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59)
마법소녀 아저씨 259화(259/671)
259. 집으로…(1)
운호의 부활에 기쁨을 표현하고 싶지만, 내가 운호에게 해준 것은, 쥐어짜지 않는다는 것 정도였다.
운호는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으니까.
약간의 대화만으로도, 운호가 수호대나 파르에 대해 적의를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다만, 자기가 공격을 막았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기에.
그저, 큰 부상을 입었고 그것이 치유되었다고 이해한 것 같다.
그 오류를 지적해야 할 것 같지만.
왠지 여왕이 실실 웃던 것도 기분나쁘고.
굳이 말해 줄 필요도 없어 보여. 그 사실은 내 마음속에 묻어 두기로 했다.
“그런데 아까 밥 먹느라 못 물어봤는데, 결국 전투는 누가 이겼어요?”
그렇게, 운호와의 재회도 끝나고.
수호대가 마련해 준 숙소로 향하는 길에서. 운호가 나에게 한 질문.
“…글쎄다?”
정말 누가 이긴 거지?
애초에 그 전투 성립되긴 한 건가?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은데.
애초에 심판조차 사기를 치고 있는 전투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관심이 없는 분야였기에. 여왕이건 수호대건, 누군가에게 그 전투를 물어본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우웅…. 그럼 제가 당선되면 어쩌죠? 다음 선거가 언제일지도 모르는데, 계속 남아있을 순 없잖아요.”
운호는 진심으로 그게 고민되는 듯, 내 어깨 위를 빙빙 돌며 목을 간질이기 시작했으나.
퍽이나.
수호대건, 선거 관리 위원회건, 그 심기가 뒤틀린 황천의 여왕이건.
제정신이 박힌 애라면 절대 너한테는 안 시켜 줄 거다.
일이 꼬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 정도면 수습하기도 힘들거고.
“마지막 남은 사람이 승자니, 적어도 우리는 아니겠지.”
운호는 죽었고.
나는 여왕한테 끌려가 전장 이탈.
알’셸이 어찌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그 개판 속에서 알’셸이 애들을 때려잡으러 다니진 않았겠지.
그럴 이유도 없고.
“우웅. 그렇겠죠?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시킬 리도 없구요.”
그래. 그래 그렇겠지.
그리 말하며, 수호대가 말했던 호텔로 들어섰다.
그 호텔은, 상당히 고급스러웠으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들어서자마자 벨보이가 맞이하고.
빛이 반사될 정도로 반들거리는 돌바닥이 있으며.
로비 옆에는 과일이 꽂힌 웰컴 드링크를 곧바로 준비하는 바가 있는 정도의 고급 호텔.
그런 성대한 공간을 가로질러, 로비 데스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방. 예약된 거로 압니다만.”
“예,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내 말에 데스크 직원은 완벽하게 예의 바른 모양새로 손을 움직여 투명한 판을 공중에 띄웠고.
“이하람, 아니면 운호로 예약되어 있을 겁니다.”
나는 그에 예의를 갖춰 답을 되돌렸다.
누구 이름으로 예약했는지는 안 들었지만.
둘 중 하나겠지.
“예, 이하람 님. 확인되었습니다. 방 번호는 1301호이시고, 일행분이 먼저 키를 가지고 가셨습니다.”
일행? 알’셸인가.
“혹시 그 일행이란 사람이 얼굴에 촉수를 잔뜩 달고 있던가요?”
“예, 그런 생김새셨죠.”
맞군.
확인이 끝났으니, 곧바로 데스크에서 몸을 떼고, 이 세계에 온 이후 몇 번이고 본, 원통형 순간 이동 장치를 향해 몸을 옮겼다.
“좋은 휴식되시길.”
데스크 직원이 그리 작별 인사를 건네왔지만.
난 반응하지 않았다.
“수고하세용!”
어깨에 탄 운호만이 몸을 돌리고 인사를 했을 뿐.
이어, 요정 직원이 날아와 웰컴 드링크를 건넸기에.
그것을 받아 들곤 고맙다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계속해서 순간이동 장치를 향해 걸어 나갔다.
그런 내 행동이 이상했던 것일까.
“하람 님. 왜 이렇게 딱딱하세용?”
과일을 해치우고, 빨대를 입에 쑤신 운호가 내게 질문을 던져 왔다.
“…딱딱하다는 게 뭔 소리냐.”
무슨 말인지는 이미 알았지만, 내 현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기에, 자연스레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음 그게, 뭔가 큰일이라도 겪은 것처럼 굳어계셔서용….”
“난 평소대로야.”
그것을 보여 주고자, 내가 생각해도 살짝 좁아졌던 보폭을 넓이며 앞을 향했다.
“음… 아닌 것 같은데요.”
운호가 의심스럽다는 듯, 목덜미에서 그리 속삭였지만.
나는 이 이상 뭔가를 말할 건덕지를 주지 않고자 입을 다물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굳어있는 것도 사실이고.
내 행동이 이상한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도 뭔지 알고 있고.
요약하자면.
‘대체 이런 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 때문에.
수호대나, 여왕이 높으신 분이라는 사실은 잘 알겠다.
그렇지만, 말이다.
상대를 생각해서 조금 평범한 장소를 잡아도 되지 않을까?
살짝 고급인 정도로 말이다.
사실 데스크 직원이나, 아까 음료를 날라 준 요정에게도 팁을 줘야 했던 것 아닐까?
벨보이는 내게 짐이 없음에도 곧바로 달려 나왔는데. 그것도 사실 뭔가 내가 미리 말을 해서 제지해줘야 했던 게 아닐까?
애초에 이 세계에도 팁 문화라는 게 있나?
내가 스파이 짓 할 때는 대충 1 혹은 5달러 지폐를 깔아 두는 게 눈에 안 띈다는 교육은 받았지만.
상류층 쪽은 정말…. 모르겠다.
식당에서도 이랬었는데, 호텔마저도 나한테 엿을 먹이는구나.
사실 이것도 날 골탕 먹이려는 여왕의 함정이 아닐까.
그런, 의미 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뱅글뱅글 돌고 있기에.
그렇지만, 그것을 운호에게 들키고 싶진 않아.
조금 더 빨라진 발걸음을 옮겼다.
* * *
“흠.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호텔 방문을 두드리자, 문을 열고 나온 문어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
“솔직히 무사한 건 아닌데…. 뭐, 몸 간수는 해서 돌아왔다.”
“몸 성히 돌아왔습니다!”
뒤지진 않았으니 된 거지.
아…. 물론 운호는 죽었는데.
일단 부활했으니, 대충 비슷한 걸로 치자.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서 아프 대장에게 넘겼지만, 솔직히 말해, 일이 잘 풀릴지는 저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 말하던 알’셸은 곧 자신이 문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터 주었고.
나는 그에 홀린 듯 몸을 흔들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하여 마주한 호텔의 방은, 현대식 고급스러움 그 자체였으니.
여왕의 성에서 보여준 고급스러움이 조금 중세나 예술품과 같은 고급스러움이라면.
이 호텔이 보여 주는 고급은. 이 단어가 맞는진 모르겠지만, 모던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무채색과 직선의 조화가 만들어 내는 단순한 고급스러움.
그리고, 그 메인으로서 자리한 베이지색 침대.
그것을 보자, 계속해서 이어지던 긴장이 끊기고, 피로가 물밀려 오듯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많은 일이 있었지.
여왕의 성은 적진이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농을 하는 중에도.
식사 중에도.
계속 수호대와 여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으니.
호텔까지 오고자 길을 걷던 때도 마찬가지.
이미, 이 세계에 온 이후 사소한 몇 가지가 그리 거대한 계획을 만든 것을 알아챈 시점에서. 모든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도달한, 푹신해 보이는 침대 앞.
그것을 바라보자, 나는 홀린 듯 긴장을 풀었고.
“포요?”
어깨에 앉은 운호를 옆 식탁에 내려놓은 후.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푹 파일 정도로 푹신하진 않지만, 각자 다른 반동을 보이며 온몸을 균등하게 받쳐 주는, 좋은 침대.
거기에 안겨, 전투 이후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았다.
운호의 사망.
본질마저 제물로 삼은, 수호대를 뛰어넘는 리미터 해제.
그 이후 진정한 끝과의 만남.
충격적인 정보 교환.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이들의 정체.
그 원인을 알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 정도면 만족해도 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이불을 몸에 둘둘 말고.
침대의 푹신함을 느꼈다.
물론, 긴장을 풀면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아직 여기는 마법 왕국.
그들의 세계니까.
다만, 여기엔 운호도, 알’셸도 있다.
이 세계에서, 유이한 아군이 한데 모인 장소.
아량을 베풀어, 아프까지 아군이라 쳐줄 수는 있겠지만. 그 녀석은 원리원칙 효율주의자일 뿐. 아군이라고 하긴 조금 뭣하니.
그렇게 빠르게 잠이 들려는 찰나.
곧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해야 할 일이 생각나.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입을 열었다.
“야, 알’셸.”
“뭡니까?”
“그. 뭐냐. 고마웠다.”
조금 나답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약간의 진심을 담아. 그리 표현했다.
“예? 이번엔 또 무슨 일을 꾸미시는 겁니까.”
물론, 우리의 문어께서는 항상 그렇듯, 내 진심도 못 받아들이고 경계하는 표현을 내뱉었지만.
내 평소 행동이 행동이었으니,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아니, 진짜로 고마웠다고. 네 어시스트가 없었으면 지금쯤 다 망했을 거거든.”
원하는 것을 얻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또 그럼 뭔가를 잘라 내야 했겠지.
완벽한 결과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잘라 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 낸 것은, 전적으로 알’셸의 어시스트 덕이니까.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나를 모함하는 알’셸의 태도에도 화를 내지 않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을 알’셸에게 내뱉었다.
그것을 받은 알’셸은 떨떠름한 듯, 뒤통수를 긁으며 물을 들이켰고.
잠시 입을 적시며 허공을 쳐다본 후, 곧 입을 열었다.
“아뇨, 사태가 그렇게까지 커진 건 제 탓이 컸으니 말입니다. 항상 전 저를 계획과 마법의 전문가라 말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이 마법 왕국에 온 이후 놀아나기만 하고, 제가 그런 조작에 휘말려 들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죠. 제가 이 조작을 빨리 알아차리기만 했어도, 그런 상황 자체가 열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 그래.
다 자기 잘못이지.
알’셸 녀석은 지금 자기 잘못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 상황은 모두의 잘못이지.
“전쟁터에서…. 예상 밖의 상황에 말려드는 건 흔한 일이고, 거기서 무슨 행동을 하느냐는 자기 잘못이랑 상관없어….”
누군가 잘못을 한다 한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가리고자 팀이, 집단이 되는 것이니까.
우리는 모두 실수를 했고.
팀이 무너질 뻔한 상황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하였으며.
알’셸은 제 역할을 다하였다.
그것으로, 이미 고마움을 표현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주마. 고마웠다 알’셸.”
그리 진심을 담아 다시 말한 후.
알’셸의 답을 듣지도 않고.
아득히 멀어져가는 의식의 저편으로 잠들었다.
모든, 경계를 풀고.
행복한 잠 속으로.
…그랬으면 좋았으련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
곧바로 잠기운을 내던지고,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누구십니까?”
“누구세요? 포요.”
그리고, 대비되는 두 존재의 노크에 대한 반응.
이 장소가 적진이라 생각하는 알’셸과.
자신이 한 번 죽었음에도 여전히 느긋한 운호.
그런 두 질문 속에서.
“혹시, 이하람 님 계십니까? 접니다. 로니아.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어, 이리 찾아뵈었습니다.”
로니아?
그 대답에, 곧바로 문에 다가가 조그만 렌즈로 밖을 살피자.
내가 아는 로니아와 전혀 다른 존재가 눈에 보였다.
흰 날개를 단 요정.
즉, 로니아 추정 요정 하나와.
그 머리 위에 놓인.
흰 날개를 단 돼지.
내가 알고 있는 로니아.
그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문에서 벗어나, 문 옆 복도 벽에 등을 붙인 후.
방 안쪽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셸, 주변에 수상한 건?”
내 말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알’셸은 조용히 마법진을 생성하며 마법을 전개했고, 곧 답을 되돌려 주었다.
“문 앞의 로니아 외에 특별한 존재는 관찰되지 않습니다.”
“그럼 계속 확인해 줘. 일단 문을 열 테니.”
“알겠습니다.”
수상한 건 없단 말이지.
자. 그럼 무슨 낯짝으로 여기까지 왔나 볼까.
그런 생각을 담고.
문을 열어 로니아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