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43)
마법소녀 아저씨 243화(243/671)
243. 내가 왕년엔 마법 빨치산이었다. 이 말이야.
“포격이 이제 안 보이는구만.”
아까까진 비처럼 쏟아지더니.
“저흴 놓쳤나 보죠. 포요.”
“아무래도 운호 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탐지 마법 방어 용도로 걸어둔 자동 반격 정신 마법도 아까부터 반응이 뜸해졌으니 말이죠.”
자동 반격 정신 마법?
“언제부터 그런 걸 걸고 다녔냐.”
“전투 시작부터였습니다. 뻥뻥 뚫려서 그다지 큰 의미는 없습니다만, 없는 것보단 낫죠.”
…이젠 대놓고 네 주특기가 뚫린다고 말하고 있구나 너.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시길. 저도 순수 전투용 마법은 생각보다 미숙하다는 사실을 여기 오고 나서 알았으니 말이죠.”
내가 알’셸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까.
알’셸이 그리 변명을 해 오지만, 내 감정은 그리 바뀌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해, 위치를 숨긴다거나 마력 재활용, 술식 모듈화, 병렬 분산 시전 같은 개념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 분야에 대해 취약한 것은 당연하죠.”
“….”
변명이 길구나 문어야.
“아니, 그 대신 얘네들은 제가 쓰는 행성 폭격 같은, 한계를 넘은 마법은 못 쓰지 않습니까? 그건 애초에 마법 술식 자체를 제어하지 않고 풀어헤치는 개념인지라, 이 마법 체계에서는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됩니다.”
이쯤 되니 측은할 지경이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연스레 내 눈빛은 더욱 서글프게 변했다.
있는 거라고는 자존심과 악의밖에 없던 알’셸의 자존심이 사정없이 망가지다니.
이제 저 녀석의 남은 존재 가치는 대체 무엇일까.
“어?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전투계 장성분들 몇몇은 대규모 마법 쓰실 수 있는데용?”
세상에. 이제 마지막 존재 가치도 사라졌네.
“아, 그건 괜찮습니다. 아프 대장님이나, 프리나 웨이터님과 토론하며 개인 마법의 발전상에 대해 들었습니다만. 일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기본적인 군(軍)의 효율적 마법 체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하는 것 같더군요. 일부 예외를 들어보자면, 아까 저기서 수백에 달하는 인원을 한순간에 이동시킨 수호대 리나 님이나…. 운호 님이 계시겠군요.”
변명이 길다 자존심 구긴 꼴뚜기야.
뭐, 알’셸의 존재 가치성 상실에 관련된 농담은 그렇다고 치고.
확실히 여유로워지긴 한 모양이다.
아까는 포격 피해 다닌다고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좀 차분히 걸어 다니며 저런 대화도 나누고 말이지.
이제 어떻게 적들 위치만 좀 찾으면 좋겠는데.
이백여 명이 참가하는 전투니 그 자리에서 사생결단 나는 난투 대신, 군으로서 전투력을 시험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한 것 같지만.
까고 말해 저쪽은 이런 상황도 대비해 전문 탐색병이나 포병도 데려온 것 같고.
우리는 사실상 오합지졸 삼인방이라 적 위치도 제대로 못 잡고 있다.
유격전 전문 운호가 있긴 하지만, 이 녀석은 마법적인 게 아닌 뭔가 아날로그적 방식이라 뭔가의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고.
알’셸은 마법 전문이긴 하지만, 파괴나 정신, 공간 계열 특화라 자기보다 한참 능력이 떨어지는 적의 추적 보호를 못 뚫는 추태를 보여 주고 있는 상황.
나는 음….
전투를 못 하니 쓸모가 없군.
누구 어디 때릴 만한 녀석 없나.
그리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오갈 데 없는 망치를 어깨에 두드리는 것으로 지루함을 표하고, 운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 추적할 계기가 없어서 추적하기 힘들다고 했으니, 대충 감으로 찍어 봐.”
계속 아무것도 없이 떠도는 것도 좀 아니잖아.
지금 우리를 선도하는 이는 운호니, 운호의 행운에 일을 맡기자.
“으으으음.”
그런 의도로 말을 꺼내자 운호는 땅에 엎드린 채, 턱을 괴며 괴상한 소리를 내뱉었고.
시간이 지나, 뭔가가 떠오른 듯, 곧 제 꼬리를 입으로 쥐어뜯으며 빙빙 돌더니,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
뭐 하는 거지.
운호의 능력을 보며 올랐던 신뢰도가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하네.
그리 생각하며, 운호가 하는 괴상한 짓을 잠시 바라보고 있자.
“으아아아, 어지러…. 저쪽으로 가 보죠오오오오.”
너무 많이 돌았는지, 괴상한 목소리를 늘어트리며, 자기가 넘어진 방향을 가리키는 운호.
“저긴 숲인데?”
아까 그 숲인지는 모르겠다만.
“어차피 운에 맡기신다면서용.”
그건 그렇지.
근데 내 파트너가 바보짓을 할지는 몰랐거든.
그런 의미에서, 의견을 묻고자 알’셸을 바라보았으나.
알’셸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넘길 뿐, 그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에 나도 머리를 긁으며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렴 어때.
그 생각은 5초도 이어지지 않았다.
어차피 운호에게 선두를 이임했으니, 운호 말이나 계속 따라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엔 내가 앞장서 숲으로 향했고.
그 뒤를 나머지가 따라왔다.
* * *
숲에 들어온 지 4~5분.
여전히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쾌적한 산책이었다.
“전장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려나.”
“반쯤 괴멸했으면 좋겠군요.”
“둘이 서로 카운터 어택을 주고받고 쓰러졌으면 좋겠어용. 그럼 우린 싸우지 않아도 되고,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가 찾아오겠죵.”
운호는 여전히 미친 소리를 하는군.
싸움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건 애들 만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지.
그렇지만, 저리 말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빡세게 싸울 준비를 하고 날아왔건만, 오고 나서 한 것이라고는 산책과 싸움 관전뿐이니.
기분 탓인지, 어깨에 놓인 망치에서 흘러나오는 엔진 소리도 뭔가를 때리고 싶다는 소리로 들리기 시작한다.
망치가 직접 그리 말할 리는 없으니, 내가 그 정도로 심심하다는 뜻.
“뭐라도 좀 나오면 좋겠네.”
눈앞을 가로막은 풀숲을 헤치며, 뭔가 있기를 바랬지만.
있는 것이라고는 더 많은 풀 뿐.
“에이, 다들 싸우고 있을 텐데 이런 숲을 지나는 녀석이 있을 리 없잖아요.”
운호는 그에 초 치는 소리를 하며, 내 옆을 기어 지나갔다.
…그럼 우리는 대체 뭐냐.
관광객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이상한 짓임은 확실하기에, 반박하지 않고 계속해서 수풀을 파헤쳤고.
적과 마주쳤다.
“…?”
“…?”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십여 명 정도의, 동물로 이루어진 분대.
그 존재를 향해, 서로가 눈을 마주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나와 운호를 포함해서.
“적습!”
“진짜 나왔어요오오오오!”
적은 곧바로 백스탭을 밟으며 진을 만들었고.
운호는 여태까지 쌓았던 조용한 특수부대 이미지를 깨부수며 과장스럽게 행동했지만.
막상 내 감상은 심드렁하기 그지없었다.
‘약해.’
정말, 눈앞의 존재들이 너무나도 약했기에.
느껴지는 힘으로만 추측해 보면, B급 중위에서 상위?
그것도 비전투 계열?
그러면 군인답게 대열이라도 잘 갖출 것이지, 그조차도 엉성하기 그지없다. 마치, 지휘관이 없거나, 지휘가 엉망이기라도 한 듯.
그렇지만, 내 심드렁한 분위기와 반대로.
“본부! 지원 바람! 적 조우!”
적들은 마법진까지 소환하며 심각하기 그지없었으니.
그래, 쟤들한테는 정말 심각한 위기겠지. 눈앞에 지들 대장이랑 맞먹는 애들이 떨어진 거 아냐.
그나저나, 빨리 처리할 걸 그랬네, 연락에 성공해 버렸으니, 다시 포격이 쏟아지겠구만.
빨리 처리하고 여기서 튀자.
그리 생각하며, 망치를 어깨에서 들어 올리자.
“반복한다! 적과 조우했….”
파직.
저 뒤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녀석 앞에 놓인 마법진에서 검은 스파크가 일었고, 그에 마법진은 금이 간 채 허공에 녹아들었다.
마치, 마법을 실패하기라도 한 듯.
“죄송합니다만, 잠시 마법에 간섭했습니다.”
알’셸이 뒤에서 걸어 나왔다.
마법을 사용했음을 증명하듯, 양손을 쭉 편 채.
“반복….”
파직.
펑.
자신의 마법이 간섭되었음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일까.
연락을 취하던 적 병사는 다시금 마법진을 소환하며 연락을 시도하려 해 보았지만, 이번엔 허공에 떠오른 마법진이 원의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금이 가며 증발했다.
“언제부터 막았냐?”
“첫 연락부터입니다. 그러니, 위치를 파악 당했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포격 걱정은 안 해도 된단 거군.
자. 그럼.
어떻게 할까.
머리를 굴리며 한 발짝 나서자.
“멈춰…라! 이 이상 다가오면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공격하겠다!”
적들은 몸을 움찔거리며, 우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지만, 그 행위에 나는 아무런 위험을 느낄 수 없었으니.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 총을 들이민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차라리 목소리에 위엄이라도 있었으면, 뭔가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겠건만, 말조차도 더듬고 있으니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
설마 얘들이 그 녀석인가?
로니아가 말했던 비전투계 소령급?
분명 영관급이면 높으신 분들인데.
여긴 포병마저도 별을 단 애들이니 잡졸로 보일 지경.
그나저나, 로니아 녀석, 바로 전투에서 제외한다더니만. 여기서 뭔가를 꾸미고 있었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바…반복한다! 지금 당장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 반응이 없자, 저들의 목소리가 점차 다급해지고, 앞으로 뻗은 손이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흠.
어디 보자.
적당히 약하고.
그렇다고 또 너무 약한 건 아니고.
숫자도 많고.
주변에 피해를 끼칠 만한 게 없군.
…이 정도로 딱 좋은 환경인데 오랜만에 써볼까.
“운호야.”
“네?”
“마법소녀풍 그거 쓴다. 알아서 버텨라.”
“…네 알겠… 눼?”
피아 구분을 할 수 없기에, 운호에게 미리 통지를 날렸고.
“그게 뭡니까? 마법소녀풍이니 또 이상한 기술 쓰시는 것 같….”
알’셸은 그게 뭔지 몰랐기에, 횡설수설 떠들고 있지만.
상관없다.
알’셸이라면 알아서 살아남겠지.
그렇기에, 입을 여는 것을 멈추고, 몸 안으로 마력을 갈무리 지으며, 한 발 앞으로 디뎠고.
쿵.
주변의 공기가 떨려왔다.
“…! 적대적 행위로 간주하겠다!”
스위치가 켜진 것일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벌벌 떨던 적들은 순식간에 행동에서 공포를 지우며, 마법진을 빛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비전투원이라지만, 군인은 군인이라는 듯.
그래. 이 정도는 해 줘야지.
그렇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이 기술은 일정한 급수에 이르지 못하면 절대적인 힘을 가지니.
두 발자국.
쿵.
무인으로서의 형이 이루어지며, 충격파가 주변에 발산되었다.
적이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발사!”
적들이 위협으로 느끼고 공격을 할 수준은 되었고.
나는 세 번째 발을 디뎠다.
쿵.
충격파가 뻗어 나간다.
마치, 리미트를 풀었을 때처럼, 주변 환경을 뒤집는 막대한 충격파가.
충격파는 뻗어 나가며, 나를 향해 날아오는 마법을 집어삼키고.
나에게 공격을 가한 이들의 자세를 흐트러지게 하였으나.
내 걸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네 발자국.
쿵.
발걸음으로 인해, 지면이 갈라졌다.
발산된 충격파는 이제 무질서하게 뻗어나가지 않고, 주변을 둥글게 감싸 안으며 마력 폭풍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적들은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뒤로 도망치지도 못한 채, 폭풍 안에 구속되었으며.
나는 그들을 향해. 웃으며
다섯 번째 발자국을 디뎠다.
쾅.
지면이 무너졌다.
주변을 가득 채운, 계속해서 회전하는 충격파에 의해 뻗어 나갈 장소를 잃은 새로운 충격파는 하강 기류가 되어 네 번째 발자국이 만든 충격파의 폭풍을 내려찍었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땅에 박혀 들었다.
대지는 압축되었으며.
병사들은 몸을 추스르지 못한 채. 땅을 기었다.
“끄헉. 꺼흑어어억.”
“자. 소령 여러분. 혹시 중령이 섞여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미리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섯 번째 발을 위로 올린 채, 입을 열었다.
“자, 견디기 힘드시리란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요? 마법에 익숙하신 여러분들이라면 잘 모르시겠지만, 이건 저희 정통 기술로 형(形)이라는 건데. 대충 몸으로 하는 마법이라 보시면 편합니다. 그리고, 이건 온몸에서 발을 디딘다는 행동으로 완성되는 형이죠. 이미 겪으신 것처럼, 발을 땅에 디딜 때마다 그 힘은 몇 배로 불어납니다.”
의도적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친절한 설명투를 위장했다.
“이번이 여섯 번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좀 견디기 힘드실 텐데. 일단 이 형의 분류는 아직까진 비살상이긴 합니다만….”
씨익.
웃어주며, 발을 까딱였다.
“부디,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군요.”
“크억. 무얼… 원하지?”
내 진심 어린 설득이 먹혀든 것일까. 적 중 하나가 그리 말해 왔다.
그에 나는 친절하게 발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로니아 본대의 위치죠.”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계속해서.
적들에게 나는 어떤 잔혹한 짓도 웃으면서 할 수 있다는 인상을 남기고자.
그런 내 친절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크윽. 이 정도는 아직 견딜 수 있다. 우리가 아군을 팔아넘길 것….”
“아, 그러세요?”
쾅.
여섯 번째 걸음.
그대로, 모든 충격파가 중앙으로 모이며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위에서 내려찍는 압박감은 그대로였으니.
그로 인해, 병사들은 땅에 박힌 채, 좌측 혹은 우측으로 질질 끌리며 땅을 갈아엎었다.
어떻게든 적들은 그것에 반항하고자 땅을 짚거나 하고 있지만.
그러한 반항은, 충격파로 손이 꺾이며 온몸이 땅에 박혀 버릴 뿐.
“크헉…. 이게… 끝이냐? 할 수 있으면 더 해….”
진부한 말을 하기에, 내려찍었건만. 더 진부한 말이 나왔다.
그렇기에.
나는 이 기술의 전체적인 형태를 설명하고자 입을 열었다.
“아. 참고로 걸음은 열한 번까지 있습니다. 이제 여섯 번인데.”
다리를 들어 올렸다.
적들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져 온다.
그렇지만, 내 행동은 변하지 않았으니.
“남은 다섯을 어찌 견디실지 궁금하군요.”
씨익.
미소는, 잃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