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52)
마법소녀 아저씨 252화(252/671)
252. 막간-신성을 노래하며.
“기원이란, 자신이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길, 누군가에게 비는 것.”
검은 얼굴이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신이 바라는 일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아니야.”
흰 손이 고했다.
“중요한 것은, 기원을 듣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지.”
회색빛 세계가 언급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자신이 모르는 힘일지도, 세계일지도, 마법이라는 규칙일 수도 있지.”
여왕이 웃었다.
“그럼, 절대자는 어떨까?”
끝이 노래했다.
* * *
빛이 장엄하게 내리쬐는 대성당.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오래된 장식이 많은 장소건만, 먼지조차 흩날리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대강당.
그 대강당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건만,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그리 엄숙한 빛의 광장 속에서.
누군가가 기나긴 복도 끝의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흰 예복을 걸치고, 금으로 된 반지를 낀 노인.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침묵이 지배하던 강당에 약간의 소곤거림이 감돌았다.
“모든 살아 움직이는 창조의 선물에 대해 우리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시작되는 개막문.
“이를 위해, 교황 그레고리오 17세 성하의 소집으로, 우리는 여기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그를 귀에 담았다.
“힘든 시기였습니다. 지옥문과 형언할 수 없는 이들이 뛰쳐나왔으며….”
계속되는 연설.
“…이에,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증명하고자. 이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제3차 바티칸 공의회.
카톨릭뿐 아니라, 무신론자, 프로테스탄트, 오르토독시아, 에피스코팔. 심지어 이슬람이나 유대계까지.
다양한 일신론 계통의 종교인들이 이 공의회에 초청되었다.
물론, 이에 답하지 않은 이도 존재했고, 교황이 무슨 권위가 있기에 이들을 모았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결국, 이만한 이들을 모을 이가 교황 외에는 없었기에. 수많은 종교인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주제는 종교의 이름으로 차별받던 각성자에 대한 대우.
그리고, 달라진 세상에서 신앙은 어찌 되어야 하는가.
공의회가 시작되고 각자가 입을 열었지만, 나는 그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저쪽 종교 관계자가 아니기에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난 회의에 초대받지 않았으니.
“자. 어떻게 될까.”
“글쎄요. 저희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내 옆에서 그리 떠들며, 작은 해골 액세서리를 만지작거리는 그.
칼라베라.
만약의 상황에 모든 것을 뒤집기 위해 투입된 그와.
호위 역으로 작전에 투입된 나.
“몇 명이나 지워질까.”
“…가급적 없으면 좋겠군요.”
나도 그러길 바란다만.
그런 적이 있었나?
* * *
“캔터베리 대주교 보좌. 존 스미스 님이시죠?”
“그렇다만 무….”
확인 완료.
손을 내밀어, 그를 밀쳤다.
“아?”
차가 달려든다.
마침, 저 언덕에서 ‘우연히’ 브레이크가 풀려 내려오던 차가.
콰득.
그리고, 한 인간의 삶이 사라졌다.
자동차라는, 거리에 흔히 나뒹구는 흉기에 의해.
이는 사고사로 기록되리라.
“작전 완료. 뒤처리를 부탁한다.”
“확인.”
조용히 그 자리를 피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음은 이미 확인했지만, 작전 구역에 오래 머문다면 우연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니.
결국, 이번에도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군.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영웅을 옹호하는 이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어떻게든 예의 바른 단어를 담던 담론 사이사이에 영웅에 대한 비판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참석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공의회의 특성상, 누군가를 암살하면 티가 나기 마련이니, 다른 수단을 이용했다.
각성자 반대파가 최대한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시간에 맞추지 못하도록 운송 수단을 망쳤다.
몸이 안 좋아지도록 약한 독을 사용했다.
제출이 예정되어 있던 자료 일부를 지웠다.
험악해질 때마다 약한 정신 조작으로 분위기를 누그러트렸다.
하지만, 그 또한 이미 한계.
강경파의 거두를 없앰으로써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결국, 이렇게 한 명을 순교시켰다.
각성자에 대해 종교의 이름으로 찍어 눌러야 한다는 강경파를.
그래도 두 번은 못 쓰겠지.
한 명이 죽는다면 단순한 사고지만.
두 명이 죽으면 의심이 시작된다.
이걸로 분위기가 바뀌길 빌 수밖에.
지나가던 아이로 위장하고자, 주변 노점에서 팔던 초코 젤라또를 손에 쥐었다.
맛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 * *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조금 분위기가 누그러들었다.
각성자를 옹호하는 이들의 말에 어느 정도 힘이 실렸고, 대화 또한 각성자에 대해 우호까지는 아니어도, 중립적인 말이 나돌았다.
이대로 흘러갔으면.
우릴 인정해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고, 불편한 중립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
신자들이 몰려와, 마녀사냥을 하지 않도록.
그것을 행한 이들이 나중에 붙잡혀, 과도한 폭력 행위로 이단 판정을 받긴 했지만, 그게 신도들의 보편적인 시각이란 사실은 관리국은 잘 알고 있다.
지금도 행정반은 신의 이름을 빙자한 민원 테러를 받고 있겠지.
그런 상황을 떠올리자, 마음이 불안해져 앉아있는 기둥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니코틴이 모자라.
“…담배는 안 됩니다.”
“알아. 미쳤다고 잠입 도중에 피우겠냐.”
대놓고 나 여기 있수 광고라도 할 게 아니라면 말이지.
재도 떨어지고, 냄새도 나고, 연기도 피어오르는 쓸모라곤 없는 물건.
그렇기에, 사랑스러운 게 아닐까 하지만.
“차라리 금연할까.”
“그 말 수백 번은 들었습니다.”
칼라베라는 그리 말하고는, 웃으며 나를 향해 껌을 내밀었다.
“웬 껌?”
“이하람이 발광을 시작하면 담배 대신 꺼내라고 뇌신이 그러더군요.”
뇌신의 조언이라, 나쁘지 않군.
“그만큼 세상이 엿 같은 걸 어쩌겠냐.”
네모난 껌을 입에 담으며 말했다.
질컹.
씹는 맛이 없다.
종잇장 같네.
“몇 개 더 내놔 봐.”
“부족합니까?”
“어. 한 통 다 내놔.”
“아껴 쓰시길.”
아껴 쓰란 말과 함께 내밀어진 껌이었지만, 죄다 입안에 털어 넣었다.
“….”
“너도 내 몸 되어 봐라. 그럼 알 거다.”
이제 좀 씹는 맛이 나는구만.
질컹.
이빨과 턱을 움직이자, 다행히 감정이 가라앉았다.
찍. 찍.
작은 입에 워낙 많은 껌을 담은 탓일까.
이빨 사이에서 부풀어 오른 껌.
그것이 만든 찍찍거리는 소리가 조용히 천장을 울렸으나.
거리가 있었기에 누군가의 귀에 들어갈 큰 소음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안정된 마음으로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원하며.
* * *
두 달째.
“….”
글렀군.
계속된 회의에서, 그들의 주장은 더욱 과격해져 갔다.
각성자는 우리와 달라, 신의 축복을 받지 않은 자.
그에, 신의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극단주의.
몇몇 이들이 땀을 흘리며 반박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는 결정지어졌다.
“칼라베라. 하자.”
“…같은 분을 믿는 동지들에게 이러고 싶진 않았습니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공동체를 주장하는 것일까.
“죄송합니다.”
칼라베라는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이며, 해골 액세서리를 비틀었다.
흰색 무언가가 해골 구멍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온다.
칼라베라가 강령술사로서 수집한 영혼.
그것이 허공을 날아간다.
저 강당에서 외치는 이들에게 빙의되어. 우리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하도록 정신을 조작하고자.
그것이 목표에 도달한 순간.
한순간의 섬광이 일며,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빛이 가시고 우리가 시야를 되찾았을 때는….
“으헉!”
“컥!”
“허으헉!”
빙의가 성공한 듯, 각 파벌의 대표자들은 기묘한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굽혔다.
“무슨 일이십니까?!”
“대체 무슨….”
각성자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찼던 대강당에, 소란스러움이 넘쳐흐른다.
수많은 이를 거느린 이가, 몸 어딘가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있으니 당연한 일.
“…괜찮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이는 교황 그레고리오 17세.
이어, 다른 이들도 정신을 차리고 몽롱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그대들도 보았는가?”
교황은 신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몽롱한 표정을 지닌 이들을 흩어보았다.
“예.”
“모두 같은 것을 본 것 같습니다.”
모두가 그리 입을 열었다. 빛나는 눈을 하고, 뭔가 깨우친 듯.
당연하리라.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그럼 내가 모든 이를 대신해서 말해도 되겠는가.”
교황은 앉아있던 의자에서 불편한 몸을 일으키며 그리 말하였다.
주변의 수행원들이 말렸지만, 그것을 뿌리치고 몸을 곧추세우며.
“그리하시길.”
“저희도 그리하겠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리하시길.”
“고맙네.”
교황은 갑자기 원기를 되찾은 듯 큰 몸짓으로 손을 벌렸다.
“들으라.”
연륜이 느껴지는 탁한 목소리.
그렇지만, 그 목소리는 강당에 있는 모두에게 들릴 만큼 선명했다.
“나는. 아니 우리는 그분의 계시를 받았다.”
그래. 우리가 만든.
강당에 큰 혼란이 일었다.
“사적 계시가 있을 리 없습니다!”
“이게 무슨….”
그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대표자들은 아무런 입을 열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양손을 맞잡고 참회하는 이 중.
고개를 든 것은 교황뿐.
“들으라. 우리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교황이 입을 연 순간, 시끄러운 모든 소리가 가라앉았다.
나조차도 쉽사리 떨쳐낼 수 없는 위압감.
“…약발이 너무 좋은 거 아닌가?”
빙의랑 환각으로 저리 사람이 바뀔 수 있다고?
“…신의 기적입니다.”
그런 내 말에 옆의 칼라베라가 입을 열었다. 뭔가에 홀린 듯, 멍하니 입을 벌리며.
“신은 무슨….”
“제가 안 했습니다.”
“엉?”
“제가 뭔가를 하기 전에. 이미 거대한 뭔가가 내려오셨습니다.”
…뭐?
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 강당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는 주의 가르침을 저버리고, 같은 동지를 탄압하였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사람을 구하고자, 내면의 힘을 일깨운 이들을. 우리는 탄압하였다.”
진정성이 담긴 말.
“같은 신의 자식인 이들을. 우리는 우리와 다르다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였다.”
그 말에, 다른 이들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듯.
“그러니, 우리는 말한다. 각성자. 아니 영웅들은 우리와 같은 신의 은총 안에 있는 이들이라고.”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우리의 잘못으로 그들에게 부당한 죄를 지웠음을….”
바보 같으니.
이제 와서?
너희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우리가. 저 한마디를 듣고자 얼마나.
“…얼마나 긴….”
* * *
제3차 바티칸 공의회의 큰 물줄기가 바뀌었다.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내용 자체는 같았으나, 토론의 기반이 달라졌다.
각성자 또한 신의 축복을 받은 이들이라는 기반.
변하지 않는 토대가 쌓이고,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종교 집단이, 영웅에게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게 만든다는 임무.
“정말. 말도 안 되지.”
칼라베라와 떨어져, 멍하니 길을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이라.
신. 절대자. 하느님. 하늘에 선 자.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그런 존재가 실제로 있을까.
“…있을 리 없잖아.”
칼라베라는 기적이 일어났다며 날뛰었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선한 신이 있다면, 우리가 겪은 고통은 무엇이었으며.
어째서 이제 나타났겠는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흰색 대리석 광장에 둘러싸인 푸른 하늘을.
“이것도 이계의 장난질인가.”
그래,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친 세계에 미친 일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다.
“난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거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할 일은 많고.
죽일, 사라져야 할 이도 많으니까.
나는 조용히 그런 이들을 리스트에서 지워나갈 뿐.
다음은 어디려나.
불붙은 담배를 흰 대리석 길에 내던지고.
이런 장소에조차 존재하는 골목길로 몸을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