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48)
마법소녀 아저씨 248화(248/671)
248. 빵과 포도주(2)
“예, 여왕님. 정기 보고입니다.”
무뚝뚝하지만, 활발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 이것이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개체 1D-12가 피를 내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체 1-10의 공명 현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뜻일까.
“예. 아직까지는 상황이 무대 설정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로니아 대장이 생각보다 잘해 주고 있군요. 그가 요청했던, 시설 건설에 대해 허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새로운 수호대 후보 말씀이십니까?”
대체, 무슨 내용이지.
로니아는 갑자기 왜 나와.
“음. 안타깝지만, 피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만일의 경우. 제압을 위해, 수호대를 한 명 더 파견해주시라고 요청합니다.”
….
“아뇨, 화신체급은 아닙니다. 아직 덧쓰기 단계니 말이죠. 그저,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 감사드립니다. 그럼, 보고를 끝내겠습니다.”
그리 말하던 리나는 조용히 귓가에서 손을 떼며, 팔짱을 끼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하늘과, 붉은 구름을 배경으로.
조용히.
나조차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저 먼 땅을 향해.
그리고, 3초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아마, 내 시선을 향해.
“아직 거기 계십니까? 관객의 역할도 좋지만, 다시 무대로 돌아가실 시간입니다만.”
‘무슨 소리지.’
질문을 받자 갑작스레 입이 생겨난 것처럼 느껴져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흠. 제 착각인가요? 하긴, 제가 여왕님도 아닌데 모든 것을 알 순 없죠. 그렇습니다만, 아무튼 돌아갈 시간입니다.”
딱.
손가락이 튕기고.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 * *
“아아아아아아!”
쾅. 쾅. 쾅.
의식이 돌아오고 처음 느끼는 감각은 누군가가 광분하는 소리.
그리고, 몸 전체가 신나게 두들겨지는 통각.
이어 눈을 뜨자, 세계가 계속해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무슨 상황인가 고민한 것도 잠시.
곧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몸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통증.
“…놔.”
“아아아아아아!”
고놈 참 목소리 튼실하네.
근데 좀 놔주라.
갑작스레 깨어난 탓일까, 얻어맞고 있는 도중에도 제대로 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쾅.
곧, 어떤 충격으로 인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땅에 처박히고, 돌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이어, 느껴지는 몸의 무수한 통증.
발목의 압박감과 연결해 생각해 보면.
분명, 파르가 내 발목을 붙잡고 여기저기 내동댕이치고 있는 것이리라.
쾅. 쾅. 쾅.
“놓으라니까.”
“아아아아아…. 쿨럭….”
말이 통하질 않는군.
분명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는 말 비슷한 것이라도 했는데, 이젠 그조차도 할 수 없게 된 모양이다.
그에 계속되는 충돌을 벗어나고자 몸을 움직이려고 시도했지만, 마치 어딘가가 걸린 것처럼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쾅.
그런 와중에도, 몸을 뒤흔드는 충격은 계속되었고.
몇 번을 땅바닥에 처박혔을까. 의식이 멀어지며, 시야가 다시 검게 물들려는 순간.
‘다시 오시렵니까? 원하신다면 이번엔 말 상대를 해드리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전, 하늘에서 들었던.
리나의 목소리.
환청인지 정말로 들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듣자 한순간 의식이 돌아왔고.
곧바로 마력을 몸에 담았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고자.
척추가 부러진 채, 재생되지 않는 내 몸은 마력이 몸을 내달림에도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그것을 몇 번을 반복해도, 하반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지.
좀 아프긴 하지만.
“기폭.”
곧바로, 입 밖으로 소리를 내었다.
필요 없는 행위였지만, 이 행동에 따른 마력과 육체의 손실을 견디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니.
팡.
조그만 폭발음이 쿵쿵거리는 소리와, 파르 중장이 내뱉는 비명만이 잠식하던 크레이터에 조그맣게 울렸고.
그 폭발로 인해, 나는 하늘을 날았다.
파르 중장의 손에 붙잡혀 이리저리 튕겨 다니던 비행과 달리.
그 움직임에서 벗어나, 정반대되는 장소로.
“아아아아!…아?”
그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파르 중장의 끝없이 이어지는 비명이 끝나고.
파르는 자기 손에 들린 것을,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양다리와 허리만 남은 너덜너덜한 고기 누더기 하나를.
“아마, 그거 곧 폭발할 거다.”
그런 선물을 남겨둔 나는 척추와 내장이 흩날리는 상반신으로 허공을 가로질렀고.
쾅.
사람이 돌바닥에 박히던 충돌음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폭발음이 파르가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폭발이 남긴 것은, 일반적인 폭발에서 일어나는 화염과 폭음, 섬광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뼈와 살점. 너덜너덜한 천이.
안쪽에서 일어난 마력의 폭발로 인해 흩날렸다.
이렇듯, 화학적 폭발이 아니기에, 조금 더 얌전하지만.
내 반신에 담긴 마력의 폭발은. 그리 약한 것이 아니었기에.
“아아아아아아아!”
그것을 정면에서 얻어맞은 파르는 비명을 내질렀고.
그 충격파에 휘말린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던 것을 멈추고, 또다시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
“…진짜 뒤지겠네.”
이렇게까지 막 나갈 정도로 파르가 강한 상대는 아니었는데.
역시 첫 타격에 아무 대응도 못 하고 그대로 얻어맞은 게 컸나.
그나저나, 나 죽게 생겼는데 리나 이놈은 안 오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살육전으로 변질되었는데 말이지.
어찌 된 일인지, 믿었던 몸 재생도 제대로 안 되고.
진짜 죽는 거 아닌가.
그리 생각하며, 다시 땅으로 추락하려던 순간.
뭔가 뻣뻣한 것에 맞닿으며, 추락이 멈추었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에요! 포요!”
뭔가 내가 아는 듯한 익숙한 목소리이면서도, 한참이나 하이톤인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말투는 운혼데, 목소리가 운호가 아니네.
몽롱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흰색 무언가가 나와 함께 허공을 달렸다.
나보다도 덩치가 큰, 날카로운 흰 털을 가진 긴 존재.
그 존재는 창처럼 날카로운 주둥이와 쭉 찢어진 입.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채, 코에서부터 이어진 길고도 검은 눈을 흔들며 하얀 동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울리지 않는, 얇지만 기다란, 다리로 허공을 달리며.
“…이건 또 무슨 괴물이야….”
전체적인 생김새는 족제비인데, 그걸 억지로 크게 늘린 다음 악몽에나 나오는 존재로 뒤바꾼 느낌이네….
“아? 웅. 아 제 본모습 보시는 건 처음이구나. 저예요 저! 운호!”
거짓말 하지 마라… 운호가 이렇게 생겼으면 내 백시현이랑 한아빈도 괴물이라고 두들겨 팼을걸….
“…믿겠냐.”
“그건 둘째치고, 무슨 일이에요! 다리가 사라졌잖아요! 포요!”
포요거리는 걸 보니 운호가 맞긴 한 것 같은데….
그에 잠시 내 사라진 하반신을 바라보자.
이미 거기엔 제대로 된 창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까 충격파로 뜯겨 나갔나.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시야에 비친 것이 있었으니.
거친 흰 털.
그것이 붉게 변해있었다. 내 피가 묻음으로써, 저리된 것이리라.
이런 상황을 한번 겪었던 것 같은데.
아, 그래. 분명.
과거의 일이다.
내가 다쳐서, 죽어갈 때. 운호가 날 붙잡고 동굴까지 끌고 갔지….
그때도. 저렇게 붉게 변했던가….
…운호가 맞겠지….
“척추 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그다음 발목을 잡혀서 벗어나려고 그대로 하반신을 자폭시켰지….”
“…바보세요?”
아니, 재생할 줄 알았지….
운호한테 바보라는 말을 듣다니.
그러고도 반박하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난다.
“재생하려고 했지….”
“왜 안 하시는데요?”
“몰라. 안 되는 걸 어쩌냐.”
“포요….”
운호가 뭔가 묘한 소리를 내뱉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보다, 아래쪽에 파르 중장은 보이냐?”
“예, 이상한 보라색 진흙을 등에 달고 계시네요.”
응? 보라색 진흙?
그 말을 듣고, 몸을 굽혀 보려 했지만,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설령, 움직인다 한들 운호의 등에서 떨어질 것 같고.
맞겠지, 뭐.
“지금 뭐 하고 있냐?”
“그냥 제 쪽 바라보고 계신데요?”
그 녀석이 그리 얌전하게 있다고?
의문이 깊어져 가네.
얌전히 있다면 다행이지만….
“알’셸은 어쩌고 있냐.”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포요. 크레이터 안에 이계침식이 펼쳐지는 순간 부관들이 당황하길래 기습 후 두 명 정도 무력화를 성공했으니까용!”
…내 할 일은 다하긴 한 거군.
그럼 내 몸만 재생하면 되는 건데….
그에 의식을 집중하며, 제쓰가 말해 준 것처럼 내 본래 모습을 떠올린 후 뒤바꿔 보려고 했으나.
내 몸은 너덜너덜한 그대로였다.
이제 내장도 어딘가로 날아갔으니,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 용할 지경.
“제길. 재생이 안 되네.”
“아, 그럼 제가 해 볼게요. 바라노니, 치유를 내려 주소서.”
운호가 한껏 솟은 목소리로 빠르게 기원을 부탁하자, 뭔지 모를 빛기둥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빛기둥에서 날개 달린 알이 튀어나오더니, 내 명치에 처박혔고.
“쿠액.”
예상치 못한 기습에 당한 나는, 남아있던 피를 입으로 토해낸 후, 운호의 등에 쓰러졌다.
“…괜찮으세요. 포요?”
무척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지만, 그 걱정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니.
네 눈엔 이게 괜찮게 보이냐….
운호 이 녀석. 마지막 순간 배신하다니….
영창이 어쩐지 더럽게 짧더라….
그리 생각하며, 가물거리는 의식을 붙잡고자, 움직이지 않는 손을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 노력하자.
휙.
…?
너무나도 당연하게, 팔이 들어 올려졌다.
놀라 감기던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치료되었는데?”
거기엔 멀쩡해진 하반신이 새로 돋아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마법소녀 복장과 부츠도 함께.
“어…. 시작의 알을 내려 주신 것 같은데용.”
“시작의 알은 또 뭐야….”
“음. 저희의 조상이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알이에용. 시간이 지난 지금은 거기서 무언가가 부화하진 않지만, 죽은 존재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살릴 수 있는 전설의….”
자질구레한 설명은 됐고.
즉. 그 말은.
아직 싸울 수 있다는 이야기.
“운호야.”
“예.”
“아직 싸울 수 있냐?”
“음, 부관과의 싸움도 순식간에 끝나서 아직 힘은 남아돌죠?”
“그래? 그럼 따라와라.”
그 말만을 내뱉고, 내 피로 붉어진 운호의 등 위에서 뛰어내렸다.
추락하는 사이, 파르 중장의 시선은 나를 향했고.
어느새 파르의 등 뒤에 있던 척추엔 보랏빛 고깃덩이가 뭉쳐, 인간의 형체를 형성하고 있었으니.
그것의 형체가 살짝 흐트러진 순간.
그에 맞춰, 오른손에 망치를 소환해 내려쳤다.
“아깐….”
팡.
살점과 망치가 충돌하는 감각.
묵직하긴 하지만, 견뎌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기습이라 졌을 뿐이다 새꺄!”
바로 남은 왼손에 건틀렛을 소환하며, 옆구리로 들이닥치는 파르의 오른손을 쳐냈다.
빠직.
그러나, 그 대가는 참혹했으니.
…좀 많이 센데?
망치는 적의 주먹을 막을 수 있었으나, 건틀렛만 가지고 막은 왼손은, 건틀렛째 짓이겨지고 말았다.
이어, 곧바로 튕겨 낸 파르의 오른손이 날아왔으나.
그것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파삭.
막을 필요가 없었기에.
나와 파르의 왼손 사이 가로막은 거대한 얼음 창.
그리고, 그 위에 내려앉은 거대한 흰색 괴생명체.
“…왜 또 손이 박살 났어용?”
“…그러게 말이다.”
떨어지고 2초도 안 되었는데 나도 손이 박살 날지는 몰랐어.
그에 왼손이 아직 움직일까 꼼지락거려보았다.
막대한 통증이 들이닥치고, 손가락 몇 개가 굽혀지지 않긴 하지만, 주먹의 형태 정도는 만들 수 있었고.
이는 망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 의미는 되었기에.
별다른 감정 없이 손만 흔들어, 깨진 건틀렛의 파편과 자잘한 뼈들을 뜯어낸 후, 파르를 바라보았다.
멍하니 선 채, 한쪽 눈으로는 나를.
반대쪽 눈으로는 운호를 바라보는 파르를.
“이걸로 2대1이다만 불만 없지?”
지금의 파르가 내 말을 이해할 거라곤 생각하진 않지만, 공격해오지 않으니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파르의 답을 기대하진 않았으나.
“…UN… 개체….”
끝없이 뒤틀린 노이즈와 깨진 목소리로. 파르가 답을 되돌려 주었다.
“뭔데?”
그에 놀란 내가 되물었지만.
“…약속. 지키길… 바란다.”
파르는 그 말만을 남기고.
쾅.
다시 돌진해 왔다.
왼팔은 나를 향해.
오른팔은 운호를 향해.
쾅.
망치와 왼팔이 충돌했다.
아슬아슬하지만, 튕겨낼 수 있었다.
쾅.
운호가 팔을 뻗어 만든 보호막과 보라색 살점으로 이루어진 다관절 팔이 충돌했다.
질척.
보호막에 부딪힌 팔의 살점이 일그러짐에도, 파르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꾸득. 꾸드득. 꾸득.
자신의 팔을 스스로 뭉개며, 계속해서 밀어 치는 주먹질.
“으아아아, 역겨워요!”
운호는 그에 당황하며 살짝 뒷걸음질 쳤고.
그 탓일까.
깽.
금속이 깨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보호막에 금이 갔다.
“아, 망했….”
운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듯, 유언을 남기기 시작했으나.
“그렇겐 안 되지.”
쾅.
곧바로 내가 망치를 들고 끼어든 덕에, 짓이겨진 살점 주먹은 허공으로 튕겨 올라갔고.
전투는 계속되었다.
누구 하나, 무력화되지 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