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60)
마법소녀 아저씨 260화(260/671)
260. 집으로…(2)
물론, 로니아를 들여보내진 않았다.
“아, 평안하신지요. 이하람 님, 조금 전 말씀 드렸다….”
“잠깐.”
뭐라고 입을 열려던 로니아 추정을 향해 손을 내밀어 입을 막고.
고개를 빼 좌우를 살폈다.
복도 끝에서 복도 끝까지.
그 기나긴 복도에 특별한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고.
얼굴을 집어넣은 후 입을 열었다.
“무슨 볼일로 여길 온 거지?”
별거 아니면 어서 돌아가라는 까칠함을 목소리에 잔뜩 담은 채.
그에 로니아는 제 잘못을 아는 듯. 살짝 얼굴에 그늘을 띠며 입을 열었다.
“우선…. 상황이 그렇게 돌아간 것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반신이 끼친 민폐와 왜 그리해야 했는지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 이리 찾아뵈었습니다.”
“아 그래, 사과는 받아 줄게. 뒤에건 필요 없고. 그럼 잘 가.”
그냥 얼굴 보지 말고, 각자 갈 길 가자고, 다신 볼일 없을 텐데.
그리 말하고, 쾅 소리 나게 문을 닫고자 세게 밀었건만.
우웅.
문짝과 틀 사이에 마법진이 생겨나며, 그 힘을 무효화시켰다.
“성질이 급하시구만 이하람 군. 이것은 사과이기도 하지만, 충고이기도 하다네. 그러니 문을 열게나.”
거의 닫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로니아의 목소리.
“충고? 하. 네 말장난에 낚여 이 꼴이 났는데 충고는 무슨 충고. 그냥 돌아가.”
내가 성질내기 전에.
그리 생각하며, 문에 힘을 줘 보호막을 부수려 했지만.
“운호 준장의 신변에 관련된 일이라 해도 말인가? 그럼 돌아가지.”
위엄 넘치는 돼지의 목소리가, 내 행동을 막아 세웠다.
“….”
운호와 관련된 이야기라.
하는 수 없이, 문을 열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머리에 돼지를 얹은, 요정을.
“아! 열어 주셨군요!”
요정이 활발한 목소리로 다행이라는 감정이 가득 담긴 말을 꺼냈지만, 이미 그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운호의 신변과 관련된 이야기라. 무슨 내용이지?”
싸늘한 눈빛으로 그리 말했지만.
“흠, 길어질 것 같으니, 방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면 좋겠군.”
돼지는 여전히 무게를 잡았고.
“로니아, 그리 말하면 안 돼요.”
요정은 제 머리 위의 돼지를 손으로 쥐어박으며 입을 열었다.
뭐지 씨벌.
“그래서, 둘 중 누가 로니아지?”
“나다 만.”
“저예요.”
…진짜로 뭐지.
“하, 그래. 사과하러 왔다고 했지. 그건 좋다 이거야.”
사과야 받아 줄 수 있지. 그런데.
“너네 얼굴 보니, 아직 내가 속이 뒤집힐 것 같거든? 딱 진짜 한 대만 치고 싶은데, 둘 중 어떤 놈이 로니아고, 어떤 놈을 쥐어박으면 되냐.”
“아무나 상관없네. 통각, 기억, 생각은 공유하니.”
“가급적 로니아를 때리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둘 다 로니아란 말이지?
그럼.
손을 뻗어, 돼지를 붙잡았다.
“복수의 피 값을 주먹 한 방으로 퉁친다라, 꽤 너그러운 사람이군. 살살 해주게나.”
그 돼지는 내 손에 잡혀 살이 일그러졌음에도, 여전히 여유롭고 재수 없는 태도를 보였고.
“이나 꽉 물어.”
안에 있는 거 토해내지 말고.
그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자세를 잡았다.
양발을 앞뒤로 벌리고.
중심을 다리에 잡은 뒤.
마력을 손으로 몰며.
마법소녀풍-.
촌경.
아래에서 위로 짧지만 격하게 후려친 주먹질.
주변으로 뻗는 힘이 없게 하고자, 내부 파괴의 힘을 담고 뻗어 낸 데다가. 돼지의 몸까지 꽉 붙들었지만.
팡.
주변으로 막대한 충격파가 뻗어 나갔다.
“꾸이이이이익.”
그리고, 돼지 놈의 돼지 멱 따는 비명도 함께.
“흠. 안 죽었네.”
나름대로 진심을 담아 쳤건만.
대장급은 대장급인지, 그 거대한 살이 주먹으로 인해 압축되어 주먹 자국이 남았건만, 돼지 로니아는 눈을 까뒤집고 움찔거리고 있을 뿐.
죽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손에 든 돼지를 허공에 내던지자.
쩌적.
불길한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
“…젠장.”
그 소리의 원인은 곧 알아낼 수 있었으니.
벽에 새겨진 실금과 뒤틀린 문.
힘을 그렇게 아꼈음에도, 주변 사물을 작살 내다니.
아직 리미터를 해제한 여파가 남아있나.
어쩌지, 엿 된 것 같은데.
“알’셸? 혹시 복구 마법 사용할 수….”
“아…. 커흑… 그거라면 제가 사용 가능하니 걱정 마시… 커흑…. 정말 세게 때리셨네요….”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방바닥에서 나뒹굴며, 신음을 내뱉는 요정의 모습이 보였다.
“난 너 안 쳤는데.”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통각 같은 건 공유하니, 말이죠….”
“아 그래?”
그럼 너도 로니아 맞나 보네, 아까까지 반신반의였거든.
“그럼 고치고 들어와라, 저 돼지 새끼도 깨우고.”
그리 말을 남기고, 문을 연 채, 다시 방 안으로 돌아갔다.
* * *
“내 잘못이긴 하다만, 너무 강하게 때린 것 아닌가?”
“더 때리기 전에 입 다물어.”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런데, 여긴 손님이 오셨는데 음료 한잔 안 내주나? 뭐든 상관없지만 되도록 알콜이 든 액체면 좋겠군.”
진짜 한 대 더 쳐도 되지 않을까.
“저 로니아의 말은 무시하세요. 그냥 음료수 한잔이면 충분하답니다.”
좋아, 두들겨 패자.
그리 생각하며,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쿵.
거대한 유리병이 탁자에 놓이고.
“여기, 과일주입니다. 양측이 원하시는 것을 준비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알’셸의 목소리와 함께, 유리컵이 탁자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려, 각자의 앞에 멈춰 섰다.
마치 숙련된 웨이터처럼 절제된 동작을 보인 알’셸은, 당연한 듯 내 옆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으니.
“뭐냐, 너 저런 것도 할 줄 알았냐.”
“식당에서 놀면서 말이죠. 뭐, 그건 그리 중요한 건 아니긴 합니다만.”
그리 말하는 알’셸은, 평소처럼 거만한 자세를 취한 채 다리를 꼬며, 제 특기인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미리 말씀하신 것처럼, 운호 님은 이 대화를 듣지 못하도록, 다른 방에 재워두었습니다. 자, 그럼 이야기해 보시죠.”
왜 니가 나서?
하고 말하고 싶지만.
처음 로니아를 만났을 때, 괜히 알’셸을 두고 왔다가 사탕발림에 넘어간 것이 생각나, 입을 다물었다.
그에 두 로니아는 각자가 병을 돌려가며 술을 따른 뒤. 음료를 들이켜기 시작했고.
요정이 계속해서 컵을 기울이는 동안. 잠깐 컵에 입만 담근 돼지가 입을 열었다.
“어디 보자, 여왕님께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운호 준장이나, 파르 중장, 그리고 나와 아프 대장. 즉 UN 개체에 대한 설명은 어디까지 들었지?”
그 내용은 단순한 문장임에도 꽤 충격적이었으나.
“UN 개체가 뭡니까?”
알’셸은 그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아, 그러고 보니 쟨 한 번도 들은 적 없구나.
“알’셸, 잠깐 내가 이야기하지.”
넌 그냥 다시 빠져.
“예, 겸사겸사 UN 개체가 뭔지도 말씀해주시죠.”
그렇게 일어난 대화의 바톤 터치.
나는 대화를 위해 심호흡을 한 후, 병째 술을 들이켰다.
과일 특유의, 뒤끝 없는 달달한 맛이 입안을 감싸고.
그렇게 상쾌해진 입안을, 자극적인 알콜이 흩고 지나갔다.
만족스러운, 술 한 모금.
후. 좋아.
“우선, 하나만 묻지. 로니아 너랑, 아프 대장도 UN 개체라고?”
“그렇다네. 물론, 나는 운호 준장이나 파르 중장과 그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지.”
“흠…. 일단 그건 나중에 묻고, UN 개체에 관해서는 들었지. 너희 선조. 즉 화신체나 그것들의 피와 살을 짙게 이어받은 녀석들이라고.”
여왕이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건 로니아의 말로 판별되겠지.
“호, 그거 꽤 흥미롭군요. 거기서 뱉어낸 필멸의 존재라니.”
알’셸은 내 말에 그런 지방 방송을 하였지만.
아무도 그에 반응하지 않았다.
“정확하군. 그럼, 파르 중장이 왜 그런 연극에 자기도 모르게 끼어들었는지는 들었는가?”
어디 보자. 직접 듣진 못했다만….
대충 어째서 그랬는지 나도 추론 정도는 할 수 있다.
“선조의 피를 제어하지 못하니까. 같은 존재인 운호와 맞부딪혀서 운호의 피도 일깨우고, 파르도 각성 상태를 겪어보게 하려 했다?”
아마, 이거겠지.
“거의 정확하군. 특히, 파르 중장은 피의 농도가 짙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이 외부로 드러날 때 말고는 거의 완벽하게 폭력성을 제어하는 탓에 수호대의 관심을 끌었지.”
아, 그런 이유에서 이 난리가 난 거 구만.
그럼, 하나 궁금한 게 있다.
“파르 중장이 댁 아주 싫어하던데, 그럼 그것도 의도된 건가?”
거의 원수지간으로 보던데.
만나면 때려잡고 싶어 할 정도로.
“그건….”
돼지 로니아가 말을 줄였다.
마치, 질문에 답하기 싫다는 듯.
그런 상황 속에서.
“푸하. 그건 제가 이야기할게요.”
갑작스레, 요정이 컵에서 입을 떼곤, 붉게 물든 입술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수호대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파르 중장은 전장에서 피에 지배당한 적이 있었어요.”
요정 로니아는 그 상황이 지금도 눈에 선한 듯, 눈을 꾹 다문 채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당시 대령이던 파르 중장이 피에 먹히기 직전이었고, 곧 파르의 피와 살이 어디에 반응하는지 알게 되었죠.”
요정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돼지를 계속해서 찔렀다.
“분노와 폭력성. 전장에서 극대화될 수밖에 없던 감정이죠. 그리고, 제어하기도 가장 쉬운 감정.”
그녀는, 그대로 돼지를 들어 올려 머리에 올렸다.
“그렇기에, 저는 제 반신을 파르에게 보낸 후. 세상 전체를 향해 쏟아지는 그의 분노를 저 혼자에게만 쏟아지도록 조정했답니다. 그런 일은 제 반신이 잘하는 거니 말이죠. 다행히 그 계획이 잘 먹혀, 파르는 이성을 되찾았고. 이후 꾸준히 파르를 화나게 하는 것으로, 파르가 가진 분노가 타인이 아닌, 저 혼자에게만 쏟아지도록 계속해서 유지했죠.”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난 그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예, 예, 그러시겠죠.”
자기 자신과 만담을 시작한 돼지와 요정.
그렇지만, 나는 그 안에서 의문이 생겨났으니.
“왜, 그렇게까지 한 거지?”
“제 부하였으니까요.”
“부하였기 때문이지.”
조금 전까지, 투닥거리던 것을 날려 버릴 만큼의.
완벽한 목소리의 조화.
“….”
정말, 로니아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 파르는 알겠다.
왜 그리 로니아를 싫어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로니아에 집착하는지도.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겠군.
“너랑 아프 대장이 UN 개체라고 했지,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특이한 반응이 안 보이는데?”
아프 대장은 뭔가 흥분하는 것도 본 적이 없고, 이상한 능력도 보이지 않았다.
로니아는 두 몸이 하나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내가 본 끝의 이질성에 비하면 정상의 범주.
“아, UN 개체가 다 선조의 피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랍니다. 물론 그쪽에 더 강하지만, 너무 위험하죠. 그렇기에, 대다수의 UN 개체들은 자신이 UN 개체인 것조차 모른 채,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익히거나, 설령 자신이 UN 개체인 걸 알더라도, 어떤 방법으로 그 힘을 봉인하는 방법을 취하죠.”
“나처럼 말이지.”
치익.
어디에선가 시가를 꺼낸 돼지는, 불을 붙이곤 연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저 돼지가 그럼 선조의 핏덩어리냐?”
“아뇨, 그랬다간 피를 떼어낸 순간 폭주하겠죠. 결국, 피의 농도가 높은 탓에 지배당하는 게 문제니까, 저처럼 아예 둘로 나눠서 피의 농도를 조절한 거예요.”
“내가 농도가 조금 더 짙은 편이다. 처음에는 거의 같은 성격과 외모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리되더군.”
후우.
그리 말하며 담배 연기를 뿜는 돼지 로니아.
어쩐지 성격이 고약한데도, 부하들 인망이 있나 했더니.
아예 성격이 고약한 돼지가 있고.
성격이 밝고 싹싹한 요정으로 나눠진 거였구만.
“그럼, 아프 그 녀석은?”
“음…. 저도 그건 모르겠네요. 분명 아프 대장은 피의 농도가 수호대에 맞먹을 정도로 최상위권인데, 그분이 폭주하는 모습은 본 적도 없고, 기록도 없거든요.”
“그래서 난 그녀가 싫다. UN 개체들이 고통받건 말건 자신은 다른 세상 사람이란 것처럼 평범하게 행동하니까.”
뭐야, 돼지 로니아가 아프 싫어하는 거, 그냥 자격지심이었어?
거참, 이 세계에서 인간관계는 쪼잔하게 그지없네.
그나저나, 아프 대장이 그렇단 말이지.
흠…. 그 정신병 수준으로 원리 원칙 효율성을 따지는 게 피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가?
여왕도 아프 앞에서는 정신을 못 차렸고.
아마 정답에 가까운 것 같긴 하지만, 그런 행동을 평생 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이미 제정신이 아닐 테니, 굳이 입 밖으로 꺼내 확인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럼, 서로 궁금한 건 다 물어본 것 같고. 운호의 신변이라는 건 무슨 이야기지?”
지금 대화의 흐름을 보면, 운호 안에 있는 피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것 같긴 한데.
그리 생각하며, 내가 심각한 목소리로 질문을 건네자.
“로니아.”
요정 로니아가, 소리를 높였고.
“알겠다.”
딱.
돼지 로니아가 발을 구르며, 거대한 마법진을 그렸다.
“또 뭔 개짓….”
곧바로 반응한 나는 의자를 박차 일어나며 곧바로 망치를 꺼낸 후.
전투태세를 취했으나.
“이하람 님, 다시 앉아주시길.”
평온하기 그지없는 알’셸의 목소리가 그 행동을 막았다.
“왜? 이것들이 우리 말도 없이 마법진을….”
“단순히 대화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도청 방지 마법입니다. 그러니, 다시 앉으시길.”
…정말이려나.
꺼림칙하긴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어, 망치를 되돌리며 의자에 앉았고.
요정 로니아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며 소리를 낮춰 입을 열었다.
“이하람 님도 운호 준장이 거대한 동물 형상을 취하는 것을 보셨겠죠.”
“그 눈 째진 족제비? 봤지. 제 본래 형태니, 뭐니 했던 것 같은데.”
“예, 운호 준장의 본래 형태죠. 피가 따르는, 폭주하기 직전의 본래 형태 말이에요.”
…잠깐?
“운호가 그냥 변신을 푼 모습이 아니었나?”
“아뇨, 그런 거라면 조금 큰 족제비가 될 뿐입니다. 그렇게까지 커지고 뒤틀리진 않죠. 그것은, UN 개체끼리 만나 피의 공명을 한 결과물입니다.”
…이건, 여왕이 말해 주지 않은 내용이다.
기억을 되돌려 보니, 나는 여왕에게서 내가 대신 가로막았을 때의 운호의 상태만 들었지, 현 운호의 상태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
“즉, 운호 준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제 안의 피를 자각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리고, 피의 속삭임은 조금씩, 조금씩 정신을 파고들겠죠.”
그 말은, 확정적인 미래처럼 들렸다.
마치, 눈앞의 존재가 걸어온 길을 말하는 듯.
“그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기에, 나는 눈앞의 존재에게 조언을 구했고.
“간단합니다. 곁에 있어 주시길. 불안해할 때 말을 걸어주시길.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그것을 무작정 비난하지 마시고, 이유를 물어봐 주시길.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말 그거면 가능한가?”
예상 이상으로 간단한 방법에 나는 의문을 품었지만.
“예, 작은 파도라면, 그것으로 잠재울 수 있습니다. 결국, 속삭임 또한 언젠간 익숙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파도가 커지기 전, 그에 대해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만.”
“다만?”
“그것을 모두 갖추더라도, 해당 피가 호응하는 감정이나 상황.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는 타인의 부정적 감정이었고. 파르 중장 같은 경우는 분노와 폭력성이었죠. 그러한, 내면의 피가 이끄는 행동에 자주 접할 경우. 결국, 피에 삼켜질 수 있습니다. 그걸 조심해주시길.”
평소의 대응법과.
비상시의 대응법.
그 모두를 말해 준 로니아 대장.
그리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여왕.
그 대비됨에, 하나 궁금증이 생겨났다.
정말, 어쩌면, 한 가지 가능성.
“네가 찾아온 건, 여왕의 명령이냐?”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물어봐야 할 질문.
그에.
“아뇨, 저 자신의 의지로 온 겁니다. 여왕님은 아마 싫어하시겠죠.”
요정은 그리 답했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여왕님의 신뢰가 날아가겠군. 뭐, 자유분방하신 분이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돼지 또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그리 답했다.
“그럼, 왜 말해 주러 온 거지?”
이해할 수 없다.
로니아는 처음부터 우릴 함정에 빠트린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 존재가 어째서.
“처음부터 말했지 않은가.”
“뭘 말이지?”
“사과하러 왔다고. 그 사건은 본의가 아니었다네. 그러니, 누구 하나 다친 사람 없이, 좋게좋게 마무리되었다고 한들, 나 또한 어느 정도 그대에게 값을 치러야 마땅하지.”
정치와 거래.
그리고, 사과란 이렇게 하는 것이지.
돼지 로니아는 그리 말하고 싶다는 눈빛으로.
제 시가의 끝을 잘라내며. 말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