, 규칙을 어기는 이도 없겠지.”
파르 중장은 평소와 같이 로니아 대장을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내가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자라서?
그런 예측이 감돌았으나.
설령 압박감의 이유를 알아낸다고 한들, 나에게 가해지는 압박감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이 이상 압박감을 견딜 수 없어, 어깨에 앉은 리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음?”
당연히 피하거나 어떤 반응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무 반응 없이 리나는 얌전히 내 손에 잡혀 주었고.
그에 리나를 어깨에서 떼어 내며 그녀와 자리를 벌렸다.
“우리 쪽은 참전 인원 확인이 필요 없으니, 저쪽에서 쉬고 있겠다.”
“그렇군요. 운호 준장, 마법소녀 이하람, 별의 종족 알’셸. 참전 인원에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럼, 전투 전까지 마음을 다스려주시길.”
리나 또한 내 말에 수긍한 듯, 그리 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녀와 멀어질 수 있었다.
“…알’셸”
“…이하람 님도 느끼셨습니까?”
“응? 뭐예요? 포요?”
그녀에게서 멀어지자마자, 우리 셋은 곧바로 입을 열었고.
운호 또한 압박감을 느끼지 못했던 듯, 압박감을 공유한 둘만이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거. 괴물이군.”
“예, 괴물이군요. 화신체를 단독으로 잡았다는 게 과장된 소린 줄 알았는데, 저거라면 가능하겠군요.”
나도 과장된 이야기라 생각했다.
단독으로 잡는다는 것도 수호대가 맞서 싸우는 게 가능하고, 군대가 화력 지원을 한다는 것이 포함되는 줄 알았지.
근데 아냐.
저건, 단독으로 화신체급 존재다.
느껴지는 압박감도, 뒤틀리는 세계도.
어째서 그 형태가 비슷한진 모르겠지만.
운호 말을 듣길 잘했군.
왕궁으로 쳐들어갔다간.
분명 우리 셋은, 그 자리에서 죽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