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51)
마법소녀 아저씨 251화(251/671)
251. 수호대
“제바 녀석, 너무 방심했군.”
저 멀리서 들려오는 호랑이 소리.
동료가 죽었음에도, 그는 담뱃대를 까딱이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브시 님. 조금 말을 가리시지요.”
리나는 그것이 못마땅한지, 호랑이를 흘겨보았지만.
“왜? 내가 틀린 말 했나? 인간형 형상을 유지한 이상, 방심 한 번이 치명적인 게지.”
호랑이는 그리 말하며, 단안경을 떼어내, 옷 안감으로 닦기 시작했다.
아이러니군.
방심에 대해 논하는 이가, 저런 빈틈을 보이다니.
그러니.
쾅.
곧바로 허공을 밟고 도약하며 호랑이의 앞에 섰다.
코앞에 적이 나타났음에도 여유를 부리는 이 앞에.
“호오. 물리력의 극에 달하면, 시간과 공간의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는가.”
그는 내 영향을 받아 느릿느릿한 행동 속에서도 그리 입을 놀렸으니.
그에 망치를 휘둘렀다.
아직 수호대의 살점이 남아, 달궈진 철판 위의 탄내를 풍기는 망치를.
쏘아지는 망치.
무덤덤한 호랑이. 브시.
뭔가가 있으리라 직감했으나.
쏘아진 망치는 멈출 수 없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힘을 담았다.
모종의 수단으로 공격이 막힌다면, 그것을 상회하기 위해.
쿵.
망치가 적과 충돌했다.
망치가 무거워진 탓에, 손맛으로 판별할 순 없지만.
적어도, 보호막을 친 느낌은 아니었으니.
“…이런 게 가능하다면 나도 조금 더 연마해볼 걸 그랬군.”
뻐끔거리며 뿜어져 나오는 자욱한 담배 연기 속.
맞닿은 망치와 주먹.
한 번의 공방이었지만.
상대의 실력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자는 근접전의 달인이라는 것을.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무게를 기술로 흘려보낼 수 있는 자.
그렇기에.
팡.
곧바로 서로의 공격을 튕겨내고, 또다시 무기를 휘둘렀다.
팡. 팡. 팡. 팡.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서로의 공격이 부딪힌다.
망치와 주먹.
주먹과 망치.
공격이 곧 방어가 되고.
방어가 곧 공격이 되는, 끝없는 난타전.
가속된 시간 속에서도, 호랑이의 주먹은 내 망치의 속도를 따라왔고.
이 공방이 무한하게 이어질 거라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군. 06-51 브시라고 하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수호대지.”
“내 알 바냐.”
상대가 이름을 밝히면, 나 또한 이름을 밝히는 것이 도리이겠으나.
저들은, 복수의 대상.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으니.
그렇기에 망치로 답했다.
쾅.
소리가, 손맛이 다르다.
피가 흩날린다.
명백한 일격.
주먹과 망치의 차이.
아마, 그가 말했듯 나와 달리 이 길을 계속 걷지 않은 탓도 있으리라.
그런 고찰 속에서, 기우뚱거리는 망치를 고쳐잡고, 망치와 함께 몸을 회전시키며, 적을 바라보았다.
손 하나가 날아갔음에도, 웃고 있는 적을.
호랑이답게, 야생미가 묻어나는 송곳니를 드러내는 적을.
“수호대란, 무엇인 것 같으냐.”
쾅.
두 번째.
조금 전은 호랑이의 왼손.
그리고, 이번엔 날아간 것은 호랑이의 오른손.
이제, 망치를 가로막는 것은 없다.
“수호대란, 여왕을 지키는 존재.”
호랑이가 무어라 지껄이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눈으로 보아도, 이것 이상의 힘은 없다.
리나처럼 기묘한 압박감은 존재하지만, 분노로 가득 차 힘이 폭발한 나에게 있어, 그것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것.
“그리고, 여왕이란, 곧 이 세계를 일컫는 말이니.”
여왕? 그놈도 나중에 보내 줄 테니 걱정 말고.
저승에서 그렇게 놀아.
망치를 호랑이의 머리로 휘둘렀다.
방해가 없기에, 순수한 파괴력만을 담은 망치가.
“즉, 우리는 세계를 수호하는 자.”
빠득.
담뱃대가 부러져 흩날린다.
그 안에 든 타다 만 담뱃재와 나무 조각을 흩날리며.
그리고, 눈앞의 존재가 부풀어 올랐다.
“지키기 위해, 금기에 접한 자.”
노란 털이 검게 물들고.
검은 눈이 희게 변했다.
털은 바늘이 되었고.
흑호는 그 덩치를 흩뿌리며, 거대하게 변했으니.
바늘을 가진 흑호는 그 덩치를 계속해서 키우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밤하늘 그 자체라도 되는 양.
느껴지는 힘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을 수준.
하하, 미친.
끝을 알 수 없다라.
이런 경험은, 린슈아가 말했던 수정자 말고는 느낄 수 없었는데.
하늘을 한눈에 담을 수 없듯, 그런 존재란 말인가.
“…무기를 내려놓고, 멈추어라. 그리하면 모두 되돌릴 수 있으니….”
그 덩치를 자랑하듯, 거대한 목소리를 울리는 밤의 호랑이.
이조차도 아직 완전한 형체가 아니라는 듯, 계속해서 커지고 있으니.
그래, 나는 저자를 이길 수 없다.
하늘이란 상징적일 개념. 내가 망치를 휘두른다 한들, 그것이 사라지진 않으니까.
그렇지만.
내 손에 들린 것은 망치가 아니다.
“밤은 태양이 떠오르면 사라지지.”
우우우우우웅.
엔진이 울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빨아먹었던 마력은 단순한 예열이었다는 듯.
무한한 수원마저 고갈시키는 막대한 요구량.
본디, 이것의 열쇠는 운호에게 맡겨져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 주인이 죽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으니.
“자업자득이지.”
우웅.
엔진의 마지막 진동.
멈추기 시작하는 엔진음.
그렇지만, 그것은 공격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일 뿐.
그렇기에.
내가 펼친 이계침식의 힘을 믿고.
모든 감정을 흩뿌렸다.
계속해서 쌓아왔기에, 그 끝이 없는 감정을 흩뿌리며.
내가 하지 못했던.
도달할 수 없었던 경지에.
망치를, 휘둘렀다.
붕.
모든 제한을 해제했음에도, 이는 내 한계를 넘는 것이었으니.
몸이 조각난다.
의식이 점멸한다.
감정이 둔해진다.
기억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휘두를 수 있다.
둘이서 도달했던 장소에. 홀로.
수없이 많은 것을 바치고.
홀로 도달한.
저 하늘의 빛.
“봉인 해제.”
빛을 잃은 시야 속에서.
별이 풀려났다.
아래에서 위로.
죄 없는 자가 아닌.
오로지, 내 복수의 대상을 향해.
허공으로 뻗어 나가는, 별의 힘.
이 힘에는 자신을 상징하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밝은 빛도.
시끄러운 소리도.
어떠한 색도.
그저, 힘만을 가진 별의 빛은 하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아무런 반응 없이.
모든 것을 개방한 망치는 조용히 자신의 몸을 다시 닫았고.
하늘을 수놓던 호랑이는 사라져.
본래의 노을빛을 되돌렸다.
이것으로. 둘.
그리 말하고 싶지만.
역시, 이 기술은 이 상태로도 피해 없이 쓸 수 없었다.
몸 상태가 말이 아니군, 저걸 놓치다니.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좌반신이 날아간 호랑이와.
그걸 붙든 날개 하나가 뜯겨나간 요정.
어떻게 한 건지는 내 인지력이 고장 나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로니아로 추정되는 요정은 그 안에서 호랑이를 구해냈다.
그렇지만, 이걸로 둘의 운이 다했다.
내가 그것을 목격했으니.
그렇기에, 떨어진 의지력으로 만들어낸, 너덜너덜한 발판을 딛고 뛰어올랐다.
약해진 몸이었지만,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약한 요정과 마주하기엔 충분했고.
그자를 바라보며, 웃으며, 망치를 내리쳤다.
처음과 비교하면 한없이 느려졌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짓이기기엔 충분한 위력과 속도로.
그것을 겪을 상대방의 얼굴에 잠깐의 공포가 어렸지만.
그것은 잠시뿐.
곧, 그자는 이를 악물고 손을 뻗으며, 푸른 마법진을 펼쳤다.
그리하여 완성된, 작은 보호막.
약해.
이것으로는 무엇도 막을 수 없다.
파르의 주먹도.
내 망치도.
그렇다 한들.
적은 적.
망치가 내리치고.
보호막은 나에게 어떤 저항도 주지 못한 채, 빛으로 화하며 사라졌다.
망치가 내리친다.
이제, 포기할 때도 되었건만.
적은 아직 의지가 남았다는 듯.
손을 뻗었다.
조금이라도, 내 망치를 막고자 하는 본능의 발현일까.
아니면, 자신이 있는 것일까.
내가, 알 필요는 없다.
나는 그저, 복수를 위해 내리칠 뿐.
망치와 적의 손이 닿았다.
미약한 저항이 있었지만.
그저, 손이 으깨져 나간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인해.
그 충격을 받아, 몸이 튕겨 나가는 것보다.
손이 으스러지는 것이 빠를 정도의 힘으로.
그렇게 모든 것을 걸고 그자가 번 시간을 얼마나 되었을까.
0.1초?
너무 과대평가다.
찰나. 그것이라면 충분하리라.
그렇지만, 그 찰나는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기이이잉.
푸른 보호막.
그리고, 그것을 펼치는 여성 요정.
리나.
그녀가 나와 둘 사이에 끼어들었으니.
파르 때처럼.
내 복수를 방해하고자.
“…로니아. 도망치세요.”
무표정한 얼굴로, 그리 말하며.
그에, 팔이 으깨진 존재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호랑이를 짊어진 채 도주했고.
“놓칠까 보냐.”
도주를 막고자 망치를 휘둘렀지만.
리나가 만들어 낸 보호막에 의해, 그 추격이 멈추고 말았다.
그리 강한 보호막은 아니다.
아마, 순수한 보호 성능은 웨이터의 보호막이 더 뛰어나리라.
그러니, 부술 수 있어야 하건만.
내 힘이 온전하지 않았기에.
복수의 대상을 놓치고 말았다.
대화조차 없는, 조용한 허공.
그에,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 힘의 여파 때문일까.
땅은 이미 사라져, 끝이 보이지 않는 수직굴이 되었고.
공기는 모두 증발해, 열기만을 남기고. 그 존재를 상실했다.
세계가 파괴되기 충분한 피해건만.
이 피해는 원형으로 한정되었다.
수호대가 친 노란 원통형 보호막.
그것이 내가 싸운 범위이자.
내가 만들어 낸 파괴의 범위.
그리고, 그것은 수호대가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는 증거.
세계를 수호하고자, 자신의 힘 일부를, 어쩌면 대부분을 사용한, 절대적인 보호막.
“…비겁하다곤 하지 않겠지.”
앞뒤 맥락이 없는 말이었으나.
“예, 그것이 수호대의 의무기에.”
리나는 모든 것을 이해한 듯.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전투의 열기를 식히는 잠깐의 대화.
브시와 로니아도 떠나고.
리나만이 남은 자리.
“너도 뭔가 숨기고 있냐?”
브시는 아까웠지.
조금만 더 뭔가 있었으면 날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상성이 너무 안 좋았어.
“아뇨, 아무것도.”
“그럼 왜 남아있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수호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세계를 수호하는 자.”
그래?
그럼.
“막아 보던가.”
곧바로 몸을 내던지며, 망치를 휘둘렀다.
카앙.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보호막을 후려치는 감각.
그렇지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다른 이들과 전혀 달랐으니.
수없이 많이 겹쳐진, 곤충의 겹눈과도 같은.
다중 보호 장벽.
망치와 궤도를 뒤따라오는 공간 파괴가 보호막을 깎아 내고 있지만.
보호막의 숫자 탓에, 망치는 아직 리나에게 닿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문제일 뿐.
암벽을 파고드는 드릴처럼, 망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보호막을 한 겹씩 파괴하고, 주변에 보호막의 빛을 흩뿌리며.
조금씩, 조금씩.
그렇다면, 리나는 망치가 자신의 머리에 닿기 전에 뭔가를 행해야 마땅하건만.
리나는 마법진을 펼친 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마치, 이 압도적인 위력의 보호막을 만드는 대가로, 움직일 수 없다는 듯.
“….”
안타깝군.
마지막 수단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방어뿐이라니.
그에 보호막을 짓누르는 망치의 힘을 더욱 높인 순간.
“삶을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 수호대 리나가 간청하오니.”
노래가 울렸다.
…기원의 노래?
이제 와서?
최후의 발악인가.
“저의 목소리가 그대에게 닿기를 간청하옵니다.”
노래를 부르며, 무표정한 얼굴에 감정이 들린 탓일까.
잠시 리나의 얼굴이 린과 겹쳐졌지만.
그것은 잠시뿐.
곧, 그 환상에서 깨어나, 망치에 더욱 힘을 쏟았다.
“린에게 안부 정도는 전해주마.”
잘, 살아있다고 말이지.
이 또한, 나의 죄로써 마음에 새겨질 터.
“이는 하나의 욕망이 아닐지니.”
영창이 이어지지만, 망치는 멈추지 않았다.
조금씩 방어막을 파괴하며, 무방비한 요정의 머리 위로 조금씩 다가가는 피묻은 망치.
“그저,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위한 소망으로써. 빛나는 내일을 바랄 뿐이옵니다.”
그녀는 그 망치에 반응조차 하지 않고, 눈을 감으며 손을 뻗었다.
간청하듯.
애절한 목소리로.
그렇지만, 그것은 내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고.
“잘 가라.”
그저, 나는 그에 대한 답으로 작별 인사만을 돌렸다.
“바라건대. 기원을 듣는. 혼돈의 여왕이시여.”
…여왕?
카앙.
파열음과 함께, 마지막 보호막이 빛으로 화하고.
“그 자비를. 드러내 주소서.”
영창이 끝났다.
그리고, 망치가 내리쳤다.
흰 공간이 열리고.
망치는 그 안에 삼켜져, 모든 물리력을 상실했다.
망치를 커튼 걷듯 걷어내며.
검고 흰, 그녀가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웃었다.
검기에 보이지 않는 얼굴로.
끝을 노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