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261)
마법소녀 아저씨 261화(261/671)
261. 집으로…(3)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었는데.”
마법 왕국에서의 마지막 날, 갑자기 떠오른 생각.
“뭔가용? 포요.”
그리고, 그 생각이 담긴 질문을 받은 운호는 입에 과일을 꾸역꾸역 쑤셔 넣으며 날 돌아보았다.
“너 누구 아무나 얼굴 볼 지인이라던가 그런 사람 없냐?”
오래간만에 고향에 돌아왔으니, 친구라든가 부모님이라든가 한 번 얼굴 볼 수 있지 않나.
한 번쯤 언급이 나올 만도 한데, 어찌 된 일인지 당사자인 운호가 한마디도 하지 않은 데다가, 하도 다사다난한 일이 많아, 머리에서 지워져 버리고 말았다.
그랬기에, 떠나기까지 얼마 안 남은 시간, 물어본 것이었건만.
“없어용.”
운호치곤 짧은 답변이 흘러나왔다.
뭔가 이상하긴 한데, 설득 좀 해 볼까.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잖냐. 사이가 안 좋아도 얼굴 한 번쯤은….”
사실 나조차도 그런 존재가 거의 없으니, 설득력이 존재하지 않는 말이긴 하지만.
그런데도 어떻게든 뇌리를 쥐어짜 내며 말을 이어갔건만.
“음…. 아뇨, 그 진짜로 아무도 없단 의미에용.”
…어라.
지뢰 밟았나?
예상치 못한 답에 잠깐 정신이 멍해진 사이.
“부모님은 화신체 습격 때 저 하늘의 별이 되셨고, 그 장소가 오염구역이 돼서 생존자 구조를 포기했다고 하더라구용. 그래서, 제가 구출된 건 음. 한 8년 있다가 그랬던가…. 그래서, 아는 사람도 없이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그대로 몇 년 더 있다가 그대로 입대했어요.”
어 미친.
이건 지뢰 정도가 아니고.
핵 지뢰를 밟은 것 같은데?
제기랄.
로니아한테 운호 좀 잘 대해 주라고 이야기를 들은 게 바로 어제 일인데, 하루 만에 이렇게 조져버리다니.
이게 다 여왕 탓이다.
여왕이 운호에 대한 정보만 알려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 또한 운호를 폭주시키려는 여왕의 음모임이 분명하다.
그렇다 한들, 그 행동을 한 것은 나 자신이기에.
여왕에 대한 증오를 곱씹으며, 입을 열었다.
“어…. 그. 미안. 내가 괜한 걸 말해서….”
차라리 말을 꺼내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 속을 태우며, 변명거리를 계속 생각하려던 찰나.
“아뇨…. 저도 미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말했다간 이하람 님이 나쁜 기억을 떠올리실까 봐….”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할 운호가, 조용히 목소리를 내리며, 그리 우물거렸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 곧바로 왜 운호가 아무 말이 없었는지를 이해했다.
…그렇구만.
이 녀석도 나랑 비슷한 꼴이었군.
이계에 의해 피붙이를 모두 잃고.
사회와 단절된 존재.
운호가 아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것은.
운호가 자기 사정을 말했다간, 내가 그것을 떠올릴까 싶어서.
착해빠졌긴.
내가 이제 와서 그거 가지고 어떻게 되겠냐.
물론, 가끔 떠올리며 침울해지긴 하지만, 무슨 트라우마가 도져서 설치거나 할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그렇지만, 내가 운호에게 괜한 말을 시켰다고 느끼듯.
운호 입장에서는 내가 그런 기억을 떠올릴지 모른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했으리라.
그런 사정으로, 알’셸도 볼일을 보러 나간 이 방에 이리도 꿀꿀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분위기 좀 바꿔볼까.
“칫, 운호야. 그럼 우리 고독한 사람들끼리 가서 고기나….”
만반의 미소를 띠고, 나치고는 굉장히 활발하게 목소리를 높인 순간.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어제 로니아도 그렇고 매번 타이밍이 왜 이래?
“청소 필요 없습니다!”
룸서비스는 안 시켰어요!
“파르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호텔 직원이 아니네.
후.
“어떻게 할까? 운호야.”
파르라면 악감정도 그리 없으니, 로니아처럼 문전박대하진 않겠다만.
직접 피해를 받은 운호가 존재하니, 운호의 의견을 물어야겠지.
“음, 괜찮지 않을까요? 파르 중장님도 하고 싶은 말씀이 있어 오신 거겠죠.”
“그래, 알았다.”
운호는, 역시 그 누구에게도 큰 악감정이 없나 보다.
가끔, 저 찰떡같이 찐득거리는 멘탈을 본받고 싶어진다니까.
어찌 되었건.
운호의 허락도 받았으니, 곧바로 문을 열고 파르를 맞이했다.
문 바로 앞에 자리한 그는.
팔에 종이봉투 하나를 끼곤, 군 예복처럼 보이는 빳빳한 청색 옷을 입은 채,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하지.”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입장 허가를 받은 파르는.
여전히 아무 표정도 없이 무표정한 채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와, 탁자 옆에 서, 완벽한 차렷 자세를 취했다.
…설마 저거.
“앉아도 되는데….”
설마설마 싶어, 입 밖으로 그리 말을 꺼내자.
“그럼, 앉도록 하겠습니다.”
파르는 정말로 군인답게 딱딱한 말투를 취하고는, 각을 잡으며 정자세로 의자에 앉아 우리를 바라보았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좀 편히 있어도 되는데….”
“그래용, 편히 있으세요.”
“이게 편하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우리가 부담….
…내버려 두자. 칼 같은 군인 놈들 상대로는 말싸움 해 봐야 내가 손해더라.
그렇기에.
딱딱하게 의자와 일체화된 중성 미남미녀 파르를 내버려 두고.
대충 턱을 괴며, 입을 열었다.
“몸은 좀 어떠슈?”
“문제없습니다. 피도 많이 안정되어, 나름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 말하는 파르의 오른손에 갑자기 상처가 나더니, 그 위에서 보랏빛 혈류가 뿜어져 나왔다.
기이한 분위기를 뽐내는.
물리력 완전 무효화의 이계의 힘.
“그건 잘된 일이네.”
그러잖아도 UN 개체의 어려움을 들었던 나였기에.
파르가 제어에 성공했다는 것은 꽤 괜찮은 소식이다.
물론, 운호에 피해를 줬기에, 나도 그를 죽이려 했지만.
모든 원한 관계가 해소된 지금은, 그럭저럭 우호적 중립 정도는 되는 사이니.
“예, 두 분 덕분입니다.”
파르는 그리 말하곤, 다시 보라색 혈류는 몸 안으로 빨아들인 후,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다만, 이것을 이야기하러 온 것이 아니니, 빠르게 용건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딱딱하게.
그렇지만,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 파르.
파르는 다시 의자에서 일어나, 또다시 차렷 자세를 취한 채,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운호 준장.”
딱딱하긴 하지만, 정말 미안함이 묻어나는 사과와 함께.
“그렇게 사과하실 필요는….”
그에 대해, 운호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으나.
‘아니, 사과받아야지.’
나로서는 그런 말이 입안을 맴돌았다.
물론, 이것은 운호의 문제기에 직접 내뱉진 않았지만.
그리고, 파르 또한 나와 똑같이 생각한 것일까.
“아뇨, 저도 사실상 반쯤 조종당했다고 한들. 제가 피를 제어하지 못해 그 사달을 일으킨 겁니다. 제 부족함으로 일어난 참사이니만큼, 제가 사과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얜 진짜 그냥 군인이구나.
얼핏 보면 아프와 비슷하지만.
아프라면 사후 보상이 끝났으니 미안하다고 짧게 말하고 넘어갔겠지.
그녀는 군인답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리 원칙 효율주의가 군인과 일부 겹쳐서 그럴 뿐.
실제로는 저런 부차적인 것은 관심도 없어 보였지.
그렇게, 제삼자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성격을 관찰하고 있자.
“으음. 그럼 사과를 받아들일게요! 앞으로 그 힘으로 마법 왕국을 잘 지켜주세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녀석과.
우직할 정도로 단순한 녀석의 화해가 끝났다.
처음부터 서로 적의가 없어 보였으니, 화해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째 분위기상, 내가 파르를 죽이려 한 것도 사과해야 할 것 같지만, 파르가 아무 말 안 하니 난 사과 안 해도 되겠지.
아무렴, 당사자가 아무 말 안 하는데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둘 사이에 흐르는 밝은 기류를 보며, 나 나름대로 밝은 논리를 세우고 있자.
“아, 그리고 이건 별것 아닙니다만. 사과드리고자 마련한 것이니, 부디 받아 주시길.”
대화를 끝낸 파르가 바닥에서 종이봉투를 들어 올려 탁자에 올리곤, 그대로 운호를 향해 밀었다.
“웅. 뭔가 따로 주실 것까지는 없는데.”
운호는 그에, 거절하는 듯한 말을 내뱉었지만.
운호의 말과 행동은 정반대였으니.
이미 종이봉투는 방구석으로 날아간 지 오래고.
그 안에 든 물건이 탁자 위에 놓여있었다.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가 합쳐진 것 같은 기묘한 물건.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이…이건….”
운호는 그것을 보자, 정신을 못 차리고 입을 떡 벌리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십니까? 아프 대장님께 여쭤보니, 운호 준장이라면 그걸 좋아할 거라고 했습니다만.”
저게 뭐길래 그렇지.
어디서 본 것 같지만, 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아 나는 조용히 그것을 바라볼 뿐이었지만.
“아, 네! 마음에 들고 말구요! 감사합니다! 파르 중장님!”
운호는 기뻐 날뛰며, 사과를 받는 처지임에도 파르 중장에게 고개를 박는 기묘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저게 뭐길래 저 난리야.”
“최고급 식자재 생성기입니다. 과일부터 고기, 심지어 기호품까지 생성이 가능한 특별 모델이죠.”
…아, 생각났다.
첫날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던 그거랑 비슷한 거구나.
다만, 최고급이라고 한 걸 보니, 그보다 윗급 모델인 것 같다.
“우리 세계에서도 작동하려나.”
“자체 마법 코어가 내부에 봉인된 물건이니, 주변 마력량이 모자라도 가동에 지장은 없을 겁니다.”
그렇군. 그런데, 저거 그럼 관리국 검사받아야 하는 건가?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이계의 물건인데.
잠깐 그런 규칙이 머리에 스쳤으나.
“헤헤헤헤, 과일육. 과일육.”
좋아하는 운호의 모습이 너무나도 강렬한 나머지.
그냥, 모른 샘 치기로 했다.
* * *
그렇게, 마법 왕국에서 한 번쯤 얼굴을 보았던 모든 이를 만났다.
로니아, 파르.
그리고 아프 대장까지.
여기서, 아프 대장은 우리가 호텔을 나서는 날.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우릴 보자마자 작별 인사와 선거 모의전의 최종 승자는 파르 중장의 부관들이었다는 말만 남기고 곧바로 공중을 날았지만.
아프 대장치고는 많은 시간을 내준 거겠지.
그리 생각하며, 왕성으로 향했다.
여왕이 우리에게 약속했던, 호의를 받고자.
그리하여 들어선, 왕성의 앞마당.
나름 깔끔하게 정돈된, 푸른 정원 안에서.
알’셸과 운호. 그리고 나 셋은.
또다시 여왕과 수호대를 마주했다.
연미복을 입고 있는 웨이터.
린과 똑 닮은 리나.
이제 붕대로 풀고 대놓고 담배나 피우고 있는 호랑이.
말 한 번 나눠 본 적 없는, 창을 든 토끼 인형.
은빛 중 갑옷을 입은 채, 방패와 칼을 든, 얼굴을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요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냥 악어.
…저건 또 뭐야?
쟤도 수호댄가?
수호대라기엔 그냥 악어처럼 생겼는데.
아니, 악어처럼 생긴 것도 아니다.
마법 왕국 애들이 전체적으로 데포르메가 강한 편인데.
쟨 그냥 악어다.
심지어 양발로 섰다던가 그런 것도 아닌, 그냥 네발로 땅을 기며, 하품이나 하는 악어 하나.
뭔가 나름대로 이야기나, 고충이 있을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떠랴.
우리랑 관련도 없는 녀석인데.
우린 이제 집에 갈 거고, 마법 왕국은 이제 끝이다.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걸까.
“집에 갈 준비는 다 됐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얼굴의 여왕께서, 수호대를 양편에 거느리고 우리를 환영해 주셨다.
도저히, 신뢰가 생기지 않는 목소리로.
“…엄한 데로 보내 버리는 건 아니겠지.”
“약속은 지킨다니까? 정확히 네가 살고 있는 세계. 정확히 난지도에 난 구멍. 정확히 바로 그 옆. 정확히 그 시간대. 못 믿겠으면 다시 이계 헤엄쳐서 돌파하시던지.”
아 에, 그러시겠죠.
끝이 다 그런진 모르겠지만.
눈앞의 흑백 여왕님 덕분에 그들에 대한 신뢰도가 무저갱 아래까지 처박혔으니 말이다.
“그럼 빨리 보내주기나 하십쇼.”
“…갑자기 약속 따위 그냥 다 때려치우고 이계 심부로 날려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죄송합니다. 여왕님.”
거긴 다시 가기 싫어요.
그리 내가 한 10% 정도 진심을 담아 사과하자.
“그래. 그래. 알면 됐어. 그럼, 열게.”
그 10%로도 여왕은 만족했는지, 나름 보이지 않는 밝은 미소를 띠며, 왼손을 휘둘렀고.
와장창.
뭔가, 멀쩡한 물건이 산산이 조각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공간이 유리창처럼 부서져 내렸다.
“자, 저기로 뛰어들면 될 거야.”
…저기로?
암만 봐도, 그냥 내 공간 파괴랑 비슷한 것 같은데?
깨진 범위와 유지력이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뻥 뚫린 구멍과 거기서 풍겨 나오는 허무함은 내 공간 파괴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또 날 엿 먹이는 게 아니나 싶었으나.
“허…. 저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이하람 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지구 갈 때 저거 타고 갔어요!”
내 두 일행께서는, 저게 정말 공간 이동으로 보이는지, 나와 정반대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알’셸이 먼저 구멍에 몸을 던졌고.
“안녕히 계세요 여왕님!”
다음으로 운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세계의 경계를 붙잡고, 몸을 던지려는 찰나.
“잘 가렴. 언제나 보고 있을게. 아, 그리고 네가 찬 그거, 제작자한테 고맙다고 하는 게 좋을 거야. 끝의 확정 사상에 미세하게나마 간섭하는 보물은 흔한 게 아니니까.”
여왕의 그 비비 꼬인 작별 인사와 뭔지 모를 정보를 마지막으로.
나는, 공허한 구멍에 삼켜졌다.
집으로 향하는, 다이렉트 배송에.