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58)
마법소녀 아저씨 258화(258/671)
258. 가르쳐 주세요! 여왕님!(2)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지만, 주목할 만한 정보는 없었다.
이야기의 진행 방법이나 해결법에 관해서는, 규칙을 들먹이며 말해주지 않았고.
가끔 변덕이라도 생겼는지, 기껏 알려준 답도 대부분은 의미 없는 말장난뿐.
예를 들어.
“종말병의 해결 방법은 뭐지?”
“하나가 되면 돼.”
같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었다.
그에 결국 답 대부분은 의미 없이 허공으로 사라졌고.
“운호는 왜 살점 마법소녀 형상을 취한 거지?”
“선택받지 못해 사멸한 세계라 지금 확인하기엔 정보 부족이 있지만, 아마 그게 운호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던 강한 형상이 아닐까.”
가끔 이런 의미가 있는 듯, 없는 듯한 답변만이 흘러갈 때쯤.
“꽤 시간이 많이 흘렀네. 곧 저녁 시간인데, 더 할래?”
잠깐 멍하니 허공을 쳐다본 여왕이 말하는, 시간제한.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남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아껴두었던 물건들을 꺼낼 준비를 하였다.
“그래, 원하는 만큼. 시간제한의 룰은 없었으니까.”
후우.
숨을 들이켜고.
그릭스에게 물었음에도. 내 안에서 열매를 맺지 못한 질문을 던졌다.
“내 안에. 뭔가 있지?”
“내장. 살. 피. 뭐 여럿 있지.”
“그런 의미가 아니란 건 잘 알 텐데. 붉은 눈의 거신. 여러 색을 가진 나와 똑 닮았지만, 전혀 다른 마법소녀들. 그들에 관해 묻는 거다.”
“아, 그래. 있지, 있어.”
이걸로, 존재가 확실시되었다.
환상이나 환청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도 관측이 가능한 존재임을.
그릭스 또한 그들을 접했지만, 그는 그들 또한 나 자신이니 받아들이라고만 말했을 뿐.
나는, 그 답에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녀석들과 관련해서 궁금한 게 뭔데?”
“내 내면에 잠든, 붉은 눈의 거신. 그 녀석은 뭐지?”
하나씩. 하나씩 질문하자.
여왕이 정확한 답을 내어줄 수 있도록.
“그건 확실하게 너 자신. 그 이상의 뭔가는 없는데? 뭐 전능한 존재가 자리를 틀고 앉아있는 것 같아?”
그럴 리 없다.
“내가 그 존재를 직접 관측한 건, 한 번뿐이지만, 간접적으로는 여러 번 느꼈어. 죽을 상황이나, 뭔가 한계를 초월하는 힘을 끌어올 때. 내 안의 뭔가가 호응했지. 그게, 내 힘이라고?”
이번 수호대와 싸움에서도 그랬다.
이계침식의 문장을 뱉은 것은 내 입이 아니다.
내 마음속 어딘가, 그것이 울부짖었고, 나는 입을 열어 그것을 토해냈을 뿐.
그런 강대한 힘을 가진 이가. 내 안에 있을 리.
“하아. 그래, 정정하자. 그건 마법소녀로서 너 자신이야. 감정을 쌓고, 뒤틀리고, 세상을 증오하는. 네 모든 힘의 원천. 물론, 이것은 나조차도 관측하지 못하는 지성체의 가장 깊숙한 본질과 관련된 내면이니까, 간접적 관측을 통한 추론이지만. 뭐 대충 맞을걸, 끝같이 말도 안 되는 녀석이면 그런 데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강자라면 충분히 관측할 힘을 뻗을 테니.”
“…나에겐 그만한 힘이 없어.”
“있어. 지성체라면 모두. 의지를 가진 지성체라면, 모두 가지고 있지. 아까 말했잖아? 나도 태어났을 땐 너 같은 필멸의 존재였다고. 그것을 어찌 이끌어 내느냐는 다 하기 나름이야. 아, 물론 너처럼 마음속이라 한들 형상과 자아를 취하는 건 좀 많이 힘을 끌어냈다는 이야기고 특수한 케이스지만, 그런 힘 자체는 다들 가지곤 있지.”
그릭스랑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군.
지성체로서 가진 씨앗.
…그릭스와 끝의 존재. 둘 모두가 그리 말했으니. 인정해야 하는 건가.
그 막대한 힘은 나 자신이고.
나는 그것을 이끌어 내지 못할 뿐이라고.
“이제, 그럼 그걸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수련을 해야 하는 건가.”
어렵구만.
한계에 처하게 하면 되나?
계속 벽에 부딪히고, 그 벽을 뚫는다는 생각으로?
“뭐, 잘해 봐.”
조언은 없었다.
규칙 외에도, 할 말이 없다는 듯.
후.
정말 한숨만 나오네.
그럼, 거신은 그렇다 치고, 다음은 그 이상하리만큼 감정이 넘치는 마법소녀들인가.
“그럼, 그 색색의 마법소녀는 뭐지? 나랑 대부분 똑같이 생겼지만, 뭔가가 결정적으로 다르던데.”
어떤 마법소녀는, 색이 달랐다.
어떤 마법소녀는, 내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말투를 했다.
어떤 마법소녀는, 인간조차 아니었다.
그것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에 깊이 고민했으나.
“그것도 너 자신.”
돌아온 답은,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었다.
“…혹시 거짓말 타임인가?”
마지막에 몰아서 2% 할당량을 채우려는?
그럼 위에 거신의 정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정확하게 말하면, 너와 비슷한 씨앗을 가진, 선택이 틀려 사멸된 세계의 너 자신. 봐서 알잖아? 역천… 아니 너희 세계에서는 큐레이터였지. 그 녀석과 같은 종류야. 다만, 그들은 세계를 뛰어넘을 힘이 없었지.”
…평행 세계라. 분명, 라이브러리안은 그 이론을 부정했는데.
비슷하지만,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여왕이 말한 이상….
“그 말은, 평행 세계가 실존한다는 뜻인가….”
“아하하하. 그거 꺼내면 안 되는 말인데. 여기까지 와서 지뢰를 밟아버렸네. 음. 여기까지 왔으니 좀 봐줄까? 아직 질문이 아니었으니 답을 미뤄 줄게. 정 듣고 싶으면 질문해 봐.”
…뭐지?
단순히 평행 세계가 존재하냐는 질문이. 왜 지뢰가 되는 거지?
그것도, 저 뒤틀린 여왕이 나에게 기회를 줄 정도로?
…불길함이 감돈다.
정확하게 저것을 질문했다가는, 뭔가가 터질 것 같다는 불길함.
그렇지만, 물러설 수는 없기에.
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럼, 내 안의 마법소녀들은 다른 세계의 나 자신인가?”
“정확히 일대일 대응은 아니지만, 적어도 근본적인 씨앗이 비슷한 애들이라 생각하면 돼.”
이건, 지뢰가 아니란 말이군.
비슷하지만,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지뢰가 아니다. 사실 이것도 이미 큐레이터를 통해 알았으니, 큰 문제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완전 여자처럼 행동한다던가.
미친놈처럼 설치던 게 다 나라고?
대체 어떻게 살면 그리 되는 걸까.
안정되고 흠 없는 정신을 가진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이다.
하긴, 그런 망가진 족속들이니 내 안에 둥지나 틀고 놀고 있겠지.
“그 녀석들이 나에게 들러붙은 이유는 뭐지? 다른 지성체도 그런 존재를 달고 있나?”
“몇몇 달고 있는 애들이 있긴 한데. 큐레이터처럼 말야. 흔한 건 아니지?”
후자의 질문에 대한 답만 돌아왔군.
질문을 조금 바꿔 볼까.
“어떻게 그들이 나에게 들러붙었지?”
“….”
처음으로, 여왕이 입을 다물었다.
싸늘하고 공허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왜 답하지 않지?”
그에, 또다시 질문을 내던졌으나.
여왕은 여전히 입을 다문 채, 나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마, 그리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기껏해야 수십 초.
그렇지만, 영원과도 같은 시간.
그것의 끝은. 여왕이 알렸으니.
“있잖아. 이야기란,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결과. 그게 구성에 있어 큰 영향을 차지해.”
그녀는, 혼잣말을 시작했다.
“영웅 서사에서도 사악한 용을 물리치고 보물을 얻거나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이야기잖아? 정석적이고, 클리셰적이기까지 하지. 모험과 고난. 그 뒤에 있는 보상. 그렇지만, 거기엔 대부분 뭔가가 따라붙기도 하지. 용의 피를 받았지만, 나뭇잎 한 장 때문에. 심장의 뒷면은 불멸을 가지지 못한 것처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내가 말을 꺼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 없이.
기나긴 이야기를 계속했다.
“사실 살아가는 존재가 그리 멍청할 리 없지. 완전무결한 존재가 자신도 모르는 약간의 흠이 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아마 평생 흠이 얻어걸릴 확률은 벼락을 열 번 연속으로 맞는 것보다 힘들걸?”
마치, 누군가에게 설교하듯.
그저, 단어를 늘어놓았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달라. 언급이 되었으면, 사용되어야 해. 그게 짜임새가 높고, 인기 있는 이야기거든.”
그녀가, 점차 흐리게 느껴진다.
거기, 분명히.
어떤 변화도 없이 존재함에도.
“그러한 원인과 결과. 상황 설정. 전개 방식. 그런 게 유명해지면 클리셰가 되지.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하겠지만, 유명한 이유가 있는 만큼. 사용하기도 쉽고, 전개하기도 편하니까.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도 좋아하거든.”
그녀가 노래한다.
그녀의 노래를.
“자, 그럼. 마법 왕국의 이야기는 짜임새가 있는 걸까? 수없이 나온 복선, 뭔가 있어 보이는 등장인물. 세계의 사회상. 그런 것은 모두 언급조차 되지 않고. 하늘에서 떨어진 전능자가 모든 것을 알려 주고 있어.”
그녀가 시선을 올린다.
내가 아닌, 어딘가를 향해.
“그러한 보상엔 감흥이 있을까? 우연과 우연이 얽힌, 갑작스레 모든 것을 알려 주는 재미없는 존재.”
“처음부터 정보가 목적이었다만.”
“아 그래. 정보. 그건, 사실 그냥 미끼지. 너를 여기로 끌어들이기 위한.”
그녀가, 마침내 내 말에 반응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여전히 날 보고 있지 않았고.
“그렇지만, 그것은 굳이 사용되지 않아도 될 보상이야. 조금만 풀어도 문제가 없는 거잖아? 정보는 그런 것이니까. 그리고 이야기의 짜임새를 위해서는 그리해야 하지. 모든 것을 한 번에 푸는 것은. 안될 일이거든.”
그녀가, 노래한다. 계속해서.
“자, 그런데, 모든 것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많은 것이 나와 버렸지. 어떻게 할래? 네 이야기는 아직 이어져야 할 텐데.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기반이 무너진다고 해도?”
그녀가. 입을 연다. 계속. 또 계속.
마치.
질문을 멈추려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듯.
그것은, 마치, 내가 반드시 따라야 할 규범처럼 느껴졌고.
그에, 입을 다물고, 질문을 끝내려 했지만.
곧, 떠올렸다.
나는. 애초에 저 존재가 말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언제부터 내가, 이치에 맞게 행동해 왔지?
나는 그냥 지르고 보는 성격 아니었나?
그리고, 그에 문제가 생긴 적은…. 음. 많긴 했지만.
그게 나다.
난 신중하지도 않으며, 과거에서 큰 교훈을 얻지도 않는다.
애당초, 마법 왕국에 와서 나답지 않게 행동했기에, 이 사달이 난 것 아닌가.
이조차도, 여왕이 짜 놓은 덫이라면.
그렇다면. 나답게.
“내 안의 마법소녀들이, 어떤 방법으로 내 안에 존재하는 거지?”
지뢰밭에 발을 들였다.
이미, 깊이 들어왔음에도.
두려움 없이.
“…망치를 매개로.”
그녀는 잠깐 말을 멈추었지만, 곧 답을 해 주었다.
“…망치?”
“그래, 망치.”
“대체, 내 망치에 무슨 힘이….”
“아까 영상 봤잖아. 대부분 망치 들고 있는 거. 너와 거의 동일한 근본을 가진 존재가 마법소녀가 될 경우. 절대다수가 망치를 공유하는 식으로 마법소녀가 되지. 그런 거야.”
…망치야 너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내가 마법 능력이 없는데도 그걸 어느 정도 커버할 만큼, 이상할 정도로 다재다능하다곤 생각했지만.
아예 나와 기반이 같은 녀석들까지 잡아 오는 녀석일 줄이야.
흐음.
그럼 난 큐레이터처럼 나 자신을 잡아먹는 건가?
잠깐. 그럼 뭔가 이상한데.
왜.
“블랙 머라우더는… 빠루를….”
“예. 아웃. 선택지 미스.”
어?
그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그녀가 나를 향해 덮쳐왔다.
공허하며, 무한한 입을 벌리고.
그녀는 그 무엇보다 빨랐기에.
나는 반응하지 못했고.
그대로 삼켜졌다.
* * *
모든 것이 끝나고.
나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밥에 이상한 짓은 안 하겠지.”
“안 건들어. 안 건들어. 어차피 떠날 애인데. 난 볼일 끝났어.”
여왕은 매우 귀찮은 듯, 치렁거리는 옷을 땅바닥에 질질 끌며 내 옆을 따라왔다.
그녀라면 공간 이동이라도 써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을 텐데, 굳이 발로 걷는 것을 보면 이 또한 마(魔)로서 자기 자신에게 건 제약일까.
어찌 되었건.
나는 내 앞을 걷는 창을 든 토끼 인형 수호대에게 안내받아 식당으로 향했고.
미세하지만 화려한 조각이 새겨진, 갈색 목제 문을 열며.
식당에 들어섰다.
“이야기는 다 끝내신 모양이군요. 앉으시죠. 오늘 요리에 대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느낀 것은 수호대 웨이터의 목소리였고.
그다음 느낀 것은, 시야를 통해 들어오는 식당의 형상.
우리가 거주하던 고급 식당보다도 한 단계 위 수준의 고급스러움이 자리한 장소였다.
곡선이 여럿 섞인 식탁은 본래 그리 생긴 자연스러운 나무를 짜 맞추어 완성된,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예술품 같은 형태였고.
그 위를 평평하게 잘라 만들어낸 식탁 위에는, 색이 다른 여러 천이 겹치며, 아름다운 형상의 식탁보를 만들었다.
아마, 저것을 걷어 내고 세팅하는 데만도 몇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것만 해도, 이미 고급스러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하건만.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듯.
사파이어와 비슷한, 반투명한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촛대 위에는 기하학적으로 생긴 초 여럿이 타오르며, 마치 예술 전시회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이 놓인, 어디에 사용하는지 알 수 없는 식기.
아름다운 금색 무늬가 새겨진, 겉이 푸른, 새하얀 접시.
너무나도 투명하고 가느다래. 잡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컵과 그 안에 든 존재조차 의심스러운 액체.
기타 등등.
내 조잡한 표현력으로는, 그저 고급스럽다. 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으나.
시야의 끝. 식탁의 구석에는.
그 모든 고급스러움을 한 방에 날려 버릴 것이 존재했으니.
“저기요! 빵 리필 되나요!”
꾸역꾸역 입안에 뭔가를 쑤셔 넣는 흰 쓰레기.
운호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하염없이 기뻤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